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없고 말썽만 부리던 중학교 2학년 어느 수업시간이었다.
“아,우리는 언제쯤 서울에 한번 가볼까?”
“그게 머가 걱정이야, 우리도 놀러가면되지.”
“말이쉽지 어떻게가. 돈도 많이들고.. 서울가서 원타임보고 싶다.”
“나도나도. 서울가면 연예인들 진짜 많이 볼 수 있겠지?
서울사는 사람들은 좋겠다. 동네다니면서도 연예인 본다잖아“
"서울은 진주랑 달라서 건물도 엄청 크고 좋은 곳도 많고 놀곳도 많다잖아"
"진주는 너무 심심해. 할 것도 없고"
“그럼 우리 커서 어른되면 꼭 서울가서 살자”
"좋아"
우리의 최대관심사였던 잘생기고 멋진 연예인들이 많은 서울에 대한 기대감은
너무나도 컸다. 친구들과 모여서 수다떨때면 서울 얘기는 어김없이 등장하곤
했었는데 그 기대감이 3년뒤인 고2 크리스마스 이브날에 이루어졌다.
크리스마스를 항상 같이 보내왔던 우리 중학교 친구들과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머하고 놀까? 하다가 누군가의 입에서 “우리 서울갈래?”라는 한마디가 나왔다.
중학교 때부터 서울서울 하면 지내왔던 우리들이었기에 만장일치로 이번 크리스
마스는 서울에서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가려고 하니깐 차비와 서울에서
쓸 돈 문제가 시급해졌다. 아직 고등학생이었던 우리는 학교 생활 때문에 아르바이트
라던가 돈을 모울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에 각자 집에 잘 말해서 부모님들께 돈을
얻기로 했지만 나는 서울로 놀러간다는 얘기를 할 수 가 없었다. 부모님들이
워낙 엄격하셨기에 서울 간다는 얘기만 꺼내도 크리스마스를 집에서 보낼 것만 같아
서 비밀리에 계획을 세워서 용돈을 틈틈이 모우고 크리스마스라고 친구들과 논다는
이유로 부모님께 돈을 받을 수 있었다.
드디어 2003년 12월 24일의 해가 밝았다. 방학이 늦게 하는 바람에 24일날도
학교에 가서 수업을 받게 되었는데 그날은 너무 부푼 마음 때문에 제대로 수업을
받을 수 가 없었다. 어느 덧 저녁이 되고 친구들과 만나게 되었다. 오늘 너무 떨려서
수업을 제대로 못받았다고 하니 친구들도 “나도나도” 라며 나와 같은 마음이었던
것이었다.
시내에서 친구들과 저녁을 맛있게 먹고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해 드디어 표를 끊고
버스에 올랐다. 우등석이라서 그런지 자리도 넓고 편안하며 조금만 있으면 서울이라
는 기대감에 다들 들떠 있었다. 드디어 버스가 출발하고 4시간이라는 긴 기다림을
어떻게 보낼까 하다가 눈을 좀 붙이기로 했다. 자고 일어나면 서울이겠지? 라는 마음
이 있었기에 ...
눈이 살짝 떠지고 창문 밖을 쳐다는데 “와~~”라는 탄성만 나오는 것 이었다. 진주에
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이었다. 진주에는 아파트가 높은 편이라
도 25층 정도인데 내 눈앞에는 40층 정도 되는 아파트가 한두채가 아니라 지금 내가
사는 하대동 정도의 땅에 아파트가 밀집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진주신데
서울은 특별시라더니 다르긴 다르네’ 속으로 이런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땅에 발을 디뎠다. 헌데 이게 뭐지? 새벽2시에 서울에 도착한 우리는 황당한
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우리 눈앞에 펼쳐진 것은 8차선 정도의 넓은 도로와 차들만
이 우리를 반겨 주었고 여기가 어디인지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한 것이었다. 길을
물어보고 싶어도 지나가는 사람한명 없고 서울에서는 택시를 잘못타면 택시비가
터무니없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선뜻 택시를 탈 수도 없었다. 새벽
이었기에 지하철도 버스도 없는데 ....
우리는 일단 무작정 사람을 찾아서 걷기로 했다 오분 쯤 걸었을 때 아저씨 한분이
지나가는 것을 봤는데 길 물어보기를 서로 미루기만 할뿐 누구한명 나서서 물어보지
를 않았다. 문제는 우리는 경상도 사람이었기에 사투리가 쪽팔렸던 것이다. 하지만
친구 한명이 용기를 내 서울말을 비슷하게 써가면 동대문쪽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보니 어느 방향을 가르켜 주며 그곳으로 가면 된다기에 우리는 기쁜마
음으로 그 방향으로 걸어갔다.
처음에 택시를 탈까 생각도 했지만 택시비 걱정 때문에 무작정 걷기로 했다. 친구
한명이 예전에 부모님과 서울에 왔었는데 그다지 시간이 많이 안걸렸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걸어도 걸어도 넓은 도로와 많은 차들과 크리스마스 때문에 설치한 조명
장식뿐이었고 간간히 지나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한참 걷다 춥고 힘이
빠져서 결국 택시를 타기로 했다. 우리는 택시 안에 있으면서도 택시비 때문에
조마조마 했다. 한 20분정도 지났나? 우리가 원하는 동대문 쪽에 도착한 것이었다.
택시비는 생각 외로는 많이 안나왔지만 우리 진주 한바퀴를 돌 수 있는 10000원정도
나온 것 이었다.
동대문에 도착한 시간은 3시30분 정도였는데 이게 웬일이야~ 이시간에 왜이렇게
사람들이 많은건지... 진주에서는 10시 정도만 넘어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고
간판 불들이 꺼져서 조용 한데 그에반해 우리가 도착한 이곳은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높고 큰 건물들에 많은 사람들.. 나에게는 충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흥분되는 마음
으로 ‘두타’에 들어가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여기저기 크리스 마스 장식으로 된곳에
서 사진도 찍고 우리끼리 나름대로의 추억들을 만들어 나갔다.
새벽5시쯤 큰 건물들은 하나씩 불이 꺼져갔고 음식점들과 술집들이 모여있는 곳은
아직도 초저녁이었다. 우리도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 위해 음식점에 가서 맛있게
먹고 나니 7시쯤 된 것이었다.
친구가 미술을 공부하고 있어 홍익대를 꿈꾸고 있었는데 이번기회에 학교 구경을
가보기로 해서 지하철을 탔다. 서울오는 버스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는 잠을 못잔
터라 다들 피곤해서 서로를 의지하며 잠들어버렸다. 그런데 눈을 떴는데 날이 훤하게
밝아 있는게 아닌가? 시계를 보니 10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거야?
누구하나 일어나지 않고 자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들을 깨웠다. 여기가 어디지? 하고
노선을 살피고 있으니 다행이도 우리가 탄 지하철이 순환노선이라서 3바퀴 정도는
돌고 또 우리가 가려고한 홍익대를 몇 노선만 더 가면 도착하는 것이었다.
도착한 홍익대는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 휑~하니 부는 바람만이 우리를 맞아주고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흰 건물들만 홍익대를 지키고 있었다.
조금 실망은 했지만 그래도 이곳이 홍익대라는 이유로 사진도 찍고 구경하고 내려
왔다.
이번에는 우리가 서울 온 직접적인 원인인 혹시나 연예인을 한명이라도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연예인들이 많이 볼 수 있다는 압구정동으로 갔다. 어렵게 찾아간
압구정동은 좋은 외제차나 비싼차들은 많이 보았지만 우리가 원한 연예인 얼굴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같은 압구정동이라도 우리가 간 곳은 주택단지와 아파트
단지만이 있었던 것이다. 다시 찾아가 보려 했지만 시간이 너무 늦고 확실한 지리를
알 수 가 없어서 결국 허무하게 진주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가는 길에
백화점에 구경 차 잠시 들렀는데 압구정동이 잘 사는 사람들이 많이 산다던데
샤넬이라 루이비통 등 유명한 명품 매장들이 쭉 들어서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차마 들어가서 구경은 못했지만 유리 안으로 보이는 명품 물건들이 내눈앞에 보인
다는 것 자체가 신기 하기만 했다.
서울와서 딱히 한 일은 없고 우리가 원한 멋진 연예인의 얼굴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처음 간 넓은 곳에서 길을 찾아다니고 잠도 못자고 고생도 하며 그쪽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우리가 중학교 때부터 서울서울 하며 기대해왔던
것을 직접 보며 다시 한번 정말 어른이 되면 서울에서 사는 꿈을 꾸며 진주로
돌아왔다.
↑ 그때 서울에서 친구들과 찍은 사진 - 고등학교 2학년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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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길어서 지루한 감이 있지만 지금 까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감동이나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친구들끼리 무작정
계획없이 놀러가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많이 걸으며 고생도 조금 했던지라
가장 기억에 남는것 같습니다.
지금도 친구들끼리 모여 얘기할 때면 "우리 언제 또 서울 갈래? 하며 얘기하곤
합니다. 우리들의 서울의 꿈은 영원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첫댓글 나 역시, 서울이라고는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 때 처음 가 보았어.. 여의도 아파트를 보고 저기에 진주시민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산다고 하시던 고등학교 담임선생님 말씀이 생각나는구만..
안돼요~~!!
서울....이라......................................
ㅎㅎㅎ 웃긴다 사진 지워라....^^';;;
이사진 찾는다고 얼마나 힘들었다구요 ㅋㅋ
사진 잘 나왔다 ㅎㅎㅎ
혜은이 너무 길어서 못 읽겠다...ㅋㅋㅋ
서울 ~~ 나도 놀러가고 싶다 ㅋㅋㅋ
ㅋㅋ 난 아직도 서울이 무서워!! ㅜ.ㅜ
혜은이 촌X 이었네 푸헬헬헬헬헬
ㅠㅠ 고등학교때 사진이라 , 거의3년전?
ㅋㅋ이번 이브때는 보건대에서 스켈링 한판 어때?ㅋ
좋아요 , 데리고 가줘요 ㅋㅋㅋㅋㅋ
나도 간만에 서울 가고 싶다. ....몇년전만 해도 가기 싫었는데 지금은 가고 싶다..
서울 별 다를거 없으삼~ ㅋ
진짜 넓고 볼게 많고 말투가 다르다는 것 빼곤 비슷하죠 -
ㅋㅋ 내도 서울에서 지하철 사건이 있는데 궁금하면 물어봐~그리고 글 재밌다잉
누가 내도 좀 데꼬 가라 ㅋㅋ
나는 수학여행이랑 군생활할때 서울 경찰병원에 입원해서 가본기억밖에 없당!!!
지아니도 그미모 100살까지 쭈~~~욱
사실 난 한창 어릴적에 빼곤 서울 한번 못가봤는데~~``ㅋㅋㅋ
난 아직도 서울 안가봤는데..
1년 전에 같은 반이였는데.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