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에 한동안 벼르던 일을 저지르고야 말았습니다.
<시간 박물관>(The Story of Time)이란 책을 사왔는데요..
벼렀다는 말은 기본적으로 공동저자대열에 에코이름이 들어가 있어(에코는 서문만 썼군요..)
그간 무척이나 사고 싶었지만, 초기엔 5만원을 육박하는 비싼 가격때문에,
후기엔 곳곳에서 품절 내지 절판이 되었기 때문에 구입을 질질 끌어왔다는 얘기죠..
그러나 결국, Where there's a will, there's a way..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라던가...^^;;
오늘은 거금을 날렸지만, 그럼에도 한편으론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지금 방에서 대충 살펴보니 아주 두고두고 애정을 쏟을 넘 같다는 예감입니다.
다만, 오늘은 아직 서평이랄까 이에 대한 유라의 구체적인 소감을 올리지는 않겠습니다.
아껴서 읽어야 겠기에...ㅋㅋ
참, 지금보니 이게 고가(?)여서 그런지 책 뒷부분에 홀로그램으로 일련번호가 찍혀있네요. 제껀 775번.
몇년전에 제가 단순히 아마추어수준에서 광개토왕비(호태왕비)에 대한 책들을 몇권 본 적이 있었는데요.
그 당시 이 분야에 관해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 북한, 일본에서의 연구도 적지 않았는데,
해서 대부분 구득해서 참고로 삼았지만 유독 입수하지 못한 게 한 권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제목도 생경한 "광개토왕비원석초기탁본집성"이란 책인데요.
동국대학교출판부에서 나온 이 책은 이 분야 연구에 아주 기초적이고도 핵심적인 자료라 할,
광개토왕비의 탁본들을 집성하여 각종 미술관련 도록처럼 양장본에 원색화보형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구득하지 못한 이유는, 그 비싼 책값 때문이었죠. 70,000원.
당시 학부 3학년생인 저로서는 무척이나 망설이게 되는 큰돈이었습니다.
뭐 박사 2년생인 현재의 저로서도 망설여지긴 마찬가지이겠습니다만,
그래도 지금이라면 적어도 결론은 달라졌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저런 비싼 류의 책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몇 달 지나면 바로 절판단계에 들어가고 그 뒤에는,
정말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가 없게 되는, 그 점에 있어서는 저 책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유라는 가끔씩 중앙도서관에 가서, 아직도 저걸 꺼내들고 더듬곤 합니다..^^;;
그때 살걸...-.-;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란 거, 전혀 위로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삼천포에 너무 오래 가 있었네요...ㅋㅋ
다시 시간 박물관으로 돌아와서...
그럼에도 일단 이 책에 대한 기대 또한 적지 않습니다.
최근에 본 에코와 마르티니와의 대화록인 <누구를 믿을 것인가>에 이어,
유라가 아마 죽을 때까지 고민하게 될 우주와 창조, 종교와 인간, 그리고 시간과 공간에 대한
현재로선 아주 좁기만 한 제 인식의 지평을 조금이나마 넓혀 주리라는 게 바로 그것입니다.
따라서 여기서는 유라의 서평 대신 그나마 검증된(?) 서평자들이라 할 관련업계종사자들
-주로 신문사 문화부 기자들이겠지만- 의 글들과 몇몇 독자서평을 서지정보와 함께 살펴보도록 하죠.
아래는 교보와 알라딘 등등의 자료를 참조하여 옮김을 밝힙니다..
ummm....엄청 긴글이 될 듯 한데요...
이거 그냥 이곳저곳 뒤적여서 퍼온 뒤 정리하는데만, 4시간은 족히 걸리네요...--a
과연 여러분은 누구의 서평을 맘에 들어하실지..?
<img src="http://image.yes24.com/files/98783.jpg"> <br> <p>
요걸 html tag로 해서 바로 띄우고 싶지만, 이 긴글에다 줄바꿈 표기를 다 붙일 생각을 하니..^^;
일단은 반전되는 어드레스를 그냥 클릭해보세요...언젠가 태그로..--a
이 글의 순서는 다음과 같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Ⅰ. 서지사항
Ⅱ. 작가, 번역자 소개
Ⅲ. 출판사 소개글, 추천글, 작가의 말
Ⅳ. 미디어 비평
Ⅴ. 독자 서평
4. 중략 소개
<시간 박물관>은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와 국립해양박물관이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여 인류 문명 중에서 시간이라는 부분을 집대성해놓은 책이다. 움베르토 에코와 에른스트 곰브리치 경을 비롯하여 과학, 예술, 역사, 철학, 문화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석학 24인의 글을 통해 인간이 시간을 어떻게 지각하고 있는지를 검토하고, 세계 곳곳의 다양한 문화가 시간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측정하고 표현하는지를 정리하고 있다.
고대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의 달력에서부터 티치아노의 우의화와 살바도르 달리의 일그러진 시계 그림, 허블 망원경이 최근에 포착한 우주 사진에 이르는 400여 점의 유물과 작품과 영상을 천연색으로 수록함으로써 보는 책과 읽는 책의 절묘한 결합을 보여준다.
이 책은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주제, '시간'을 섭렵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들의 기대치를 상회하는 방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놀라운 대작인데, 읽는이는 달력과 시계라는 구체적인 물건의 발달을 문화사적 측면에서 살펴보면서 그것이 시간이라는 추상적 개념과 어떻게 연결되어 시대별.지역별로 서로 다른 시간관을 만들어냈는지, 그리고 시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역사 자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할 수 있다.
<Ⅱ>. 작가, 번역자 소개
1. 저자소개 (새삼스레..재미로 함 해보죠..^^*)
움베르토 에코 (Umberto Eco) : 1932년 이탈리아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 1954년 토리노 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1962년 첫 저서 <열린 작품>을 출간했다. 1965년 주간지 '레스프레소'에, 1971년 데달루스라는 필명으로 좌파 기관지 '일 마니페스토'에 기고를 시작했다. 1973년 밀라노에서 제1회 국제기호학 회의 조직했고 1975년부터 볼로냐대학 기호학 교수로 있다.
저서로 <조이스의 시학>(65년), <시각 커뮤니케이션, 기호학을 위한 노트>(67년), <기호>, <집의 풍습>(73년), <일반 기호학 논구>(75년), <기호학 이론>, <대중의 슈퍼맨>(76년), <논문작성법 강의>(77년), <소설속의 독자>(79년), <장미의 이름>(80년), <푸코의 진자>(88년), <폭탄과 장군>, <세 우주 비행사>(88년), <해석과 초해석>(92년),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 <전날의 섬>, <소설의 숲으로 여섯 발자국>(94년) 등 수많은 책이 있다.
2. 역자소개
김석희 : 서울대학교 문리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국문학과를 중퇴했다.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가로 데뷔했으며, 창작집 <이상의 날개>와 장편소설 <섬에는 옹달샘>, 역자후기 모음집 <북마니아를 위한 에필로그 60> 등을 발표했다. <화산도>, <털없는 원숭이>, <에코토피아>, <로마인 이야기>(제1회 한국번역상 대상 수상), <고야>, <프랑스 중위의 여자>, <호비트> 등 100여 권의 책을 번역했다.
<Ⅲ>. 출판사 소개글, 추천글, 작가의 말
1. 출판사 소개글
[시간 박물관]의 원서는 영국 그리니치의 국립해양박물관에서 개최된 대규모 특별 전시회 'The Story of Time 展'(1999. 12. 1∼2000. 9. 24)과 그리니치 왕립천문대―그리니치 표준시와 세계 본초 자오선의 기점이며 뉴 밀레니엄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열린 뉴 밀레니엄 축하식과 때를 같이하여 출판되었다.
밀레니엄에 그 의미를 주는 주제―시간―를 다룬 [시간 박물관]은 이 중요한 순간을 기념하여 출판된 책들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태도나 입장이 분명한 책이다. 인간 생활의 거의 모든 측면―달력과 시계, 주요 문명과 그 의례, 예술, 음악, 과학, 예언―에 시간이 미친 영향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가득 들어 있다.
움베르토 에코는 그 특유의 도발적인 서문에서 성 아우구스티누스에서 근대의 언어철학으로, 그리고 다시 밀레니엄 버그로 힘차게 나아간다. 존경받는 예술사가인 에른스트 곰브리치는 히브리어 성서에 나오는 '안식년'부터 유명한 1769년의 '셰익스피어 기념제'를 거쳐 오늘날의 기념일 홍수에 이르는 '기념일의 역사'를 간결하게 압축한 글을 기고했다. 존 맥도널드의 흥미로운 '이누이트족의 시간'은 북아메리카 북극지방의 전통 문화가 왜 아침 일찍 일어나라고 아이들을 가르치는지, 그리고 기독교를 받아들인 새로운 부족 공동체가 주일이라는 이질적인 개념과 어떻게 씨름했는지를 설명한다. 론 캠벨은 초상화를 그릴 때의 시간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며, 조너선 베츠는 '근대 시계의 발전'을 요약하는 등 인간과 시간의 관계에 대한 전세계 석학들의 다양한 시각을 볼 수 있다.
이 책은 시간의 다양한 측면―기계적 시간, 심리적 시간, 물리적 시간, 철학적 시간, 그리고 사회적으로 재구성된 시간 등―을 탐구하면서, 시간이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너무나 광범위한 개념이지만, 그럼에도 그 개념을 만들어낸(발명) 것은 인간임을 상기시켜준다. 사회의 획일적인 시간의식에 휩쓸려 속도와 시간의 노예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시간에 대한 성찰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일상과 역사에서 소외된 인간의 주체적인 시간의식을 되살리게 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제1장 시간의 창조
지구상의 여러 문화가 시간에 대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견해를 창조신화를 통해 살펴본다. 주요 문명의 창조신화에서 시간이 맡고 있는 역할을 확인하고, 그런 원칙이 우주의 운행에 대한 폭넓은 인식을 어떤 식으로 뒷받침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제2장 시간의 측정
선사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인류가 시간을 체계화하기 위해 시도한 노력과 그 결과물인 달력과 시계의 발전사를 다룬다.
--제3장 시간의 묘사
예술가들이 시간의 흐름을 어떻게 표현하려 했는지, 고대 그리스-로마 유적과 중세의 알레고리화를 해석하고, 인상주의·초현실주의 화가들이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의 허무함을 묘사해온 미술의 역사를 정리했다.
--제4장 시간의 체험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또 다른 유형의 시간―유기체의 생명을 조절하는 생물학적 시계(심장의 박동, 노화 등)―을 분석한다. 민족과 종교,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다양한 인생의 통과의례 문화가 비교된다.
--제5장 시간의 종말
지구상의 여러 문화가 시간의 종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정리한다. 결론은 시간의 종말을 모든 것의 종말로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 시간이 끝난 뒤에도 무언가는 살아남을 거라고 믿는 이 경향이야말로 인간의 기본적인 특성이라는 것이다...(2000.6.5.푸른숲)
2. 추천글
- 인간과 시간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견해뿐만 아니라 역사와 철학 및 세계 문화에 대한 교양을 길러주는 내용도 풍부하게 담고 있다. - 라이브러리 저널
- 흥미진진하고 시각적으로 깊은 인상을 주는 400여 점의 사진 자료가 시간과 관련된 유물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 인간은 너나없이 시간의 덫에 갇힌 존재들이다. 아무리 막강한 역사와 거대한 세력과 화려한 문명도 시간 앞에서는 결국 무력할 수밖에 없다. 도대체 시간이란 무엇인가. 이제 설레는 마음으로 <시간 박물관>의 빗장을 열어보자. 우리는 놀랍게도 저 어슴푸레한 박명(薄明) 속에서 숨쉬며 일어서는 그 어떤 존재와 대면하게 될 것이다. '시간'이라는 이름의 그 신비한 존재와. - 김병종(화가, 서울대 교수)
- 아리스토텔레스는 "시간이란 운동(motion)을 계측할 수 있는 척도이다."라고 정의를 내린다. 이를 카탈로그 형식으로 엮은 <시간 박물관>은 우리를 매우 놀라게 한다. 특히 선사시대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서양 미술작품에서 시간을 어떻게 묘사하고 표현하였는가를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마치 '시간 미술의 박물관'처럼. - 유재길(미술평론가, 홍익대 교수)
- 이 책에서 시간의 역사, 혹은 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박물학적 소재들의 집적을 통해 접근하려는 것은 매우 설득력 있는 방법이다. 에스키모의 이누이트족에서 마야, 인도, 일본, 유럽에 이르는 지극히 이질적이고 다양한 지역에서 시간의 흔적을 읽을 수 있는 많은 박물학적 자료들을 집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이러한 설득력에 매혹적인 자성(磁性)을 더하고 있다. - 이진경(사회학자, 성공회대 강사)
3. 작가의 말
어느 철학자는 시간을 발견한 것이야말로 인류의 최대 업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시간을 발견했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존재를 깨달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역사가 생겨났고, 문학이 생겨났고, 철학과 종교가 생겨났습니다.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 된 것도 다 역사와 문학과 철학을 통해 문명을 이룩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바꿔 말하면, 인류 문명은 무한히 흐르는 시간을 붙들어, 그것의 기원을 탐구하고, 그것의 경과를 측정하고, 그것의 전개를 묘사하고, 그것의 활동을 체험하고, 마침내 그것의 종말을 상상해보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중략)
<시간 박물관>은 그 이름처럼 과거의 유물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속에서 새 천년으로 다가온 미래의 전망을 엿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문명은 종종 패러다임의 도약을 준비하기도 하지만, 눈을 높이 들어 길게 보면 인류의 역사는 한결같은 리듬으로 흐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시간이고, 시간에 대한 깨달음일 것입니다. - 김석희(옮긴이)
<Ⅳ>. 미디어 비평
1.'천의 얼굴' 시간의 모습을 보여드립니다. (책과세상, 김관명기자 / 한국일보 / 2000.6.6.)
움베르토 에코, 에른스트 곰브리치 등 제작에 참여한 세계적 석학 24명의 명성만큼이나, 5·7배판이라는 큼직한 판형만큼이나 묵직한 중량감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과학 예술 역사 철학 등 인류의 모든 생활 영역과 관련된‘시간’의 다양한 역사와 모습을 400여장의 사진과 함께 추적했다. 풍부한 사진(특히 시계의 역사를 다룬 제2장‘시간의 측정’)은 웬만한 백과사전 수준.
압권은 제3장 ‘시간의 묘사’. 예술가들이 시간의 흐름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실제 예술 작품을 통해 살펴본다.
유명 작품들과 시간의 관계를 끈기있게 고찰한 상상력과 분석력이 놀랍다.
특히 1870년대 인상파 풍경화가 시간 개념에 몰두했다는 영국 런던대 코톨드 미술연구소장 존 하우스교수의 글, 초상화란 ‘그림은 변하고 자신은 영원히 그대로’라는 바람이 투영됐다는 영국국립박물관 론 캠벨박사의 글이 흥미롭게 읽힌다.
이어지는 ‘시간의 체험’은 시간의 개념을 좀 더 확장시켜 생물학적 시계로서 ‘인생’을 탐구한다.
중국 화가 주배춘의 ‘진맥하고 있는 중국 의사’, 에드바르드 뭉크의 ‘사춘기’ 등의 작품을 통해 탄생, 세례, 결혼, 질병, 결혼, 죽음과 같은 다양한 통과의례 문화를 살펴본다. 히브리어 성서에 나오는 안식년부터 현대의 기념일 홍수에 이르기까지 기념일의 역사를 다룬 런던대 곰브리치교수의 글이 실렸다.
원서는 지난 해 12월 1일 영국 그리니치의 국립해양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시회 ‘The Story of Time’과 때를 같이해 같은 이름으로 출간됐다.
뉴 밀레니엄을 맞아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간이라는 것도 결국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임을 알리자는 취지. 한 권쯤은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책이지만 4만 9,000원이라는 책 값은 부담스럽다.
2. 세계적인 석학 24인이 본 인류문명 시간의 역사 (화제의 책, 이윤미기자 / 내외경제신문 / 2000.6.5.)
“하느님은 천지를 창조하기 전에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처럼 심오한 수수께끼를 꼬치꼬치 파고들려는 자들을 위해 지옥을 마련하고 있었다.
”이 우스갯소리는 진지하기로 이름난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모든 철학적 미스터리 중에서도 가장 오묘한 문제, 즉 시간에 도전하면서 ‘이건 농 담에 불과하다고’연막을 친 뒤 인용하면서 유명해진 말이다. 말하자면 시간이 탄생하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묻는 것은 부 질없는 일이라는 얘기다.
움베르토 에코와 에른스트 곰브리치 경을 비롯한 과학, 예술, 역사, 철 학, 문화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24인이 인류문명의 시간이란 부분을 총정 리했다.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와 국립해양박물관이 밀레니엄을 맞아 펴낸 ‘시간박물관’(the Story of Time;김석희 譯·푸른숲 刊)은 고대로부터 오 늘날까지, 또 에스키모 이누이트족부터 마야, 일본, 유럽에 이르기까지 이질적인 문화권들이 갖고 있는 고유한 시간의 개념과 박물학적 자료들 을 집대성한 매력적인 책이다.
특히 시간의 역사를 시간의 측정과 체험, 시간에 관한 상상과 상징의 세계를 통해 다면적으로 접근함으로써 다양한 층위의 시간의 개념을 이 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됐다.
제1장에선 지구상의 여러 문화가 시간에 대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견해를 창조신화를 통해 살피고 있으며, 이어 달력과 시계의 발전사, 예술가들은 시간의 흐름을 어떻게 표현하려 했는 지 등을 살피고 있다. 또 생물학적 시간개념을 민족과 종교,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비교해가면서 정리했다.
이 가운데 움베르토 에코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에서 근대의 언어철학으 로, 그리고 다시 밀레니엄 버그의 문제까지 짚어간다. 에른스트 곰브리 치는 히브리어 성서에 나오는 안식년부터 그 유명한 1769년의 세익스피 어 기념제 등 기념일의 역사를 엮었다.
또 론 캠벨은 초상화를 그릴 때 의 시간적인 문제를 살폈다. 이 책은 고대 이집트와 바빌로니아 달력에서부터 각종 유물, 살바르도 달리의 그림, 허블망원경이 포착한 우주사진에 이르기까지 400여점의 작 품들을 수록해 보는 재미를 더해 준다.
3. 시간의 역사로 재는 인류문명사 (김주혁기자 / 대한매일신문 / 2000.6.6.)
시간이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가 이 세상을 살고 있다는 증거이자,죽음을 향 해 다가간다는 예고다.하지만 누구도 시간의 흐름을 바라보거나 잡을 수는 없다.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시간은 경외의 대상이다.
‘시간박물관’(푸른숲)은 시간이란 창을 통해 바라본 인류문명사다.인류가 시대와 문화권에 따라 시간을 어떻게 인식해 왔고,그러한 인식 차이가 달력 과 시계,예술 과학 심리 철학 등 인간의 생활과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 지를 비교,분석했다.
고대 이집트의 달력에서 갖가지 시계와 그림,최근의 우 주 사진에 이르기까지 400여점의 유물과 작품 등 갖가지 시간의 흔적도 담겨 있다. 영국 국립해양박물관과 왕립그리니치천문대가 뉴 밀레니엄 축하식에 맞춰 원서(The story of time)를 펴냈고,움베르토 에코 교수(이탈리아 볼로 냐대)를 비롯한 유럽,북미,오세아니아의 석학 24명이 각 분야별 필진으로 참 여했다.
이 책은 시간의 창조와 측정,묘사,체험,종말 등 5장으로 구성됐다.
창조신화로 볼 때 기독교의 개념은 현재가 미래에 의존해 있는 반면 마오리 족을 비롯한 원주민들에게는 현재가 과거와 나란히 존재했다.또 신을 인간세 계와 분리하지 않는 문화권에서는 한 세상의 종말이 다음 세상의 시작이라는 식의 고리와 같은 순환적인 인식이 우세하다.
반면에 유대 ·기독·이슬람교 에서는 시간을 화살처럼 끝이 있는 직선적 개념으로 파악한다.물론 죽은 뒤 에도 선택받으면 영생을 누릴 것이라는 기대는 있다.종말이 오면 모든 것이 끝난다고 믿은 것은 마야와 아즈텍 문명뿐이다.
인류는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해·물·모래시계와 진자·전자시계를 거쳐 원 자시계까지 만들어냈다.현재 연구되고 있는 ‘이온 트랩’은 100억년에 1초 의 오차밖에 나지 않는다.그러나 50억년 뒤면 태양의 소멸과 함께 지구도 종 말을 맞는다.시계의 오차 1초를 수정할 기회가 안타깝게도 단 한번도 주어지 지 않는 것이다.
지구촌은 2000년 1월1일을 기해 세 번째 밀레니엄을 요란스럽게 맞이했다.그 러나 두 번째 밀레니엄은 당연히 2000년 12월31일에 끝나야 한다.로마 신학 자인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가 예수의 탄생에서 시작되는 그레고리력을 생각 해낸 6세기 당시에는 서양에 0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서기 1년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디오니시우스가 그리스도의 생년을 제대로 계산했다면 1997년 에 이미 끝나버렸겠지만.시간 측정이란 수수께끼는 그만큼 사람들을 허둥대 게 만든다.다른 달력 상에는 이날이 특별한 의미가 없는 날이기도 하다.시간 을 신격화하거나 의인화한 문화는 단 두 개뿐이다.
지팡이와 복숭아를 들거나 학이나 사슴에 올라탄 중국의 장수의 신 ‘수로’(壽老) 또는 ‘수성’(壽星)과,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시간의 신 크로노스(로마시대에는 사투르 누스).
크로노스는 중세 서구 회화에서 ‘시간 영감’으로 발전해 등에 날개 가 돋아있고 손에는 낫과 모래시계를 든 저승사자 노인으로 표현됐다.바니타 스(덧없음)의 회화적 형상은 15세기에 처음 등장한 이래 16∼17세기에 절정 을 이뤘다.해골이 상투적으로 등장했고,‘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주장 이 강하게 나온 것도 이 무렵이다.
4. 시간은 인류의 지배자인가 (책속으로, 안혜리기자 / 중앙일보 / 2000.6.2.)
시간은 태초부터 있었다.
하지만 한 철학자가 '시간의 발견이야말로 인류 최대 업적' 이라고 말한 데서도 알 수 있듯, 인간이 시간을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역사.종교.철학을 발전시키지 않았다면 시간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기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와 예술사가 에른스트 곰브리치 등 과학.예술.역사.철학.문화 같은 다양한 분야의 세계적 석학 24명이 함께 펴낸 '시간 박물관' (김석희 옮김.푸른숲)이다.
이 책은 새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와 국립해양박물관이 함께 기획한 '시간 이야기' 특별전(지난해 10월부터 오는 9월까지 전시)의 도록으로 만들어졌다. 그런 만큼 석학의 글을 뒷받침하는 시간과 관련한 4백여점의 유물.작품 사진이 풍성하게 수록돼 있다.
옮긴이의 설명대로 '시간의 창을 통해 바라본 인류문명사' 인 이 책은 인류 문명의 시작에서부터 지금까지 전개해온 '시간' 의 모든 요소를 비교문화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에코의 서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시간의 창조와 측정.묘사.체험.종말의 다섯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시간의 창조' 에서는 문화별로 다른 시간에 대한 견해를 창조신화를 통해 살핀다. '시간의 측정' 에서는 인류가 시간을 체계화하고 이를 삶에 적용하느라 시도한 다양한 노력과 그 결과물인 달력.시계의 발달사를 보여준다.
세계 각국에서 모은 희귀한 시계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 인도.중남미.이슬람.중국.일본 등 각 문화의 시간 개념도 알아본다.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시간의 묘사' . 예술가들이 시간의 흐름을 어떻게 표현하려 했는지를 밝힌다. 이 책에 따르면 세계 모든 문화를 통틀어 시간을 의인화한 것은 단 두 개 뿐이다. 중세를 거쳐 '시간 영감' 으로 발전한 그리스.로마 신화의 크로노스와 중국의 '장수의 신' 인 '수로' (壽老), 혹은 '수성' (壽星)이다.
그러나 시간 개념, 혹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인간의 종말을 다룬 미술작품은 많다. 대표적인 작품이 르네상스시대 화가 티치아노의 '분별의 알레고리' 다. 인생의 노년.중년.청년의 세 단계를 한 캔버스 안에 표현한 것. 각 시기를 나타내는 얼굴을 그리면서 표현양식도 달리 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과거.현재.미래의 세 부분으로 이해했던 시간을 세 얼굴로 표현하는 전통은 이전부터 있기는 했다.
한편 덧없음을 의미하는 '바니타스' 의 형상화도 눈여겨볼 만 하다. '바니타스' 는 시간의 종말에 대한 의식을 형상화할 때 자주 나오는 소재. 15세기에 처음 등장했다.
정물화 안에 인간의 해골이나 까맣게 탄 초 심지 등을 그려넣는다. 16세기에는 피테르 브뢰헬의 '죽음의 승리' 처럼 개인적 형태만이 아니라 웅장한 서사적 형태도 취한다.
17세기에 이르면 '바니타스' 가 죽음을 직접 묘사하는 형식으로 바뀐다. 죽음을 눈앞에 둔 모델을 완벽하게 그려 겉모습이나마 영원히 남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예술은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시간의 체험' 은 삶을 지배하는 또 다른 유형의 시간을 분석한다. 다양한 통과의례 문화나 노령.죽음이 그것. 의학에서 시간 개념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이후다. 근대 초기까지 노령 문제는 의학자보다 철학자들의 문제로 다뤄졌다.
마지막인 '시간의 종말' 은 지구상 여러 문화가 시간의 종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시간은 인간을 뛰어넘는 대상이지만 시간이라는 개념은 인간이 발명했고 이를 토대로 전혀 새로운 문명을 창조했다는 점을 이 책은 상기하게 한다.
5. 시간에 관한 모든 것 담은 백과사전 (이영미기자 / 국민일보 / 2000.5.15.)
2000년 1월1일은 새 밀레니엄의 시작인가.정답은 “아니다” 1∼10이 한쌍을 이루는 십진법에 따르면 2001년이 새 천년의 첫 해가 된다.벌써 4년 전에 21세기가 시작됐다는 의견도 있다.
많은 종교사학자들은 기원전 4년 헤롯왕의 죽음에 비춰 그리스도가 기원전 4년 이전에 태어났다고 주장한다.예수 탄생을 기점으로 따지자면 B.C 4세기가 A.D 1세기가 돼야 하므로 인류는 97년 1월1일 이미 21세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혼란은 이제부터다.이 모든 논란은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1582년 발표한 그레고리력에서 비롯된다.당시 교황은 율리우스력의 모순을 바로잡기 위해 10월4일 다음 11일을 달력에서 지워버리고 새 달력을 선포했다.
하지만 인류의 모든 시간이 그레고리력을 기준으로 흘렀던 건 아니다.그레고리력 2000년 1월1일은 율리우스력으로는 1999년 12월19일,유대력으로는 5760년 4월23일,이슬람력으로는 1420년 9월24일이며,중국력으로는 기묘년(己卯年) 11월25일이 된다.
그레고리력이 일반화된 건 고작 100년이 채 안된다.중국에서는 1912년 그레고리력이 공식 도입됐고 터키는 1927년 이래 그레고리력과 이슬람력을 병용하고 있다.우리 역시 아직도 많은 기념일을 음력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간이란 무엇인가.시간은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나는가.시간은 직선인가,둥근 고리인가.24시간,7일,12달로 이루어진 시간의 조직은 인류의 발명품에 불과한가.
‘시간 박물관(The Story of Time·푸른숲)’은 새 밀레니엄이 인류에게 던진 이 많은 의문들에 답하기 위해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와 국립해양박물관이 함께 내놓은 시간에 관한 백과사전이다.
지난해 10월에서 올 9월까지 세계 각국의 박물관,도서관,미술관이 소장한 시간 관련 유물 및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시간 이야기 특별전’의 도록으로 410여장의 사진이 충실한 설명글과 함께 소개됐다.
또 움베르토 에코,에른스트 곰브리치,마틴 러드윅,론 캠벨 등 세계적인 학자 24명이 철학,역사,음악,미술 등 분야별로 각자의 시간관을 정리했다.
저자들은 시간의 체계가 만들어진 게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이탈리아인들은 19세기까지 일몰을 하루의 시작으로 여겼고,유대력과 이슬람력 역시 일몰을 0시로 계산했다. 하루의 길이와 시작이 통일된 것은 1884년 10월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자오선회의에서부터다.
책은 인류가 다양한 시간을 가졌음을 설명하기 위해 인도와 중남미 문명,이슬람,이집트,중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등 역사상 존재했던 갖가지 시간관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음악과 시간,초상화와 시간,의학과 시간 등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본 시간 이야기도 읽을 거리.화려한 도판과 함께 정리한 시계의 발달사는 시계의 보급이 어떻게 인류의 삶을 바꿔놓았는지를 드라마틱하게 묘사했다.
우리가 체화한 서구 산업사회의 시간 개념이 얼마나 ‘특수한 것’인지 웅변한 일화가 재미있다.캐나다 정부의 한 관리가 이누이트족(에스키모족의 한 갈래)을 모아놓고 능률의 중요성을 강의하다 “시간은 돈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통역자는 무슨 뜻인지 몰라 잠시 머뭇거리다 이렇게 말했다.“시계는 비싸다”.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불평하는 바쁜 현대인이 읽어볼만한 책이다.
6. 시간은 문명을 만들고...(책의 향기, 정은령기자 / 동아일보 / 2000.6.3.)
초기 기독교도들을 ‘시험에 들게 한’ 문제는 다름아닌 시간의 창조였다.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할 때 시간 속에서 창조했을까, 아니면 만물을 창조하기 전에 공간과 시간의 모체를 먼저 창조했을까’.
수세기간 지속된 이 논쟁의 답이 궁금한가? 그러나 서둘러 답을 찾기 전에 질문 자체를 되물어보자. 왜 서양인들에게는 그렇게 ‘순서’를 부여하는 일이 중요했을까?
만약 당신이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의 ‘알티에렝게 (Altyerrenge)’의 시간관으로 유체이동할 수 있다면 기독교인들의 이 직선적인 시간관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사고방식이 된다.
영어로는 ‘드림타임(Dream Time)’으로 해석되는 알티에렝게는 과거이자 현재이며 미래다. 드림타임 시대의 선조들은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해 선례를 마련해주었고 현재의 삶은 그 선조들을 길잡이 삼아 그들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것일 뿐이다.
이 책 ‘시간박물관’은 이처럼 인류가 시간을 지각한 이래 문화권별로 당대 사람의 의식을 지배한 다양한 시간관과 시간의 측정, 묘사, 체험등을 311장의 사진 그림과 함께 소개한 책.
역사학 미술학 박물관학뿐만 아니라 천문학 의학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시각으로 접근했다. 밀레니엄 전환기를 앞두고 1999년 영국 그리니치천문대와 국립해양박물관이 공동전시회를 기획하며 도록 성격으로 기획한 책이다.
인간이 그토록 시간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아마도 영국박물관에 소장된 페리에의 동판화 ‘큐피드의 날개를 붙잡고 있는 시간 영감’속에 압축될 것이다.
시간을 관장하는 늙은 시간영감이 사랑의 신 큐피드의 날개를 잘라버리는 장면. 페리에는 그림 밑에 ‘사랑은 모든 것을 정복하지만 시간은 사랑을 정복한다’는 글을 덧붙였다.
시간에 지배당하지 않고 지배하고 싶다는 욕망은 ‘영생(永生)’을 꿈꾸다 이카루스처럼 추락한 숱한 인물들을 통해 증언된다. 이제 인류는 유전공학으로 시간의 지배에 다시 도전하고 있다.
수리물리학자와 양자우주론자들의 지적 모험을 통해 ‘태초’, 즉 우주생성의 빅뱅(Big Bang)이 있었던 플랑크타임(10-⁴³의 1초)부터 첫 밀리세컨드(1000분의 1초)까지의 시간까지 추적하게 됐다. 그것은 이 우주가 과연 언제 어떻게 종말을 맞이할 것인지 미래에 관한 답을 풀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굳이 앞에서 뒤로 읽어갈 필요가 없다. ‘의학과 시간’ ‘지질학자의 시간’등 한 장씩 골라읽는 게 무난하다. 긴 사진설명만 따로 꼼꼼히 읽는 것도 책을 즐기는 방법.
에코, 곰브리치, 론 캠벨, 크리스틴 리핀콧 등 쟁쟁한 학자 24인이 필진으로 참여해 문화상대주의적인 태도로 ‘시간의 집대성’을 시도했지만 아시아 남미 오세아니아의 시간관에 대한 기술이 평면적이라 전체적으로는 ‘서구 기독교 중심의 시간박물관’에 머무른다. 올컬러 특수양장. 책값을 4만9000원으로 책정해 기획단계부터 화제가 됐다.
7. 시간은 네 마음속에 있어라 (책과 사람, 노형석기자 / 한겨레신문 / 2000.6.5.)
현대인에게 시간은 부와 가치를 창출하는 귀중한 재원이다. 많은 이들은 분, 초 단위로 세분된 시간에 쫓기며 일상 속 시간을 조금이라도 붙잡으려 애쓴다. 시간이 본질을 잃은 채 수단으로 성격이 뒤바뀐 격이랄까.
영국판 원서를 번역한 [시간 박물관](푸른숲 펴냄)은 이 고고한 시간의 강물 위에서 무수한 인간들이 유랑했던 흔적을 되돌아본 문화사적 기록이다.
그리니치 왕립천문대와 영국 국립해양박물관이 밀레니엄을 기념해 지난해 12월1일부터 오는 9월24일까지 열고 있는 `시간이야기 특별전'의 전시도록이지만 인문학적 교양서에 걸맞는 풍성한 담론과 사료들을 채우고 있다.
책에 실린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와 미술사가 에른스트 곰브리치 등 석학 24명의 글들은 시간이라는 야릇하고도 모호한 존재를 캐기 위해 문명이 쏟은 노력들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비춰본다.
그래서 △시간의 창조 △시간의 측정 △시간의 묘사 △시간의 체험 △시간의 종말로 나뉘어진 5개의 장은 인간과 시간의 불가사의한 모순관계를 사료분석과 철학적 추론 등을 중심으로 글밭을 펼쳐나간다.
제1장과 2장은 문명사의 본바탕이 된 시간의 창조와 측정에 얽힌 이야기다. 지구상의 여러 문화권에서 시간에 대해 가진 믿음과 견해를 여러 창조신화를 통해 제시하고 이런 생각들이 우주운행에 대한 여러 민족의 폭넓은 인식을 어떻게 뒷받침하는지를 살피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나란히 존재하는 마오리족의 시간 개념과 미래중심적인 기독교적 종말개념을 대비시킨 것이 그런 예다. 시간의 체계화를 위한 발명품인 시계·달력의 역사를 조목조목 뜯어본 것도 눈길을 끈다.
특히 시계발달을 다룬 숱한 연구서 가운데 시계를 만든 근본이유를 다룬 책이 거의 없다는 지적은 신화에서 일상의 욕망으로 내달려온 문명사의 전개양상을 절묘한 지점에서 드러낸다. 시간의 체계화로 일상과 사회를 통제하려는 권력 욕망을 달력발명의 배경으로 끌어낸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시간의 흐름을 예술가들이 어떻게 표현했는지(3장)는 1, 2장과 대칭되는 중요한 탐구대상이다. 로마신화의 제왕신 사투르누스가 자식을 비롯한 모든 것을 잡아먹는 이야기를 시간의 상징으로 해석한 로마시대 저술가들에 대한 언급은 전능한 권위로 군림한 고대 시간의 이미지를 암시한다.
뒤이어 종교예술과 바로크를 거쳐 찰나적 시간을 사랑했던 19세기 인상파, 공간과 시간의 불안정한 관계를 유추해낸 20세기 초현실·표현주의에까지 이르는 예술사의 흐름읽기는 제단에서 의식내면의 밑바닥으로 내려온 시간개념의 인간화를 보여준다. 노화 같은 생물학적 시계를 다룬 `시간의 체험'편은 자연과학과 인류학의 영역에 가깝다.
시간의 종말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한 마지막장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시간의 끝을 모든 종말로 보지않는 인류문화 공통의 특색이 종교제의들과 가계보존에 대한 애착을 만들어냈다는 추론을 끌어낸다.
3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박물관 여행의 끝자리에서 결국 만나게 되는 것은 인간실존에 대한 사랑이다. 저술에 나온 여러 사료와 담론들은 시간 자체에 대한 덧없는 입씨름보다 시간을 삶 속에 끌어들이는 인식과 행위의 가치가 더욱 요긴함을 웅변한다.
고대 바빌로니아의 달력부터 허블 망원경의 우주사진에 이르는 400여 개의 풍성한 도판들은 책의 향기를 드높이기에 충분하다. 빼어난 교양서지만 값(4만9천원)이 비싸다는 게 흠이다.
8. 시간....과학...그 흔적속으로의 여행 (북빌리지, 이재원기자 / 스포츠투데이 / 2000.6.5.)
[시간 박물관]은 문명의 시작부터 새 천년까지 전 지구를 무대로 시간의 모든 요소를 다양한 분야에 걸쳐 비교문화적으로 탐구했다.
영국 그리니치 해양박물관에서 개최된 대규모 특별전시회 ‘The Story of Time전’(1999년 12월1일∼2000년 9월24일)과 그리니치 왕립천문대에서 열린 뉴밀레니엄 축하식과 때를 같이해 출간된 것으로 도록의 성격을 겸하고 있다.
움베르코 에코는 서문에서 그리스 철학자로부터 “시간은 관념의 주기적 출현”이라고 말한 로크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정의를 살피고,인간의 신체적 위치와 결부된 시간의 본질을 지적한다.
시간은 인간의 눈에 보이는 별들의 운행과 해의 출몰을 기준으로 측정됐었고,‘시계’라는 기계가 발명된 후에도 인간은 시간을 우리 신체에 동화시키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것.
[시간 박물관]에는 시간의 ‘창조’부터 ‘종말’까지 시간의 일생이 ‘전시’ 중이다.달력과 시계의 발달로 본 인간의 시간측정 노력,주요 문명과 의례,예술·음악·과학에 시간이 미친 영향도 담겨있다.
‘시간 영감’ 등 의인화 역사,이집트·인도·일본 등 문화별 시간묘사는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400여점의 유물과 작품이 모두 컬러로 담겨있어 시각적 효과도 크다.
‘한국과학사’는 성신여대 총장을 지내고 화학 고고학 문학 미술사 금속공예 등 평생 문명 전반에 결쳐 연구한 저자가 한국 전통과학을 희귀 자료와 함께 통사적으로 정리한 책.조선시대에 맥이 끊긴 창조적 과학 전통을 집대성했다.
“젊은 세대들에게 우리 전통과학을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무한한 가능성에 도전할 수 있는 긍지를 키워주고 싶다.
한국의 옛 과학자와 공학자,기술자들이 창출한 훌륭한 업적과 창조적 유산들 속에 담긴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게 하고 싶다.” 35년 넘게 전통과학을 연구해 온 저자의 사명감이다.
우리나라의 자연,기후와 풍토에 어울리는 과학 기술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한 흔적들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세계 최초의 목판 인쇄 활자본인 ‘무구정광 대다라니경’은 한국이 자랑할 수 있는 인류 최고의 문화유산이라고 강조한다.한지 등 종이제조술과 고려대장경 등 우수한 유산들을 소개한다.
이밖에 천문학 기상학 역학 등 ‘하늘의 과학’,장신구 조소 무기 등 ‘흙과 불의 과학’,지도와 풍수지리 등 ‘땅의 과학’을 자세히 안내한다.또 첨성대가 과연 천문대였는가 종교적 재단의 상징물이었나,일본 쇼소인 유물의 기원이 경주 안압지에서 나온 것 등 논쟁적 이야기도 담았다.
9. 시간은 인류문명의 처음과 끝 (허연기자 / 매일경제신문 / 2000.6.3.)
어느 철학자는 시간을 발견한 것이야 말로 인류최대의 업적 이라고 말했다. 인간에게 시간이란 과연 무엇이었을까. 시간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인간을 비롯한 모든 세상만물을 변화시 키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였다.
최근 출간된 `시간박물관(The Story of Time)'(푸른숲 펴냄)은 움 베르토 에코, 에른스트 곰브리치 등 내로라 하는 세계적인 석학 24인 이 시간을 정복하기 위해 기울였던 인간의 노력과 과정을 문화사적으 로 탐구한 책이다.
움베르토 에코는 인간이 아직도 시간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고 있다 고 지적한다. 인간은 1년을 정확한 날수로 나누는 것도 인간의 전 역 사를 놓고 봤을때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었다.
지난 수천년 동안 믿을 만한 시계는 수탉의 울음소리뿐이었고, 농경 사회에서 개인생활과 사회생활을 조정하는 데 필요한 척도는 태양의 출몰과 계절의 변화뿐이었다.
시간 개념역시 극히 미약해서 규칙적인 에배나 종소리를 통해 하루를 몇토막으로 나눈게 고작이었다. 지금도 인간은 미약하나마 얼마간의 오차가 있는 시간을 믿으며 산다.
또 새로운 밀레니엄의 시작이 2000년인가 2001년인가를 놓고 논쟁 을 벌이기도 한다. 에코는 시간은 언제나 불가항력적인 요소로 인간과 함께 있었다고 지적한다.
티벳에서는 길다란 막대기에 눈금을 표시하고 매일 달라지는 낮의 길 이에 따라 눈금의 간격을 다르게 표시하는 방법으로 시간을 측정했고 남아메리카의 마야족은 태양을 기준으로 지금과 거의 비슷하게 1년을 360일로 계산해냈다.
이슬람에서는 "알라가 보시기에 달의 수는 열둘이다. 알라는 천지를 창조하신 날 그렇게 정하셨다"는 코란 구절에서 알 수 있듯 초승달을 기준으로 1년을 12달로 나눈 달력을 사용했다.
중국과 한국 일본에서는 각 달마다 상징동물을 정하는 십이간지로 달력을 만들었고 달을 기준으로 33개월마다 윤달을 집어 넣는 과학적 방법까지 동원했다.
시간이 흘러 상업과 교통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에게는 더욱 빡빡한 시 간관리가 필요하게 됐고 일반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시계의 발명이 뒤 따랐다. 처음 발명된 시계들은 대부분 해시계나 물시계, 모래시계 등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정확성에는 못미쳤고 대중적으로 활용되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이때 발명된 것이 동력을 톱니바퀴에 전달해 톱니바퀴가 시계의 침을 옮기는 기계시계였다.
신기한 시계가 발명되자 권위를 가지고 있었던 수도원과 관청등에 대형 시계탑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휴대용 시계는 16세기에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시계산업은 유럽국가들에게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잡기 시작했고 시계 는 장식품의 역할까지 하게됐다. 20세기 들어 전자시계가 출현하면서 시계는 신발이나 옷처럼 당연히 인간곁에 있는 생필품으로 자리잡게 됐다.
인간은 지나간 시간까지 찾아내기 시작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 은 끝없는 탐구와 테크놀러지의 위력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법이다.
이 방법으로 인간은 수천만년전의 시간이 남긴 흔 적까지 찾아낼 수 있었다. 이 책은 제목처럼 책으로된 하나의 `박물관'이다.
인류 역사가 시간에 관해 남긴 모든 흔적들을 망라하고 있으며 이것들을 사진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책을 번역한 김석희씨의 말처럼 `시간'이라는 창을 통해서 본 인류 문명 백서인 셈이다.
10.'시간' 통해 본 문명사 (교양, 구본형 변화관리전문가 / 조선일보 / 2000.6.3.)
이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하느님은 천지를 창조하기 전에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 (답) 그처럼 심오한 수수께끼를 꼬치꼬치 파고들려는 자들을 위해 지옥을 마련하고 있었다.” 엄숙한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그의 책 「고백」에서 시간이 가지는 미스터리에 도전하면서 인용한 유서 깊은 농담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로부터 현대의 첨단 물리학자에 이르기까지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의문이 바로 ‘시간’이다.
「시간 박물관」은 인류 문명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세 번째 밀레니엄이 도래한 순간까지 전지구를 무대로 ‘시간’의 모든 요소를 여러 분야에 걸쳐 비교문화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세계 본초자오선의 기점이며 뉴 밀레니엄이 시작되는 바로 그 지점인 영국 그리니치 왕립천문대와 국립해양박물관이 새 천 년을 맞이하여 움베르토 에코, 에른스트 곰브리치 등 전세계 석학 24인으로 하여금 인간 생활의 모든 측면―달력과 시계, 주요 문명과 그 의례, 예술, 음악, 과학, 예언―에 시간이 미친 영향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남기도록 한 것이다.
문화에 따라 시간은 직선적으로 이해되기도 하고 순환적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처럼 신에 의한 천지창조로부터 시작되는 문화권에서는 시간의 직선적 성질이 우세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신을 인간 세계와 분리하지 않는 문화권에서는 시간의 순환적 성질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즉, 달의 차고 이지러짐, 낮와 밤의 연속, 계절의 변화 같은 순환적 개념이 지배적이다.
그런가하면 시간은 전혀 물리적이지 않을 때도 있다. 성경 속에서 여호수아는 “오오, 태양아 멈추어라”라고 외친다. 태양과 별들이 멈추어 섰지만 시간은 ‘계속 흘렀다’. 이때 흐른 시간은 무엇일까?
아우구스티누스는 이것을 의식의 시간 혹은 영혼의 확장이라고 가정한다. 후에 베르그송은 의식의 시간을 계량적 시간에 대비시켜 ‘내적 지속성’으로 규정했다.
지루하면 시간은 길게 느껴진다. 반면에 너무 즐거워서 한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지기도 한다. 의식의 시간을 잴 때 우리는 이처럼 비계량적인 내적 척도를 사용하게 된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처럼 인간의 상상력과 예술적 창의력은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시간을 초월할 수 있는 힘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을 멈추는 또다른 방법은 ‘기억력’이다. 화려하고 진귀한 유물과 미술 작품으로 가득한 「시간 박물관」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소박한 흑백사진들.
한 독일인 부부가 아직 어린티를 못 벗은 신혼 시절부터 둘 중 하나가 먼저 세상을 떠날 때까지 45년 동안 매해 크리스마스마다 찍은 사진이다. 그것에는 하나하나 늘어가는 세간들과 궁핍을 겪고 다시 번영이 돌아오고 백발이 되어가는 평범한 인간의 시간이 포착되어 있다.
책값이 비싼 책의 서평을 쓴다는 것은 마음이 편한 일이 아니다. 사서 한 번 보고 버리는 책도 있고, 한 번 사서 평생을 뒤적거리는 책도 있게 마련이다. 이 책은 다행스럽게 후자에 속한다.
운동화 한 켤레를 구입하는 마음으로 사서, 태양이 깊게 선명한 그림자를 드리우는 날, 고양이 한 마리를 안 듯 무릎 위에 책을 얹고 뒤적이는 한가한 맛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책이다.
11. 마지막 미디어 서평 ^^ ( 김종락 기자 / 문화일보 / 2000.6.7.)
"30년쯤 전, 캐나다 정부의 경제개발담당 관리가 에스키모족의 하나인 이누이트족 주민들에게 노동과 능률의 가치를 설명하고 있었다. 그 관리는 얌전히 듣고 있는 주민들에게 열변을 토하다가 어느 순간 '시간은 돈이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통역자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자본주의적 지혜가 담긴 이 금언을 '시계는 비싸다!'고 통역했다. 이누이트 족의 언어에는 적어도 서구 산업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이해되고 있는 조직적 의미의 시간에 해당하는 말이 없었던 것이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나오면서 답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이 질문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인도, 중국 등 이른바 문명권의 주요 철학책은 물론, 마야나 아즈텍, 아프리카의 고문명에서 새천년 맞이를 하느라 소동을 벌이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등장하는 질문이다.
시간이란 말 자체가 워낙 다양하고 이질적인 뜻을 내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런 이질적인 요소들이 나라나 문화마다 각기 다른 종류의 시간 개념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신간 <시간 박물관>은 시간과 관련해 전개된 인간의 탐구와 측정기기, 각종 묘사와 상상력등을 한 곳에 놓고 시간에 관한 동서고금 인류의 생각을 살핀다.
또 인간과 시간에 얽힌 다양한 견해와 함께 소재를 다룬 책의 속성상 달력과 시계, 주요 문명과 그 의례, 예술, 음악, 과학, 예언 등 시간과 관련한 각종 내용을 풍성하게 담고 있다. 책의 저자는 이탈리아의 기호학자이자 작가인 움베르토 에코를 비롯, 영국 런던대학 와버그 연구소의 에른스트 곰브리치 교수, 영국 그리니치 왕립천문대의 크리스틴 리핀콧 박사 등 24인.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하기 전에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처럼 심오한 수수께끼를 심오하게 파고 들려는 자들을 위해 지옥을 마련하고 있었다." 책의 서문을 쓴 움베르토 에코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에 등장하는 이 유서깊은 우스갯소리로 글을 시작하지만, 이런 농담이 유효한 것은 오늘날의 빅뱅 이론가에게도 마찬가지다.
시간은 '대폭발'이 일어나는 어느 한 순간 탄생했고, 시간이 탄생하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를 묻는 것은 부질없다는 것이 이들의 견해이기 때문이다. 에코가 전해주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시간에 대한 성찰을 좀 더 따라가보자.
"영원 속에서는 모든 것이 현재인데, 시간 속에서 과거의 모든 것이 미래에서 내쫓긴 듯이 없어지고, 미래의 모든 것은 과거에 뒤이어 일어나고, 과거와 미래는 둘 다 현재에서 흘러나오니 시간이란 참 묘한 현상이다.
과거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미래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면, 과거와 미래는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 로마의 가톨릭 교부에게서 마치 중국 선불교의 화두를 연상케 하는 시간에 대한 숙고를 발견하는 것은 책에서 느끼는 뜻밖의 재미다.
책에서는 이어 기독교의 천지창조 신화를 중심으로, 그리스와 로마, 메소포타미아, 인도, 아즈텍 등 여러 문화 속에 산재한, 시간에 대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견해를 각 문화의 창조신화를 통해 살펴본다.
대부분의 창조신화는 과거로 밀려났지만, 현존하는 과거의 일부로 존재하는 문화도 없지 않다. 그리고 창조신화에서 드러난 나름의 시간관이야말로 각 문명이 인간과 우주의 운행에 대한 인식을 뒷받침하는 기반이 된다.
시계와 달력 등 `시간의 측정'과 관련한 내용은 `박물학적 소재'를 통해 접근하는 책의 속성상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부분이다. 문화권마다 독특한 달력과 시계를 발명했는데, 이를 촉진시킨 것은 무엇이었을까.
책에 따르면 사람은 정확한 시계를 만들려는 원초적인 열망이 있었겠지만, 이에 대한 진정한 자극은 아마도 사회적 요구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중세 문자판없이 기도시간만 알려주던 자명종이 르네상스 이후 상업과 교통이 발달함에 따라 점차 정확한 것으로 발달해온 역사가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율리우스력이나 그레고리력 등 달력에 얽힌 정치, 사회적함의도 눈길을 끌지만 태음력을 쓰는 이누이트족이 `캄캄한 어둠' `해를 볼 수 있다' `해가 점점 높아진다' `미숙한 물개새끼가 태어난다' `정상적인 물개새끼가 태어난다' 등으로 각 달(月)에 붙인 명칭도 흥미롭다.
이어지는 `시간의 묘사'장에서 주로 예술과 관련된 이야기를 썼다면 그 다음 `시간의 체험'장은 다분히 철학 및 역사와 관련된 주제를 다룬다. 책의 마지막 `시간의 종말'장에서는 지구상의 여러 문화가 시간의 종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여러 생각들을 정리한다.
이에 대한 각 문화권의 생각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결론은 시간의 종말을 모든 것의 종말로 보는 것은 거의 없다는 것, 시간이 끝난 뒤에도 무언가는 살아 남을 거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니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픈 욕망을 가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리고 그 방법은 위대한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있다. 가장 손쉬우면서도 어려운 것은 유전자를 전달하는 것이다.
책은 시간의 다양한 측면, 즉 기계적 시간, 물리적 시간, 심리적 시간, 철학적 시간, 그리고 역사, 사회적으로 재구성된 시간 등을 살피면서 시간이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광범위한 개념이지만, 그럼에도 그 개념을 만들어낸 것은 인간임을 상기시킨다.
스피드화로도 요약될 수 있는 현대 문명의 시간 개념에 휩쓸려 시간의 노예로 살아가는 현대인이 일상에서 주체적인 시간의식이 어떤 것인가를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책의 또다른 미덕이다.
<Ⅴ>. 독자 서평
1. manwha**@hotmail.com 2001년 10월 14일
시간을 이야기 한다. 그것도 세계의 유명한 석학들이 이야기 한다. 거기에 어려운 이야기로 설명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 인류가 시간을 어떤식으로 생각하고 삶에서 그것을 표현했는지를 너무나 많은 그림과 도표로써 이해를 돕는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지금 살아가는 시간이라는 것이 얼마나 유한할수 있는지를 감사하게 해준다. 유한한 생명을 가지게해준 죽음을 찬양하고 시간을 소중히 한다는 말이 나에겐 참으로 많은 것을 느끼게해주었다. 인생의 유한함. 그것을 마냥 슬퍼할껏이 아니라 아름답게 불꽃같은 삶을. 후회스럽지 않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불끈불끈 솟아오르게 만들어준 이책에 감사를 표한다.
2. 책값을 한다 / 쭌이(대구 사는, 애인은 없어도 책 없이는 못사는 의대생) 2000년 9월 22일
--> "애인 없어도 책 없이는 못 사는.." 유라도 이 지경에 이른 건 아닌지..^^
신문광고에 이런 말이 나오더군요.
이 책은 소장용으로 딱입니다요~~~
읽어본 이후 느낌... 광고 그대로더군요.
책값 49000원에 대부분 부담스러워할겁니다.
이제껏 나온 단행본으로는 가장 비싼 가격이라고 하더군요.
제 취미가 책모으는 거라 저는 별로 부담이 없었습니다만...
대부분의 독자들이 책값에 혀를 내두르고
또한 독자서평 읽어보고 무지 쫄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저를 믿고 한권 꼭 사십시요.
후회 안합니다.
이책을 집에 딱 모셔놓고 시간나실 때마다(이책 제목이 시간과 관계있지 않습니까)
꺼내서 읽어보시면 아주 좋을겁니다.
너무 조급하게 읽으면 이 책의 참맛이 떨어집니다.
저도 꽤 책을 빨리 읽는편인데 이책 읽는데 한달 걸렸습니다.
물론 다음 겨울방학때 한번 더 읽어볼 생각입니다.
한번 읽고는 내용파악이 조금 힘들거든요...
이 책에 들어있는 사진들도 감동줍니다.
꼭 한번 읽어보세요
3. 시간, 존재의 시작 그리고 해석 / 신현우 2000년 9월 7일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 살 수 없는 존재이지만 시간과 공간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한 채 살아왔다. 그런데 <시간 박물관>은 시간에 대한 인간들의 많은 이야기를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시간에 대해 좀 더 생각하고 좀 더 알게 해 준 훌륭한 길잡이였다. 특별히 역사적, 지역적인 시간 이야기에 대한 전개는 좀 더 쉽게 시간에 대해 볼 수 있게 해 주었고, 저자들의 탁월한 해안과 지식들은 큰 도움이 되었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 있다. 물, 공기, 음식, 중력, 공간, 시간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별히 공간과 시간은 인간 존재의 출발을 의미한다. 물, 공기, 음식 등은 존재가 시작 된 후에 그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지만 시간과 공간은 존재가 있게 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시간이 끝나면 존재도 없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영생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시간의 연장이 아니라 시간의 초월을 의미한다. 즉 현 존재와는 다른 존재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시간은 쌓여지고, 축적되어지고, 많아져 가는 문명, 역사, 유업이 아니다. 문명이 발달했으므로 시간이 생겨난 것이 아니다. 역사가 진행되어감에 따라 시간의 개념이 명확해진 것도 아니다. 더구나 시간이 발명품인 것은 더더욱 아닌 것이다.
<시간 박물관>은 인간 문명이 잘 발달되어감에 따라 시간이라는 것이 생겨났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인간들이 자신이 처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시간을 어떻게 생각하고, 이해하고, 사용하였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그리고 그러한 이야기들은 연속적이어서 축적적이고 그래서 발전적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그 시대와 공간의 시간 이야기는 그냥 그 시대를 설명 해주고, 이해하게 해주고, 반영해 줄뿐이다. 현금의 시간이 과거의 시간보다 더 좋을 것도, 더 나을 것도, 더 정확할 것도 없다. 현금의 시간은 현금의 시대에 알맞을 뿐이다. <시간 박물관>은 현금의 인간들을 드높이기 위한 책이 아닌 인간들을 더 잘 설명하려는 책인 것이다. 그래서 정직하고, 가치 있고, 탁월하다.
시간에 대한 이야기는 과학, 예술, 역사, 철학, 문화 등등의 분야에서 모두 진행될 수 있는 주제이다. 어느 하나로 시간을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마치 인간 존재가 어느 하나일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런 의미에 있어서도 <시간 박물관>은 대단한 만족을 주고 있다. 아마도 이 정도의 분야에서 이 정도의 실력 있는 사람들이 모여 이 정도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매우 드물고도 귀한 것일 것이다.
거기다가 많은 양의 사진들과 그림들은 참으로 좋은 이해의 도구들이 되고 있다. (그래서 책값이 상당한 부담인 것도 사실이지만. 그러나 결과적으로 책값 이상의 값어치는 분명히 있는 책이다)
방대한 정보가 온통 '바다' 속에 들어가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보가 온통 바다를 오염시킨다해서 그것이 곧 설명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들이 아무리 많은 시간에 대한 정보를 나열한다 해서 그 책이 좋은 책은 아닐 것이다.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정작 깨닫게 되는 것은 인간이어야 할 것이다. 시간은 사실 있는 것이 아니라 조작되어진 것이다. 인간에 의해서. 그러므로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 인간이 보여야 할 것이다. [시간 박물관]은 그 몫을 잘 감당하고 있다. 그래서 유쾌하고, 그래서 가치 있으며, 그래서 무겁기도 하다. 오랜만에 좋은 책을 볼 수 있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