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이 압박받아 주로 발생
심하면 일상생활·수면에 큰 지장
효과적 치료위해 원인규명 필수적
/유선태기자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신경이 눌려서 생기는 손저림 현상을 손목굴증후군이라고 한다.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동작을 줄이고 적절한 약물을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
손저림씨(가명·여·53)는 3개월 전부터 양쪽 손에 저림증이 생겼다. 통증은 주로 밤에 나타났으며, 전날 손으로 일을 많이 했을 때는 더 심했다.
증상은 점점 더 심해져 밤에 통증으로 잠을 깨기 일쑤고, 엄지손가락 힘이 약해져서 수저질이나 글씨 쓰는 것도 불편해졌다. 주변에서 혈액순환장애라는 얘기를 듣고 약을 복용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병원을 찾은 B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손목굴증후군(수근관 증후군)'.
손씨와 같이 손저림증상은 물론 발저림 증상을 호소하는 중년여성들이 많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적절한 진단이나 치료없이 지내다가 병을 키우는 일쑤다.
손발저림증 환자들은 '저릿저릿하다' '따끔거린다' '피가 안 통하는 느낌이다' '화끈거린다' '시린다' 등의 표현으로 통증을 호소한다. 또 손발이 마취된 것 같이 느껴지는 감각 감소 증상도 흔히 동반된다.
손발이 저리면 '중풍 초기 증상이다'라고 지레짐작하고 겁부터 내지만 뇌졸중에 의한 손발저림은 매우 드물다. 또 찬물에 손을 넣으면 색이 희게 변하거나 운동 후 손발의 색이 변하고 부으면서 통증이 생기면 혈액순환장애로 인한 손발저림증을 의심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아주 적다.
◆ 말초신경 및 혈관 장애가 부르는 손발저림증
손발저림증의 원인은 크게 말초신경장애와 말초혈관장애로 나눌 수 있다.
말초신경장애에 의한 손발저림증은 그 분포에 따라 원인 질환을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팔저림증은 팔이나 손바닥, 손가락의 일부에 국한돼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특정 말초신경 혹은 목뼈 부위의 신경뿌리 압박으로 발생한다.
말초신경 장애로 생기는 손저림의 가장 흔한 원인은 '수근관(손목굴) 증후군'이다. 중년 여성에게서 흔히 나타나며 손저림과 감각이 둔한증상이 엄지, 검지, 장지의 손가락들과 손바닥에 집중돼 있으며 심할 경우 엄지손가락의 힘이 약해진다. 통증은 밤에 심하며 손으로 일을 많이 한 경우에 증상이 더 악화되는 특징이 있다.
이 병은 손목 인대가 두터워져서 그 아래를 지나는 신경을 누르기 때문에 생긴다. 장시간 손가락 또는 손의 반복적인 움직임이 주요한 원인이다. 과체중, 류머티즘성 관절염, 갑상선 질환, 경구 피임약 복욕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수근관 증후군은 손으로 하는 일을 줄이고 약물복용을 하면 증상이 좋아지지만, 심한 경우에는 손목 인대를 잘라주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 신경뿌리 압박·당뇨합병증도 손발저림 원인
신경뿌리압박도 팔과 손저림의 원인이 된다. 이는 대부분 목뼈의 추간판탈출증(목디스크) 때문에 생긴다. 이 경우에는 손저림이 띠모양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눌리는 신경뿌리에 따라 손저림의 위치가 조금씩 다르다. 목을 움직이면 더 저리는 경향이 있으며 팔의 힘이 약해지기도 한다.
발이나 다리저림증도 말초신경장애와 신경뿌리장애가 주된 원인이지만, 팔에비하면 말초신경장애보다는 신경뿌리장애가 더 많다. 신경뿌리장애의 원인은 팔에서와 마찬가기로 허리뼈의 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이 가장 흔하다.
주로 저리거나 땡기는 증상이 다리의 바깥쪽이나 뒤쪽, 발등, 발바닥, 발가락에 생기는 경우가 많고, 허리통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심하면 다리 힘이 약해질 수도 있다. 추간판탈출증의 치료는 증상이 경미하면 약물복용과 물리치료로 충분하지만, 심하면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손과 발에 좌우 비슷한 정도로 저림증이 있는 경우는 '다발성 말초신경병'을 의심할 수 있다. 다발성 말초신경병은 면역기능의 이상에 의한 염증으로 생기기도 하고, 당뇨병, 만성신장질환(신부전) 등 내과적 질환의 합병증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과음, 영양결핍 혹은 약물 부작용 등이 병을 부를 수도 있다. 이중에서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생기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당뇨병이 원인인 경우는 정확한 혈당조절이 치료에 가장 중요한데, 최근에는 호전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약물들이 여러 가지 개발되고 있다.
◆ 원인규명해야 효과적 치료 가능
말초신경장애에 의한 손발저림증은 심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일상생활이나 수면에 상당히 방해가 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통증을 감소시키는 적절한 약물을 복용하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손발 저림의 원인은 중추 및 말초신경계에 걸쳐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효과적 치료를 위해서는 원인질환의 규명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증상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신경과 전문의 진찰이 가장 중요하다. 신경전도 검사 및 근전도검사로 대부분의 신경병증을 확진할 수 있으며 일반적인 혈액이나 소변 검사, 방사선 촬영 등도 원인질환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하다.
# 손저림증 예방 10계명
1. 손가락, 손, 손목의 감각저하나 통증을 유발한다고 생각되는 활동은 모두 피한다.
2. 특정한 움직임을 모두 줄인 후 증상이 호전됐다면 서서히 그 움직임을 다시 시작해야 하며 되도록 손목을 곧게 펴도록 노력해야 한다.
3. 물건을 쥘 때는 손가락으로만 하지 말고 손 전체를 사용한다.
4. 타이핑과 같은 반복적인 손 동작은 속도와 힘을 줄인다.
5. 반복적인 동작을 할 때는 손과 손의 자세를 자주 바꾼다.
6. 자주 휴식을 갖고 손을 쉬게 한다.
7. 일할 때 감각저하나 통증을 줄이기 어려울 정도로 손 자세를 자주 바꿀 수 없을 때는 손가락, 손, 손목의 긴장을 감소시켜 줄 수 있는 부목을 한다.
8. 자세에 신경을 써야 한다. 타이핑을 할 때에는 손가락이 손목보다 낮아야 하며 팔을 몸 옆에 붙이고 어깨는 긴장을 풀도록 한다.
9. 팔, 손, 손가락의 근육이 강하고 유연하게 유지한다.
10 잘 붓는 경향이 있는 경우에는 과다한 소금 섭취를 자제한다.
◇ 도움말=국민건강보험공단
출처 영남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