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脈 얘기가 나왔으니 맥점에 관한 기담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침술계에서는 둘도 없는 필자의 친구가 한창 맥 공부에 미쳐서 이제중 선생님께 열심히 다닐때 선생의 맥점에 기절 초풍한 한 토막의 이야기이다.
신덕 좋고 심덕 좋은 친구가 점심때쯤 미래 처가가 될 용호동에 들러 장모님이 해주는 수제비로 점심을 때우는데 어찌나 장모의 손맛이 좋았던지 한 그릇을 더 먹고 급히 나섰다. 장모는 경황없이 손에 잡히는대로 여비 몇 푼을 주고 싶어 큰길까지 따라 나와 미남 사위의 뒤통수에 대고는 "여보게, 여보게"하며 손을 흔들었지만 사위는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바로 이선생님 댁으로 달려갔다. 친구의 머리통엔 결혼을 앞 둔 시기의 진한 초록색 사랑도 미칠 지경이었지만, 이선생님의 신통방통한 묘술을 한 개라도 더 보고 듣고 싶은 욕심은 무엇보다 더했다. 이렇게 신통한 기술을 하나라도 더 배워 익힐 양으로 정신없이 선생님 거실로 들어갔단다.
"주군, 손 좀 내봐."
한수 배울 양으로 얼른 팔뚝을 걷어 부치고 오른 손목을 내밀었다. 선생은 팔목의 촌구맥을 짚는가 싶더니 어린애를 놀리는 듯한 어투로
"낮에 수제비국 처먹고 뒤돌아 보지도 않고 도망쳐 왔구나."하시더란다.
이쯤 해두겠다. 선생님도 이미 돌아가셨다. 세상이 아는 천하의 명의들은 모두 역사의 공동묘지 속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명의들에게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라는 시간이 없다. 소문난 위인이나 명의는 반드시 역사 속에서 변함없이 숨쉬고 있다. 이것이 우주가 주는 학위요, 자격증이다. 우리시대에 살다 가신 이제중 선생님도 면허증이 없었다.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은 초인들에게 줄 수 있는 종이 쪽지 자격증은 만고에 없다. 하지만 진리의 자격증은 있다. 민생이 아쉬워하며 그분을 호명하는 목소리가 그것이다. 그분들은 생전에는 무지한 다수의 의료업자들로 인하여 숱한 박해를 당했다. 그러나 선생에게 은혜를 입은 많은 민초들의 가슴 속에는 화타, 편작으로 선생의 성함이 남아 있다.
선생은 굳이 환자를 보지 않고 보호자의 얼굴만 보아도, 실제 앓고 있는 환자의 병증과 죽고 살것을 아셨다. 지금 필자는 전설 속의 얘기를 하고 있는게 아니다. 선생은 우리시대의 불쌍한 중생을 많이 구제해 주셨는데 특히 암 환자를 많이 살려내셨다. 주로 돈 안 드는 흔해빠진 야생초로 병을 많이도 고쳐주었는데 그것이 죄가 된다는 고약한 보건법 떄문에 상당히 곤욕을 치르셨다. 세상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풀뿌리를 가르쳐 준 것이 죄가 된다면, 왜 그것을 길러낸 대지는 의료법이나 보건법 위반으로 대법원에 고발하지 않는가!
자고로 신의(神醫)들은 저 세의(世醫)들의 고발에 몸살을 앓았다. 국가나 특권 집단에서 민중이 찾아다니는 무면허 명의들을 아무리 멸종시켜보려 해도 소용이 없다. 그것은 신의의 영혼은 어떤 특정인들에게 구속되어지는 성질이 아닌 신령한 영혼이 담길 수 있는 그릇을 기다리는 초의식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신의의 영혼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어느 때든지 반드시 육덕(인의예지신용)을 갖춘 인격자에게만 신령한 영혼이 담긴다.
첫댓글 제 경험상 실제로 희안하고 신기하게 느껴지고, 일반적이고 현대적인 마인드로는 이해가 잘 안되는 소위 말하는 '능력'들은 용하다는 무당같은 분들이나 수련 깨나 했다는 분들을 만나보니 경험해볼 수 있었는데 그분들이 실제로 '능력'자인지 아니면 사기꾼인지 아니면 마술사인지 함부로 판단하지는 않겠습니다.
중요한 점은 그분들도 그것이 가능한 원리가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는 듯했고 바르지 못한 마음으로 왜 그런 능력이 있는지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고 그런 능력을 그져 좋아라하며 자기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만 사용하는 분들이 있었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이런분들의 능력이 단절되는것이 정말 아쉽습니다. 우리나라 제도들의 모순 한계인것 같아요
겉으로 잘 안 드러나서 그렇지 어딘가 숨어서 자신들의 역할들을 하고 계실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마치 다크나이트 처럼요....(이글을 쓰고 생각해보니 제가 너무 판타지적인 것 같기도 하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