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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훈 목사의 별명은 마을의 온갖 일에 불철주야 뛰어다니는 홍은동 아저씨를 뜻하는 ‘홍아재’이다. 교회 울타리를 넘어 지역공동체를 향한 섬김으로 목양의 영역을 확장한 하늘뜻담은교회는 지역공동체의 울타리도 넘어 경기도 성남으로 찾아가 일용직 노동자와 노숙자, 독거노인들을 위해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섬김 사역 또한 진행 중이다.
이청훈 목사(하늘뜻담은교회)의 하루는 분주하지만 웃음과 행복으로 가득 차 있다. 이른 아침 말씀묵상이 끝나면 귀염둥이 막내의 아침식사를 챙기고 차에 태워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로 향한다. 아침 8시부터 노란색 조끼를 걸치고 홍연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햇수로 3년째 횡단보도 앞에서 아이들의 등교를 지도하느라 안면을 튼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정답게 인사하고 안부를 묻고 간단히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등굣길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깁스를 하고 오는 친구, 아빠와 엄마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손을 잡고 오는 친구들, 언덕길이 너무나 싫은 친구들, 부모님이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끼며 곧 집을 나가겠다고 입이 나와 있는 친구들까지.
등교지도 후 이 목사는 서대문장애인복지관에 소속된 활동지원사로 마을의 발달장애인 청년의 일과를 도우며 함께한다. 대상이 경증일 때는 산책이나 영화관람 그리고 인근의 나들이 등을 통해서 기분전환도 돕고 재밌는 이야기를 나눈다. 중증 장애를 가진 경우에는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이를 닦고 용변을 처리하는 일부터 식사를 챙기고 재활을 돕는 일까지 활동지원은 깊어지고 다양해진다. 이 외에도 이웃사촌 프로그램으로 만난 청년들과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센터에서 만난 청년들까지 서대문구에 대략 30여 명의 발달장애인들의 좋은 친구가 돼주고 있다.
그가 매일 아침 가장 먼저 뛰어드는 마을 일은 교회 인근 초등학교의 횡단보도 앞 등교지도이다.
오후에 이 목사는 다시 목회자의 직분으로 돌아와 교인들을 심방하고 설교 준비를 하고 주중 모임을 인도하고 주일예배 주보와 예배프레젠테이션 파일을 만드는 등 일상적인 목양에 힘쓴다. 그리고 토요일에는 주로 ‘패밀리타임’이라 일컫는 시간을 보내는데 사랑하는 아내와 3명의 딸과 나들이를 나가고 맛있는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주일에는 이웃에 위치한 시온교회와 연합해 주일학교예배를 인도하고 아이들에게 신앙교육을 시킨다. 지난 20여 년간 주일학교 사역을 통해서 초등학생들을 만나왔기 때문에 매우 역동적인 예배와 구체적인 프로세스와 교육목표를 가진 성경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가정과 연계해서 이야기성경책을 1년에 4독 하고 30여 성경구절을 암송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시온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번갈아 드리고, 교회 연합수련회를 진행하는 등 예배 공간과 교회교육 사역을 공유하는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등교지도사 말고도 이청훈 목사는 주민들끼리 서로 이웃 관계를 이루고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도록 관과 민 사이에서 중간역할을 한다.
“하늘뜻담은교회 공동체는 지역 주민들을 같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친구이자 언젠가는 같은 신앙생활을 하게 될 잠재적인 우리교회 교인이요 하나님의 자녀로 인식하며 인격적 교제를 나눕니다. 매일 반갑게 인사하는 300여명의 이웃과 그 중에 수다를 떨 수 있는 50여 명의 이웃 그리고 10여 명과 인격적인 교제를 나눕니다. 조만간 복음전도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이웃까지 스스럼없이 소통하고 서로를 돌보는 관계 속에서 친밀감을 이루고 신뢰를 얻을 때 참된 복음 전파도 이루어지며 진정한 믿음의 공동체가 형성된다고 믿습니다.”
이청훈 목사는 6살에 부모님을 따라 상경해 서울시 서대문구 홍은동에 터를 잡았고, 45년 넘게 살아온 동네에 2020년 9월 하늘뜻담은교회를 개척했다. 이 목사는 “하늘 뜻을 마을 주민들과 함께 누리고 나누고 확장하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의미로 제가 평생을 살아온 마을에 교회를 개척했다”며, 매일 마을에서 마을 공동체와 교회 공동체를 위해 행하는 모든 일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공동체 사역이라고 말했다.
그가 처음 교회를 개척해서 한 일은 상가와 주민센터, 복지센터 등을 찾아가 인사를 하고 관계를 쌓는 일이었다.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돕겠다고 주민센터에 상주하며 일거리를 찾고 도울 일이 생기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러면서 발달장애 주간활동 서비스센터 섬김, 홍은동 반찬나눔 사역, 발달장애 이웃사촌 사역, 도담도담마을학교 운영, 동네배움터 운영 등 지역섬김 사역을 확장해 갔다.
총회교육개발원을 비롯해 20여 년간 주일학교 사역과 연구에 몸담아온 이 목사는 주일학교 아이들에게 말씀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매주 주일 예배와 공과공부 외에도 ‘바이블게임’을 통해 재미나게 교육하고 있다.
담임목사의 섬기는 자세에 성도들도 자발적 나눔에 뛰어들었다. 한부모가정인 여섯 가정을 위해 주일예배 후 모든 교회공동체 가족들이 모여 함께 반찬을 만들어 나누는 사업을 펼치며 정기적으로 이웃들의 안부를 챙긴다. 외출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생필품 구입을 비롯해 필요한 조치를 하는 등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이 목사는 정부와 지자체 지원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지원사업은 정부와 지자체에서 전달하는 지원금으로 마을의 취약계층을 돕고 그 과정에서 여러 이웃들에게 급여를 지급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마을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친숙해질 수 있게 하고 교회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
이렇듯 한 해 두 해 마을 주민들과 맺은 관계가 깊어지고 사역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올해 이 목사는 마을주민까지 참여하는 마을 공동체를 만드는 단계로서 ‘하담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사업에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뛰어넘어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을 위한 사역을 구상해 마을의 이슈들을 직접 해결해 가는 한편, 마을에 꼭 필요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연초에 정부에서 진행하는 스타트업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리고 교회교육의 노하우를 이웃교회들도 공유하고 나아가 연합해 성탄절예배와 수련회 등을 함께 드리는 등 지역 교회와도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이청훈 목사와 교회 집사 1명 그리고 마을 주민 6명 총 8명이 이사진으로 참여해 조합 설립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이 목사의 꿈은 하담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해 역량을 키운 후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마을 공동체를 보다 건강하고 창의적으로 섬겨나가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건물이 없는 대안학교를 세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서대문구 안에는 많은 대학들이 있고 마포 성산마을과 연결돼 있는 인적 네트워크가 충분해 서대문구 안에 있는 다양한 마을 커뮤니티 공간과 교회 유효공간들까지 활용하면 돈이 없어도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대안학교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청훈 목사는 교회 성도뿐 아니라 지역 교회와 주민들까지 동일한 목양의 대상으로 섬기는 마을목회 노하우를 관심 있는 목회자들에게 공유하는 연속강의 ‘마을목회포럼4.0’을 2021년부터 매달 줌(Zoom)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 3월 13일부터는 6주에 걸쳐 ‘마을목회, 그 시작을 이야기하다’는 연속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목사는 “평일 오전에는 지자체나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마을공동체를 섬기고, 평일 오후와 주일에는 예배와 목양에 힘쓰는 것은 교회의 역할을 확장하고 지역공동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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