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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미있게 읽은 책이 <<오사카 상인들, 하늘이 두 쪽 나도 노렌은 지킨다>>(홍하상, 효형출판, 2004.1)이다. 저자 홍하상은 1955년 서울 출생으로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하면서 MBC-TV의 <일제 36년 또 하나의 역사>, <안토니오 꼬레아>, <김홍도와 샤라쿠>, <황영조와 모리시다>, <일본 속의 한국불교 1400년>, <화교, 작은 사회의 이야기>, <프랑스 외인부대>, <해양 조류의 낙원, 무인도> 제작에 참여했고, MBC 방송대상 작가상, 한국일보 백상 출판문화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지은 책으로 <일본 뒷골목 엿보기>, <이건희:그의 시선은 10년 후를 향하고 있다>, <오사카 상인들>, <상신 리자청>, <열두 겹 기모노의 속사정>, <외인부대원 꼬레앙>, <카리스마 대 카리스마, 정주영과 이병철> 등이 있다. 이러한 경력으로 보아 상인과 다큐멘터리에 대한 깊은 관심이 배어있음을 알 수 있다. 또 1990년부터 14년간 수십 차례 오사카에 다녀왔다는 그의 열정이 일본, 그리고 오사카에 대한 많은 글을 쓰도록 했으며, 이 책에 설득력을 더했으리라고 생각된다.
중국 상인 이야기에 대해서는 많은 책이 있으나 일본 상인에 대해서는 별로 본 것이 많지 않아서 이 책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 저변에는 내가 1996년 1월 자료 수집을 위해 오사카와 교토를 방문하고 겪은 인상이 깔려 있다. 당시 오사카 성에 있는 박물관에서 상인의 도시로서의 오사카의 역사적 특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하여 대학원에서 이시다 바이간에 대하여 레포트를 쓴 적이 있다. 내용은 부실하기 짝이 없지만 일본에서는 상도, 상인의 윤리와 철학을 체계화시키는 구체적인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렇게 인연이란 지금 내가 알 수 없지만 어디선가 다시 나타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대표적 상인은 누가 뭐래도 오사카 상인이다. 이 책은 오사카 상인에 대한 개설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 개설서와 다르게 소주제와 사례를 적절히 배합함으로써 전체적인 이해와 함께, 개별적인 사례를 통해 재미를 더하고 있다. 엄격한 학술서는 그 형식에서부터 독자의 기를 꺾는다면, 이 책은 구체적인 사례를 평이하게 서술함으로써 흥미를 더함으로써 접근하기 쉽게 만든 것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차피 일본사 전공자도 아닌 나로서는 제목에서부터 모르는 말이 나와서 당황했다. ‘노렌’이 그것이다. 노렌(暖簾)은 일본의 식당이나 도소매점, 심지어 백화점과 회사에 이르기까지 입구에 걸려있는, 점포나 회사의 문양이 들어간 무명천이다. 한마디로 회사의 깃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노렌에는 “영속적인 상징으로서의 경영 이념, 신용 축적, 시대에 대응해서 살아남는 힘의 원천, 사장과 사원 간의 화합과 단결, 사회적 책임과 사회에 공헌하는 상품의 이미지”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신용’, 즉 하늘이 두 쪽 나도 자신이 만든 음식이나 상품에 대해서는 목숨을 걸고 품질을 지킨다는 신용의 정신이 그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노렌 100년회’는 오사카에서 노렌을 걸고 100년 이상 영업해온 기업 155개를 소개했는데, 공고구미(창업한 지 1400년이 넘은 사원 전문 건축 회사), 고바이엔(약 1200의 역사를 가진 먹 회사), 오사카 니시카와(1566년에 창업한 침구 회사) 등이 있다. 오사카에는 100년이 넘은 점포가 500개가 넘는다니 이 155개는 그 가운데서도 선별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각 테마가 모두 흥미 있다. 한두 가지 예를 든다면, 큰 지진에도 견디는 건축물을 만드는 공고구미, 회전 초밥을 개발한 요시노, 정치와 상인의 관계, ‘천하의 부엌’을 만든 요도야 죠안, 스미토모와 미쓰이 재벌의 형성사, 그리고 경영의 신 마쓰시타 고노스케를 들 수 있다. 이 테마들에서 사실 자체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면에서 시간 낭비나 시간 죽이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하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가도 찾을지 모르겠다. 일독을 권한다.
참고로 이 책의 목차와 신문의 평을 첨부한다.
제1부 천하제일의 장사꾼 오사카 상인들
1. 상인의 도시, 오사카
기발한 상상력이 고객을 끈다
한신 타이거스 우승, 살아나는 일본 경제
일본 경제의 중심, 도톤보리
하늘이 두 쪽 나도 노렌은 지킨다
2. 오사카 노포에 숨겨진 비결
눈에 보이지 않는 기본을 지킨다 - 공고구미
과자에 전통을 담는다 - 스루가야
소비자 욕구에 신속히 대응하라 - 스이료켄
변하지 않는 초밥 맛을 추구한다 - 요시노
오사카의 맛, 다시마 외길 - 오쿠라야 야마모토
기민함으로 시대 변화를 포착한다 - 오사카 니시카와
지극한 정성과 철저한 보안을 판다 - 가가이로
반성만이 거듭나는 지름길 - 우치다 사진관
한잔의 차로 평화를 일군다 - 센순엔
가문의 비법으로 한결같은 품질을 지킨다 - 히야 제약
악기업계의 리더 - 미키 악기
기모노만 생각한다 - 고다이마루
제2부 일본 상인 정신을 만든 오사카 상인들
1. 오사카 상인의 일생
근검절약은 부의 근원
번개보다 빠른 계산속
뎃치, 데다이, 반토
2. 오사카 상인의 유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천하통일
일본의 4대 상인
도요토미가의 멸망과 지역감정을 출발
오사카 상인을 두려워한 도쿠가와
3. 천하의 부엌 오사카
오사카의 3대 시장
센바 상인의 탄생
장사꾼 학교 회덕당
4. 일본 상인의 바이블 석문심학
일본 상도를 집대성한 이시다 바이간
소비자, 상인 모두가 만족하는 상도
5. 17세기 오사카의 대표 상인들
'천하의 부엌'을 만든 요도야 죠안
동 제련으로 출발한 재벌 - 스미토모
간사이 지방 유수의 건설회사 - 고노이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재벌 - 미쓰이
6. 현대 오사카 출신 재벌들
경영의 신 - 마쓰시타 고노스케
일본 맥주 시장 점유율 1위 - 아사히 맥주
일본산 위스키의 원조 - 산토리 위스키
세계 최초의 라면 개발 - 닛신 식품
게임 왕국 - 닌텐도
고품격 백화점의 대명사 - 다카시마야 백화점
7. 현대 일본 상인의 지혜
오사카 상인의 상도
교토 상인의 33계명
상인의 종업원 교육 10계명
덴츠의 10원칙
경향신문 : 일본의 건설회사 '공고구미'는 586년 창업했으니 무려 1,400여년 된 회사다. 창업주는 "절을 지어달라"는 쇼토쿠 태자의 초청으로 일본으로 건너간 백제인 류중광(柳重光·공고 시게미쓰)이었다. 류중광은 사찰건축의 독보적인 존재가 됐으며 이 회사는 지금도 진도 8의 강진에도 끄떡없는 견고한 절을 짓는다. 이 회사 말고도 일본에는 1,000년이 넘는 노포(老鋪)가 10개나 남아 있다.
특히 오사카 상인은 상인국가 일본에서도 상인 중 상인으로 꼽힌다. 저자는 수백년 이상 된 오사카 노포 12곳, 그리고 일본경제를 이끄는 오사카의 투철한 상인정신을 소개한다. '하늘이 두쪽 나도 노렌(暖簾·식당에 치렁치렁 늘어진 무명천)을 지킨다'로 요약되며 '노렌'은 곧 신용을 뜻한다. - 이기환 기자(2004-01-31)
동아일보 : 장사꾼…. 이 말을 들으면 당사자들은 가슴이 아리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리라. 깔보는 듯한 뉘앙스가 담겨 있지 않는가. 상인(商人)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오랜 관념 탓에 상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았는가.
지금도 한국에는 상인들이 수백만명이나 되고 이들의 역할이 엄청나게 중요한데도 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조금이나마 풀어줄 책이 <오사카 상인들>이다.
오사카는 일본 경제의 중심 도시. 몇백년 전통을 가진 점포들이 수두룩하다. 그 가게 가운데 번듯한 기업으로 발전한 곳도 적잖다. 공고구미(金剛組)란 건축회사는 586년에 문을 연 세계 최고(最古)의 기업. 이들 가게와 기업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바로 창의성과 추진력이 뛰어난 오사카 상인들이다.
오사카란 도시에 매료된 저자가 14년 동안 오사카를 수십번 방문하면서 보고 들은 것을 정리한 책이다. 뒷골목의 조그만 점포에 대한 풍경도 생생하게 묘사돼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통 깊은 일본 가게 앞에는 상호가 그려진 '노렌(暖簾)'이란 무명천이 치렁치렁 걸려 있다. 노렌은 신용과 자부심의 상징이다. 오사카 상인들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노렌은 지킨다"고 다짐한다. 자신이 만든 음식이나 상품에 대해서는 목숨을 걸고 품질을 지킨다는 뜻이다.
오사카에서는 과거에 상사농공(商士農工)의 순으로 상인이 무사 위에 있었다고 한다. 지방제후인 번주(藩主)들은 상인들에게서 거액을 빌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제때 갚지 않으면 추가 자금은 한 푼도 안 빌려주었다. 번주는 상인에게 사과하고 잔치를 베풀어 아량을 구하곤 했단다. '상인이 화를 내면 천하의 제후도 놀란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오사카 상인들의 특징을 요약하면 뛰어난 원가 계산 능력, 고객 중심의 서비스 정신, 근검절약, 평소의 꾸준한 공부 등이다. 1724년에 세워진 상인학교 '회덕당'은 실용성 높은 지식을 가르쳤다. 회덕당 졸업생 가운데 대학자로 성장한 이들도 수두룩했다. 지금은 오사카대 문학부의 '회덕당 센터'가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오사카 상인의 간판 인물은 마쓰시타그룹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1894∼1989). 그는 17세 때 전등회사 직공으로 들어가 기술을 익힌 뒤 공장을 차려 성공의 씨앗을 심었다. '경영의 신(神)'으로 불리는 그는 성공의 비결에 대해, "가난했기에 직공 등으로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몸이 약했기에 운동을 부지런히 해 건강해졌고,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기에 세상 사람들을 모두 스승으로 여기며 언제나 공부했다"고 털어놓았다. 약점을 장점으로 만든 대표적 사례다. 그는 일본인들이 존경하는 정신적 지주의 한 사람이다.
이 책을 읽으면 오사카 상인이 갖는 긍지가 대단함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상인들과 기업인들이여, 자부심을 가지시라. 귀하들은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산타클로스가 아닌가. 물론 공짜로 주지 않는다는 점에선 진짜 산타클로스와는 다르지만…. - 고승철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2004-02-07)
매일경제신문 : 일본 번화가에 가면 상점 앞에 걸려 있는 무명으로 만든 깃발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작은 식당에서부터 백화점에 이르기까지 점포나 회사 문양 이 새겨진 이 무명 깃발을 일본에서는 '노렌(暖簾)'이라고 부른다. 뜻 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신용'이지만 이 깃발에는 더 깊은 상징이 담 겨 있다. 상점이나 회사 앞에 이 깃발을 걸어놓는 것은 목숨을 걸고 품질을 보증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노렌을 내린다는 것은 일본 상인들에게는 죽음 과 같은 것이다.
일본 전문 다큐작가로 '일본 뒷골목 엿보기' '열두 겹 기모노의 속사정 ' '진짜 일본 가짜 일본'등 일본 전문서를 많이 낸 홍하상 씨 신작 '오사카 상인들'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노렌을 지키며 일본 상도(商道)를 이어온 오사카 상인들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매 우 흥미롭다. 오사카에서는 야쿠자도 상도를 지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야쿠자들 은 상점에서 상납을 받으며 살지만 상납을 하던 상점이 장사가 안 되면 목 좋은 자리를 찾아주는 상도를 지킨다는 것. 오사카 상인 상술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키워드 중 하나가 '짬뽕주의'다 . 오사카에는 주세미라는 게 있다. 쉽게 말해서 주유소에서 세탁물도 맡기고 머리도 손질할 수 있게 한 점포다.
오사카에서 시작한 상술은 기본적으로 '필요의 어머니' 노릇을 하고 있 다. 고객이 원하면 무엇이든지 해주는 것이다. 고객이 필요로 한다면 장벽도 없애버리는 게 일본 상인들이다. 오사카 상인들이 1000년 동안 꾸준히 지켜온 전통 중 하나는 돈되는 아 이템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일본인 아이디어 중 세상을 바꾼 것도 많다. 여성 생리대를 발명한 것도 일본 여성이었고 물이 끓으면 주전자 뚜껑 이 들썩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전자 뚜껑에 구멍을 뚫는 것을 발 명한 것도 일본인이었다. 이 두 가지 모두 세계시장을 뒤바꾼 혁명적인 발명이었다.
그들이 새로운 상술과 상품을 계속 만들어내면서도 끝까지 지키는 것은 전통이다. 전통이 곧 전문성이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예로 일본을 대표하는 식품회사인 오쿠라마 야마모토는 '다시 마 외에는 손대지 않는다'가 가훈이다. 오쿠라마 야마모토는 가공 다시마에서부터 다시마 기능성 식품, 다시마 진액 등 다시마 하나로 성공했다.
오사카 거리에 가면 1000년이 넘은 약방, 여관, 과자점 등이 지금도 영업을 하고 있다. 몇 백 년쯤 된 상 점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오사카 상권을 가장 활성화시킨 사람은 일본 통일을 이룬 도요토미 히 데요시였다. 그는 쌀ㆍ생선ㆍ야채 등 3대 시장을 끌어들여 오사카를 경 제 중심지로 일구어냈다.
이 때 오사카에 모인 상인들이 불문율처럼 지키는 상도가 있었다. '돈을 남기는 것은 하(下)고 가게를 남기는 것은 중(中)이며 사람을 남 기는 것이 상(上)'이라는 원칙이었다. 고객이 있는 한 사업은 영원하기 때문에 눈앞에 놓인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신용을 지키는 전통은 이렇게 오사카 상인들 가슴 속에 살아 있었 던 것이다.
최근 10년 동안 일본은 불황을 겪었다. 그러나 이 같은 불황은 시스템 실패일 뿐 일본 상인들의 실패는 아니다. 일본 상인정신은 다시 경제대 국 일본을 일으켜 세울 것이 분명하다. 벌써 이 같은 징조는 나타나기 시작했다. - 허연 기자(2004-01-31)
세계일보 : '잃어버린 10년'(1989년 일본의 거품경제가 무너지면서 시작된 10년간의 불황)에서 벗어나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경제대국 일본. <오사카 상인들>(홍하상 지음·효형출판)은 이러한 일본 경제의 힘으로 일컬어지는 오사카 상인정신의 형성 과정과 핵심을 말하는 책이다. 부제는 '하늘이 두 쪽 나도 노렌(暖簾)은 지킨다'. 노렌은 오사카 상인들이 점포 앞에 내거는 상호가 박힌 무명 천으로 그 가게만의 전통과 신용을 의미한다.
홍하상씨는 90년부터 14년 동안 수집한 오사카 문화와 상인에 관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금 일본 경제의 회복을 이끄는 것은 사분오열되어 있는 정치권도, 엘리트주의와 권위주의로 무장된 관료들도 아닌 바로 오사카 상인정신이라고 주장한다. 지은이가 말하는 그 정신의 핵심은 뛰어난 원가 계산, 고객 중심의 서비스 정신, 근검절약, 평소의 꾸준한 공부, 인내심과 올바른 상도덕, 금전관 등이다.
이 책이 경영원리를 전하는 여타 책보다 흥미롭게 읽히는 것은 지은이가 언급하는 풍부한 실제 사례 때문이다. 지은이는 "한신 타이거스가 우승하면 일본 경제가 되살아난다"는 속설의 배경부터 시작해 오사카 지역의 특수한 역사적 상황, 오사카에서 출발한 1000년 전통을 가진 점포 12곳의 경영 전략, 마쓰시타 아사히맥주 산토리위스키 닌텐도 등 오사카 출신 재벌들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 송민섭 기자(2004-01-31)
중앙일보 : 일본에서 상인의 역사는 오사카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거기에는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이 많다. 오사카 상인들의 정신이 형성된 과정을 비롯해 그 정신을 수백년 이상 이어오고 있는 오사카의 점포 12곳과 오사카 출신 재벌들의 경영기법을 담은 책이다. 저자 홍씨는 자료 수집을 위해 14년간 일본을 수십차례 드나들었다. - (2004-01-31)
한국경제신문 : '하늘이 두 쪽 나도 노렌은 지킨다.'
일본 상도(商道)의 원천인 오사카 상인들의 철칙이다. '노렌'은 상호가 그려진 무명 천으로 곧 신용을 뜻한다. 일본의 가게나 백화점 입구마다 걸려있는 노렌.이는 고객과의 신용이자 창업정신을 상징하는 존재다.
오사카에는 역사적인 기업이 많다. 586년 창업된 건축회사 공고구미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 이탈리아의 금 세공회사 토리니 피렌체(1369년 창업)보다 8백년이나 앞선다. 6백년 역사의 화과자점 스루가야,5백년 전통의 이불가게 나시카와,4백년 된 히야제약 등 오사카에는 1백년 이상 된 점포나 기업이 5백개도 넘는다. 그야말로 도시 전체에 '상인의 유전자'가 흐른다. 오사카 지방의 경제력은 캐나다와 호주의 국가경제 규모와 맞먹는다고 한다.
<오사카 상인들>(홍하상 지음,효형출판,1만3천원)은 이같은 일본 경제성장의 동력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14년 전부터 오사카를 수십 차례 드나들며 관련 자료를 모아온 논픽션 작가. 그는 유구한 역사의 '시니세(오래된 점포)' 12곳과 오사카 출신 재벌들의 성공 비결을 함께 비춘다.
5백70개 계열사에 25만명의 사원을 거느린 일본식 자수성가의 대표주자 마쓰시타그룹,'전례가 없으므로 하겠다'는 역발상으로 일본 맥주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아사히 맥주,일본산 위스키의 원조 산토리 위스키,세계 최초로 라면을 개발한 닛신 식품,게임 왕국 닌텐도,고품격 백화점의 대명사 다카시마야 백화점….
오사카 상인들의 성공 비결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외형보다 이익을 중시하는 사업구조,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창의성과 추진력,독창적인 일본식 경영 방식이 그것이다. 일본 상인들의 바이블 '석문심학'은 '소비자인 상대방도 납득하고 상인 자신도 납득하는 것'이 올바른 상행위라고 가르친다. 여기에서 '돈을 남기는 것은 하(下),가게를 남기는 것은 중(中),사람을 남기는 것은 상(上)'이라는 경영철학이 나왔다.
이러한 정신은 맥주공장의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회전초밥,싱싱한 나뭇잎을 보고 착상한 초록색 모기장,주유소·세탁소·미장원을 한 점포에 모은 '주세미 마케팅' 등으로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일본에는 '한신 타이거스(오사카에 연고를 둔 프로야구팀)가 우승하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속설이 있다. 지난해 9월 오랜 부진을 씻고 한신 타이거스가 우승한 뒤 놀랍게도 '잃어버린 10년'의 장기불황이 걷히고 일본 경제는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상인이 화를 내면 천하의 제후도 놀란다'는 말처럼 '오사카가 움직이면 일본 열도가 살아난다'는 말이 실감난다. - 고두현 기자(2004-01-31)
한국일보 : 일본 정부는 얼마 전 공식적으로 경기 회복을 선언했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장기 불황이 마침내 끝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경제 회복은 이미 지난해 9월 한신타이거스가 프로야구 리그에서 우승할 때 예견됐다. 오사카(大阪)에 본거지를 둔 이 팀이 우승하면 경제가 다시 살아난다는 속설이 있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본은 흔히 '장인(匠人)의 나라'라고 불린다. 몇 대를 두고 계속 한 우물만 파는 사람들이 많고, 이들이 경제 대국인 일본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이 책은 장인 정신의 대표 격인 오사카 상인들을 다루고 있다. 586년에 설립돼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업인 건축회사 공고구미(金剛組)를 비롯한 노포(老鋪) 12곳(오사카에는 100년 이상 된 점포나 기업이 500개가 넘는다)과 미쓰이 등 오사카 출신 재벌들의 역사와 경영 비결, 오사카 상인정신의 형성 과정 및 핵심 내용 등을 설명하고 있다.
오사카 상인의 상징은 '노렌'이다. 식당이나 가게, 회사 등의 입구에 치렁치렁 늘어져 있는 무명 천을 말한다. 보통 점포나 기업의 문양이 들어가 있다. 이 노렌이 뜻하는 것은 한 마디로 신용이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자신이 만든 제품에 대해서는 목숨을 걸고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오사카 상인정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것 중에 '회덕당'과 '석문심학'이 있다. 장사를 좀 더 잘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했고, 그래서 5명의 상인이 1724년에 만든 '장사꾼을 위한 장사꾼의 학교'가 회덕당이다. 이 학교는 서양식 교육제도가 도입된 1869년 문을 닫았다가 1916년 다시 열었다. 현재는 오사카대학 내에 회덕당 센터로 남아있다. 상인 출신인 이시다 바이간(1685~1744)의 사상을 종합한 석문심학은 일본인의 상도를 최초로 체계화한 것이다. 일본 상인의 바이블인 셈이다.
핵심은 노동은 힘들고 고단한 것이 아니라 인격 수양의 길이라는 점, 진정한 상인은 상대방과 자신을 모두 이롭게 한다는 점 등이다. 저자는 14년 동안 수없이 오사카를 찾아 현장감이 돋보인다. 다만 아주 광범위한 부분을 다루고 있어 다소 피상적이고, 객관성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 - 이상호 논설위원(2004-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