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1~4학년 여학생 50명으로 시작된 ‘드림스타트’가 공부 개조 프로젝트에 참여 신청한 초·중·고교 학생 50명에게 멘토 역할을 해준다. ‘드림스타트’는 e-메일과 메신저, 전화 등 온라인 방식으로 초·중·고교 학생들의 국어·영어·수학 등의 과목 학습법을 도와주며, 진로 상담 등도 해줄 예정이다.
멘토는 6개월간 진행되며 매주 3시간씩 이뤄진다. ‘드림스타트’의 진행 과정은 지면을 통해 중계될 예정이다. 연세대 ‘드림스타트’ 멘토 학생들과 온라인상에서 만나게 될 대상 학생들은 공부 개조 프로젝트 신청자에 한정되며, 프로젝트팀의 심사를 통해 21일 선정·발표된다.
강홍준 기자
공부 개조 프로젝트 이번 주 참가자 대전 국제통상고 1학년 김유림양 오늘에 집중하라, 내일을 계획하라,‘실업계 콤플렉스’가 날아간다
전문계고(옛 실업계고)는 과거 상고, 공고가 아니다. 대입 실적에서 웬만한 일반계고와 비교도 안 되는 전문계고들도 있다. 외국 유명 대학에 유학을 보내는 전문계고 이야기는 이젠 뉴스가 안 된다. 그렇다면 전문계고를 바라보는 일반인, 특히 부모 세대의 시선은 달라졌을까. 유감스럽게도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인문계 고교나 특목고 학생들과 번번이 비교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일단 전문계 고교에 진학한 아이들 가운데 일부는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기도 한다. 공부 개조 프로젝트 아홉 번째 주인공 김유림(대전 국제통상고1)양은 지금까지 그랬다. 하지만 유림이는 ‘나도 무언가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멋진 반전을 꿈꾸는 유림이의 신청 사연을 접한 프로젝트팀이 대전으로 달려갔다.
전문계고를 선택하기까지
“어려운 형편에 무리해서라도 학원은 모두 보내주셨는데… 더 이상 학원비와 공부 문제로 엄마 속을 썩이고 싶지 않아요.”
유림이는 친구들보다 자꾸만 뒤처지는 성적 때문에 별의별 학원을 다 다녀봤다. 과외도 받아보고 영어·수학 단과학원, 속독, 공부법 학원, 전 과목 종합학원 등을 거쳐 평균 점수를 90점까지 올려준다고 광고하는 고액 학원까지. 하지만 그 어느 하나 효과를 본 곳은 없었다. 결국 지난해 말 “인문계로 원서 냈다가 떨어지면 시골로 가야 한다”는 중학교 선생님의 말에 유림이는 실업계 고교에 원서를 내게 됐다. ‘인문계 가서 꼴찌 하느니 실업계에서 좋은 내신을 받자’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입학하고 보니 현실은 생각처럼 단순하지가 않았다. 면학 분위기나 학습량 면에서 인문계에 간 친구들과 자꾸 비교가 됐다. 대학 진학을 원하는 터라 방과후 학교에서 수능 대비반 수업을 듣지만 수준이 잘 맞지 않아 크게 도움이 되진 않는 것 같다. 유림이는 “통제력·사고력·집중력이 많이 부족한 것 같지만 혼자 공부하는 방법을 배워 엄마께 전교 1등 성적표를 안겨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불리하다는 생각을 버려라
유림이의 고민을 들은 프로젝트팀은 가장 먼저 “인문계와 자꾸 비교하며 불리함에만 주목하는 태도를 버리라”고 강조했다. 박재원 소장은 『강릉대 아이들, 미국 명문대학원을 점령하다』(김영사)라는 책을 예로 들었다. 이름 없는 지방대의 신설학과에서 미 명문대로 진학한 학생들의 사례를 눈여겨 볼 것을 권했다. 실업계 고교를 졸업한 이선아 멘토 역시 “학교를 다니는 동안 내가 불리하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며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이씨는 “나는 분위기에 휩쓸려 2학년까지 놀다가 ‘내가 왜 여기에 왔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며 “1학년부터 열심히 하는 유림이에게는 가능성이 훨씬 많은 셈”이라고 격려했다.
프로젝트팀은 “앞으로 공부에 대한 마음가짐을 달리 해야 한다”는 점도 조언했다. 하기 싫은 공부를 의지만 가지고 억지로 하는 것은 효과가 적고 지속하기도 힘들 수밖에 없다.
박 소장은 유림이에게 고쳐야 할 세 가지 대표적인 생각 습관을 제시했다. ①‘이 지겨운 걸 또 공부해야 하나’라는 생각은 ‘어차피 해야 할 공부라면’으로 바꾼다. 공부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지 않으면 관심은 자꾸 다른 데로 쏠리기 마련이다. 자신이 유능한 사람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을 배워나간다는 마음으로 공부하는 것이 변화의 첫걸음이다. ②‘나보다 공부도 못하던 녀석이…’라며 주변 상황이나 경쟁자들과 비교하면 심리적 방황을 겪게 된다. ‘다른 녀석들은 아마 상상도 못할’ 깜짝 놀랄 만한 성공을 준비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주위의 자극에 흔들리지 않도록 한다. ③‘그 실수만 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는 생각으로 결과에 연연하는 것은 의욕 상실을 불러일으킨다. 실수를 통해 배워나간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고민만 하지 말라 … 실천 의지가 관건
“이제 나의 길을 가겠습니다.” 전문계고 1호 신청자 김유림양이 상담 뒤 자신감을 찾았다. [황정옥 기자]
유림이는 현재 의지와 욕심은 충분하다. 그러나 고민만 하느라 정작 실천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었다. 김윤환 교사는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면 씻고 컴퓨터를 하는 것 외에 예습·복습 등 자율적인 학습 시간이 거의 없는 유림이의 하루 일과를 지적했다.
수능 성적 예측 검사에서도 유림이는 자기주도성 점수가 매우 낮게 나왔다. 박 소장 역시 “현재에 충실하지 않으면서 미래를 말하지 말라”고 잘라 말했다. 아직 1학년이니만큼 유림이에겐 입시 전략을 고민하는 등의 복잡한 생각보다는 자기주도의 바른 학습 습관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프로젝트팀은 유림이에게 수능 만점자들의 공통점을 알려줬다.
①6시간 이상 숙면을 취한다. ②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관람 등 꼭 하고 싶은 일은 한다. ③공부는 즐거운 것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④책을 많이 읽는다. ⑤틀린 부분은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학습한다. ⑥대충 넘어가지 않는다. ⑦혼자 하기 부족한 부분만 학원에 다닌다. ⑧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김 교사는 복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수능 점수를 높여 대학에 진학하는 길을 생각한다면 일단 국어·영어·수학의 기초부터 제대로 다져놓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사회탐구영역 대비는 2학년 때 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학교 수업에 충실하게 그날의 주어진 공부를 끝내는 연습이 필요했다.
박 소장은 “오늘 놓친 끼니를 내일 먹을 수 없듯 공부도 그날 계획을 다음날로 미뤄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 교사도 “선생님들이 수업을 5분쯤 일찍 끝내는 경향이 있다면 바로 그 5분을 활용해 배운 것을 복습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또 “모의고사 성적표에서 백분위와 등급만 볼 것이 아니라 영역별·유형별 오답 분석을 통해 자신의 취약점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림이가 “지난 3월 모의고사 성적표는 화가 나서 찢어버렸는데 그럴 줄 알았으면 잘 둘 걸 그랬다”며 멋쩍게 웃었다.
박 소장은 유림이에게 ‘기억’의 원리와 두뇌 활동의 특징 등 공부의 과학적인 원리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책만 읽고 외우는 1차원적 공부는 금방 잊히는 ‘의미 기억’이지만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여 온몸이 참여하는 공부는 ‘일화 기억’으로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고 말했다. 또 “해설을 보거나 설명을 들으면 이해가 되다가도 시험에서 문제를 풀 땐 틀리는 이유는 뇌의 ‘피각’이라는 부분이 문제를 직접 풀어볼 때 활성화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부모의 긍정이 필요하다
프로젝트팀은 일 때문에 함께 자리하지 못한 어머니 박순오(44·대전시 서구)씨와 전화 상담을 진행했다. 박씨는 “유림이가 악착같은 면이 없고 실천력이 떨어진다”며 부정적인 생각을 내비쳤다. 박 소장은 “아직 공부 초보자인 유림이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주셔야 한다”며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것이 유림이를 변화시키는 힘”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유림이네 가정의 분위기를 어머니가 주도하는 만큼 함께 노력이 필요하다는 프로젝트팀의 의견에 박씨도 수긍했다. 박씨는 “그동안 생활고 때문에 옆에서 챙겨주지 못한 게 미안하다”며 “이번에 좋은 기회를 얻은 것을 계기로 나도 많이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림이도 “집에 오면 바로 컴퓨터를 켜던 습관을 돌아보게 됐다”며 “내일부터는 오자마자 그날 배운 내용을 훑어보는 연습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동안 ‘난 실업계니까 안 돼’라는 생각만 했지 정말 ‘나 열심히 공부했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을 만큼 공부해 본 적이 없어요. 이제 저에게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걸 믿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제 꿈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래요.”(웃음)
최은혜 기자
프로젝트 신청 사연 독한 맘 먹었는데 흐지부지 … “성적으로 갚을 게요”
하루 종일 식당일에 매달리는 어머니 박순오下씨는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유림이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황정옥 기자]
유림양의 어머니 박순오씨는 홀로 아들·딸의 뒷바라지에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식당 일을 한다. 매일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낸다. 빠듯한 생활 속에서 유림이가 다녀보겠다는 학원은 어떻게든 보내주려 했다. 하지만 그런 딸이 실업계고에 진학하게 됐을 땐 속상한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박씨는 “안타까웠지만 아이가 스스로 헤쳐 나가도록 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유림이도 자신이 실업계고에 가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해 중3 초까지만 해도 예고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피아노를 그만둔 뒤에도 유림이의 장래 희망은 음악치료사·작가·간호사 등 인문계열로 진학해야 하는 것들뿐이었다. 그렇지만 3학년 말 받아 든 내신 총점이 생각보다 낮았다. 상담을 받으러 찾아갔을 땐 “인문계에서 떨어지면 실업계에서도 갈 데가 없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 유림이는 불안해졌다. 인문계에서 잘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도 않았다. 결국 뚜렷한 계획이나 학교에 대한 정보도 없이 서툰 결정을 내렸다.
그 뒤 유림이는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 왔다. 게다가 친한 친구와 다투던 와중에 친구가 내뱉은 말은 유림이에게 충격을 던져줬다. 학교 문제로 자신을 무시하는 내용의 말이었기 때문이다. 유림이는 오기가 발동했다. 인문계 아이들이 이른 아침부터 공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혼자 아침 7시에 등교해 9시 수업 시작 전까지 공부를 했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50분 정도 걸린다. 상위권을 지키려 EBS 강의도 들었다. 유림이는 그러나 “공부하려고 마음을 다잡아도 막상 집에만 오면 풀어지게 됐다”고 털어놨다. 새벽 등교도 흐지부지됐다.
그러던 어느 날 신문에서 ‘지금 신청하세요’라는 제목의 공부 개조 프로젝트 관련 기사를 보게 됐다. 유림이는 “처음엔 ‘나도 참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렜다”며 “하지만 정말 대단한 아이들만 뽑힐 거란 생각에 마냥 부럽기만 했다”고 말했다. 주인공으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을 땐 어안이 벙벙했단다. 그동안 마음에 가득했던 엄마에 대한 죄송한 마음과 자신에 대한 실망감, 친구들을 향한 자존심 등이 머릿속에 떠오르기도 했다.
소식을 들은 친구들의 관심과 선생님의 격려는 유림이에게 큰 힘이 됐다. 기말고사를 준비할 땐 같이 공부하자는 친구들도 생겼다. 선생님들은 “너도 할 수 있다. 분명히 해낼 수 있을 거야”라며 응원을 보내 주었다. 최근 중간고사에서 전교 10등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해 낙심했던 유림이는 “이제는 전교 1등도 가능할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어머니 박씨는 기쁜 마음 한편으로 조심스레 염려도 된다. 박씨는 “독자들과의 약속이니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딸아이에게 얘기했다”며 “이 기회에 아이가 자기 주도성을 터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림이는 ‘당장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라’는 프로젝트팀의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 수학·영어는 중학교 공부부터 시작할 생각이다. 학교 선생님께는 사정을 말씀드리고 따로 시간을 내 지도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흔쾌히 승낙해 준 선생님과 함께 가장 낮은 수준의 교재를 정해 공부해 나갈 계획이다. 유림이가 유쾌하게 너스레를 떨었다. “저를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성적으로 갚을게요. 전국의 실업계 학생들을 대표하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