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인피니티의 귀염둥이 인피걸(근데 나보다 키큼 OTL)님의 HUD가 배터리를 혹사시켜서
자꾸 방전이 된다는 글을 보고, 작년 송년회 때 마신 술이 덜 깬 상태로
"내가 고쳐주겠다"는 객기성 댓글을 올렸었습니다.
한 열흘쯤 지나서 쵸코렛이 가득들어 있는 택배상자가 도착했습니다.
"김원준 팬클럽에서 실수로 잘 못 보낸건가?" 생각했지만,
쵸코렛 뒤에는 라이노세로스 HUD가 들어 있더군요. --;
다이어트의 적. 쵸코렛은 일단 바로 먹어 치웠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OBD-II 커넥터쪽은 안보냈네요.... ㅠㅠ
5일 정도 지나서 또 택배 상자가 왔습니다.
이번에는 쵸코렛 없습니다. -_-+
일단. '라이노세로스 비틀'이라는 HUD에 대해 궁금했기 때문에
네이X 한테 물어보니 대만의 Ligitek 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제품이더군요.
자세한 정보는 아래의 사이트나 우리나라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찾아보시면 됩니다.
http://www.ligitek.com/modules/applications/applications.php?g=bWRwR2V0JTVCYWlfaWQlNUQlM0Q5

이 제품은 OBD-II 단자에 꽂기만 하면 작동하기 때문에
차량에 복잡하게 배선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그게 또 다른 단점이기도 합니다.
표준 OBD-II 단자에는 상시전원 (차량의 시동이 꺼진상태에서도 공급되는 전원)만 있어서
OBD-II 단자에 연결된 제품은 차량의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도 전류를 소모하기 때문에
장시간 시동을 걸지 않게 되면 배터리가 방전될 위험이 있습니다.
물론 약간의 회로를 추가하여 전원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이 제품은 단순하게 전원 스위치를 추가하여 사용자가 시동을 끌때 HUD를 끄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제조사가 국내업체라면 완곡하게 표현했겠지만... 대만 업체라니 부담없이 이야기 하자면...
참 성의없는 방법인것 같습니다.
매번 시동을 켜거나 끌때마다 착실하게 HUD 전원을 따로 On/Off 해 줄 사용자들이 얼마나 많을지 모르겠네요.
HUD 전원을 끄는 것을 깜박 잊고 2~3일 이상 차량을 방치하게 되면 배터리가 방전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합니다.
각설하고, 제가 부담없이 "고쳐주겠다" 고 했던 것은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인피니티/닛산 차량들은 감사하게도 표준 OBD-II에 없는 ON 전원 (시동이 켜있을 때만 공급되는 전원)이
OBD-II 단자의 8번핀에 할당되어 있습니다. 상시 전원은 16번 핀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OBD-II 커넥터를 분해해서 16번 핀에 연결된 선을 8번핀으로 옮겨만 주면 전원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죠.
서비스매뉴얼을 보면
왼쪽 그림처럼 8번핀에
ON/Start 전원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DATA LINK CONNECTOR가
OBD-II CONNECTOR 입니다)
그래서 제품의 OBD-II 커넥터를 분해하려고 보니... 헉. 분해할 곳이 없습니다. -_-;

아주 튼튼하게 커넥터를 몰딩해 놓았군요. 한마디로 X 된겁니다.
'그냥 돌려 보낼까?' 하다가 이미 먹어버린 쵸코렛을 재조립(?)하기는 곤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해결 방법을 찾기로 했습니다.
우선 몰딩된 OBD-II 커넥터는 분해 할 수 없기 때문에 과감하게 잘라버리고,
예전에 구입해둔 조립형 OBD-II 커넥터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테스터로 라이노세로스 HUD의 OBD-II 커넥터 핀 배치를 확인했습니다. (아래 그림 참조)
위의 그림에서 OBD-II 커넥터의 16번 핀에 연결되어 있던 노란색 선을 8번 핀으로 옮겨서 연결하면 됩니다.
나머지 선들은 위의 배선도 대로 모두 연결해 줍니다.
(저는 약간의 전원안정화를 위한 콘덴서도 커넥터 안쪽에 추가해 줬습니다)
이 상태로 마무리하면... 나중에 인피니티/닛산 차량 외의 다른 차량에 사용할때 문제가 될 것 같아서
슬라이드 스위치를 추가하여 원래의 상태와 인피니티/닛산 차량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래 사진 처럼 스위치가 들어갈 홈을 전문장비인 커터칼을 이용하여 만들어 주고,
글루건으로 대충~ 고정 시켜줍니다.

이제 끝났다~ 라고 생각하다가, 이왕 뜯은거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인터프리터를 분해해 보았습니다.
아래와 같은 PCB가 들어 있습니다.
무슨 부품을 썼나... 확인하다가... 뭔가 익숙하다 했더니...
ELM327 칩과 Reference 회로를 거의 그대로 사용했네요.
ELM327 이란것은 OBD-II와 관련된 여러 통신방식을 쉽게 제어할 수 있는 칩과 프로토콜을 의미하며,
이 칩을 사용하면 OBD-II 관련 지식이 별로 없더라도 쉽게 차량의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속처리에는 적합하지 않고 칩이 비교적 비싼 편입니다.

게다가 보호회로나 전원안정화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네요.
또. 결정적인 문제는, 없어도 될... 아니, 있으면 안되는 부품을 붙여 놓았습니다.

위 사진에서 R14 저항 (120오옴)은 떼어줘야 합니다.
이 저항은 CAN-BUS의 Termination 저항인데, 이론적으로는 CAN-BUS의 양쪽 끝단에 하나씩 달아줘야 합니다.
이미 차량에는 Termination 저항이 들어 있기 때문에 추가 되는 장치에는 있으면 안됩니다.
물론 이 저항이 있다고 해서 차량에 손상이 가는 것은 아니지만,
CAN-BUS 규정에 벗어나고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겠죠...
암튼 저항 떼고, 약간의 보호 회로를 추가한 후에 조립 했습니다.
원래의 상태에서는 차량의 시동을 꺼도 일정 시간이 지난후에 HUD의 전원이 꺼집니다.
사실은 완전히 꺼진것이 아니라 디스플레이 부분만 꺼진것이어서 차량의 전원을 소모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수정 후에는 차량의 시동을 끄면 실제로 전원이 차단됩니다.
이 제품은 멋진 디자인과 컨셉을 가진 좋은 제품인 것 같습니다만
기술적으로 몇가지 아쉬운 부분이 보이는것이 안타깝습니다.
전원부분을 스위치로 처리할 것이 아니라, OBD-II 단자의 신호(CAN, K-Line등) 들의 변화를 감지하여
변화가 발생할 경우 일정시간 전원을 유지하게 하는 방식으로 전원부를 설계하면
시동이 꺼지면(신호의 변화가 없어지면) 자동으로 차단되는 회로를 어렵지 않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또, 최근 차량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신호들까지 모두 지원하는 ELM-327을 사용하는 것 보다는
직접 최적화된 설계를 한다면 제조단가를 많이 낮출 수 있었을 것입니다.
보호회로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은 것도 많이 아쉽고,
시동을 끄면 꺼진것 처럼하기 위해 부터 특정한 신호가 입력되지 않으면
Display 부분이 Reset 되도록 한 것 때문에 호환되지 않는 차량이 많은 것도 아쉽네요.
아무튼 간단한 수정으로 배터리 문제는 해결되었고,
예쁜 디자인 덕분에 탐나는 제품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