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애의 과정과 목회상담" (Mourning Process and Pastoral Counseling)" - 프로이드의 "Mourning and Melancholia (비애와 우울증)"을 중심으로 -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들이 위로를 받을 것이요," 마태 5: 5
발제 :. 김진영 박사(평택대)
들어가는 말
살아가면서 사랑하는 대상을 잃어버리는 일은 극심한 인격적 위기와 정서적 충격을 경험하게 되는 고통스럽고 위험한 경험이 된다. 최근 들어 대중적 관심을 끌었던 소설 "아버지"는 중년후기의 한 가장이 암 말기 선고를 받고 죽어가면서 가족들에 대한 애상, 자신의 사후의 가족들을 위한 배려, 자신의 죽음의 고통에 관한 처절한 몸부림 등이 현실감 있게 묘사되어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감동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의 사후 남은 유가족들이 겪어가야 할 아픔과 정신적인 고통에 관한 관심들은 이에 비하여 적은 편이다. 인간의 생애에 있어서 이 과정은 피할 수 없는 것이며, 인격성장과 생의 전환기의 그 의미의 중대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것은 인생지사, 당연히 겪게 되는 일로 간주해 버리는 자세 때문이다. 중대한 위기의 경험으로서 여읨 (bereavement)에 대한 보다 종합적이고도 심층적인 연구와 그에 대한 적절한 대처는 우리들에게 목회에 대한 보다 전문적이고 효과적인 관심을 높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인격의 바람직한 재건 및 성장을 추구하는 목회상담학도들, 교수, 상담전문가들에게는 비애의 과정에 대한 고찰은 내담자들을 치유하기 위한 인간이해의 차원에서 연구해 볼 만한 중요한 명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시카고 대학 병원의 정신과의사였던 Elisabeth K bler-Ross가 임종하는 환자들 200명을 면담하여 보고된 것은 비애에 관한 보다 임상적인 연구로서 평가되고 있다. K bler-Ross의 연구는 비애의 과정과 그 내용은 일치하는 것이지만, 죽어 가는 환자들의 죽음을 맞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 그 초점이 맞추어 있다. 이에 반하여, 정신 분석적인 접근은 비애에 대한 이해의 깊은 차원을 제공하고 있다. 심층적인 정신체계를 조명하는 비애의 과정은 프로이드의 "비애와 우울증"이란 논문과 자아와 이드란 작품에서 보다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에 연구자는 프로이드가 본 비애의 과정을 상술한 그의 저술들을 중심으로 정신 분석적인 입장에서 고찰하여 목회상담에 적용하고자 한다.
1. 비애의 정의
프로이드는 자신의 비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내면의 분석을 시작한다.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는 과정을 통하여 자신이 경험하고 연구하였던 성 심리 이론을 수정한다. 이전까지 가지고 있었던 "유혹설 (Seduction theory)"을 수정하게 된다. 이는 자신이 비애의 과정에서 경험하는 몇 가지의 심리 내면적인 입장을 보게 됨으로 그것이 가능하게 된 것으로 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 중대한 이론적 전환을 거친 후에 그는 1915년에 "비애와 우울증"을 쓰면서 프로이드는 "비애는 보통 사랑하는 사람, 또는 추상적인 입장에서 국가, 자유, 또는 이상 등의 상실에서 오는 정상적인 반응"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 심리학자협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에서 제공하는 심리학적 정보서비스 (PSYCINFO service)에서는 정신의학계와 사회과학의 분야의 잡지들에서 무려 지난 20년 이상 그 의미로나 관련된 학술논문 등에 있어서 프로이드의 "비애와 우울증"의 이론이 여전히 유효 (still alive)하다고 밝히고 있다. Robert May 역시 그의 논문에서, "비애를 가장 보편적으로 묘사하는 표현은 새로운 관계를 가질 수 있는 능력에서 결과되어지는 감정해소(catharsis)의 과정이다. 다시 말해서, 대체로 공통되게 나타나는 주제로는 고통스러운 감정들을 경험하고 난 후에 (잃어버린) 대상과의 맺어진 관계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였다. 다른 말로 표현을 한다면, 비애의 과정은 우리의 내면에 가지고 있었던 내면의 대상으로부터 정서적인 자유를 얻어 가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울러 미국의 국립과학학회(National Academy of Sciences)의 보고에 의하면, 비애과정의 목표는 집착관계의 변화와 실제 관계가 내면의 관계로 변형되어 가는 리비도의 철회 (decathexis)라고 묘사하고 있다. 고전적인 정신분석의 입장에서 말하는 철회(decathexis)로서 실제의 관계가 내면의 대상으로부터 분리되어 가는 과정으로 표현된다.
2. 비애의 과정과 현실성검사 (Reality-testing)
비애는 현실성검사의 영향권 아래에서 이루어진다. 현실성검사는 사랑하는 대상이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대상을 향하여 부과(cathected)되어 있었던 리비도를 철회시키는 과정을 요구한다. 사람들은 때때로 사랑하던 대상을 대신할 대체물이 있다하더라도 리비도 적인 입장을 포기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현실성검사에 의하여 인식되어진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은 환각적인 소원 성취를 위한 정신병을 매개로 하여 이전에 사랑하였던 그 대상에 대한 집착하는 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분리의 과정은 무척 고통스럽게 나타난다. 그 이유는 사랑하는 대상을 잃어버린 사람이 그와 연결되어졌던 고리를 풀고 다시 새로운 대상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가면 갈수록 현실에 대한 존중이 점차로 증가한다. 현실성검사에서 나타난 명령들이 "많은 시간과 충전되었던 에너지의 소비를 한 후에, 한 동안 상실한 대상에 대한 존재가 심리적으로 연장되어 진다." 소중한 대상의 상실은 곧 우리들 자신의 한 부분의 상실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Joffe와 Sandler의 표현에 의하면, "대상의 상실에서 잃어버린 것은 궁극적으로 대상이 운용되어졌던 자신의 상태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비애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직면하는 과정으로서 대상의 내적인 상태의 상실을 받아들이고, 점차적으로 새로운 대상에 대한 구조와 새로운 이상적 존재, 더 나아가서는 내면의 세계를 새롭게 조성해 가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잔혹한 현실을 수용한다는 관점에서 비애의 과정은 발달과 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과정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내면에 가지고 살아왔던 이상적 자아와 이상적 대상을 포기하고, 나아가서 새로운 구조의 변화를 내적으로 증진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비애의 과정은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성장의 과정을 통하여 경험하는 성장의 고통과 유비 적으로 일치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생애에 있어서 내면적인 대상은 그 유용성에 있어서 미래의 성장을 위하여서도 다양하게 구성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내면화된 대상은 그 제한 된 유용성을 가질 뿐 만 아니라 그에 대한 상실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게 된다. 그러므로 그와 같이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내면화된 대상은 현실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지 못하게 됨으로써, "미래의 대상선택을 위한 시원치 않은 인도자 (a poor guide for future object choice)"노릇을 하게 된다. 이상화된 내면의 대상은 또한 끊임없이 탈 환상(disillusionment)에 노출되어 파괴적인 역할을 함으로 비애의 과정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프로이드는 비애의 과정을 "고통스러운 불쾌감 (painful unpleasure)"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는 말하기를, "리비도가 부과되었던 대상에 대한 각각의 기억들과 기대들이 되살려지면, 리비도가 지나치게 충전되기도 하지만, 현실에 대한 존중의 태도로 인하여 리비도의 철회가 실현된다"하였다. 상당한 분량의 리비도가 상실된 대상의 기억으로부터 철수되어 다시금 다른 대상을 향한 투입될 수 있도록 준비되어야 하기 때문에 부과 또는 충전이 되었던 내면의 대상 또는 이상화된 내면의 대상으로부터 철수하는 과정이 결국 비애의 과정가운데 우리들에게 고통을 준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은 프로이드도 표현한 대로, 그렇게 쉽게 설명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고통스러운 불쾌감을 우리 모두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은 지적하고 있다. 현실성의 검사로 인하여 비애의 고통스러운 국면을 폴 리커(Paul Ricoeur)는 다음과 같이 프로이드의 저술을 간략하게 바꾸어 표현하고 있다.
"사랑하던 대상이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현실성 검사의 결과로 인하여, 대상에 부과되어져 있었던 리비도가 퇴각의 요구를 받게 되고 리비도는 이에 저항한다. 다만 조금씩 리비도가 퇴각하고, 그 동안 엄청난 분량의 에너지를 충전하였던 그 과다한 소모를 리비도는 단편적으로 상실된 대상에 대한 기억의 한 조각 조각으로부터 현실로부터 주어진 명령을 수행해 간다."
결국 비애의 과정은 대상에 대한 양면적 감정이라는 관점에서 좋은 면과 나쁜 면에 대한 내면적 표상(representation)의 결합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비애의 과정은 내면적 대상이 대치되었다는 변화의 외면적인 표시가 나타남으로 완료된다. 이 과정은 자아가 자유로워지고, 더 이상 어디에 매어있지 않은 상태로 되어야 됨을 말한다.
3. 비애와 우울증의 차이
프로이드는 그의 논고에서 비애와 우울증을 구분하고 있다. 특히 melancholia는 극심한 우울증의 상태로 규정하면서 비애와는 구별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비애대신에 우울증을 만들어내고, 결과적으로 그것은 병적인 기질로 의심을 받게 된다. . . 시간이 흐른 후에 그 상태를 극복하기는 하지만, 쓸모 없는 행위이거나 심지어 해로운 경험의 개입으로 간주하게 된다." 곧 우울증은 어떤 면에서 비애와 비슷한 심리적 정서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정상적인 과정으로서 비애는 병적인 상태로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 프로이드는 특별히 비애와 우울증을 구별하면서, "극심한 고통이 수반된 낙심, 외부세계에 대한 흥미의 단절, 사랑할 수 있는 기능의 상실, 모든 활동의 금지, 그리고 자신을 존중하는 감정이 저하됨으로 인하여 자신을 책망하고, 자신을 비난할 뿐만 아니라, 형벌에 대한 망상적인 기대감으로 치닫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고 지적한다. 우울증은 일부는 비애의 상태에서부터 차용해 온 형식을 가지고 있고, 나머지 일부는 자기애 적인 대상-선택이 자기애로 퇴행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다시 말해서 우울증은 비애의 과정과 같이 사랑하는 대상을 현실에서 잃었다는 것에 대한 반응이면서, 다른 한편으로 그것이 비애의 과정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병리적인 비애의 과정으로 전환되는 증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울증과 비애의 결정적인 차이는 자기 존중감 (self-regard)의 혼란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다. 그 외의 과정은 동일하다고 프로이드는 보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하여 Raphael과 Middleton은 프로이드의 관점에서 정상적인 비애와 우울증을 병리적인 변형으로 그 차이를 구분하고 있다. 사랑했던 대상을 향한 양면적 감정 (ambivalence)때문에, 그에 대한 밀착된 관계를 포기하고 정리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대상의 그림자(shadow of the object)'가 자아가운데 비추이고 결국 병리적인 우울증이 발생한다. 비애의 과정에서 양면적 감정이 억압되어진 자아의 부분에 대상과 관련되었던 다양한 고통스러웠던 경험들이 다른 억압의 기재들과 그 활동력을 얻게 된다. 잃어버린 대상들을 향한 양면적 감정은 "우울증의 외면적 특성이 자리잡기 전에, 의식으로부터 철수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경우에 그에 뒤따르는 그와 같은 우울증 적인 억압의 상태가 리비도의 퇴행적인 철회가 없을 경우에서도 양면적 감정에 따른 갈등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 지를 잘 보여 준다. 내면적인 상실의 관점에서 볼 때에 무의식적인 차원의 상실에 관하여 아무런 관련이 없는 비애와는 반대로 우울증은 의식으로부터 철회되어진 대상의 상실과 관련이 있다. 비애에 있어서 내면적 상실은 이전에 분리되어진 자아와 대상의 표상들과 함께 된다는 면에서 이해할 만하다. 그런 점에서 비애는 우리자신에 대한 자기 인식과 사랑의 대상에 대한 재조정을 하는 과정을 밟는다. 이 과정가운데 우리들은 미워하였던 대상과 그 미움의 정도를 수용하게 된다.
4. 비애와 자아-이상과 초자아 (Mourning, ego-ideal and superego)
중대한 상실을 경험할 때에 우리는 그 사람과의 관계의 성격과 정도는 잃어버린 대상의 내면적 표상의 성격과 정도에 따라서 중대한 영향을 받는다. Robert May는 "비애의 과정에서 가장 분석적으로 흥미를 끄는 국면은 내적 대상의 변화와 수정"이라고 하였다. 이 점에서, 우리는 비애와 우울증의 아주 다른 면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도덕적 바탕에서의 자아에 대한 불만"이라는 것이다. 우울증에서는 자신에 대한 책망과 낮은 자존감, 그리고 처벌에 대한 어떤 망상적인 기대를 보이는 것이다. 우울증에서 비애의 과정을 겪지만, 아주 독특한 방법으로 비애의 과정을 밟는다고 볼 수 있다. 우울증환자의 경우 자살에 대한 가능성이 높이 예견되는 것을 프로이드는 "사랑과 미움의 양면적 감정가운데에는 대체적으로 분개하는 마음과 적개심이 포함된다"고 보았다. 곧 자신을 향한 적개심과 분노의 감정이 상실된 대상을 향한 가학적인 (sadistic) 격분의 표현으로 나타난다. 우울증의 가장 극단적인 결과로서 미워하였던 대상으로서 자신과 분리할 수 없는 입장에서 자신의 자아를 그렇게 다루고 대함으로 자살욕구를 가지게 된다. Ricoeur는 이 상황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우울증은 한 편으로 자신에 대한 존중감의 감소라는 아주 두드러진 요소를 그 특징가운데 첨가하고 있다. 자기존중감의 저하는 곧 자기비판을 고조시키고, 초자아의 문제 많은 과정가운데 우리를 인도해 간다. 이 초자아는 비판적이고 감독하는 기관으로서 도덕적 양심의 기초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들이 여기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 기관의 구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울증 적인 자기 책망에 있어서 자아는 처음에 책망이 가해졌던 사랑했던 대상으로 대치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다른 대상으로 대치되지 않고 리비도는 자아로 철수되어 버려진 대상과 자아가 동일시되는 과정에 접어들게 된다. 그러므로 자아는 대상을 향하여 의도된 공격을 접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대상-상실은 곧 자아-상실로 나타나며, 자아는 잘못 취급된다.
프로이드의 전기를 저술한 Gay는 "비애와 우울증"은 프로이드의 학술적인 입장의 전환기로 이해하고 있다. 이 때까지는 아직 검열기관으로서의 초자아에 대한 이름을 명명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이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을 자아-이상이라고 부르고 있었고 그 이후에 '초자아'란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고, 그 이름의 대상을 깊이 탐구해 갔다. 프로이드는 이 기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우리들이 우울증 환자의 많고도 다양한 자기비난의 말을 인내를 가지고 들으면, 자신들을 향한 말들이 결국은 자신을 향하여 어울리는 말이 아니라, 환자가 사랑하고 있거나, 사랑했던, 아니면 사랑했어야 하는 사람을 향하여 하는 말임을 알 수 있다. . . 우리들이 알 수 있는 바는 저들의 자기 책망은 사랑하는 대상을 향하여 퍼붓던 책망의 방향이 환자 자신에게로 바뀌어져 있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위에서 언급된 자아-이상의 개념은 프로이드의 논고 "자아와 이드 (1923)"에 '초자아'란 이름으로 첫 등장을 한다. 초자아란 기관은 자아로부터 분리되어 자아를 향한 지배적인 입장에 선다. 우리 내면에서 한 기관이 다른 기관과 분리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한 기관 (자아)이 다른 기관 (초자아)의 제재와 검열을 받을 뿐만 아니라 비판받고, 한 대상으로 엄격한 처우를 받는 것이다. 프로이드는 이것을 가리켜서 '양심'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프로이드에게 있어서 초자아의 형성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해소의 결과이다. 아이가 자신의 오이디푸스 소망을 이루기 위한 욕구를 중단한다. 그 이유는 이 욕구가 부모들로부터 금지된 사항이라는 것을 내면의식과 외적인 인간관계를 통하여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부모들로부터 거부 또는 금지 당함으로서 자신의 부모들을 향한 리비도의 충전 (cathexis)을 그들과의 동일시로 변형시키게 되고 그들이 주었던 금기적 지침과 거부의 행위를 내면화시키게 됨으로서 초자아가 출현하게 된다.
5. 비애의 과정에 있어서의 동일시의 역할 (Role of identification in mourning process)
비애의 과정에서의 동일시의 과정은 프로이드의 표현에 의하면, "자아가 어떤 낯선 것에 동화되는 것"으로 묘사한다. 한 자아가 다른 자아의 형태를 취하거나 닮아 가는 것을 말한다. 다른 사람을 향한 사랑의 태도에서 동일시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남자아이가 자기 자신을 아버지와 동일시 할 때에 그는 아버지처럼 되고 닮기를 원한다는 것으로 나타난다. 대상-선택이 이 동일시와 독립적이기는 하지만, 때때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포기해야 하는 때에 그를 자신의 자아 안에 세워줌으로 보상을 받으려는 행위는 곧 대상-선택과 동일시가 같은 것이 된 사례이다. 이를 프로이드는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한 대상-선택, 즉 어떤 사람을 향한 리비도의 집착이 한 때 이루어 졌다. 그 사랑의 대상으로부터 냉대와 실망을 경험하고 나서 대상관계는 깨져버렸다. 그 결과는 이 대상으로부터 리비도의 철회가 이루어지며 다른 대상에게 치환되는 것이 정상이지만, 이 경우에는 다소 다르게 나타나게 된다. . . 그러나 자유로운 리비도는 다른 대상으로 치환되지 않고 자아 속으로 철수되었다. 그러나 어떤 특별한 방법으로 사용되지 않고 포기되어진 대상과 자아의 동일시의 과정에 이용되었다. 그러므로 대상의 그림자가 자아에 비추이게 되고, 그로부터 자아는 특별한 기관에 의하여 판단되어지는 존재가 되어 마치 대상인 것처럼 버려진 대상으로 취급된다. 이런 식으로 대상-상실은 자아-상실로 변하고 자아와 사랑한 사람사이의 갈등이 자아의 비판적인 활동과 동일시로 변형된 자아와의 분열로 변형되게 된다.
이 동일시를 이해하기 위하여 프로이드의 다른 저술을 인용하면 도움이 된다. 초자아와 관련하여 부연설명을 하는데, "동일시에 관하여 내가 말한 것들에 대하여 전혀 만족하지 못하지만, 부모들의 기능에 대한 동일시의 성공적인 예로서 표현되어진 초자아의 실증으로서는 독자들에게 충분한 설명으로 인정될 것이다." 상실된 대상에 대한 이 동일시를 프로이드는 또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한 사람의 자아가운데 꽤 오랫동안 현존해 있었던 부모들과의 동일시가 상당히 강화된 현상으로서 대상의 상실에 대한 보상이 일어난다. 포기되어진 대상-카덱시스의 축적으로서의 이와 같은 동일시는 아이의 삶을 통하여 충분히 반복되어지는데, 이와 같은 변형의 첫 번째 예의 그 감정적 중요성과 일치되어서 자아 가운데 특별한 자리를 얻어서 그 모양을 나타내게 된다.
Ricoeur는 이 본문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 "대상의 상실 - 리비도의 변화로서의 리비도 적인 카덱시스의 포기 - 과 의식의 복제의 변증론과 깊은 관련을 맺는 동일시사이의 밀접한 관련을 이해하기 위한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하였다. 결국 동일시는 우울증과 비애의 과정을 구분하게 하는 중요한 현상이다. 비애의 과정에서 리비도는 현실성검사를 좇아가고 상실된 대상에 대한 집착을 하나씩 포기하여 카덱시스의 철회를 통하여 자아가 자유를 얻게된다. 그러나, 우울증에서는 자아의 상실된 대상에 대한 동일시를 통하여 리비도로 하여금 내면적으로 대상을 더욱 추구하게 되는 차이가 있다. Ricoeur는 이것을 "이 동일시의 대가로 자아는 자아자신에 대한 사랑과 미움의 양면적인 대상이 된다. 결국 대상-상실은 자아-상실로 변형되고 자아와 사랑하였던 대상 사이의 갈등은 자아의 비판적인 기능과 동일시로 인하여 바뀌어진 자아로 새롭게 분리되는 과정을 수행하게 된다" 라고 묘사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동일시는 전술한바와 같이 자유롭게 된 리비도가 다른 대상을 찾지 못하고, 자아의 내면화된 대상 (inner object)을 향하여 충전 또는 부과 (cathected)되어 자아의 분리가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것은 Melanie Klein의 좋은 자아와 나쁜 자아라는 개념에서 발전적으로 채택되었다. 한편으로 사랑했던 대상에 대한 강한 고착은 이제까지 있어왔고, 또 다른 한편으로, 이것과는 반대로, 대상-카덱시스가 저항에 대하여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결국 대상-카덱시스는 자기애 적인 방향으로 퇴행되어 버린다. 여기에 대상에 대한 자기애 적인 동일시 (narcissistic identification)가 일어나게 된다. 프로이드는 이것을 설명하기를, "성애 카덱시스의 대치대상이 되어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갈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관계는 포기되지 않아도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와 같은 동일시는 나중에 아주 심각한 문제를 발생하게 된다. 이 과정이 가능한 이유로, 대상-선택이 원초적인 자기애로 퇴행해버릴 수 있는 그와 같은 여건이 조성된다. 프로이드가 저술한 바대로, 동일시는 대상-선택의 선행적 단계이며, 자아가 대상을 선택하는 첫 번째 방법으로 대두된다. 그리하여 또한 자아는 이 선택된 대상을 자아에 결합하여 구강기의 리비도 적인 발달의 과정과 상응하여 그 대상을 삼켜버리고자 하는 욕구에 휩싸이게 된다. 자기애 적인 동일시는 병리적인 현상이다. 자기애 적인 동일시로 인하여 나타나는 대상을 삼켜버리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현상은 그것이 리비도의 원형적인 조직에 속한다는 증거이다. 이 논고에서 전술한 바와 같이, 사랑했던 대상의 상실은 사랑의 관계에 숨겨져 있는 양면적 감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나게 하고 의식의 전면에 형체를 드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그 뿐만 아니라, 그 병리적인 구조를 통하여 일반적인 과정이 형제를 가지고 상실된 대상의 확장이 자아 내에 이루어지는 계기가 된다. Ricoeur에 의하면, 자기애는 살아남아 있는 사람의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고, 자아 내면에 있는 상실한 대상의 생존의 부분을 추구한다고 하였다. 결국 비애와 우울증의 근본적이고도 공동의 여건으로서 리비도의 자기애 적인 퇴행 (the regression of the libido to narcissism)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두 가지의 중요한 차이점가운데 하나인, 무의식적인 대상에 발현이 리비도에 의하여 포기되는 것"이 곧 병리적 비애로서 우울증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았다. 리비도의 대상으로부터의 철수는 한 순간적으로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복합적인 단계와 경험, 상실된 대상에 대한 내면적, 외면적 추구와 경험의 추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점진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을 간략하게 서술하면, 1) 내면적 대상에 대한 리비도의 카덱시스 (내면화, internalization), 2) 현실성검사를 통한 대상의 상실확인 (idealization), 3) 대상의 상실확인 과정을 통한 동일시 (identification, transformation of ego-libido to object-libido), 4) 대상-선택을 통한 리비도의 철회 (decathexis of object-libido) 5) 리비도의 자아에서의 자유획득 (sublimation of ego-libido) 6) 비애의 과정의 완료 (completion of mourning) 위의 과정을 통한 비애과정이 이루어지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자아가 가지게 된다.
6. 목회상담을 위한 입장에서의 프로이드 이론의 적용
프로이드는 인간의 내면의 문제를 에너지의 경제적 원칙 (economic principle)에 의하여 해석 및 분석하고 자유연상과 꿈의 해석, 정신 분석적 면담을 통한 방법으로 "말하면서 치유되는 방식 (talking cure)"을 추구하였다. 이는 프로이드의 시대의 철학과 인간학적인 인간이해와 아울러 당시의 과학주의적 사유방식의 실천적 적용으로서 정신분석이 오늘날 현대의 목회적 상황과 목회상담에 어떤 통찰력을 줄 수 있는 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가지고 연구자는 "비애와 우울증"을 읽어보았다. 프로이드에게 있어서 비애의 과정은 대상을 향하여 가지고 있었던 리비도의 집착 (libidinal attachment) 또는 부과 (cathexis)를 극복하고 대상으로부터 이탈되는 과정 (the process of detachment)으로 보았다. 그에게 있어서 각종 대상과의 관련하에 가지고 있었던 기억, 소원 등을 통한 리비도 적인 연결을 풀고 대상으로부터 자유 할 수 있어야만 한다고 보았다. 프로이드의 이와 같은 학설은 다분히 심리 내적인 현상만을 강조한 것이긴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과거의 상태로부터 자신이 현재의 상실을 깨닫고 미래를 향한 준비를 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비애의 과정은 비애를 경험하는 인간으로 하여금 역사적인 존재 (a historical being)임을 각성하게 해 준다. 그러나 비애를 거부하고 병리적인 비애의 과정, 즉 우울증(melancholia)의 상태에 머무는 것은 과거에 집착하는 상태로 보는 것이다. 인간이 성장하지 못하는 장애요인은 바로 이와 같은 내적인 대상에 집착되어 머무는 상태이다. 이는 곧 과거에 집착하고, 과거의 대상을 내면의 대상으로 두고 그에 대한 상실을 거부하고 참담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소원성취의 환각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경우인 것이다. 병들어 죽은 남편을 시신 그대로 안방에 두고 몇 달 동안 함께 지냈던 노부인의 경우는 남편이 죽었지만, 아직도 내면에 살아있는 것으로 시신 그 자체를 통하여 확인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비애의 거부 혹은 환각적인 행위로서 비정상적인 비애의 임상적인 증거로서 남편의 상실이라는 현실을 거부하려는 내면적 욕구를 반영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랑하는 대상을 상실한 것을 건전하고도 올바르게 슬퍼하고 대상의 현실에서의 상실상태를 확증하는 정신적인 심리적인 비애의 과정을 바르게 밟아 갈 때에 인간은 정상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해 갈 수 있다.
내 존재는 내가 만났던 모든 것의 일부이다." -- 이스마엘로 불러다오. (허만 멜빌) "I am a part of all that I have met." -- Call Me Ishmael, Herman Melville
나가는 말
잃어버린 사랑의 대상이 현실에서 없어진 것을 아는 우리의 내면의 인식체계는 내면화되어 이상화되어버린 현실에서 상실된 내면적 대상을 바꾸어나가는(modifying) 것이라고 프로이드는 갈파하였다. 이러한 내면적 수정과정이 비애의 중요한 틀이라면, 이러한 변경과 수정의 과정을 통하여 인간의 삶의 경험은 풍성해 지고 성숙함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 이론을 발전적으로 수용한 영국의 대상관계이론가인 Winnicott는 이러한 과거의 극복, 혹은 사랑의 대상의 상실을 극복하는 심리적인 자구책으로 유아가 고안하는 현상 혹은 대상을 가리켜서 중간대상 혹은 중간현상으로 본다. 엄마의 부재와 존재사이에 아기가 엄마를 대신하는 물건 예를 들면, 자기의 엄지손가락, 담요자락, 곰 인형 등의 어떤 종류이든지 엄마의 부재에 대한 경험을 스스로 위로하고 극복하기 위한 심리적인 대책으로서 취하는 것들을 말한다. Winnicott는 이러한 물건들을 엄마와 아기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대상 (transitional object)으로 명명하면서 그의 대상관계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Winer는 그의 저서에서 정신치유의 과정을 "비애의 과정(mourning)"에 비유하고 있다. 비애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정신치유는 비애를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였거나, 비애를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들을 제거하는 작업이어야 한다. Winer는 그런 차원에서 분석과정에서의 전이-역전이의 현상들은 정상적인 비애의 과정을 중단시키는 효과를 가진다고 보았다. Peter Homans역시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에 대한 평가를 '사회 문화적인 의식에 대한 분석'이라는 도식과 '문화에 대한 정신분석 (psychoanalysis of culture)'이라는 틀을 가지고 조망하면서 현대인들이 애도할 수 있는 역량을 상실한 것을 그의 저술에서 비판하고 있다. 정신분석적 치유의 과정가운데 - 삶의 과정이 그러하듯이 - 인생의 많은 국면들을 포기하지 않고는 진정한 치유를 경험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의 휘황찬란한 미래의 꿈, 어떤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사랑,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사로잡혀있는 습관, 상실에 대한 감정적인 표현으로서 분노, 인간관계의 갈등의 깊은 골과 못마땅한 감정적 경험 등의 수도 없이 많은 생의 경험과 애착을 가진 부분들을 포기하거나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심한 집착의 상태에 빠짐으로 얻게 되는 생애의 위기경험을 하게 되기가 쉽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위기의 경험은 인간으로 하여금 바람직한 성장과 치유가 일어날 수 없는 상황으로 빠뜨릴 수 있는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목회상담가는 바로 이러한 인간의 상실의 두려움과 불쾌감에 대응할 수 있는 중간대상으로서 역할이 주어져 있다. 내담자로 하여금 분리의 아픔을 극복하고 새로운 생에 대한 희망과 기대감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격려하여야 한다. 이 뿐만 아니라 내담자가 과거에 집착하여 성장이 정지되거나 왜곡되어 미숙한 상태에 빠지는 것을 거부하게 하고, 현재를 현실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세를 가지게 해 주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목회상담가의 책임은 정신 분석적인 입장에서 본 바와 같이 정상적인 비애의 과정을 도와주는 슬픔을 올바로 슬퍼할 수 있게 하는 진정한 의미의 위로자의 역할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아픔과 분리의 경험을 도울 수 있기 위하여 인간의 증상을 치유하고 돕기 위한 전문적인 작업으로서의 목회상담은 상실로 인한 고통받는 심령에게 그 상실의 현실을 인정하도록 돕고 그 의미를 통찰함으로 고통의 한 복판에서 영적인 절대자의 체험 - Winnicott의 중간대상이 종교적 신앙적인 현상으로서 경험되는 - 을 경험하게 하는 기회가 주어진다. 더 나아가서 상실의 경험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긍정적인 결과로서 인격과 신앙의 성장과 변화 등을 추구하게 하는 책임이 목회상담가에게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