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조제 유감(有感)
글 김덕호
경희의료원 재직시의 일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경찰서로부터 고소사건협조공문을 받아
소견서를 써준 것중 한 예가 생간난다.
개소수를 장기간 복용한 것밖에 없다고 하는 55세의 중년 남자가
병원응급실을 통해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중 사망한 사건이었다.
병원 측 자료에 의하면 우측대뇌부 대출혈이었고 평소 심장병은 없었으며
경계혈압은 가끔 있었고 혈액검사상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질이 높은 상태였다.
장복한 개소주밖에는 달리 사망 원인을 찾을 길이 없었는데
개소주집 주인이 경찰조서에서 진술한 내용으로는
한약재 10여종과 근육에 힘준다는 이상한 약을 구해 임의로 함께 넣었다,
함께 넣지 않았다는 등 횡설수설하였던 모양이다.
몸에 좋다고 하여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에게 이것저것 좋다는 약재를
한의사가 아닌 사람이 임의로 처방ㆍ조제하여 장기간 복용하게 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때
고지혈증 악화로 뇌혈관 벽의 탄력감소 등 뇌혈관장애가 생기고
그 결과 출혈된 것으로 추정, 보고하였던 기억이 난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에 소견서 작성에 여간 어려움이 없지 않았던 사건이었다.
의사의 검진없이 건강보조제를 남ㆍ오용하다 일어난 의료사고였다.
이는 비의료인이 일반인의 몸을 담보하여 해를 끼친 예로 주인에게 책임이 크지만
무턱대고 몸에 좋다고 귀한 생명을 맡긴 피해자 자신도 책임을 면키는 어려운 사건이었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최근 건강을 위한 가계지출이 점점 커진다고 한다.
건강하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병들기 전에 건강을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에 예방의학적 관심이 많아지고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씀씀이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건강을 잃어버렸을 때만큼 마음이 약해지는 적은 없다.
좋다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나 하고 싶을 것이다.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약, 그리고 건강에 좋다는 보조제들, 기능성 식품들,
특히 건강보조제는 시중 어디에나 손쉽게 구할 수 있어 권유나 선전에 의해 복용하게 된다.
이것이 인체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일부 유익한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큰 질병이 없이 변비가 있는 사람이 섬유질이나 무기질, 윤활물질이 함유된
자연식품의 보조제를 복용하고 효과를 보기도 한다.
한편 보조제였던 것이 유효성분 때문에 꾸준히 연구를 통해 약으로 개발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만병통치약이라고 선전하면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 만병통치는 있을 수 없다.
있다면 구별되는 유효성분이 없다는 셈이다.
뒤안의 의료사각지대에서 나도는 각종 보조제들이 적극적인 선전에 힘입어
백화점등 공공장소에서 아무 제재 없이 판매되고 있어 위험한 느낌마져 든다.
게다가 혐오성 보조제도 같이 진열되어 있다.
그럴싸하게 포장한 십전대보탕도 끼어있다.
약인지 식품인지 농산물인지 애매한 법해석사이에서 애꿎은 국민만 멍이 든다.
포장은 근사하지만 내용물은 변질되었거나 심지어 곰팡이나 벌레가 있는 경우도 있다.
이 모두가 책임을 강하게 지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원가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이유는 아마 포장이나 홍보비용 때문이 아닐까?
건강보조제는 약이 아니다.
영양물질이나 극히 일부 유효성분이 함유되어 건강에 보탬이 되는 것이 어쩌다가 있기는 하다.
제품화된 것이 있고 비제품화이거나 자연상태가 있다.
그러기에 식품처럼 별 해가 없다는 생각을 할지 모른다.
그러나 남ㆍ오용했을 때 부작용은 크다.
자가 진단ㆍ처방(?)이나 매스컴처방(?)에 의할 경우는 더욱 그렇다.
보조제를 복용했던 어떤 사람의 “잘쓰면 본전이고 잘못 쓰면 해가 된다”는 뼈있는 말을 음미해 볼만하다.
그럼, 먹고 싶을 경우 어떤 요령이 필요할까?
만일 제품화된 것이라면 우선 유관기관의 검인과 성분표시가 있는지 확인한다.
표시도 없고 뒤 거래를 요구하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
유효날짜와 보관상태를 살핀다.
수입품이라고 확신은 금물이다.
오히려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체질에 안맞는 경우가 많다.
복용시 구역감, 변이상, 복통, 두통 등의 증상이 있으면 재고해야한다.
비제품화이거나 자연상태의 보조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특히 날것은 기생충, 세균 등의 이유로 치명적인 경우가 왕왕 있다.
무엇보다 선전을 액면 그대로 믿지 말아야 한다. 매스컴 광고도 마찬가지이다.
진짜가 아닐수록 과포장하는 법이다.
건강보조제의 올바른 사용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관련제도를
시대에 맞게 운용하고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행정당국의 엄격한 검사와 관리가 소흘해서는 안된다.
아울러 나의 건강은 나 스스로가 지키는 것이 지혜요
책임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 2001년 신문게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