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동산고] 자율고 전환 추진, 지역 최강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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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7 호 (2009-07-10) |
작성자 : miner81 | | | | |
[학교 탐방] 타 지역 학생비율 절반…경기 유일 자율고 될 듯 '수능나라' '오답나라' 등 독특한 시스템 개발
인구밀집 지역인 경기도에서 안산동산고만 유일하게 자율고 지정 신청을 완료했다. 학생선발권과 납입금의 제한으로 적잖은 부담이 따르지만 비평준화 고교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라 여기는 낙관적인 전망이 더욱 우세하다. /사진=이용기 기자/blog.veritas-a.com/photomx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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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시의 동산고등학교(이하 안산동산고)가 ‘경기권 일반계고 SKY 합격자 배출 2위’에 랭크돼 화제다. 비평준화 지역학교의 특성을 살려 평균 상위 5~6% 이내의 우수인재를 선점했기에 대입 실적은 특목고와 견줘도 전혀 밀릴 게 없다. 이번 2009학년도에도 서울대 19명, 연세대 75명, 고려대 69명, 서강대 17명, 성균관대 36명, 이화여대 30명, 한양대 63명, 경희대 48명, 중앙대 42명, 한국외대 44명 등 졸업생 626명 대부분이 서울의 주요 대학에 합격했다. 경기권 학생들이 특목고 진학을 마다하고 안산동산고 진학을 선택하는 직접적인 배경이다. 이미 일반계고를 넘어 중하위급 특목고 사이에서 확실히 비교우위를 점한 안산동산고의 자율고 전환 향방에도 관심을 가질만하다. 79곳의 경기권 고교 중 자율고 지정 신청을 낸 학교는 안산동산고 한 곳뿐. 안산동산고 역시 재정적인 압박과 학생 선발권 문제로 오랜 고민을 해왔으나 결국 종교재단의 건학 이념에 따라 자율고 신청을 결심했다. 안산동산고는 비평준화 지역 학교이기 때문에 교과부의 협의를 따로 거치지 않으며 7월 중순 즈음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지정 여부가 확정된다.
‘문제’학교에서 ‘명문’학교로
안산동산고가 발표한 2009학년 주요대학 합격자 현황은 여느 특목고와 비교했을 때 결코 꿀리지 않는다. SKY 진학자 수만도 어림잡아 매년 160여 명. 2008학년에는 서울대 23명, 연세대 83명, 고려대 59명, 서강대 19명, 성균관대 43명, 이화여대 42명, 한양대 98명, 한국외대 40명, 경희대 23명, 중앙대 34명 등 총 622명, 2007학년엔 서울대 17명, 연세대 81명, 고려대 52명, 서강대 24명, 성균관대 41명, 이화여대 47명, 한양대 67명, 한국외대 39명, 경희대 37명, 중앙대 34명 등 628명의 주요대학 합격자를 배출했다.
그렇다고 안산동산고가 처음부터 ‘상위권’ 학교였던 것은 아니다. 1995년 개교 첫 해 모집한 신입생들의 학력고사 성적의 커트라인은 200점 만점에 103점. 당시 안산은 반월공단 근로자와 외국인 근로자들이 형성한 수도권 변두리의 공단배후 도시로 교육적인 관심과 열망이 서울권에 비해 저조했던 게 사실. 비평준화 학교인 데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학교니 우수 학생들이 지원할 리 만무했다. 문제아를 한 데 모아놓은 학교라는 야유를 받기도 했지만 5년 전부터 안산동산고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1회 졸업생들이 지역 주민들의 예상을 깨고 놀라운 진학 성과를 거둔 것이다. 졸업 첫 해 안산동산고는 서울대 5명, 연세대 17명, 고려대 9명, 한양대 23명 등 괄목할만한 대입 실적을 기록했다. 재학생들의 마음속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학습의지가 생겨난 이후부터 진학실적에 탄력을 받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경기도를 대표하는 명문고 중 하나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만점 웃도는 합격 커트라인
신입생들의 입학 합격점수도 매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일반지원으로 704명을 모집했던 지난해엔 929명(남자 378명, 여자 551명)이 지원했으며, 신입생의 합격 커트라인은 281.60점(300점 만점)이었다. 내신 평균은 상위 5~6%에 이르는 수준이다. 2007학년 277.07점, 2008학년 278.78점 등 해마다 커트라인이 높아지고 있다. 김종배 교장은 “안산시와 경기도 타 지역 학생의 비율은 1대 1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 소재의 중학교 졸업 예정자이거나 주민등록등본 주소지가 경기도(부모 포함)여야 한다. 타 시도 학생이 안산동산고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3학년 2학기 이전에 경기권 학교로의 전학절차가 완료되어야 하며 2학기 중간고사에 필히 응시해야 한다.
김귀식 문화홍보부장은 “지난해 안산동산고에 원서를 낸 학생들의 학교 수를 세어보니 약 230여 곳이나 됐다. 재학생의 30%가 타지 학생일 정도로 입학 경쟁률이 매년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권 일반계고가 79곳임을 감안하면 경기권을 제외한 지역의 학교에서 1, 2학년을 보낸 학생들의 유입률이 그만큼 높다는 점을 확인케 하는 대목이다.
안산시에 거주하지 않는 학생들은 기숙사생활을 하게 된다. 학교에서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정원은 학년 당 110명 내외다. 그러다 보니 학교 주변에서 하숙, 자취를 하는 학생만도 500여 명에 달한다고.
상호간 피드백 있는 성적 관리 시스템
안산동산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증가하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높은 대입진학실적이 가장 큰 이유가 되지만, 기본적으로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학습목적부터 바로 세워주는 학교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안산동산고에 진학한 신입생들은 3월 초에 진로직업검사를 받게 돼 있다. 김 부장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개인 맞춤형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의 성적과 진로, 적성을 분석해 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 개인별 학업 방향을 설계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일명 ‘상담나라’로 불리는 진로탐색 프로그램은 기초적성과 직업선호도, 성격·학습유형을 분석해 학생에게 가장 적합한 전공과 직업군을 제시한다. 김 교장은 “목적도 없이 SKY를 목표로 공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자신의 장·단점에 맞는 전공과 직업군을 제시해줌으로써 학생들로 하여금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목표의식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이야말로 높은 대입실적의 원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수능나라’로 불리는 성적관리 시스템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성적관리 시스템은 내신 성적 즉, 정기고사의 집중 관리를 주 목적으로 한다. 교무업무시스템 또한 학생들의 성적처리 및 수행평가를 실시하고 관리하는 내신 성적만을 다루기 때문에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을 관리하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하다. 안산동산고는 고교 3년 동안 치른 정기고사는 물론 수행평가, 전국·사설 모의고사 성적까지 모두 포함해 성적 추이를 할 수 있는 엑셀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학생의 고교 3년간 성적 추이는 물론 학급별 성적 추이, 출제 문제의 난이도 등을 한눈에 체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보다 전문적인 학습지도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매 시험마다 오답률을 분석한 ‘오답나라’는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최고다. 교과별 난이도별 유형별로 세세히 분석결과를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체크할 수 있기 때문. 원활한 대입상담을 가능케 하는 또 하나는 자체 성적 확인 리더기의 활용에 있다. 김 부장은 “보통 전국 모의고사를 치르면 한 달 뒤에나 성적을 확인할 수 있지만 우리학교는 시험을 치른 당일 오후면 성적 결과를 알 수 있다. 시험 당일 OMR 카드를 뒤에서부터 일제히 걷어 자체 리더기에 입력시켜 데이터를 뽑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당일 성적 발표는 물론 문항별 응답 분석 결과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입시에 관한 상호간의 피드백이 여느 학교보다 빠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산동산고만의 특성화 프로그램
안산동산고는 특성화 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08년 과학 교육과정 특성화 학교로 지정돼 자연계열 학생들은 일반계고보다 과학 전문교과를 2과목 더 이수해야 한다. 3학년의 경우 대학전공에 포함되는 고급생물 고급물리 고급화학 고급지구과학 중 하나를 선택해 이수토록 하고 있다. 일반계고 학생들에겐 다소 벅차지 않느냐는 질문에 문성호 과학부장은 “상위권의 학업능력을 갖춘 학생들이기 때문에 수업 이해에 따른 큰 어려움은 없다. 오히려 이공계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자연과학 심화 집중과정을 이수할 수 있기에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고 답했다. 방과후 수업으로는 심화 실험반, 올림피아드반을 운영한다. 이를 위해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매년 2000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있으며, 학교 재단에서 약 5000만원의 지원을 추가로 받고 있다. 자율고 전환이 확정되면 교육청의 특성화 지원이 끊기지만 학교 측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자신한다. “지금은 인문계고의 틀 안에서 과학고를 흉내 내는 정도지만 자율고 전환이 확정되면 더욱 심화된 과학수업이 가능해지고 학교장의 재량으로 과학고 커리큘럼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학교의 경쟁력을 더욱 갖출 수 있다”는 게 학교 측의 입장이다. 당장 지원금이 끊기더라도 학교재단금의 활용 폭을 늘리면 되기 때문에 재정적인 압박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e-School 정착도 눈길을 끈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 이끌어가는 인터넷 커뮤니티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과제물 접수와 확인, 상호간의 정보 교류, 토론 등이 모두 e-School 안에서 이뤄진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교생활과 학습 성적을 e-School 커뮤니티를 통해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고, 학교 운영 전반에 관한 건의도 커뮤니티 안에서 가능하다.
논술·독서지도에 쏟는 노력도 대단하다. 학교 자체적으로 독서록 ‘지혜의 샘’을 제작해 학생들의 독서활동을 장려함은 물론 향후 대학 입시에 유용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지혜의 샘 안에는 도서관 이용 안내, 추천도서 목록, 나의 독서 의식, 우리 집 장서 조사하기, 독서 계획 세우기, 독서록, 원고지 사용법 및 맞춤법, 틀리기 쉬운 우리말 등이 수록돼 있어 논술에 필요한 기초 배경 지식의 습득과 표현능력 신장에 도움을 준다.
인성교육, 글로벌 인재 교육의 기본
안산동산고의 가장 큰 강점은 학생들의 인성에 있다. 인성 교육의 대표적인 것이 ‘미인대칭’과 ‘하이파이브’ 운동이다. 미인대칭은 미소(행복한 몸짓), 인사(섬김의 시작), 대화(영혼의 호흡), 칭찬(사랑의 향기)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개교 이래 안산동산고 학생들이라면 모두 지켜야 할 덕목 중의 하나다. 하이파이브는 일 년에 50권 이상의 필독서 읽기, 매일 5마디 이상 영어 사용하기, 매일 5명 이상에게 칭찬하기, 매일 5장 이상 성경 읽기, 매일 5분 이상 기도하기다. 기독교 학교라는 특성상 매주 수요일 전체 예배를 드리고는 있지만 매일 5분 이상 기도하기와 매일 5장 이상 성경 읽기는 종교성을 띄고 실시하는 것은 아니다. 이 두 가지 덕목은 눈을 감고 명상을 하거나 혼자만의 정숙한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다.
안산동산고는 ‘왕따’가 없는 학교로도 유명하다. 따돌림이나 폭력 문제가 절대 일어나지 않아 지역 내에선 안산동산고를 ‘청소년 청정 센터’로 부를 정도란다. 또한 안산동산고는 휴대폰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된다. 학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 휴대폰을 소지한 학생에겐 봉사 3일의 조치가, 이미 사용한 학생에겐 봉사 6일의 조치가 내려진다. 휴대폰 소지 금지에 따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학교 곳곳에 수신자부담 전용 전화기가 설치돼 있다.
자율고 형태로 학교 운영이 바뀐다면 선발 방법과 과정, 우수생 유치를 위한 경쟁력 있는 커리큘럼 제작, 기존 프로그램의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안산동산고의 특성화 교육 프로그램과 상승세를 타는 진학 실적 등의 저력으로 미뤄봤을 때 자율고 전환이 확정만 된다면 지역명문 자율고로의 성공적인 진입은 그야말로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장은희 기자 blog.veritas-a.com/m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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