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복(諡福)과 시성(諡聖)
□ 시복시성이란 성덕이 높은 사람이 죽었을 때나 순교자에게, 탁월한 신앙의 모범을 본받고 공적인 공경을 바칠 수 있도록 복자(福者)나 성인(聖人)의 품위에 올리는 예식을 말한다. 시복시성에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이상의 기적이 있어야 하지만, 순교자는 순교사실만으로 기적심사가 면제된다. 시성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시복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사망 후 5년 이내에는 시복을 요청할 수 없다.
□ 가톨릭 교회 초기에 신자들에게 공경을 받았던 성인들은 사도들과 순교자들이었으며, 점차 영웅적 덕행을 실천한 이들도 성인으로 공경하기 시작하였다.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재위(1978~2005) 중 482명을 시성하고, 1,342명을 시복하였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3명을 성인으로, 766명을 복자로 선포하였다(2009년 5월 8일 기준).
※ 용어 풀이
1) 하느님의 종(servus Dei): 성덕이나 순교의 평판이 높은 가운데 사망한 분을 말한다.
2) 시복(諡福, beatification): 하느님의 종의 성덕과 영광에 대한 공적 경배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때에 따라서는 명령하는 교황의 확정적, 무류적이 아닌 판결이다.
3) 시성(諡聖, canonization): 이미 복자로 선언된 하느님의 종이 천당에 계심을 선언하고, 그에게 교회 전체에서 모든 종류의 공 경행위로 숭상하기를 명하는 교황의 최종적, 확정적, 무류적 판결이다. 성인의 축일은 대개 사망일로 정하며, 해당 축일의 성무일도(聖務日禱:매일 정해진 시간에 바치는 기도)와 미사경문에 성인을 위한 기도문이 삽입된다.
4) 순교자(martyr):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이나 하느님께 연관된 덕행 때문에 의지적 죽음을 감수한 분들을 총칭하는 뜻으로 사용한다.
5) 증거자(confessor): 영웅적 덕행 즉 보통 사람 이상의 뛰어난 모범적 덕행을 실천함으로써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을 증거한 분들이라는 뜻으로 사용한다.
◎ 103위 성인(1984년 5월 6일, 여의도광장)
□ 한국 천주교회 초기에 가혹한 박해로 수많은 신자들이 순교하였다. 그 중 1839년 기해박해부터 1846년 병오박해 순교자 79위의 시복식(諡福式)이 1925년 7월 5일 거행되었고, 1866년 병인박해로 순교한 24위의 시복식이 1968년 10월 6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되었다.
□ 1983년 3월 한국 주교단은 103위 순교복자에 대해 교황청에 기적심사관면청원서를 제출하였고, 같은 해 6월 9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를 승인하였다. 시성 절차가 매우 까다로움에도 불구하고 교황청이 승인한 것은 한국 천주교회가 평신도 중심의 자생적 교회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 1984년 5월 6일, 여의도 광장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천주교회 200주년 기념대회’ 미사 중에 한국 순교복자 103위 시성식(諡聖式)을 거행하였다. 그동안 바티칸에서 이뤄지던 시성식을 처음으로 바티칸이 아닌 곳에서 거행함으로써 한국 가톨릭 교회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날이었다.
□ 103위 성인의 구성을 보면, 성직자 11명(김대건 신부,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 주교 3명, 신부 7명), 평신도 92명이며, 외국인 10명(파리 외방전교회 소속 성직자 10명)이 포함되어 있다.
□ “갈림이 없으신 천주 성삼께 영광을 드리고 가톨릭 신앙을 현양하며 그리스도 신자 생활의 증진을 위하여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복되신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의 권위로써, 또 내게 맡겨진 권한으로써, 복자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와 정하상 외 101명의 한국 순교자들을 성인으로 판정하고 결정하여 성인들 명부에 올리는 바이며, 세계 교회 안에서 이분들을 다른 성인들과 함께 정성되이 공경하기를 명하는 바입니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한국 순교복자 103위 시성선언)
□ “이날은 200년의 역사에 단 한 분의 성인도 모시지 못한 초라한 교회가 전 세계 가톨릭교회 사상 최초로 한꺼번에 103위 성인을 모시게 된 풍성한 교회로, 복자들의 후손이 성인들의 후손으로 그리고 한국 속의 교회가 세계 속의 교회로 격상되고 새롭게 태어난 영광과 축복의 날이었다” 고 가톨릭신문(1984년 5월 13일자)은 당시의 분위기를 전하였다.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일문일답
1. 시복시성이란 무엇인가?
교회가 복자 또는 성인을 공식적으로 선포하고 신자들로 하여금 공적으로 공경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성인은 전 세계 가톨릭교회가 공식적으로 공경하고, 복자는 그 지역 가톨릭교회(예: 한국, 이탈리아 등)에서 공경한다.
2. 시복시성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시복시성은 해당 지역 관할 교구장에 의하여 진행되는 예비심사의 과정을 거쳐 교황청 시성성에서 이에 대한 심판을 담당하며, 교황에 의하여 최종 재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