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지처가 결국 사랑 받는다.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상을 보면 도시와 농촌의 관계는 마치 성공한 남편과 그 뒷바라지를 한 조강지처의 관계와 같다. 신흥공업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에서 경쟁력을 갖춘 쪽은 도시고, 그 뒷바라지를 하느라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쪽은 농촌이다. 물론 농촌에서도 부분적으로 성공한 분야도 많다. 하지만 돈과 사람은 역시 도시에 몰려 있다. 농촌의 고령화는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어제(7월15일)는 역동의 산업도시로 일컬어지고 있는 울산을 방문하면서 남다른 감회를 느꼈다. 필자는 농촌사랑운동에 참여한 울산시의 공무원 부인들과 여성단체 간부들 1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농업?농촌을 더욱 관심과 애정으로 사랑하자는 뜻에서 ‘특강’을 하였다.
이번 울산지역 여성지도자들의 농촌체험활동에서 크게 느낀 것은 울산이 친환경 생태도시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업도시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여 농업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사이먼 쿠즈네츠 박사가 말한 “후진국이 공업화를 통해 중진국으로 도약할 수는 있지만, 농업과 농촌의 발전 없이는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닫고 이를 실행하고 있었다. 작목별 친환경농가가 늘어나고 있고, 벼 재배에 있어서도 오리농법과 우렁이농법으로 많이 경작하고 있다. 울산시내를 관통하는 태화강의 맑은 물에는 연어가 돌아오고 있고, 수영대회를 개최할 만큼 깨끗한 강으로 변모하고 있다.
농촌은 ‘도시의 비상구’다. 농촌은 도시인에게 편안한 휴식처와 깨끗한 자연공간을 마련해 준다. 농촌생활의 체험 속에서 인간의 오감을 일깨워 주고 싱싱한 먹을거리가 손 가까이 있다. 역동적인 산업도시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울산이 푸른 공간과 친환경농업의 녹색성장을 위한 노력은 우리 모두가 함께 공감해서 추진해 나아가야할 과제이다. 자연과 공존하는 사회가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
농촌의 탁 트인 공간은 우리에게 정서적 안정과 심리적 자유를 느끼게 해준다. 미국 예일대학교 심리학자 존 바그느는 ‘도시의 사람보다, 공간이 훨씬 넓게 지각되는 시골의 주택에서 사는 사람이 정서적으로 훨씬 안정되고 자유롭게 느낀다”고 주장한다.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농촌의 공간은 더욱 필요하다.
환경과 생태계 보존차원에서도 농업은 유지 발전돼야 한다. 환경보존 비용이 들듯이 우리가 비싼 쌀을 먹더라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지출해야 하는 사회비용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아마 농촌에서 논농사와 밭농사를 경작하지 않으면 하늘이 새까맣게 될 정도로 공기오염은 심각할 것이다.
그동안 도시의 뒷바라지 역할을 하느라 희생과 헌신으로 일관해온 농촌이 제대로 대접을 받을 때가 온 것 같다. 조국근대화의 조강지처인 농촌은 그 동안 인내심으로 묵묵히 1차산업을 지켜왔다. 나무의 뿌리역할을 단단히 한 셈이다. 외롭고 쓸쓸하게 걸어온 길이지마는 생명산업의 혼을 포기하지 않았다. 한민족의 맥을 이어가고 있고 도시발전의 꽃을 피도록 만들었다. 다행히 이제야 농업의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되고 있어 조강지처가 결국 사랑 받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새마을운동과 서양의 르네상스운동이 당시의 사회 변화를 긍정적으로 이끌었듯 농촌사랑운동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필연적 운동이다. 농촌은 인간행복을 창조하는 새로운 공간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소득이 높을수록 웰빙지수의 주요 덕목인 환경과 먹을거리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 행복을 창조하는 농촌 가꾸기에 자부심을 가지고 더욱 매진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