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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반드시 5장 6부를 알아야 한다[醫當識五臟六腑]
이전 학자들은 “세상사람들이 천지만물의 이치를 연구하는 데는 힘을 쓰고 있으나 자기의 몸에 있는 5장 6부와 털[毛髮]과 힘줄[筋]과 뼈[骨]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알지못하고 있다”고 한탄하였다. 그런데 하물며 의사가 이것을 몰라서야 되겠는가[입문].
장부를 음과 양으로 가른다[臟腑陰陽]
『내경(內經)』에 “장부(藏府)를 음과 양으로 갈라보면 장은 음(陰)이고 부는 양(陽)이다. 간(肝), 심(心), 비(脾), 폐(肺), 신(腎) 등 5장은 다 음이고 담(膽), 위(胃), 대장, 소장, 방광, 3초(三焦) 등 6부는 다 양이다”고 씌어 있다.
장과 부는 작용이 다르다[臟腑異用]
『영추(靈樞)』에 5장은 정기(精氣), 신기(神氣), 혈기(血氣), 정신[魂魄]을 간직하고 6부는 음식물을 소화시키고 진액을 돌게 한다고 씌어 있다.
○ 『내경』에는 “5장은 정기를 간직하기만 하고 내보내지는 않기 때문에 그득 차도 실(實)해지지 않는다. 6부는 음식물을 소화시켜 내보내기만 하고 간직하지는 않기 때문에 실해져도 그득해지지 않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음식을 먹으면 위(胃)는 그득 차나 장(腸)은 비어 있다. 그러다가 음식물이 내려가면 장이 그득 차고 위가 비게 되기 때문이다”고 씌어 있다.
○ 비와 위, 대장과 소장, 3초와 방광은 창고와 같으므로 여기에 영양분을 간직한다. 그래서 그 이름을 기(器)라고 하는데 여기서 먹은 것을 소화시켜 찌꺼기[糟粕]와 정미[味]한 것을 갈라서 받아들이기도 하고 내보내기도 한다.
장과 부는 짝이 있다[臟腑有合]
『영추』에\ “폐는 대장과 짝인데 대장을 전도지부(傳道之府)라고 한다. 심은 소장과 짝인데 소장을 수성지부(受盛之府)라고 한다. 간은 담과 짝인데 담을 중정지부(中正之府)라고 한다. 비는 위와 짝인데 위를 오오곡지부(五穀之府)라고 한다. 신(腎)은 방광과 짝인데 방광을 진액지부(津液之府)라고 한다. 소음(少陰)은 신에 속하는데 신은 위[上]로 폐와 연결되었으므로 2개(폐처럼)이다. 3초는 중독지부(中瀆之府)인데 물이 나가는 길과 통해 있기 때문에 방광에 속한다. 그러나 짝이 없는 부(府)이다. 이와 같이 6부와 5장은 짝이 있다”고 씌어 있다.
5장은 7규와 통한다[五臟通七竅]
『영추』에 “5장은 항상 속에 있지만 윗몸에 있는 7규와 연관되어 있다. 폐기(肺氣)는 코로 통하므로 폐기가 조화되어야 코가 향기로운 냄새를 잘 맡을 수 있다. 심기(心氣)는 혀로 통하므로 심기가 조화되어야 혀가 5가지 맛을 잘 알 수 있다. 간기(肝氣)는 눈으로 통하므로 간기가 조화되어야 눈이 5가지 빛을 가려[辨] 볼 수 있다. 비기(脾氣)는 입으로 통하므로 비기가 조화되어야 입이 음식맛을 잘 알 수 있다. 신기(腎氣)는 귀로 통하므로 신기가 조화되어야 귀가 5가지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다. 5장이 조화되지 못하면 7규(七竅, 어떤 데는 9규로 되어 있다)가 통하지 못한다. 6부가 조화되지 못하면 뭉쳐서 옹저(癰疽)가 생긴다”고 씌어 있다.
5장에 속한 기관이 있다[五臟有官]
『영추』에 “코는 폐(肺)에 속한 기관이므로 폐에 병이 생기면 숨이 차고 코가 벌름거리게 된다. 눈은 간(肝)에 속한 기관이므로 간에 병이 생기면 눈시울이 퍼렇게 된다. 입술은 비(脾)에 속한 기관이므로 비에 병이 생기면 입술이 누렇게 된다. 혀는 심(心)에 속한 기관이므로 심에 병이 생기면 혀가 가드라들어 짧아지며[卷短] 광대뼈 부위가 벌겋게 된다. 귀는 신(腎)에 속한 기관이므로 신에 병이 생기면 광대뼈 부위와 얼굴이 거멓게 되고 귀가 몹시 마른다[焦枯]”고 씌어 있다.
5장이 작고 큰 것이 있다[五臟有小大]
『영추』에 “5장이 다 작은 사람은 몹시 속타 하고[苦焦心] 시름과 근심이 많다. 5장이 다 큰 사람은 일을 느리게 하거나 근심할 정도로 일을 하지 않는다. 5장이 제 위치보다 위로 놓여 있는 사람은 잘난 체한다. 5장이 제 위치보다 낮게 놓여 있는 사람은 남의 부하가 되기를 좋아한다. 5장이 다 든든하면 앓지 않고 5장이 다 약하면 앓지 않을 때가 없다. 5장이 다 똑바로 놓여 있으면 사람을 부드럽게 대하고 5장이 다 비뚤게 놓여 있으면 마음이 바르지 않고 도적질을 잘하며 사람들과 좋게 지내지 못하고 표리부동하다[反覆言語]”고 씌어 있다.
장에는 또한 9가지가 있다[贓又有九]
『내경』에 “신장(神藏)은 5개이고 형장(形藏)은 4개이기 때문에 장(藏)은 9개이다. 간은 혼(魂)을 간직하고 심은 신(神)을 간직하며 비는 의(意)를 간직하고 폐는 백(魄)을 간직하며 신은 지(志)를 간직하는데 이것을 보고 신장(神藏)이 5개라고 한다. 형장에는 첫째로 머리, 둘째는 귀와 눈, 셋째는 입과 이빨이다. 그리고 넷째는 가슴 속[胸中]인데 이것은 그릇처럼 겉이 둘러싸여 있고 속은 비어 있으나 우그러들지 않기 때문에 물건을 간직할 수 있다. 이것들을 보고 형장이라고 하며 또 4개가 있다”고 씌어 있다.
부(腑)에는 6가지가 있다[腑又有六]
『내경』에 “뇌(腦), 수(髓), 뼈[骨], 맥(脈), 담(膽), 자궁[女子胞] 등의 6가지는 땅의 기운으로 생겼는데 그 이름을 기항지부(奇恒之府)라고 한다고 씌어 있다.
[註] 기항지부(奇恒之府) : 5장 6부와는 형체와 작용기능에서 좀 다른 뇌, 수, 뼈, 맥, 담, 자궁을 가리켜 한 말. 기항지부에 속한 것들은 5장 6부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자기의 독특한 기능을 수행.
○ 주해에 “6부와 다르므로 기항지부라고 한다”고 씌어 있다.
창자의 길이와 음식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양[腸胃之長水穀之數]
『영추』에 “창자의 길이는 대체로 58자 4치인데 음식물은 9말 2되 1홉 5작 남짓하게 받아들인다. 이것이 창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음식물의 양(量)이다”고 씌어 있다.
사기에 5장이 상한다는 것[五臟中邪]
황제(黃帝)가 “사기(邪氣)는 5장에 어떻게 침범하는가”고 물었다. 그러자 기백(기伯)이 “걱정하고 근심하며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면 심(心)이 상하고 몸이 찰 때 찬 것을 마시면 폐(肺)가 상한다(『난경(難經)』에 찬 것을 마신다는 것은 차게 하여 마신다는 것이라고 씌어 있다). 이와 같이 양쪽으로 찬 것을 받아서 속과 겉이 다 상하게 되면 기(氣)가 위[上]로 치밀어 오르거나 아래로 내려가므로 궂은 피[惡血]가 속에 머무르게 된다. 만약 몹시 성을 내서 기가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오지 못하고 옆구리 아래로 몰리게 되면 간(肝)이 상한다. 맞아서 넘어졌거나 술에 취한 다음 성생활을 하거나 땀이 났을 때 바람을 쏘이면 비(脾)가 상한다. 무거운 것을 힘들게 들어올리거나 성생활을 지나치게 하거나 땀이 났을 때 목욕을 하면 신(腎)이 상한다”고 하였다[영추].
5장의 정경에 절로 병이 생기는 것[五臟正經自病]
『난경(難經)』에는 “정경(正經)에 절로 병이 생긴다는 것은 근심하고 걱정하거나 자주 생각하면 심(心)이 상하고 몸이 찰 때 찬 것을 마시면 폐(肺)가 상하며 성을 몹시 내서 기(氣)가 치밀어 올라갔다가 내려오지 못하면 간(肝)이 상하고 음식을 절도없이 먹거나 힘겹게 일하면 비(脾)가 상하며 습기 있는 땅에 오랫동안 앉아 있거나 성생활을 무리하게 하면 신(腎)이 상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정경에 절로 생기는 병이다”고 씌어 있다.
[註] 정경(正經)에 절로 병이 생긴다는 것은 다른 경맥의 병에 옮지도 않고 영향도 받지 않고 단지 그 경맥 자체에서 병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생긴 병은 다른 경맥으로 옮아가지도 않고 영향도 주지 않는다.
[註] 정경(正經) : 12경맥(經脈, 12경)을 말한다. 즉 몸 안의 주요 경맥으로서 기혈이 도는 길이다.
장과 부의 병을 맥으로 가른다는 것[脈辨臟腑]
『난경』에 “어떻게 장(藏)의 병과 부(府)의 병을 알 수 있는가. 맥이 삭(數)한 것은 6부의 병이고 지(遲)한 것은 5장의 병이다. 맥이 삭한 것은 열증(熱證)이고 맥이 지한 것은 한증(寒證)이다. 그런데 모든 양(陽)은 열이 되고 모든 음(陰)은 한이 되기 때문에 장과 부의 병을 갈라볼 수 있다”고 씌어 있다.
장과 부의 병증은 다르다[臟腑異證]
『난경』에 “앓을 때 따뜻한 것을 요구하는 것도 있고 찬 것을 요구하는 것도 있으며 사람을 보고 싶어하는 것도 있고 사람을 보기 싫어하는 것도 있어서 서로 같지 않은데 어느 것이 장(藏)에 병이 있는 것이고 어느 것이 부(府)에 있는 것인가. 앓으면서 찬 것을 요구하고 사람을 보고 싶어하는 것은 부에 병이 있는 것이고 더운 것을 요구하고 사람을 보기 싫어하는 것은 장에 병이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부는 양(陽)이므로 여기에 병이 생기면 찬 것을 요구하고 사람을 보고 싶어한다. 장은 음(陰)이므로 여기에 병이 생기면 따뜻한 것을 요구하고 혼자서 문을 닫고 있기를 좋아하며 말소리를 듣기 싫어한다. 이것으로 장과 부의 병을 갈라 볼 수 있다”고 씌어 있다.
○ 5장병은 옮겨 가지 않고 한 곳에 머물러 있으며 6부병은 일정한 곳이 없이 아래위로 왔다갔다한다[영추].
장의 병은 치료하기 어렵고 부의 병은 쉽다[臟腑病治有難易]
『난경』에 “5장의 병은 치료하기 어렵고 6부의 병은 치료하기 쉽다. 5장의 병을 치료하기 어려운 것은 자기가 이기는 장에 병을 전하기 때문이다[傳其勝]. 부의 병을 치료하기 쉬운 것은 자기가 생하는 장기에 병을 전하기 때문이다[傳其子]. 장이 자기가 이기는 장에 병을 전한다는 것은 심(心)은 병을 폐(肺)에 전하고 폐는 병을 간(肝)에 전하며 간은 병을 비(脾)에 전하고 비는 병을 신(腎)에 전하며 신은 병을 심(心)에 전한다는 것이다. 1개의 장이 병을 2번은 전하지 못하는데 만약 2번 전하면 죽는다. 부(府)가 병을 자기가 생하는 장기에 전한다는 것은 예를 들면 심은 병을 비에 전하고 비는 병을 폐에 전하며 폐는 병을 신에 전하고 신은 병을 간에 전하고 간은 병을 심에 전하는 것과 같다. 이것은 아들과 어머니격인 장기가 서로 전한다는 것인데 1번 돌고는 다시 시작하기 때문에 산다[生]”고 씌어 있다.
○ 『내경』에 “풍사(風邪)로 병이 생기는 것은 비바람같이 빠른데 잘 치료하는 의사는 병이 피모(皮毛)에 있을 때 치료한다. 그 다음은 병이 피부와 살 사이에 있을 때 그 다음은 근맥(筋脈)에 있을 때 그 다음은 6부에 있을 때 그 다음은 5장에 있을 때 치료한다. 5장에 병이 있을 때 치료하면 절반은 죽고 절반은 살릴 수 있다”고 씌어 있다.
5장 6부의 상호관계[臟腑相關]
『내경』에 5장이 고르롭지 못한[不平] 것은 6부가 막혔기 때문이라고 씌어 있다.
○ 5장 천착론(穿鑿論)에 “심(心)과 담(膽)은 서로 통하기 때문에 심병으로 가슴이 몹시 두근거릴 때에는 담을 따뜻하게 하는 것을 위주(爲主)로 해야 한다. 담병으로 몸을 몹시 떨거나 전광증(癲狂症)이 생겼을 때에는 심을 보(補)하는 것을 위주로 해야 한다. 간(肝)과 대장(大腸)은 서로 통하기 때문에 간병 때에는 대장을 잘 통하게 해야 하고 대장병 때에는 간경(肝經)을 고르롭게[平] 하는 것을 위주로 해야 한다. 비(脾)와 소장(小腸)은 서로 통하기 때문에 비병 때에는 소장의 화(火)를 사(瀉)해야 하며 소장병 때에는 비토(脾土)를 눅여 주는 것[潤]을 위주로 해야 한다. 폐와 방광은 서로 통하기 때문에 폐병 때에는 방광의 수기(水氣)를 시원하게 나가게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방광병 때에는 폐기(肺氣)를 서늘하게 하는 것을 위주로 해야 한다. 신(腎)과 3초(三焦)는 서로 통하기 때문에 신병 때에는 3초를 조화시키는 것이 좋고 3초병 때에는 신밗보하는 것을 위주로 해야 좋다. 이것이 하나의 원칙에 부합시켜 치료하는 묘한 방법이다”고 씌어 있다[입문].
5장병이 경해지거나 중해지는 것[五臟病間甚]
『내경』에 “몸에 사기(邪氣)가 침범하면 자기가 억제하는 시기에 가서 병이 생기고 자기를 생(生)하여 주는 시기에 가서 낫고 자기가 이기지 못하는 시기에 가서 심해지며 자기가 생(生)하는 시기에 가서는 그대로 지내다가 자기 자신이 왕성해지는 시기에 가서 완전히 낫는다. 그러므로 먼저 5장의 맥을 보아야 병이 경(輕)해지고 심(甚)해지는 때와 죽고 사는 시기를 알 수 있다”고 씌어 있다.
○ 모든 병을 5장의 5행생극(五行生剋)되는 날짜로써 병이 낫겠는가 심해지겠는가를 미리 판단하면 아주 잘 맞는다.
[註] 모든 병을 5행의 상생상극(相生相剋)되는 날짜에 따라 병이 낫겠는가 심해지겠는가를 미리 판단한다는 것은 음양5행설을 적용한 말.
전중양(錢仲陽)이 이런 이치에 정통하고 있었는데 배우는 사람들도 반드시 깊이 연구해야 한다[강목].
○ 주석에 “간병(肝病)이 여름에는 나았다가 가을에는 심해지며 겨울에는 그대로 지내다가 봄에는 병이 완전히 낫는다. 나머지도 이와 같다”고 씌어 있다.
5장의 기가 죽는 시기[五臟死期]
『내경』에 “5장은 기(氣)를 자기를 낳아주는 곳에서 받아 가지고 자기가 이기는 데 전한다. 그리고 그 기는 자기를 낳아주는 데서 멈추어 쉬다가 자기가 이기지 못하는 데 가서 죽는다. 병이 생겨 죽게 되었을 때에는 반드시 병을 먼저 전한 다음 자기가 이기지 못하는 때에 이르러 죽는다고 하는데 이것은 기가 거꾸로 돌기 때문에 죽는다는 것이다. 간(肝)은 기를 심(心, 자기가 돕는 장기)에서 받아 가지고 비(脾, 자기가 이기는 장기)에 전한다. 그리고 그 기는 신(腎, 자기를 돕는 장기)에 머물러 있다가 폐(肺, 자기를 이기는 장기)에 가서 죽는다. 심은 기를 비에서 받아 가지고 폐에 전한다. 그리고 그 기는 간에 머물러 있다가 신에 가서 죽는다. 비는 기를 폐에서 받아 가지고 신에 전한다. 그리고 그 기는 심에 머물러 있다가 간에 가서 죽는다. 폐는 기를 신에서 받아 가지고 간에 전한다. 그리고 그 기는 폐에 머물러 있다가 비에 가서 죽는다. 이것은 다 어긋나서 죽는 것이다. 하루 밤낮을 다섯으로 나누니 이것으로써 죽을 때가 아침이겠는가 저녁이겠는가를 미리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