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포시 벌어진 밤송이 속에 묻힌 윤기나는 알밤하며 바짝 마른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떡~하니 떡두꺼비 마냥 마른 풀 숲에 놓여 있는 늙은 호박, 그리고 울긋 불긋 그 잎새와 참으로 멋들어지게 어울리는 빨간 감...
고추 잠자리 그리고 파란 하늘.
우리들의 가을 풍경이다. 한국의 가을은 지금도 이러한가?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 곳은 한창 봄이 되려 한다.
어제는 오랫만에 체인쏘오(chain saw)를 손질했다. 우선 날을 새웠다. 30도 비틀림각을 주고 아래로 10도 만큼 낯춘 뒤에 줄로 두어번 가볍게 밀어서 날을 새운다.
전에 부터 버려왔던 걸치적 거리는 울타리 나무(hedging tree)를 쳐 내어야지 그리고 겨울 동안 햇살을 가로 막았던 저 뜰 앞에 선 나무들도 좀 손좀 봐드려야 겠다 싶고.
좀 늦은감이 들긴 하지만 정원을 손 봐야 할 때이다.
처음으로 집을 구입한 뒤에 아마도 이민자들이 가장 먼저 망설여 지는 것이 각자의 정원이나 잔디밭의 관리가 아닐 까 싶다.
우리나라야 그냥 흙마당이거나 아니면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거나 해서..그나마 여유가 있다면 전시용으로 된 손바닥만한 화단이 거의 대부분이 아닐까 싶고 따라서 여기에서는 그리 크지 않는 규모의 잔디나 화단,정원이래도 이민자들에게는 난감하고 당황스럽기 마련이다. 더우기 언제 흙을 만져나 보고 살았던가??
오늘은 잔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다. 이 나라에서는 잔디관리란 집관리의 첫 걸음에 해당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까다로운 동네(보통 비싼동네)로 이사를 가게되면 자기 집의 잔디는 정원의 일부가 아니고 바로 내 얼굴이나 다름 없다는 사실에서 잔디 뒤에 숨어있는 뜻은 다소 의미심장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자칫 소홀하면 무시와 멸시의 대상으로 쉽게 부각되지를 않나 너무 길면 왜? 깍지 않느냐는 이웃들의 무언의 압력과 심한 경우에는 카운실에 아주 성실?한 신고까지 하는 바람에 그나마 어지로운 이민자들을 아주 미치게? 만들기도한다. 허허 이놈의 잔디~ 아주 사람을 잡는구만...애고.
하여간 기를 쓰고 경쟁하듯 휴일이면 반바지의 남정네들이 잔디를 깍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허다허다 지친 어떤 교민은 그냥 잔디를 다 걷어내고 시멘트로 도배를 한 경우도 난 알고 있는데...하하 가 보니 너무 삭막하고 황량한게...이것은 영 아니로구나 싶었다. 그리고 나중에 집을 팔 때에도 상당히 고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여간 정원 관리의 키 포인트는..자신과 그 집의 분위기에 맞는 정원을 만들어 간다는 것인데
* 뜰이 너무 넓은 경우(즉 잔디밭이 너무 넓은 경우).
적극적으로 정원 조경을 다시 고려해 봄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단조롭게 잔디만 있는 것 보다는 뜰의 한 가운데에 원형 화단을 조성하고 이를 중심으로 보도를 낸다거나 해서 정원 전체를 활기있게 변화를 준다는 이야기다. 정원의 조그만 변화가 집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안다.
잘 한다면 거기에 투자된 비용의 몇 곱절 이상으로 집의 가치가 상승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서양인들이 화단을 지성으로 가꾸는 데는 물론 자신의 취미생활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집의 가치를 높인다는 실속도 있는 것임을 알아야한다.
조경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전문 조경 설계사(garden designer)에게 의뢰를 하던지.
-시간을 두고 자신이 서적을 통해 그리고 조그만 시행과 착오를 통해 즐기면서 자신만의 정원을 꾸미던지...각자의 사정에 따라 다르다 할 수 있겠다.
-조경 설계사에게 의뢰를 할 때에는 자신의 필요사항를 반영하도록 요청하면 될 것이다. 즉 정원관리에 시간이 많지 않는 사람을 쉽게 관리하는 데에 중점을 두도록 요청하면 될 것이고 시간이 많은 사람은 아기자기 계절별로 변화를 주는 데에 중점을 두면 좋을 것이다.
* 뜰이 좁거나 적당한 경우.
이 경우의 잔디 관리는 이전의 그대로 관리하는데에 집중하면 될 것이다. 물론 이 경우도 화단이 없다거나 해서 전체적으로 정원이 단조로운 경우에는 화단을 만든다거나 넓힌다거나 해서 변화를 주면 집이 훨씬 달라 보일 수가 있다.
* 잔디 상태가 매우 불량한 경우.
험한 경우는 잔디가 무슨 갈대처럼 키가 자라서 폐가처럼 보이는 그런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일단 잔디가 조성된 경우라면 잔디를 몽땅 뒤집어 엎어야만 하는 최악의 상황은 어지간해서는 없다는 사실을 유념하는 것이 좋다.
성질 급한 사람은 그냥 제초제를 뿌리고 새로 잔디를 조성하려고 하는 데 막상 쉽지도 않을 뿐더러 그 비용이나 절차도 만만치 않기 마련이다.
이 경우에는 섣부른 결정을 내리기 전에 좀 돈이 들더래도 전문 잔디깍이를 불러 잔디를 깍도록 한 뒤에 시간을 두고 지켜 보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아마도 이만하면...이젠 내가 할 만하다는 생각이 틀림없이 들 것이다.
* 잔디에 잡초가 많은 경우.
우선 비닐 봉지에 잔디밭에 나 있는 잡초를 종류별로 채취한 뒤, 가까운 가든센터에 가서 선택성 제초제(selective herbicide)를 추천 받아서 날이 좋은 날 오전중에 규정된 용량 만큼 살포를 하면 된다. 보통의 경우는 살포를 한 후 초소한 7시간 정도는 비가 와서는 안된다.
가장 문제가 되는 잡초로는 민들레,데이지 씀바귀과에 속하는 풀들로 나름의 선택성 제초제가 있다.
* 잔디를 새로 조성해야 할 경우.
즉 잔디씨를 뿌린다거나 아니면 인스탄트 잔디( 카펫처럼 두루말이 식으로 이미 다른 곳에서 키운 잔디를 떠 다가 그 자리에서 깔아주는 잔디로 매우 비싸다.)를 이식한다거나 하는 경우를 말하는데...여기에서는 씨를 뿌려서 잔디를 키우는 경우를 알아 본다.
가장 중요한 사항은 잔디밭의 사전 준비라고 하겠다.
1.잡초를 완전히 제거해야만 한다. 무차별 제초제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서는 토양에 분무를 하여 수분을 "적당히" 공급한 후, 로타리 호 등의 틸러를 빌려다가 땅을 갈아야한다. 보통 2~3차례 간 후의 흙을 만져 보아 촉촉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 정도로 그 입자가 고루게 작아야 한다. 그렇치 않는 경우는 다시 한번 더 이번에는 반대 방향에서 갈아 준다.(이전에 동서 방향이었다면 이번에는 남북방향으로..)
2.잔디 비료를 고르고 충분히 살포한다.
3.쇠스랑과 같은 농기구를 이용하여 살포한 비료도 섞을 겸 또는 흙속에 섞여 있는 잡초나 그 뿌리, 돌맹이들의 이물질등도 제거 할 겸...지면을 반듯하게 해주면서 써래질을 해야한다.
4.일기예보를 살펴서 큰 비가 오지 않는 날을 잡아 준비한 씨를 뿌린다. 씨를 뿌리는 방법은...한번은 동에서 서로 왔다 갔다 하면서 최대한 고르게 뿌리고 난 후 두번째는 남에서 북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다시 한번 더 겹쳐 뿌리는 것이다.
5.마지막으로 눈으로 보면서 너무 심하게 씨들이 뭉쳐 있는 경우는 좀 거친 마당 빗자루나 아니면 앞서 사용했던 써래를 이용하여 다시 한 번 더 써래질을 앞서의 요령으로 해준다.
6.가든 롤러(garden roller)로 뿌린 씨들을 눌러주고 동시에 지면을 고르게 해준다. 이 롤러는 충수식(water filling type)를 빌려오는 것이 편리해서 좋다고 본다.
7.마지막으로 가볍게 그러나 충분히( 지면에 물이 고이기 시작하면 이 때 부터는 지나침..) 살수해준다. 그리고 계절에 따라 물이 마르지 않도록 신경을 써주어야 한다.
가든용 스프링 쿨러(타임어가 달린 것이면 더욱 좋다)를 구입하면 될 것이다. 지면의 흙 색깔을 잘 관찰하면 그 때를 알게 될 것이다.
8.잔디가 충분히 자라난 뒤(약 10센티 이상)에 잔디깍기를 해주도록 한다.
이상 내가 아는 범위에서 상식적인 이야기를 드려 보았는데 혹 보충이 필요하다거나 또는 문의가 있는 경우에는 여러분들이 함께 참여하여 서로의 정보를 교환했으면 싶다.
ps. 기술적인 이야기를 쓰다 보니 편의상 존대말을 사용치 않았읍니다. 이 점 양해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