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정원[朝鮮-庭苑]
▲창경궁 대온실 앞 우리나리 정통정원
정원(庭苑)은 정원(庭園)이라고도 하는데, 정원의 '정'(庭)은 '당(堂)부터 문(門) 사이', '당(堂, 건물(建物))과 당(堂) 사이'를 말하고, '원'(園)은 동산으로 '과실수를 심은 곳'을 말한다. 그리고 '원'(園)은 '나라 동산을 일컫는 원(苑)'과 같은 음, 같은 뜻으로 사용하였다. 따라서 정원이라 함은 담장으로 둘러막은, 담장 안의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공간, 또 건물과 대문 사이, 즉 건물로부터 담장에 이르는 사이의 외부공간 모두를 말하는 것이다.
한편 '포'(圃)는 '채소를 심은 곳'을 말하고, '유'(囿)는 '새와 짐승을 기르는 곳'을 말하며, 또 "담장이 있을 때 원(園)이고, 담장이 없을 때 유(囿)이다"라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원유(苑囿)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였는데, 이는 바로 담장 안의 외부공간만이 정원이 아니라 담장 밖 자연공간까지 확대하여 정원으로 생각한 것을 잘 드러내고 있다.
궁궐의 정원인 궁원(宮苑)을 꾸미고 관리하는 일은 공조(工曹)의 산택사(山澤司)2)에서 맡아 하였고, 사대부가나 별서(別墅)는 정원의 주인 되는 사람이 자기의 작정의도(作庭意圖)에 따라 정원을 꾸미고 가꾸어 왔다.
정원을 구성하는 원리는 계성(計成)이 저술한 《원야》(園冶)에 가장 극명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비록 사람이 만들되 마치 하늘이 만든 것처럼 천연스럽게 한다"(雖由人作 宛自天開)라고 하였다. 또 "토지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因地制宜)라고 하였는데, 이러한 구성원리의 핵심은 '인차'(因借)로서 '인'(因)은 지세 등 주위 자연환경의 여건에 상응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고, '차'(借)는 차경(借景)을 말한다.
차경이란 경관을 빌려오는 것으로 여기에는 5가지가 있다. ① 원차(遠借)는 주변 멀리 있는 경물을 정원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고, ② 인차(隣借)는 가까이 있는 경물을 끌어들이는 것이며, ③ 앙차(仰借)는 바라다 보이는 높은 곳의 경물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④ 부차(俯借)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이는 경물을 뜰 안에 끌어들이는 방법이며, ⑤ 응시이차(應時而借)는 시절풍경에 따라 경물을 차용하는 방법을 말한다.
비록 《원야》가 중국인의 저술로 중국 정원의 구성원리를 말한 것이지만, 동양삼국에서 이러한 원리를 가장 잘 지킨 나라는 조선이라 판단된다. 왜냐하면 중국의 정원은 그 계획에서부터 너무나 굉대하여 많은 인공이 가해진다. 예컨대 맨 땅을 파내어 연못을 만들고, 거기에서 파낸 흙으로 동산을 만든다.
또 석함에 담을 굉대한 괴석을 멀리서 구하여 가져와 석함에 담고, 가져올 때 혹 깨지기라도 하면 이를 서슴지 않고 붙여서 석함에 담아 두기도 하며, 또 자연에서 채취한 것들이라 하더라도 인공을 가한 흔적이 너무나 완연하다.
한편 일본의 경우에는 자연을 축소하고, 나뭇가지들을 자르고 휘어지게 하여 인공적인 모양새를 갖추는 등 모든 곳에서 인공을 가한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즉 자연을 재현한 것이지만 인공적인 가공물이라는 것이 쉽게 인지된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작정(作庭)은 주변 자연환경에 적절히 대응함으로써 꾸미는 가운데에서 꾸밈이 있었음을 알아차릴 수 없게 자연스럽게 가꾼다. 즉 비록 사람이 만들었으되 하늘이 만든 것처럼 천연스러운 것이다.
조선의 전 국토는 3분의 2가 노년기 지모(地貌)로 이루어진 산지이기 때문에 도처에 나지막한 동산과 구릉이 있고, 냇물이 흐른다. 때문에 집을 지을 때 보통 산을 등지고 앞으로 냇물이 흐르는 그런 터에 집자리를 정한다. 즉 배산임수(背山臨水)를 택함으로써 집터 뒤로는 동산을 갖게 되어 일찍부터 이 동산을 잘 가꾸는 사람을 '동산바치'라 불러왔으며, 동산바치가 가꾸는 동산, 즉 후정(後庭)을 잘 가꾸어 왔다.
조선조의 정원은 궁궐, 관아, 객사, 향교, 서원 등의 공공적인 건축이나, 주택과 같이 사적인 건축이 주가 되고, 이들 건축을 둘러싸고 이루어진 정원들과, 정원 그 자체가 주가되는 이른바 '별서'(別墅)라 하는 정원의 2가지가 있다. 전자의 경우는 궁원(宮苑)으로는 경복궁과 창덕궁, 창경궁 등의 정원과 후원(後苑)들이 있고, 각 지방 향교의 정원, 강릉 선교장과 같은 제택의 정원을 들 수 있고, 후자의 경우로는 담양 양산보(梁山甫)의 소쇄원(瀟灑園)을 들 수 있다.
출처:(한국건축사)
2025-11-15 작성자 명사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