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한 장으로 나는 행복하네. 지장산 숲에 녹슨 컨테이너 하나 들여놓고 수행처 삼아 살기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여 년이 지났습니다. 숲에서 홀로 살면 외로울 거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나무와 들풀과 새들이 기꺼이 친구가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또 이따금 함께 수학하던 도반도 찾아오고 나무와 풀과 새를 좋아하는 사람도 찾아오고 외로운 사람도 찾아옵니다. 숲에 가만히 앉아있으니 새들이 먼저 다가왔습니다. 나는 새들과 사이좋게 땅콩이나 잣을 나눠 먹었고 번식기가 다가오면 새들에게 예쁜 둥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새들은 기다렸다는 듯 알을 낳고 새끼를 키웠습니다. 그러면서 새들과 친해지고 산책길에도 새들이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새들은 처음 내 손에 있던 맛난 잣이나 땅콩을 물어가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머리에도 앉고 안경에도 앉고 어깨에도 스스럼없이 날아와 앉았습니다. 새뿐 아니라 너구리, 고라니, 멧돼지, 족제비 따위의 야생동물들도 앞마당을 수시로 오가며 먹이를 먹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와 사는 스님’ 이라고 소문이 나는 바람에 신문이나 방송에 여러 번 소개되었고 덕분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사람들은 ‘부처가 어떻다‘는 얘기보다 새 이야기, 숲 이야기를 더 좋아했습니다. 결국 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얘기를 들려주기로 했습니다. 온라인으로는 ’나의 비밀의 정원‘이라는 제목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어 ’산에 사는 이야기‘를 전했고 오프라인에서는 틈틈이 촬영한 사진을 대형 스크린에 보여주며 자연과 생태, 환경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또 강연요청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가 ‘함께 사는 길’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사람들은 시주금을 놓고 가거나 후원금을 보내주었습니다. 나 혼자 편히 먹고 살라는 게 아니라 세상을 향해 쓰라는 뜻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다보니 숲에 들어가 조용히 살겠다는 야무진 생각은 일찌감치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책은 그 동안 틈틈이 메모해놓은 것들과 SNS를 통해 이야기하던 것들을 1부(연탄 한 장으로 나는 행복하네)에 담았고, 2부(숲은 잠들지 않는다)에는 신문과 잡지에 연재했던 것들을 묶은 것입니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보면 어떤 글들은 상처받은 마음에 위로와 용기를 주는 것도 있겠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은 어찌해야 하는 지도 한번쯤 생각해볼 시간을 줄 것이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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