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계룡산은 거제 구시가지인 고현동 뒷편에 위치한 관계로 통영 구시가지 뒷산인 천암산에 견줄만 합니다만 스케일(높이, 능선의 길이, 코스의 난이도)은 훨씬 더 큽니다. 저는 2004년 첫 사시2차 시험을 치고나서 당시 고현에 사시던 어머니집에서 몇달간 휴식을 취하면서 처음으로 가보았는데, 당시 거제시의 등산로 관리에 감동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2007년에 통영에 내려온 뒤에도 매년 한번씩은 가 보다가 몇년 전에 계룡산을 관통하는 도로개설이 시작되면서 발걸음이 끊어졌던 것 같습니다. 친구가 입원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더 자주 찾아가야하는데도 의리없게도 보기 흉해진 친구를 외면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아직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산허리 아래부분은 엉망이었지만 정상부근의 능선지대는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를 간직하고 있었고, 산불로 황폐화되었던 고자산치 부근에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어서 늦게라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1. 안내도(통신대 잔해터 설치)
미륵산과 마찬가지로 계룡산은 거제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산인 탓에 위 안내도에 표시된 코스 외에도 모세혈관처럼 많은 등산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거제공고 옆 길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하여 능선에 오른 뒤 고자산치까지 능선을 따라 이동한 뒤 용산마을로 내려왔습니다. 2시 반에 시작하여 6시경에 도착하였으니 약 3시간 반이 걸렸네요. 중간중간 자주 휴식을 취하고 특히 정상에서 만난 분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시간을 많이 보낸 걸 감안하면 실제 산행시간은 3시간이 안 될 것 같습니다(총 이동거리는 약 5.5키로).
공고 주변 등산로 입구는 공사관계로 폐쇄되고 삼림욕장가는 길로 우회하도록 되어 있어 원래보다 약 300미터 정도 더 돌아간 것 같습니다.
사진2. 공사안내문
사진3. 산림욕 안내문. 여름이 최적기라네요. 그래서 둥지클럽 여자회원님들이 갈모봉에 여름에 가셨나봅니다.
사진4. 산 아래는 도로공사로 엉망입니다. 멀리 앵산 능선이 보이네요.
여기서부터 한 15분간은 가파른 오르막길이 계속됩니다. 이전에 계룡사에서 올라가는 길도 가팔라서 힘들더니, 내려올 때에는 몰랐는데 이 코스도 오르기 힘들기는 마찬가지네요.
사진5. 중턱에 개설된 임도와 만나는 지점의 이정표.
임도에서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지만 처음 오르막보다 낫습니다. 게다가 조금 오르니 멋진 전망이 펼쳐지기 시작하므로 힘든 산행이 보상이 되네요.
사진6. 뒷다리 하나가 잘려나간 귀뚜라미(?)
사진7. 처음 나타난 조망바위에 앉아 왼쪽을 보니 가조도 옥녀봉이 나타납니다.
사진8. 중앙의 앵산
사진9. 조금 더 오른쪽에 대금산과 시루봉이 보입니다.
사진10. 좀더 오른쪽엔 작은 국사봉, 국사봉
사진11. 좀 더 오른쪽엔 멀리 아주 옥녀봉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조망바위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옵니다.
사진12. 사등면과 거제면의 경계지점인 두동마을 쪽에 골프장 공사가 한창입니다.
사진13. 더 왼쪽엔 산방산
사진14. 전망대에서 조금 더 가면 나오는 삼거리 이정표. 동물농장쪽으로 내려가면 두동마을 나오고, 거기서 구 거제대교까지 동서지맥이 이어진다고 하는데 아직 답사를 끝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진15. 전망대부터 고자산치까지 약 2.5키로 구간은 높고 큰 산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암릉구간입니다. 계룡산이라는 이름도 닭벼슬과 용을 닮은 바위들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사진16. 거제면 앞바다
사진17. 계룡산의 또 다른 특징은 비교적 넓은 고원이 펼쳐져 있다는 거, 겨울엔 억새풀이 장관입니다.
사진18. 독특한 색깔의 열매
사진19. 드디어 정상. 미륵산보다 100미터 정도 높습니다. 원래 왼쪽 봉우리에 있던 것을 새로운 계측결과 더 높게 나온 지금의 봉우리로 정상석을 옮겼다고 하네요. 사천 와룡산도 최고봉이 바뀌었다고 하던데.
앞에서 언급했듯이 정상에서 만난 60대 선배님과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분은 삼성조선에 28년간 근무한 뒤 지난 2006년에 퇴직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 후 주변에서 같이 장사를 배 보자는 제안도 많았지만 한 눈 팔지 않고 매일 도서관에 나와 책을 보다가 지루해지면 바로 산에 오르는 생활을 계속해 왔다고 하네요. 학교다닐때에는 그리도 책 읽기가 싫었는데 요즘은 책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게 너무 행복하답니다. 최근에는 어느 과학잡지에서 해발 100미터당 기온이 0.5도씩 내려간다는 사실을 접하고는 그래서 높은 산엔 만년설이 있는거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더군요. 바로 이런 것이 참 공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본인은 거제시민인 탓에 계룡산에 자주 오르지만 통영 미륵산이 너무 좋다며 시내버스를 몇번씩 갈아타고 미륵산에 가는 걸 좋아한다고 하였습니다. 올때에는 문화마당에 들러 충무김밥을 먹고 강구안 벤치에 앉아 있다가 집에 오면 그리 기분이 좋아지신다네요. 바로 만원의 행복이었습니다.
사진20. 정상부근의 절터 안내문
사진21. 계룡산 안내문(대우조선)
사진22. 현재 통신탑에서 과거 통신대 잔해 유적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사진23. 멋진 형상의 바위들
사진24. 통신대 잔해
사진25. 계룡산 안내문(거제시)
사진26. 계룡산 능선의 끝에서 고자산치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고자산치는 계룡산과 선자산이 만나는 곳이고, 옛날부터 거제면과 고현의 주 통행로였다고 합니다. 10년전만 해도 산불로 황폐화되어 있었는데 어느새 풀과 나무가 많이 자랐네요. 다른 곳에서는 귀찮고 무서웠던 잡풀이 오늘따라 반갑고 고맙게 느껴집니다.
사진27. 11시 방향으로 선자산 능선이 이어집니다.
사진28. 중앙 멀리로는 노자산, 가자산 능선이 보입니다. 그야말로 계룡산은 거제의 중심산입니다.
사진29. 모싯대. 뒤쪽으로는 며느리밥풀꽃이 보이는데 계룡산 능선 전체에 만개해 있었습니다.
사진30. 마타리. 무슨 첩보원 이름같지요?
사진31. 국화과 식물은 구별하기 힘든데 이건 참취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진32. 억새
사진33.
고자산치에서 용산마을로 내려가는 임도 왼쪽에 난 길을 찾아 직하강하려고 했는데 중간에 길을 잘못 들었는지 아니면 아에 초입부터 잘못 잡았는지 너무 시내쪽으로 빠진다 싶어 처음 발견한 샛길로 빠져 임도로 내려왔는데도 목표지점보다 500미터 이상 오른쪽으로 빠져버렸네요.
사진33. 이정표상의 '계룡산 정상'이 가리키는 쪽으로 내려왔어야 하는데 오른쪽으로 더 가버린 탓에 오른쪽 임도를 거슬러 내려와야 했습니다.
계룡산은 미륵산보다 오르기 힘들지만 일단 능선에 들어서면 미륵산에서 즐길 수 없는 암릉타는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약간 역동적인 산행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권할만한 코스입니다.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억새풀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겠습니다.
첫댓글 울회원님들의 많은 참석부탁합니다, 옆 지인들이랑 봄 맞이 같이가자고 추천 좀 많이 많이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