“정해 년(丁亥年) 돼지들의 반란“ <경북매일신문칼럼2007,1,3,수>
2007년 정해년(丁亥年)의 해가 떠올랐다. 모두를 새로운 소망을 안고 떠오르는 해를 바라본다. 그러나 떠오르는 해는 어제 떠올랐던 해와 다를 바 없다. 우리가 바라보는 것은 단순한 해가 아니라 떠오르는 해 속에서 희망을 바라봐야 한다.
희망은 새롭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은 처음부터 존재해 왔었다. 다만 그 희망을 잡지 못했을 다름이다. 따라서 희망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것이고 끊임없이 추구하며 잡으려고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그러면서 새해를 맞이하며 또한 새로운 결심들을 해 본다.
올해는 꼭 이루고 말겠다는 결심과 함께 새로운 다짐들을 수 없이 머릿속에 각인 시킨다. 새해는 꼭 성공하리라는 각오를 마음 판에 새기며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동여맨다. 그러나 사실 그러한 결심들이 얼마나 오래갈지, 그러한 목표들이 얼마나 현실 화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새해벽두에 ‘희망’ 과 ‘소망’ 그리고 ‘새로운 기대’ 만큼은 우리들 가슴에 품어야 한다.
2007년은 정해(丁亥)년 돼지해다. 돼지는 예부터 재물과 복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돼지꿈’은 재복과 운수대통의 대명사가 된지도 오래됐다. 그래서 그런지 복을 부르는 돼지가 제목에도 쓰인 한국 영화들이 있다. 그러나 타이틀에 돼지가 나온 영화들은 대부분 흥행과 거리가 멀었다.
가장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영화는 바로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다. 이작품은 ‘일상성의 미학’과‘극 사실주의적 관찰’의 대가 홍상수의 탄생을 알린 기념비적 작품이다. 1996년 개봉된 이 영화는 꼭 봐야할 한국 영화를 선정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수작이다.
변변한 작품 하나 없는 삼류소설가 효섭(김의성)과 유부녀 보경(이응경) 등 변두리 삶을 사는 주인공을 통해 지식인의 허위와 헛된 욕망, 일상적 좌절이 내면화된 현대인의 자화상 등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제목에 등장하는 돼지는 욕망의 허기를 느끼는 주인공들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돼지 멱따기’라는 제목의 영화도 있다. 독립영화계서 활동 중인 정강우 감독의 2001년 작으로 16분짜리 단편이다. 동네에서 돼지 잡는 것을 본 아이들이 돼지 멱따기 놀이를 하고 곧 한 가족 죽어나간다는 내용이다.
감독은 인간의 밑바닥에 거하는 잔인한 폭력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영화 속에 짜임새 있게 녹여냈다. 무심하게 폭력을 학습하고 재생산하는 아이들의 순진한 모습에서 세속에 물들어 가는 어른들의 모습을 본다.
또 다른 단편 ‘돼지꿈’은 ‘8월의 일요일들’을 만든 이진우 감독 작품으로 말 그대로 돼지의 꿈을 표현했다. 평소 주인에게 구박만 받던 돼지 점박이는 읍내 정육점에 팔리기로 계약된 상태다. 어느 날 주인 김씨의 아내는 점박이 꿈을 꾼 후 복권 당첨이 된다. 이에 김씨 부부는 돼지를 팔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점박이를 극진히 대접한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은 곧 죽을 운명인 점박이의 꿈에 불과하다. 14분짜리 단편 데뷔작이지만 색다른 형식과 재치가 빛나는 작품이다.
한편 한형모 감독의 1961년 작에도 ‘돼지꿈’이라는 동명의 영화가 있다. 김승호, 허장강, 문정숙 등 당대 인기배우가 총출동한 이 작품은 헛된 꿈을 좇던 한 가족의 몰락을 그린 드라마다.
돼지의 특징을 보면 사람과 비슷하다. 우선 뭐든 잘 먹는다. 돼지는 주둥이로 땅을 파면서 열심히 먹이를 찾는다. 또 돼지는 청결성도 있다. 돼지는 자는 곳, 먹는 곳, 똥오줌을 싸는 곳을 구별한다. 그리고 보통 한번 새끼를 나면 평균 8-10마리 정도는 낳는다.
또 돼지는 군거성이 있다. 서로 모여 사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정해년 새해에 돼지처럼 잘 먹고 열심히 일하고 자기자리와 분수를 잘 지키며 오손 도손 함께 살면서 정감이 넘치는 복된 새해가 되었으면 한다.
아무튼 돼지가 영화에서는 큰 흥행을 이루지 못했지만 정해 년 돼지해, 우리의 일상에서는 건강과 부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돼지들의 반란이 우리사회에 많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김기포, 포항기계중앙교회 담임목사>
첫댓글 좋은 글속에 묻어나는 깊음에 거듭 감사드립니다. 올 한 해도 기포 목사와 가정과 교회위에 하나님의 평강을 기도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