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잠자리에서 일찍 일어났다.
장장 네 시간에 걸쳐 먼 길을 가야 한다.
전라남도 강진에 있는 ‘시문학파기념관’과
‘시문학’지를 창간한 ‘영랑 김윤식 선생의 생가’를 가기 위함이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감탄을 자아낼 만큼 만산홍엽을 이루고 있다.
긴 시간이지만 일행과 담소를 즐기며 가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기념관으로 들어가는 길은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있다.
‘감성 강진의 하룻길’이란 팻말 아래로
울긋불긋 물든 담쟁이가 어우러진 돌담길이 일렬로 서서 반기고 있다.
돌담 한쪽에는 ‘정약용 남도 유배길’이라는 작은 표식도 걸려있다.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다신 정약용 선생의 유배지인 '다산초당'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후학을 양성하고 그 유명한 '목민심서'를 집필한 곳이기도 하다.
시의 향기가 머금는 이곳 ‘시문학파기념관’에는
1930년대에 순수시 운동을 주도하고 「시문학」지를 발간하고 참여했던
영랑 김윤식, 용아 박용철, 정지용, 위당 정인보, 연포 이하윤, 수주 변영로, 김현구, 신석정, 허보 등
9명의 육필원고, 유물, 저서 등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실에는 시문학파 시인의 육필원고와 유물 외에
1920~1960년대에 출판된 희귀도서 500여 권 등
총 5,000여 권의 문학 관련 서적도 전시 및 소장되어 있다.
2012년 3월에 개관한 시문학파기념관은
특정 문학인에 한정치 않고 한 시대의 문예사조를 조망하는
국내 최초의 전문 문학공간이기도 하다.
1층에 세미나실, 학예연구실, 20세기 시문학도서관이 있고
2층에는 문학관 전시실과 북카페가 있다.
시문학파기념관 옆에는
우리나라 대표적 서정시인인 영랑 김윤식 선생의 생가가 있다.
생가 입구에 서 있는 커다란 은행나무와 돌담의 담쟁이덩굴은
알록달록한 물이 들어 환상적인 멋을 드러내고 있다.
생가에는 시의 소재가 되었던 샘, 동백나무, 장독대, 감나무 등이 남아 있으며
모란이 많이 심겨 있다.
그리고 곳곳에는 영랑 시인의 대표적인 작품이 새겨진 시비가 세워져 있어
시인의 아름다운 서정시의 멋을 같이 느낄 수 있다.
영랑 김윤식 시인은 박용철, 정지용 등과 함께 ‘시문학’지를 창간하였으며
일제 강점기에 창씨개명, 신사참배 등을 거부하며 독립운동을 해
대구 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항일 민족 지사였던 영랑 시인의 시 가운데 ‘모란이 피기까지’라는 대표적인 시가 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영랑 김윤식 선생의 생가 뒤편 언덕 위에는
'모란공원'이 조성되어 생가의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올라가는 길은 대나무 계단 숲길로 이루어져
바람에 이는 대숲소리가 운치와 멋을 더해준다.
공원 안에는 커다란 모란꽃 조형물도 있으며
공원 위에서 내려다보면 강진 읍내와 남쪽 바다가 멀리 바라다보인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저문다.
첫댓글 강진에 갔을때 정지용님의 동상을 보고 반가웠어요.
이선생님깨서 사진과 내용을 정갈하게 잘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박경옥 선생님!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