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
미라가 늘 추천한 춘천 휴게소에 갔다왔다.
홍천에서 넘어오는 시원한 골바람이 야경을 바라보는 내 등을 타고 춘천으로 흘러 들어간다.
여름이 끝나는 것을 가장 빨리 아는 것은 여름 곤충중의 황태자 매미!
제 철을 만난 매미도 이제는 여기 저기서 뚝뚝 맥없이 떨어진다.
아이들은 힘없이 휴게소 나무바닥에 떨어진 매미을 줍는다.
그저 손이 닿으면 '다시한번 난 아직 죽지 않았어' 하며 존재를 확인시켜주지만
낮처럼 잽싸게 도망치질 못한다.
밤이라서 그럴까, 여름이 물러가서 그럴까...
바람이 정말 시원하다.
사람들은 아예 자리를 펴고 가족끼리, 연인끼리 도란도란 둘러앉아 여름의 끝자락을 보고 있다.
물론 미라의 말처럼 아예 저녁을 해결하는 이들도 있었다.
춘천이 정말 크게 보인다.
한방병원 뒷산이 실루엣으로 등을 보이고 있지만 석사동, 후평동, 애막골 등 함지박 같은 춘천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나는 집을 어디다 지을까... 잠시 상상의 강물이 흐른다.
이 넓은 땅에 내땅 한자락 없으니...
그 많은 집에 내집 하나 없어.
그래도 작은 전세집이지만 우리 두 식구 발뻣으며 살수 있으니...
그래도 2년 뒤에는 좀 넓은 집으로 옮길 수 있겠지...
책도 마음대로 놓고... 에리베이터도 있는...
친구와 나와 아내는 어느덧 호두과자를 한봉 해치웠다.
이젠 등바람이 세다못해 차다.
시내로 오는 길...
고향친구가 마치 비행기 착륙할 때 볼 수 있는 야경 같다는 고속도로를 무사히 내려왔다.
오늘은 샤워를 안해도 될 것 같아.
영임이는 아직 속초에서 잘 보내고 있는지.
친구들을 빨리 만나고 싶은 그대 마음을 어찌 모를까마는
일찍 만나자 하지 못하니 미안할 뿐이다.
9월에 만날까....생각해 보자구.
남은 휴가 재미있고 유익하게 보내길...
주야의 기온차가 점점 커간다..
환절기라 하던가...
모두 모두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