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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저 소금은 짜야 소금이다! |
소금은 짜야 소금이다!
매일, 매시각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과거 거대한 자본과 조직을 갖춘 신문사와 방송사에서 신문과 지상파 방송을 통해서 기사를 제공하던 시대를 지나, 지금은 개별적 조직들이 직간접적으로 취재한 기사들을 인터넷 매체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야말로 기사의 시대다. 기사들이 다자에 의해 대량으로 생산되고 인터넷이 제공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개인에게 직접 제공되는 시대다. 그러다 보니 허위 과장 기사가 넘쳐나고, 중복되어 가치가 없는 기사도 있고, 인위적으로 조작된 '가짜뉴스'도 활개를 친다. 이러한 때에 돋보이는 기사는 진정한 기자에 의해 생산된 '특종 기사'다. 우선 저자 조수진 가자는 1996년 1월 <국민일보>에 입사했고, 2004년 4월 <동아일보>로 옮겨 사회부와 정치부에서 일했고, 지금은 동아일보 미디어연구소 부장으로 체널A 정치-사회 분야 이슈 해설을 담당하고 있다. 책머리에서 기자의 책무를 밝혔다.
그렇다. 소금은 짜야 소금이다. 달달한 설탕이 될 수도 없으니, 짠맛을 잃은 소금은 쓸데가 없다. 기자는 우리 사회의 소금이다. 소금이 소금답지 못하면 우리 사회의 권력은 부패할 것이다. (8)
이 책은 전체 4부로 구성했다. 제 1부 기자는 탐정이다, 제 2부 공익과 인간관계 사이에서, 제 3부 성실함으로 승부하다, 제 4부 좌충우돌 올챙이 기자 시절. 각 부는 그 제목에 맞는 특종 기사가 생산되는 과정을 소개했다. 가령 3부 '김대중 서거 호외 제작 뒷이야기'에는 '인물 기사의 품질은 흘린 땀에 비례한다'면서,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 직전 폐렴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자 정치부 민주당 팀장인 저자가 호외를 제작하기 위해 민주당 인사들을 만나 인물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이 소개되어 있다. 또, 혜안을 지녀야 하는 참된 언론인의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장황하게 소개한다. 2014년 10월 28일 박근혜 대통령은 이희호 여사를 청와대에 청와대에 초청했고, 만남 후 늘 하던 대로 '계영배'를 선물로 주었다. 인터넷에 게재된 기사의 내용은 모두 '시종 화기애애', '계영배 선물'이었다.
박근혜는 야당 대표 시절부터 주변 인사들에게 계영배를 선물하거나 그 의미를 설명하곤 했다. 2004년 가을, 기자들을 서울 삼성동 자택의 저녁식사에 초청한 자리에서도 계영배의 구조와 내력을 들려줬다. "계영배는 술을 가득 채우면 잔 밑의 구멍으로 술이 흘러내립니다. 차서 넘치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로 우리 조상들이 계영배를 빚었다고 해요. 그래서 이 술잔으로 술을 마시면 취하지도 않고요." 그러나 박근혜는 1952년생, 이희호는 1922년생이다. 이희호는 박근혜의 모친인 육영수(1925년생)보다도 연장자이자, 아흔을 넘긴 사회의 원로였다. 또, '전직 대통령 영부인'인 동시에 '여성 운동가 1세대'였다. 그런 이희호에게 절제의 미덕을 갖추라, 분수를 지키라는 뜻의 계영배를 선물하다니. 청와대 참모들은 왜 만류하지 않았을까?
나는 방송에서 계영배의 뜻과 유래, 부적절한 선물이 된 이유, 청와대 참모들의 문제점 등을 조목조목 짚었다. 방송 후 친박근혜 핵심 의원의 부인이 연락을 해 왔다. "구순 원로에게 계영배 선물이라.... 너무 황당하다. 청와대 참모들 중 누구도 '안 된다'고 말리지 않았는 게 더 충격적이다. 이런 시스템이 유지된다면 비극이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자는 보도자료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 보도자료는 참고자료일 뿐이다. (208~209)
마지막으로 추천의 글 한 편을 소개한다. 기자나 검사가 되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검사는 기자와 많이 닮았다. 정의를 좇고 의혹엔 집요하며 상대가 누구든 실체적 진실을 캐내야 한다. 누군가의 치부나 부정을 밝혀낸다는 것은 인간적으로는 괴로운 일이어서 마음이 편치 않을 때도 많다. 조수진 기자는 프로 기질이 투철하다. 업무에 철두철미하지만잘못을 지적하면 거침없이 받아들인다. 이 책은 기자의 호기심, 정의감,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이 때로는 정국의 물굽이를, 때로는 바뀔 것 같지 않던 제도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드라마처럼 펼쳐 보인다. - 송광수 (전 검찰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