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여행기

[우영규]

동남아시아

벌금의 나라 싱가포르

9월말인데도 우리나라의 한 여름보다 더 더운 게다가 습기가 많아 끈적끈적한 날씨의 싱가포르. 시내버스 안내문에 11월 13일까지 에어콘을 틀어준다는 끔직한 문구를 보고서야 이곳의 날씨를 짐작할 수 있었다. 공항부터 여기저기 보이는 벌금 표지판은 공공장소에서의 취식, 고성방가, 흡연, 쓰레기 투기, 심지어는 껌을 씹거나, 새에게 모이주기등 수많은 항목에 벌금을 물린다고 나와 있었다. 기념엽서나 티셔츠에까지 "Singapore is a fine city"라고 이들의 각 항목을 프린트해 팔 정도이니 얼마나 엄격한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질서의식은 온데 간데 없었다. 이들도 성격이 급한 탓일까? 버스에서 내린 수십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왕복 6차선 도로로 무단횡단 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2배정도의 속력으로 달리는(?) 에스컬레이터는 처음타는 나로서는 중심을 잡기 힘들 정도였다.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 싱가포르는 여러모로 여행하기 어려운 나라였다. 첫째, 자동차 방향이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인 좌측통행이라 길 건널 때마다 어느쪽을 살펴봐야 할지 헛갈렸고, 둘째, 시내 교통이 대부분 일방통행이라 버스를 탈 때 반대 방향으로 가려면 길만 건너면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블록으로 넘어가야만 했다. 셋째, 다민종 국가인만큼 공공 안내문이 영어, 타밀어(인도), 만다린(중국), 말레이어 이렇게 4개국어로 씌여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음식문제인데 동남아의 음식 대부분이 다 그렇지만 기름기가 아주 많아 도저히 콜라없이 못먹는 음식이 많다.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2가지 하나는 위는사자 아래는 잉어인 멀라이언이고 둘째는 싱가포르를 발견하고 건국의 주춧돌을 놓은 사람인 래플즈 경이다. 그의 이름을 따 등대, 호텔, 학교, 거리, 골프클럽, 호텔, 백화점등을 만들 정도이니.

이완맥그리거의 겜블



세계 최고의 타워가 있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서 밤기차를 이용 건너간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프. 양국의 경제차이 때문일까? 말레이시아의 입출국 절차는 굉장히 간단하였으나 싱가포르는 목적과 경비, 기간등을 꼼꼼히 물어보고 세관검사도 철저하였다. 말레이시아의 생활상도 보고 싶었지만 그 중에서도 세계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를 보기 위해서였다. 새벽 6시 도착하자마자 찾아간 그곳은 정말 높고 웅장했다. 밑에서 보면 하늘과 닿을 듯 했고 사진을 찍기 위해 초점을 잡아봤으나 도저히 한 장에 다 담지 못하였다. 아쉽게도 업무용으로 지어진 건물이라 올라가보지는 못하였다. 대신 근처에 있는 타워로는 세계에서 4번째로 높은 MENARA타워에 올랐다. 참고로 가장 높은 타워는 캐나다 토론토의 CN 타워이고 553m이고, 우리나라 남산타워는 14위였다. 말레이시아의 매력은 싼 물가와 많은 종류의 박물관 그리고 그 박물관이 대부분 무료이거나 500원 정도의 입장료만 받는 것이었다. 35도가넘고 맑은 하늘에도 2-3번씩 비가 내리는 고온다습한 날씨에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꼬박 14시간을 쿠알라룸프 북동쪽 끝에서부터 남서쪽 끝까지 걸었다. 연한 하늘색 청바지는 땀으로 완전히 젖어 새파랗게 변해 버렸다.

엔트랩먼트



유럽

박물관의 도시 코펜하겐(덴마크)

박물관의 도시 코펜하겐에는 시내에만 63종의 박물관과 왕궁, 동물원등 볼거리가 있었다. 그래서 택하게 된 것이 코펜하겐 카드인데 이는 하루 25000원의 돈으로 코펜하겐의 모든 교통수단 볼거리를 무료로 이용하는 것이었다. 다만 박물관 개장시간인 10시부터 16시까지 6시간동안 쉴새없이 부지런히 돌아나녀야 했다. 딱딱한 느낌의 미술이나 역사박물관 뿐만이 아니라 기네스 박물관, 밀납인형 박물관,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등 흥미로운 볼거리로도 가득했다. 그리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칼스버그 박물관도 매력적이었다. 공장 견학후 공장라인에서 바로 나혼 향이 진한 시원한 맥주 2잔을 마실수도 있다. 코펜하겐에서 가장 실망한 것은 인어공주가 아닌가 싶다. 시내에서 약 2시간을 걸어가야 볼 수 있는 인어공주는 주변에는 별로 볼 건 하나도 없고 아주 작은 크기의 초라한 인어공주상만 달랑 하나 있을 뿐이니.



음악의 도시 프라하(체코)

프랑크 프르트에서 체코로 들어가는 밤기차에서 여느 밤기차와 마찬가지로 한참 곤하게 자고 있는데 갑자기 문을 열고 제복차림의 사람이 들어와 잠결에 여권 검사인줄 알고 여권을 내밀었더니 이 아저씨 왈 "기차표"라 하는 것이었다. 잠결에 들은 나는 이건 영어도 아니고 체코어인가 하며 "Please speak in English"라 했더니 이 사람은 의아하다는 듯이 다시 "기차표"라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제서야 그 사람이 차료 검사하는 차장이고 한국말로 했다는 것을 알고 "진작 그렇게 얘기하지.."하며 기차표를 건넸다.

음악의 도시 프라하답게 매일 시내 곳곳의 성당에서 콘서트를 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유럽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여행 비수기 임에도 불구하고 프라하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처음 찾아간 곳은 설계자가 성의 설계 후 다른 곳의 설계를 맡으려 하자 왕이 그의 눈을 멀게 했다는 전설이 내려올 정도로 아름다운 프라하성. 성과 그 안의 성당, 미술관등도 아름답고 멋있었지만 성 주변의 각종 보헤미안 크리스탈 유리 세공품과 거리의 악사, 인형극등 볼거리들도 다양했다. 프란츠 카프카의 도시이기도 한 이곳은 그의 생가가 무려 4곳이나 된다. 태어난 집, 유년시절을 보낸 집, 그가 작품을 썼던 집, 사망한 집이 그것이다. 유럽의 많은 유명인들의 생가를 보았지만 이처럼 한 사람의 일생을 철저히 관광명소화 시킨 곳은 프라하뿐인 것 같았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성당에서의 콘서트. 약 4000원 정도의 돈으로 감상할 수 있었던 이 콘서트는 성당의 파이프 오르간과 트럼펫 2가지로만 연주했지만 성당의 분위기와 돔 탓이었을까? 오케스트라 이상의 감동과 여운을 남겼다. 마치 음악들이 뒤에서부터 돔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머리에 내려 앉는 듯한 느낌이었다.

물가가 무척이나 싼 프라하에서 나는 모처럼 영양보충할 기회를 맞이하였다. 1급 레스토랑에서 여행중 만난 일행들과 팁까지 포함해서 만원 정도의 돈에 토끼고기, 오리고기등 전채와 후식까지 나오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덕분에 1박 2일의 일정에서 3박 4일의 일정으로 바꾸어 1인당 만원정도하는 아파트를 빌려 생활하며 가난한 배낭여행자의 이미지를 없애고 약간은 브루조아틱(?)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미션 임파서블, 엔터더 이글





온천의 도시 부다페스터(헝가리)

밤기차를 타고 아침에 부다페스트에 도착하자마자 노란잠바에 가슴에 태극기 배지를 단 아줌마가 숙소안내지를 들고 나에게 다가왔다. 여행자들로부터 소문으로 듣던 노란잠바 발리아줌마였다. 아줌마는 민박시작후 한국사람들에게 정을 느껴 항상 한국사람들만 받고 있었다. 가끔 한국사람으로 오인(?)된 일본인도 몇 있었지만. 차도 핸드폰도 한국제품이었고 차와 집은 우리 배낭 여행객들이 선물한 한국 기념품으로 가득하였다. 아줌마가 가끔 헝가리의 전통음식인 굴라쉬를 해준다는 소문을 듣고 해달라 했더니 가끔(Sometimes)해 주는 경우가 있다며 안해주려는 것이었다. 이때 내가 한 멋진 표현 "Sometimes is this time!"이 한마디에 아줌마는 졌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굴라쉬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나와 동행자들은 삼계탕, 다른 한국 여학생들은 파전, 얼떨결에(?) 아줌마에게 끌려온 일본인은 일본에서 가져온 각종 패스트푸드를 한데모아 민박집에서 만국 음식 뷔페를 열기도 했다. 온천의 도시이기도 한 부다페스트는 시내에만 25개의 온천이 있고 이를 위한 온천전용 지도도 있었다. 그중 90년의 역사와 유럽 최대를 자랑하는 세체니 온천은 겉으로 보기엔 왕궁같으나 안에는 온도별로 15개 정도의 탕과 여러 종류의 사우나 그리고 야외에 대형 온천탕과 수영장도 있는 대규모 온천이었다.





하얀 설원에 펼쳐진 스위스

시계와 쵸코렛, 스위스 칼등으로 유명한 루체른에 잠시 들렀다. 루체른의 명물인 아니 유럽여행의 하이라이트의 일부라 해도 좋을 빙하공원의 거울의 방. 영화에서나 봤던 사방이 거울인 거울의 미로는 잘 닦여진 깨끗한 거울 때문인지 미로를 헤메며 거울에 부딪힌적도 많았다.

스위스의 아니 유럽의 정상인 융프라우에 올랐다. 같은 금액의 100m 상공 케이블카에서의 번지점프를 하려다 계획을 바꾼 것이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산악기차를 2번 갈아타며 1시간정도의 여정동안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광경도 아름다울 뿐더러, 3454m의 산꼭대기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비디오카메라를 가져오지 못한 내 맘을 너무 아쉽게 했다. 도저히 카메라로는 아름다운 경관을 담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전망대 뿐만이 아니었다. 스키코스와 별장, 각종 모형을 얼음으로 조각해놓은 얼음동굴, 융프라우의 사진과 함께 기념 E-메일을 무료로 보낼 수 있는 컴퓨터, 각종 음식과 음료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등 그 높은 산정상에 없는 것이 없었다. 동행한 친구들과 알프스의 만년설에 꽂아 10여분간 시원하게 한 뒤 마신 맥주 한병의 맛은 기가막혔다. 그러나 너무 높은곳의 기압차 때문일까? 쉽게 취하고 조금만 달려도 숨이 찼었다. 그리고 산위에서 가져내려온 빈 플라스틱 물통이 누가 쥐어짠 듯이 찌그러져 있었다. 융프라우의 중턱인 라우터브루넨에서의 하룻밤은 정말 멋진 하루였다. 하늘과 가까워서 일까? 태어나서 그토록 하늘에 별이 많이 있는걸 본 것은 처음이었다. 달이 밝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별빛만으로도 세상이 훤하였고 너무나 별이 많아 찾기쉬운 북두칠성, 카시오페아 조차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리고 절벽에서 떨어지는 한줄기 폭포는 보는이의 가슴을 짜릿하게 할 정도였다. 물가가 비싼 그곳에서 나와 동행자들은 캠프장에서 감자를 삶아먹고 하루를 보냈다.

여행을 다니면서 일본의 국력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를 가나 일본어로된 안내문과 안내방송 그리고 "곤니찌와", "사요나라"라고 말을 걸어오는 현지인들. 이 때문에 너무 자존심이 상한 나는 관광지 관계자에게 한국어 지도, 안내문도 만들라고 건의도 하고 유스호스텔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다 화제를 언어쪽으로 유도해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등 우리말을 꼭 알려주고 아침식사때 다시 만나면 복습시간을 갖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면 그들은 헤어질 때 꼭 "안녕"하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동화의 나라 퓌센(슈방가우)(독일)

너무나도 아름다워 디즈니랜드의 성을 만들 때 이를 모방하여 만들었다는 독일 퓌센의 노인슈반스타인성. 보는 위치와 각도마다 성의 모습은 새로와 보였으며 1880년대에 어떻게 이런 성을 산 중턱에 세웠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엄청난 규모에 너무나도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퓌센의 아침 산공기가 너무 추워서였을까? 85일간의 여정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감기가 제대로 걸렸다. 열은 오르고 그동안 쉬지않고 무리한 탓에 몸살까지. 여기서 무너질 수 없단 각오로 다음날부터 더욱 열심히 돌아다녔더니 쉬며 잘먹고 치료해도 잘 낫지 않는 감기가 하루만에 뚝 떨어져 버렸다. 과연 내 체질은 여행하기 딱 맞는 체질인 것 같았다.



사운드오브뮤직의 배경 짤즈부르크(오스트리아)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의 배경이 된 도시로도 유명한 이곳은 '소금의 성'이라는 뜻의 이름답게 예전부터 암염(岩鹽)의 생산지로 유명하여 시 외곽지역에 많은 소금광산이 있다. 또 이곳은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출생지로도 유명하다. 물론 지금은 이곳의 명물인 모차르트 초코렛으로도 유명하다. 이 곳에 오기 위해 '사운드오브뮤직'을 여행전 한국에서 3번이나 더 보고 온 나로서는 '사운드오브뮤직' 투어를 빼 놓을 수 없었다. 영화의 촬영장소를 영화의 배경설명, 오리지널 사운드트랙과 함께 둘러본 투어는 나에게 잊지못할 추억을 남겨 주었다. 이 영화는 실제 있었던 논픽션이며 실제로는 대령의 7명의 아이외에 마리아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3명의 아이가 더 있었다고 한다. 마지막 도망가던 장면에서 실제로는 대령과 9명의 아이 그리고 임신한 마리아가 나왔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영화의 주무대인 대령의 집은 한 곳이 아니라 가로수가 길게 늘어진 길이 있는 집의 앞부분, 예쁜 호수가 있는 뒷부분, 첫째딸과 그녀의 남자친구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던 유리온실, 그리고 내부 세트 이렇게 4곳에서 촬영되었으며 가장 재미있는 사실은 마리아와 아이들이 도레미송을 부르며 달린 언덕부터 정원까지는 실제 55km의 긴 거리였다. 이들은 5분도 채 안되는 시간에 이를 달린 셈이 되는 것이다.

사운드 오브 뮤직



두말할 필요없는 관광지 로마(이탈리아)

아침일찍 일어나자마자 한국인 민박집에서 모처럼 따뜻한 아침밥을 먹고 로마안의 또다른 나라 바티칸으로 향하였다.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중의 하나여서일까? 비수기 게다가 아침일찍 갔는데도 불구하고 수많은 관광객이 입장을 위해 벌써 끝도 보이지 않는 줄을 서 있었다. 유럽 1달 여행동안 1시간 이상 줄서서 들어간 곳은 이곳 뿐이었다. 바티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4년전 이곳을 방문했지만 가이드북도 없이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구경하기만 해 재미없었으나 이번엔 가이드북 보며 공부도 많이 했고 많은 한국인 단체 관광객중 한팀에 살짝 끼어 가이드의 생생한(?) 설명을 들으며 보니 더욱 흥미롭고 보람찬 관람을 할 수 있었다. 바티칸을 떠나 기원전에 지어진 판테온으로 향하였다. 판테온으로 향하는 도중 모처럼 작은 빗줄기를 만날 수 있었다. 판테온의 과학적인 설계로 인해 천장의 큰 구멍에서 비가 새지 않는다고 책에서 본 적이 있어 그 사실을 더욱 확인하고 싶어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나 도착한 판테온의 바닥은 큰 구멍에서부터 떨어진 빗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4년전에 동전 하나를 던져 끝내 다시 찾게된 트레비분수. 뒤로 돌아 오른손으로 왼쪽어깨 너머로 동전 하나를 던지면 로마에 다시오고, 두 개를 던지면 사랑이 이루어지고, 세 개를 던지면 이혼을 한다는 전설이 있는 이곳, 그래서 나는 이번엔 비장한 각오(?)로 제일 깨끗한 동전 2개를 주머니에서 꺼내 뒤로 던졌다. 마치 내가 하나를 던져 이곳에 다시 오게 된 것처럼 정말로 이루어지길 바라며.

로마의 휴일, 악마적 재능 리플리





물의 도시 베네치아(이탈리아)

물의 도시 베네치아. 근교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로 유명한 베로나에서의 1박후 줄리엣의 발코니를 구경하고 베네치아로 향하였다. 물의도시답게 버스, 택시마저도 물위에서 배의 형태로 운행되고 있었다. 시내의 수많은 물길 때문일까? 곧게 뻗은 큰 도로는 찾을 수 없었고, 동네 골목길같은 좁은 도로만 미로처럼 뻗어 있었다. 지도를 보며 길을 찾던 나는 이내 포기하고 목적지의 이정표만 보며 걷기로 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 특히 우체부아저씨가 존경스러울 정도로 길찾기가 어려웠으니. 마침 그곳은 비엔날레로 인해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우리나라 작품도 어렵잖게 찾을 수 있었고 수상작인 노래방 부스도 인상적이었다.

자갈해변 니스(프랑스)

니스의 명물인 해변을 찾기전 잠시 들른 샤갈 미술관. 미술에는 문외한인 나였지만 왠지 푸근한 기분이 드는 그의 작품들은 미술에 대한 나의 선입견을 바꾸어주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끝없이 펼쳐진 해변 게다가 해변은 모래가 아닌 자갈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니스의 해변. 모처럼 날씨가 좋았던 탓일까? 약간 추운 날씨임에도 옷을 벗어던지고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매일 많은 것을 보겠다던 욕심에 바쁘게 움직이던 나도 모처럼 신발과 웃통을 벗어던지고 햇볓도 쬐고 해변의 예쁜 자갈도 모으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오후에는 니스에서 가까운 에즈라는 향수마을로 향하였다. 해발 450m에 위치한 이곳은 공기좋고 물맑은 향수만들기 좋은 곳이여 많은 향수 공장이 위치해 있었다. 1시간 30분정도의 힘겨운 등반끝에 나는 그곳에 다다를 수 있었고 친절한 공장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향수 공장을 견학하였다. 우리가 향수에 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중의 하나가 아마도 "EAU DE TOILETTE"를 화장실용 향수인줄로 알고 화장실에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는 보통 25%의 향수와는 달리 6%의 약한 향수로 주로 스프레이 타잎의 향수를 말하는 것이다.

프렌치키스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스페인)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도시라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의 건축물로 가득찬 이곳, 특히 이중 대표작인 성가족 성당은 1880년대부터 공사를 시작 현재까지 120년간 계속 공사중이고 완공 예정이 없는 건물이다. 바르셀로나 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세가지 있는데 투우, 분수쇼, 플라맹고가 그것이다. 아쉽게도 투우와 분수쇼는 시즌을 놓쳤고 플라맹고를 보러 가기로 했다. 스페인의 전통술인 샹그리아를 마시며 땀이 튈정도로 열정적으로 추는 플라맹고 공연을 2시간여 본 나와 여행중에 만난 한국인 7명은 공연 마지막 무대에 올라 직접 그들과 플라맹고를 추며 잊지 못할 시간을 보냈다.





씨에스타의 도시 마드리드(스페인)

스페인어 문화권의 특징일까? 아니면 너무 더운 그들의 기후탓일까? 그들에게는 시에스타라는 독특한 낮잠문화가 있었다. 그래서 도심조차도 오후 1-4시 사이에는 가게문을 닫고 잠을 자러가는 그들로 마치 폐허처럼 조용하고 지나가는 사람이라고는 단지 관광객 몇 명 뿐이었다. 스페인하면 빼 놓을 수 없는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의 동상을 보고 쁘라도 미술관으로 향하였다. 최근에 폭탄테러가 있었던걸까? 미술관, 왕궁등 가는 곳마다 입구에서 그 어느곳보다 심하게 소지품검사를 하고 있었다. 프랑스의 르부르, 피렌체의 우피치와 세계 3대 미술관으로 불리우는 이곳의 큰 규모는 반나절 동안 구경한 나로서는 절반밖에 볼 수 없었다.





칼(Sword)의 도시 똘레도(스페인)

칼하면 떠오르는 곳이 어디일까? 스위스의 빅토리노스, 아님 독일의 쌍둥이칼 둘다 아니다. 마드리드에서 교외선을 타고 1시간여의 거리에 있는 똘레도라는 곳이다. 주머니칼에서부터 주방칼 그리고 장식용인 엑스칼리버 같은 대검까지 똘레도는 각종 칼로 가득차 있었다. 똘레도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대성당인데 이는 쾰른이나 밀라노의 것에 못지 않게 아름답고 1시간이 넘게 봐야 할 정도로 규모도 컸다.





축제의 도시 파리(프랑스)

마침 내가 파리에 간때는 할로윈이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할로윈이라는 축제에 그들은 어떻게 맞이하는지 알고 싶고 같이 체험하고 싶었다. 할로윈 오후 우리나라의 종로거리쯤 되는 샹데리제 거리는 수많은 차량과 인파로 붐비고 있었다. 별로 막히지 않는 거리였지만 여기저기서 울리는 차의 경적소리에 프랑스인들도 성질이 굉장히 급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알고보니 그것이 아니라 할로윈을 경축하기위한 경적연주(?)였다. 백발이 훤한 할아버지부터 샹데리제 거리의 모든 운전수가 경적으로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고 얼굴에 프랑스 국기를 그리고 또 큰 기를 펄럭이며 차위에 올라타 있는 광경도 어렵잖게 볼 수 있었다. 마치 밀레니엄이라도 맞이한 듯 그들은 기뻐하였다. 8시경 들른 펍(Pub)에서는 'Happy Hour'라 하여 2시간동안 반값에 맥주를 팔고 있었고 각종 현란한 할로윈 분장도 무료로 해 주었다. 그곳에서 머리에 각종 스프레이와 얼굴에 보디페인트 등으로 현란하게 장식한 우리는 12시에 문을 여는 나이트클럽으로 향하였다. 개장 1시간 전이었지만 드라큐라, 배트맨, 스크림등으로 분장한 많은 사람들이 입장을 위해 줄을 서 있었다. 4층으로 이루어진 나이트클럽은 층마다 각각 다른 분위기의 노래가 쉴새없이 연주되고 있었고 거기에 맞춰 춤을 추는 프랑스 젊은이들과 우리는 밤새워 할로윈을 즐기고 많은 친구도 사귈 수 있었다.

프렌치키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라빠르망, 퐁네프의 연인들, 파리의 늑대인간, 택시





유럽 총정리 브뤼셀(벨기에)

유럽여행을 종합하며 복습(?)할 수 있는 벨기에의 미니유럽. 이곳에는 유럽연합 12개국의 유명 관광지를 아주 정교하게 축소하여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봤던 베를린 브란덴브르크 문, 피사의 사탑, 파리의 에펠탑등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아마 시간이 촉박하고 많은 것을 보고 싶다면 이 곳에서 1-2시간만에 예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여행을 마칠 때 즈음해서 신발에 구멍이 났다. 신발밑창은 물론이거니와 신발 전체적으로 바닥에 구멍이나 못쓸 정도가 되었다. 40일동안 하루 평균 8시간 320시간 이상을 걸은 셈이 되고 게다가 아직 반밖에 안왔으니 앞으로 얼마를 더 걷고 봐야 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