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어린이들에게 희망의 학용품 보내기>를 마치고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상임대표 법일 스님)에서는 지난 1월 20일부터 27일까지 8일 동안 캄보디아와 태국을 순례하는 선재역사문화탐방을 실시하였다. 선재역사문화탐방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그 나라의 역사를 이해하고, 문화적인 현상과 특성을 이해하고 살피는 기회가 되고자 마련되었다. 또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역사문화 체험을 통해 교과서에 나오는 현장을 직접 눈으로, 마음으로 확인하는 작업은 물론, 대한민국과는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세계는 하나임을 느끼는 기회가 되도록 하였다.
첫 번째로 마련된 선재역사문화탐방은 어린이와 청소년 9명을 포함 스님 5명, 일반인 등 총 22명이 함께 참여하였다. 먼저 캄보디아의 수도인 프놈펜의 왕궁, 국립박물관, 왓프놈사원, 투어슬랭형무소, 킬링필드 등을 참배하였다. 특히 폴포트가 이끈 크메르루즈군은 1975년부터 약 4년에 걸쳐 200만명을 학살하였다. 일명 킬링필드다. 킬링필드와 역사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5.18민중항쟁을 떠올리게 할 만큼 잔악무도한 대만행이었다. 우리네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이 과연 사상이나 이념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프놈펜 탐방을 모두 마치고 앙코르유적이 산재해 있는 씨엠립으로 5시간에 걸쳐 이동하였다. 씨엠립은 앙코르유적을 참배하기 위해 전세계의 관광객들이 밀려드는 캄보디아 제2의 도시이다. 따라서 씨엠립은 관광도시로서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씨엠립에서 불과 2~3키로만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도로는 비포장에 일반인들의 생활수준은 참으로 열악하다. 전기는 물론이고 상하수도 등 사회기반 시설을 찾아보기 어렵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60년대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곳 씨엠립에서는 사단법인 로터스월드에서 운영하고 있는 BWC(Beautiful World of Combodia) 아동센터 참관, 캄보디아 어린이들에게 학용품과 화장실 건립지원, 톤레샵호수에서 배를 타고 수상가옥 둘러보기, 그리고 앙코르와트 유적지 참배 등의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아름다운 앙코르 문명을 꽃피운 대제국의 후손들이 역사적 단절을 가져올 정도로 잔악한 킬링필드라는 대학살을 자행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캄보디아인들의 척박한 삶의 현실들을 목도하면서 무거운 마음이 앞섰다.
하지만 캄보디아인들은 이런 절박한 상황속에서도 따뜻한 마음과 순수한 미소를 간직하고 있다. 행복은 물질에 있지 않음을, 행복은 결코 인간의 욕망 위에 있지 않음을 이들을 통해서 살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지원프로그램이었다. 네이버 해피빈 모금함을 통해 두 번에 걸쳐 2,611,700원(총3,854명 참여)과 일반인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보태 4,704,000원 등 총7,315,700원이 모아졌다. 이 모금된 금액으로 씨엠립 인근 르위아초등학교, 르위아마을, 부영중학교, BWC아동센터에 나눔행사를 펼쳤다.
먼저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모금된 금액은 부영중학교 1,2학년 학생들 전원에게 학용품을 전달하였고, 르위아초등학교 전교생 310명에게 학용품, 구충제, 빵과 우유를 전달하였다. 네티즌 3,854명이 정성을 보태주었기에 10원짜리 하나라도 소중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모아준 금액으로 화장실이 없는 부영중학교에 화장실(4칸짜리 1동)을 지어주기로 하였고, 르위아마을에 거주하는 생활이 어려운 150가구에 생필품(쌀, 옷, 식용유, 라면)을 전달하였으며, BWC아동센터에 2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이날 지원행사에 참여한 법일 스님은 “불교는 나눔과 배품의 종교로 보시하는 마음에 교만한 마음이 깃들어서는 안 된다”며 “무주상(無住相) 보시라는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주는 사람은 줬다는 생각이 없어야 하고 받는 사람도 비굴해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고창 선운사 주지 법만 스님도 “캄보디아가 지금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행복하고 맑은 미소를 잃지 않고 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행복을 물질적 척도로만 바라봤던 우리 스스로를 성찰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선재역사문화탐방에 참여한 김효정(대구 용전초교 6년)양은 “캄보디아 친구들이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고 있지 못한 현실을 보면서 매우 안타까웠다”며 “이번 지원활동에 참가하게 돼 매우 뜻깊고 한국에 돌아가서도 캄보디아 지원활동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도교사 조용주(목포대학교 문화인류학과 4년)군은 “아이들이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며 “얼마나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저 아이들과 하나가 되려고 노력했는지 많이 반성이 된다”고 자성했다.
특히 르위아마을을 방문했을 때 태어날 때부터 눈 아래 생긴 혹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이우왕(여․6세)양의 사연에 모두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르위아마을을 담당하고 있는 BWC아동센터 신윤섭 사무국장은 “이양이 태어날 때부터 눈 아래 혹이 있었는데 적정 치료시점을 놓쳐 캄보디아에서는 수술을 받을 수 없는 상태”라며 “다방면으로 치료방법을 강구해보겠지만 한국에서 십시일반 도움과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현재 르위아마을에는 총300가구 1,400여 명의 주민들이 집성촌을 이루며 생활하고 있다.
이렇게 캄보디아의 프놈펜과 씨엠립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육로로 태국 국경을 넘어 파타야에서 다양한 수상체험활동을 펼쳤다. 그리고 200여 미터가 넘는 바위에 새겨진 황금암각불(마애불) 앞 잔디밭에서 참가자들 전원이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108배 정진을 하였다. 무더위 속에서도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염원하면서 올린 108배는 함께 한 모든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동양최대의 자연테마파크 농눗빌리지를 찾아 악어쇼, 코끼리쇼 등 다양한 쇼도 관람하면서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었다.
8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지난 1월 27일 아침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번 선재역사문화탐방은 많은 분들의 정성과 사랑을 함께 나누는 뜻깊은 자리가 되었다. 그리고 캄보디아와 태국의 역사를 이해하고 다양한 문화체험 행사를 통해 참가자 모두가 “이 세상에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What will I do in this world?)”라는 화두를 챙기는 소중한 자리가 되었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과 세상의 당당한 주인으로서 살아가기를 발원하는 선재역사문화탐방 두 번째는 히말라야왕국 네팔로 2011년 1월에 떠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