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색 초콜릿 돌개바람15
배봉기 글 / 전민옥 그림
신국판변형 / 163쪽/ 7,800원 / 바람의 아이들 펴냄
2009년 사서협의회 추천도서
2009년 아침독서추천도서
ㆍ출판사 리뷰
행동이 느린 아이, 닦달하는 엄마
아이를 깨워 학교에 보내려면 엄마는 아침마다 도 닦는 수련생이 된다. 밥을 먹는 건지 밥알을 세는 건지, 화장실 한번 들어가면 세월아 네월아, 옷을 입는 건지 만드는 건지. 학교 갈 시간이 다 됐는데도 아이는 느긋하기만 하다. 기어코 엄마의 큰소리가 폭발해야 집을 나서는 아이. 엄마만 몸이 달고 애가 탄다. 하지만 이보다 더 느린 아이가 있다면 엄마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무지개 색 초콜릿』의 주인공 성민이는 다섯 손가락으로 꼽아도 모자라는 지렁이, 달팽이, 굼벵이, 베짱이, 나무늘보, 거북, 코알라라는 별명들이 있다. 맨 ‘느림보 게으름뱅이’라는 뜻으로 불리는 별명들.
성민이는 운동장에서 하는 체육은 물론이고, 받아쓰기를 하거나 수학 문제를 풀 때도 도저히 다른 아이들을 따라 잡을 수가 없다. 생각을 한 다음에 손으로 써야하는데 속도가 느려서 늘 시간을 놓쳐버린다. 걷는 것도, 쓰는 것도, 말하는 것도 모두 느린 아이. 엄마는 병원을 데리고 가 보았고, 아빠는 혀를 차며 포기한 눈치고, 선생님은 말이 끝내기도 전에 말을 잘라버린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작은 실수들도 실수가 아닌 느림보 게으름뱅이 성민이가 저지른 잘못이 되고 만다. 성민이가 보기엔 아이들이 빨라서 생기는 실수들인데.
성민이는 자기 별명이 싫고, 다른 애들처럼 빨리 느끼고 생각하고, 빨리 말하고 쓰고, 빨리 걷고 달리고 싶다. 하지만 빨리빨리 해야 한다는 생각에 행동이 더 굼뜨게 된다. 성민이가 정말로 문제 있는 걸까?
마법의 무지개 색 초콜릿을 들고 나타난 ‘숲의 마음’ 할아버지의 얘기를 듣고, 성민이를 가만 지켜보면 크게 문제될 것도 없다. 부모나 선생님이 아이의 느린 행동을 답답해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평화롭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아이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아이의 자신감을 죽이는 재촉 보다는 나을 테다.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는 것, 바로 사랑
느림보 성민이는 천천히 걸으며 주변의 것들을 찬찬히, 꼼꼼이 관찰한다. 그러다보면 생각할 것이 많아지고, 생각이 많다보면 걸음걸이가 느려진다. 이런 행동은 관심과 사랑으로 변해 성민이는 조용한 숲을 좋아하고, 숲에 사는 갖가지 벌레와 꽃들과 나무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성민이의 재능은 아무도 모른다. 성민이를 자세히 지켜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주는 것, 바로 사랑’을 제대로 알고 있는 성민이를 놀리는 어리석은 사람들을 혼내주고 깨우치기 위해 숲의 마음 할아버지는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 초콜릿을 준다. 경수와 동수를 지렁이로 만든 빨강 초콜릿, 반 아이들을 달팽이로 만든 주황 초콜릿, 담임 선생님을 굼벵이로 만든 노랑 초콜릿, 선생님들을 메뚜기로 만든 초록 초콜릿, 형과 아빠를 나무늘보고 만든 파랑 초콜릿, 동네 아줌마를 거북으로 만든 남색 초콜릿. 그리고… 마지막 보라색 초콜릿은 보나마다 성민이의 별명 중 하나인 코알라다. 성민이는 자신을 위해서 코알라로 변한 강아지를 안고 포근히 잠든다.
성민이는 천천히, 아주 찬찬히 자기만의 가치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이런 성민이를 알아봐준 숲의 마음 할아버지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아이들이 제 나름대로의 가치를 만들어 갈 시간은 줘야하니 아이를 닦달하기 전에 성민이의 말을 귀담아 들으며 찬찬히 아이를 지켜보기는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
“난, 달팽이가 아니야. 김성민이야. 그리고, 달팽이는 느리지 않아. 그저 달팽이처럼, 가고 있을 뿐이지.”
ㆍ작가 소개
지은이_배봉기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공부했다. 소년중앙문학상과 계몽문학상으로 동화, 삼성문학상 희곡, 문학사상 신인상에 장편소설로 등단했다. 그 동안 <너랑 놀고 싶어> <새동생> <난 이게 좋아> <나는 나> <실험가족> <겨울날> 등의 동화를 썼다. 그림책 <날아라, 막내야>가 있다. 현재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있다.
그린이_전민옥
대학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했고 현재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그림을 통해 아이들에게 밝은 생각을 심어 주고 싶고 아이들과 소통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단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 <우리는 형제예요>가 있으며 그밖에 <내가 만든 짧은 이야기> <나는 나는 될테야><뾰족뾰족 고슴도치>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