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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산일지[고창 선운산]
○ 일자 : 2005. 10. 30.(일요일)
○ 장소 : 고창 선운산(禪雲山)
○ 참석 : 산고수장 부부, 요산요수 부부 4명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오늘 산행은 산고수장과 요산요수 두 가족 뿐이다. 단풍철이라서 다들 바쁜가 보다. 백두대간은 요즘 백두대간 종주코스 주파에 주말마다 바쁘고, 찔레향은 내장산 단풍구경과 내장산 9봉 정복에 나서고, 정선생은 결혼식 예식장 참석으로, 용남이는 모임에서 화엄사계곡으로 1박2일 일정으로 단풍놀이 가고.
광주 산고수장 아파트에서 10시 30분에 만나기로 하고, 9시 넘어서 순천을 출발한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옷만 두껍게 입고 집을 나섰는데, 광주에 가까워지자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비가 내린다. 우산이라도 넣을 텐데. 비가 내려도 산행 계획에 대해서는 의문이 없다. 한번 약속하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정시(定時)에 모인다. 향교산악회의 불문율(不文律)이다. 운전대를 잡은 마나님, 불안해서인지 와이퍼를 작동하면서 확인차 콧노래를 해본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
광주에 도착하니 산고수장 형수씨도 같은 노랠 불렀단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다. 고창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엔 군데군데 비가 오다말다 헷갈린다. 선운사가 가까워지자 어두운 구름이 지나고 드높은 하늘이다. 부처님이 시험하셨을까? 12시 20분 선운산 도립공원 주차장 도착.
○ 산행코스
선운산은 산림청 선정 인기명산 100 중에서 41위 (한국의 산하 1년간 접속통계에 의한 순위)이다. 선정사유로 다음과 같이 기재되어 있다. “산세는 별로 크지 않으나 숲이 울창하고 곳곳이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어 경관이 빼어나며 천연기념물 제184호인 동백나무 숲이 있는 등 생태적 가치가 크고 도립공원으로 지정(1979년)된 점 등을 고려하여 선정.”
선운산에는 선운사뿐만 아니라 도솔암 ․ 참당암(懺堂庵) 등 유서 깊은 암자와 마애석불 ․ 진흥굴 ․ 용문굴 등 다양한 문화유적이 있다. 이 모든 것이 깊숙한 「U」자 형태의 능선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최고봉인 경수산에서 시작한 능선은 도솔산 ․ 낙조대 ․ 배맨바위를 거쳐 청룡산에서 U턴을 한 후 비학산(307.4m), 구황봉(299m)을 거쳐 형제봉(248m)에서 경수산과 마주보는 형상이다.
가장 높은 경수산이 444m에 불과하지만 300m대로 이어지는 주능선 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기암괴석이 산재해 있다. 특히 천마봉 ․ 낙조대 일대의 기암절벽은 신비로운 신선의 세계를 보는 듯하다.
선운산은 통상 등산보다는 문화유적 답사를 겸한 관광지로 더 유명하다. 능선을 넘나드는 능선산행보다 선운사를 지나 도솔암 일대의 문화유적지인 진흥굴 ․ 마애석불 ․ 용문굴 및 기암절벽인 천마봉 ․ 낙조대를 중심으로 2-3시간 정도의 산행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선운산은 U자형으로 길게 이어지는 능선종주산행을 하여야 선운산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단다.
오늘 우리의 산행 코스는 선운사 ․ 도솔암 ․ 천마봉 ․ 낙조대 위주의 문화탐방 겸 단풍산행이다. [주차장 - 일주문 - 선운사 - 도솔암 - 천마봉 - 낙조대 -소리재 삼거리 - 도솔암 -선암사]
○ 선운사(禪雲寺)
주차장에 12:20 도착, 아침에 비가 오락가락 하였어도 주차장에 차가 가득하다. 주차장에서 선운사까지 가는 10분 거리의 길엔 노점상도 많고 소풍객도 많다. 대부분 단풍놀이 온 듯 복장이 가볍다. 배낭을 둘러맨 산행복장은 많지 않다. 걸어서 10분이면 선운사 일주문에 도착한다. 일주문현판에는 [도솔산 선운사]라고 쓰여 있다. 몇 번 왔었지만 건성이었다. 원래 이곳이 선운산이 아니고 도솔산인데 선운사가 유명하다보니 산 이름도 통상 선운산으로 불리는가 보다. 선운(禪雲)이란 구름 속에서 참선한다는 뜻이고, 도솔이란 미륵불이 있는 도솔천궁을 의미하니, 선운산이나 도솔산이나 모두 불도(佛道)를 닦는 산이라는 뜻이다.
일주문 바로 앞에 매표소가 있다. (12:30), 어! 입장료가 틀리다~. [선운산도립공원 공원입장료 800원, 문화재관람료 2,000원 계 2,800원] 문화재관람료가 국립공원(1,600원) 보다 비싸다. 문화재가 특이하게 많나???
선운사 들머리에는 온통 동백나무 숲이다. “선운사” 하면 가을 단풍은 몰라도 봄 동백은 꽤나 유명하다. 동백꽃 구경에 봄철 관광객이 더 많은 듯 하고. 선운사를 그냥 지나치기도 그렇다. 몇 번 왔었지만 사진이라도 담아야지. 정문에서 사천왕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들면 지방문화재라는 만세루(萬歲樓) 건물이 고고하게 서있다. 보통 절간 건물이 맞배지붕이나 팔작지붕에 아름드리 둥그런 기둥인데, 기다랗게 늘어선 이 건물은 좀 고상하다. 만세루 뒤에 있는 대웅보전(大雄寶殿)은 한눈에도 오래된 건물로 보이고 단청(丹靑)도 퇴색되어 더 위엄 있게 보인다. 불상도 건물에 꽉 찰 듯 커다랗다. 대웅보전은 보물 제290호로 지정되어 있단다. (12:50 출발).
선운사에서 도솔암까지는 개울건너 오솔길도 있지만, 계곡 따라 차가 다니게 신작로가 나있다. 계곡에는 제법 단풍이 들었지만 아직은 좀 철이 이른 듯. 길이 편해서인지 여하튼 도솔암까지는 관광객이 많다.
도솔암으로 가는 길에 진흥굴과 장사송이 있어 볼 기쁨이 더 크다. 진흥굴(眞興窟)은 높이가 5m는 족히 넘을 자연동굴로 진흥왕이 말년에 수도하였다는 곳인데, 지금도 촛불 등 기도하는 도구들이 널려있다. 장사송(長沙松)은 수령이 약 600년으로 추정되는 높이 28m, 둘레 3m의 기품 있는 노송으로 천연기념물 제354호로 지정되어있다.
(장사송, 그 기품이 대단합니다.)
○ 도솔암
도솔암에 도착하니 저만치 산등성이가 보이고, 붉고 노란 단풍이 여기저기 반짝인다. 13시 40분 도착. 도솔암 어깨 뒤로 지장보살을 모신 도솔천 내원당, 나한당 등 집채들을 지나면 2-3분 거리에 마애불상이 웅장한 자태를 내보인다. 마애불상(磨崖佛像)은 절벽에 조각된 동양최대(? 동양최대라는 것이 하도 많아서!) 마애불상이라고 설명이 붙어있다. 저렇게 큰 절벽에 불상을 새긴 것만으로도 지극한 불심(佛心)임에는 의심치 않으리라
지장보살을 모시는 도솔천내원궁은 출입문에서 108계단을 올라서면 나타난다. 확인차 세어보는 사람도 많다. 우리 마나님도 그런 것 헤아리는 데는 꽤 취미가 있는 듯, 108계단 맞단다. 선운산 정상(낙조대) 바로 밑 이마쯤 되는 곳인 천마봉(天馬峰)의 절경이 이곳 내원궁에서 제대로 보인다.
(도솔천 내원궁에서, 뒷 배경은 천마봉)
○ 낙조대
도솔암까지는 관광이고, 여기서부터 이제야 산행길이 시작된다. 천마봉(天馬峰)에 오르는 구간은 길지는 않지만 꽤 오르막도 있고, 기어오르는 철계단도 있다. 내원궁에서 쳐다보는 천마봉이 절경였듯이 천마봉에 오르다 뒤돌아 본 도솔천 내원궁은 절벽위에 걸터앉은 천상(天上)의 집 같다. 아! 그래, 지장보살을 모신 곳이 아닌가! 천마봉에 오르니 선운산 일대가 모두 조망된다.
천마봉에서 낙조대까지는 약 10분 거리. 바람이 차다. 낙조대(落照臺), 양쪽에 두 기둥이 서있는 출입문 같은 모양의 바위다. 선운산의 정상이지만 정상이라는 표시석도 없다. 그냥 전주형(電柱型) 이정표만 있다. 낙조대 정상에 오르니 서해 바다가 저 멀리에 보인다. 석양(夕陽)의 낙조(落照)가 얼마나 멋있으면 이곳 이름이 ‘낙조대’이겠는가. 그냥 감(感)이 온다. 14시 20분이다. 소리재쪽으로 내려가는 길에 [연속극 대장금 촬영장소 ‘최상궁 자살한 곳’]이란 팻말이 붙어있다. 난 연속극을 못 보았는데 일행들 모두가 알아본다. 대체나 그곳에서 보는 낙조대 바위는 절벽이다. 떨어지면 영락없이 황천길이렸다. 부부별로 기념촬영 했는데, 사진기가 이상하다. 안된다. 미운 녀석(사진기). 사진 찍다가 간혹 이렇게 떼(?)를 쓴다. 춥기도 하고, 점심도 먹어야지- 사진기 잡고 사정할 여건도 아니다. 자살바위에서 한참을 내려오니 식사하기 좋은 식당바위(?)가 나온다. 산고수장 형수씨가 준비한 찰밥 맛있게 먹다.
(찔레향 친구가 나중에 촬영해 준 사진)
○ 하산
원래 산행(하산) 계획은 소리재-참당암-마이재-석상암-일주문 인데, 소리재로 가는 삼거리에서 애매하게 표시된 이정표 때문에 (‘소리재’ 표시된 왼쪽 길로 가야 되는데) 오른쪽 길로 잘못 들었다. 20여분 내려오니 도솔암 마애불상이 나온다. 기껏해야 마애불상 코앞에서 한 바퀴 돈 셈이다. “손오공,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지 뭐!” 도솔암 법당에서 염불 소리가 들린다. 제(齊) 올리는 듯 법당 안에 사람이 가득하다. 도솔암에서 하산 길은 계곡 건너 오솔길을 택하다. 훨씬 호젓하다. 함평 용천사에서 본 꽃무릇이 여기저기 군락지어 있다. 아니, [우리나라 최대의 꽃무릇(석산) 군락]이라고 안내판까지 보인다. 지금쯤 찔레향 김옥택군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내장산 산행 마치고 광주로 이동 중이란다. 산행 중에 전화해주는 정성에 감사드린다.
하산 길을 잘못 들었지만 시간은 비슷하게 걸린다. 선운사 거쳐(16:40), 일주문에 도착하니 벌써 어둑어둑 해진다(16:50). 주차장 17:00출발, 18:30 광주 상무지구 도착. 19:35 송정리역에서 아내는 KTX 편으로 서울행. 다들 보내고 순천으로 향한다. 목욕탕에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니 이렇게 좋을 수가~.
산고수장에게서 느닷없는 전화다. 지금 MBC연속극에서 오늘 본 선운산 장면이 나온다고 보란다. 숙소에 도착하니 22:40, 서울로 간 아내나 순천 온 이 사람이나 집에 도착시간이 엇비슷하다.
(2005. 11. 1. 이 철 환)
첫댓글 오랜만의 산행기와 함께 가을산의 아름다운 정취를 즐길 수 있게 해주어 감사. 맞아. 빛 바랜 단청이 산사의 위엄을 더해주는 그런 절은 흔치 않은데 작년 겨울에 선운사, 고창 고인돌 유적지등,변산반도 주변을 돌아보며 공감했던 터라 반갑네 . 날마다 행복하길.
요산요수 산행기는 정말 정겨워... 선운산이 더욱 아름답게 생각되는구만...
잘 읽었네.
미당 서정주는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리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시방도 남았습니다"라고 노래하네.. 11월6일 산행은 계획은 어떠하신지..?
이박사 산행지을 보고다녀오기로 결정 사진찍카 할곳이많은것같아요 나에게도움이 많이되겠네요
최상궁 자살장소 사진, 찔레향 친구 덕에 싣게 되었습니다. 고맙네, 찔레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