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라던 바르고 순수한 청년 시인 윤동주.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이 한창일 때 우리말로 말을 하고, 우리글로 시를 쓰다가 비참히 순절한 그가 올해로 서거 70주기를 맞았다. 세월이 흘러도 애송되는 ‘서시’ ‘별 헤는 밤’ ‘자화상’ 등은 짧은 생애 중 가장 찬란한 연희전문학교 시절에 쓴 작품들. 윤동주가 시정(詩情)을 다듬던 그곳으로 떠나보자.
취재 이은아 리포터 identity94@naver.com
사진 오병돈 도움말 신호현 교사(서울 배화여자중학교) 촬영 협조 종로문화재단 참고 도서 <미리 보는 중학 교과서 시>
작가와 작품 알아보기
시인 ‘윤동주’ 는 1917년 12월 30일 중국 길림성 화룡현 명동촌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끊임없이 동시를 지어 발표할 정도로 문학적 소질을 보였다. 연희전문학교 문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시샤대학교 영문학과 재학 중 1943년 귀향길에 독립운동 혐의로 체포되었고,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형무소에서 옥사했다. 해방 후 1948년 유고 31편을 모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간행됐다.
대표작 ‘서시’ 는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첫머리에 실린 작품으로, 올바르고 순수한 삶을 추구하던 시인 윤동주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기원하는 윤동주는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겠다는 다짐을 통해 시대적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지성인의 갈등과 고뇌를 표현한다.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며 힘겨운 시대를 사는 우리 민족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다.
교과서 수록 작품은 중학 국어 교과서 16종에 수록된 윤동주의 작품은 ‘봄’ ‘서시’ ‘자화상’ ‘별 헤는 밤’ ‘새로운 길’ ‘눈을 감고 간다’ ‘해바라기 얼굴’ 등이 있다.
Course 1 윤동주의 시에 위로 받는 ‘윤동주문학관’
물탱크의 윗부분을 개방해 하늘이 보이고 벽체에는 물의 흔적을 그대로 두어 시간의 흐름을 느끼도록 한다. 3전시실은 또 다른 물탱크를 원형 그대로 보존한 ‘닫힌 우물’. 컴컴하고 차가운 이곳은 후쿠오카형무소에서 옥사한 윤동주를 기리며, 시인의 일생과 시 세계를 담은 영상물을 감상할 수 있다. 하루에도 수백 명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이곳은 이제 윤동주 하면 떠오르는 대표 명소가 됐다. 느려지는 물살을 다시 힘차게 흐르도록 도와주는 가압장처럼 그의 시 역시 우리의 지친 영혼을 일으키는 위로와 용기가 되기 때문이다.1941년 5월 윤동주는 후배 정병욱과 함께 연희전문학교 기숙사를 나와 종로구 누상동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을 한다. 그 시절 종종 인왕산에 올라 시정을 다듬었는데, ‘별 헤는 밤’ ‘자화상’ ‘또 다른 고향’ 등 주옥같은 작품이 탄생했다고 전해진다. 그런 인연으로 2012년 인왕산 자락에 버려진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해 윤동주문학관을 열었다. 1전시실 ‘시인채’는 시인의 순결한 시심(詩心)을 상징하는 공간. 사진 자료와 친필 원고 영인본으로 윤동주의 일생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2전시실의 주제는 윤동주 시 ‘자화상’ 에 등장하는 우물에서 모티프를 얻은 ‘열린 우물’ 이다.
Info. 현장에서 안내 해설사의 설명을 신청할 수 있다. ‘윤동주문학관의 건립 배경과 문학관 건물의 의미’ ‘유가족과 친구들의 유품 보존과 기증’ 등 상세한 설명을 들어보자. 가는 길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119.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윤동주 시인의 언덕 정류장까지 1020, 7022, 7212번 버스 이용. 관람료 무료 문의 02-2148-4175
Course 2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만나는 ‘윤동주 시인의 언덕’
문학관을 관람하고 뒤로 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방문객이 쉴 수 있는 휴식 공간
‘별뜨락’ 이 있고, 좀더 올라가면 서울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윤동주 시인의 언덕’ 이 펼쳐진다. 바람 부는 이 언덕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를 읊으며 머나먼 고향과 어머니를 그리워했을 윤동주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라며 빼앗긴 조국의 암울한 상황에서 적극적이지 못한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참회하는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외롭고 힘겹지만 그래도 끝내는 희망을 노래한 청년 시인 윤동주. 그의 발자취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장소다.
Info. 인왕산 근처 종로구 옥인길 57에 윤동주 시인의 자취가 남은 하숙집 터가 있다. 집의 원형은 남아 있지 않지만, 하숙집 사진을 담은 안내문을 볼 수 있다. 올해 9월에는 종로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윤동주문학제가 열릴 예정. 전시회와 음악회, 문학 강연과 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윤동주 문학관과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펼쳐진다.
TIP 서울 배화여중 신호현 교사
“우리 문학의 맥 이은 윤동주 시인”
문학 기행은 어떤 의미가 있나? 문학작품은 독자가 어떻게 작품을 받아들였느냐에 따라 이해가 달라지는 수용론적 관점보다 작가와 시대 배경을 통해 이해하는 역사론적 관점으로 배우기 쉽다. 문학 기행은 작품의 배경 현장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작가와 작품을 폭넓게 이해하고, 수업 시간에 배운 막연한 지식을 구체화하는 기회다. 수용론적 관점의 폭도 확대할 수 있다.
윤동주 시인과 작품이 중요한 이유는?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으로 문학작품이 고갈된 1940년대에 윤동주 시인은 우리글로 작품을 써서 문학의 맥을 이었다. 핍박이 강한 시기에 비유와 상징이 심오해지듯, 그의 작품에는 일제강점기에 지식인으로서 고뇌와 자아 성찰, 삶의 의지가 담겼다. 당시 사람들의 내면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문학사적 의미가 있다.
문학 기행 전후 활동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출발 전에는 시를 읽고, 자료 영상도 찾아본다. 시집을 가져가서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있을 때마다 찾아보는 것도 권할 만하다. 다녀온 뒤에는 보고 들은 사실적 기록보다 느낀점을 글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서시’ ‘별 헤는 밤’ ‘참회록’ 등을 외워보자.그의 시는 언어가 곱고 산문 율격으로 외우기 쉽다. 외롭고 자아 성찰이 필요할 때 위로와 용기를 얻을 것이다.
Course 3 스스로 택한 배움의 터 ‘연희전문학교 핀슨홀’
어릴 때부터 시를 쓴 윤동주는 의대나 법대를 원하는 부친의 설득에 뜻을 굽히지 않고, 1938년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학교) 문과에 입학한다. 배당된 기숙사 방은 핀슨홀 3층 다락방. 그는 기숙사 창밖으로 본 가을날 달밤의 풍경을 산문 <달을 쏘다>에 이렇게 표현했다. ‘가을 하늘은 역시 맑고 우거진 송림(松林)은 한 폭의 묵화(墨畵)다. 달빛은 솔가지에 솔가지에 쏟아져 바람인 양 솨 - 소리가 날 듯하다’.
그의 대표작은 모두 이 시절에 썼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졸업 기념으로 시 19편을 묶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란 시집을 내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해방 후 1948년에 유고 시집으로 발간된다. 현재 핀슨홀 2층에는 ‘윤동주기념관’ 이 마련되었다. 손때가 묻은 유고와 유품, 생전 모습이 담긴 생생한 사진 자료와 신문 기사, 출간된 시집 등이 전시되었고, 시를 쓴 흔적이 남은 책상도 재연해서 눈길을 끈다. 핀슨홀 앞 작은 언덕에는 윤동주 시비가 세워졌다.
Info. 윤동주 시인의 모교인 연세대학교 캠퍼스 투어를 신청해서 자세히 둘러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 인터넷 사이트(http://in-yon.com)에서 신청 가능하다. 가는 길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50.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안 백양로 끝나는 지점에 위치. 관람료 무료 문의 1599-1885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