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정서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의무는 기업과 정부 모두에게 위기로 다가온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들이 청정개발체제를 능동적으로 활용한다면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효율적으로 이행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는 2월 16일부터 최초로 구속력을 지닌 국제적 기후협약인 교토의정서가 발효된다. 교토 의정서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의무는 기본적으로는 각 국가별로 기준년 대비 온실가스배출 몇 % 감축이라는 형태로 주어진다. 우리나라도 지금은 감축의무를 지고 있지 않지만 2차 의무이행기간(2013~2017년)부터는 일정한 저감의무를 지게 될 전망이다.
2004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전망에 따르면 한국은 2015년에는 최선의 시나리오에서도 온실가스를 우리나라 총 배출 예상량의 3.31%는 자체적으로 감축해야하고 4.32%는 이른바 ‘교토 메카니즘’을 통해 구매하여 감축을 대신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경우 우리 기업들의 예상 온실가스 구매량은 2천 9백만톤에 이르고 이를 현재 유럽 배출권 시장에서의 구매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2억2천만 유로에 이르는 액수를 배출권 구매에 지출하여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산업계가 과연 이 부담을 안고도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 의문시된다.
전반적으로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지 않게 될 중국 등 다른 개도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뿐 아니라, 감축의무를 위한 준비를 꾸준히 진행하여 우리보다 더 효율적으로 그 의무를 이행될 준비가 되어있는 일부 선진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도 어려운 처지에 직면할 수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절약형 산업구조로 전환하고,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힘쓰는 등의 거시적인 노력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로선 막상 기업들이 당면한 부담을 어떻게 해야 가장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토론조차 부족한 상태이다.
교토 메카니즘이란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는 국가가 감축의무 이행을 위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각종 규제나 세금 등에 의한 방법으로서 현재 독일에서 시행되고 있는 환경세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환경세 제도를 시행하면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은 환경세에 의해 더 많은 부담을 갖게 되므로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방식을 개발하게 되고, 이를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게 된다. 다른 하나는 시장원리에 따른 교토 메카니즘으로 시장이라는 유연한 기구를 이용한 제도이므로 ‘유연성 체제’라고도 불리운다. 교토 메카니즘은 배출권거래제(Emissions Trading: ET), 공동이행제도(Joint Implementation: JI), 그리고 청정개발체제(Clean Development Mechanism: CDM)의 세 가지 방안을 포괄하고 있다.
먼저 배출권거래제를 살펴보자. 기업들은 할당된 배출권을 가지며 감축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기업은 배출권 거래시장을 통해 초과 달성에 따른 잉여배출권을 판매하고,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는 기업은 배출권을 구매하게 된다. 유럽연합은 2005년부터 이미 공식적으로 각국의 할당량을 정하고, 각국별로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확정하여 오는 2월부터는 에너지 사용량이 20MWh 이상인 15,000개의 기업들이 EEX(European Energy Exchange), ECX(European Climate Exchange)등을 통해 온실가스를 거래하는 공식적인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공동이행제도와 청정개발체제는 프로젝트에 기반을 둔 메카니즘(project-based mechanism)으로 불리운다. 이 두 제도는 각각 선진국 사이, 그리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시행되는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하고, 이 프로젝트를 통해 구체적으로 감축되는 온실가스에 대해 크레딧을 받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선진국이 개도국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프로젝트를 시행하면, 개도국에서 줄어든 온실가스에 대해 선진국이 크레딧을 받아 자국의 감축분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추후에 이 크레딧은 온실가스시장에서 배출권과 함께 거래될 수 있다.
이 사업들 가운데에서 청정개발체제에 논의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 먼저 배출권 거래제와 공동이행제도는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선언한 ‘부속서 I국’들만 참여가 가능한 반면 청정개발체제는 우리나라와 같이 온실가스 감축에 의무를 지지않는 ‘비(非)부속서 I국’도 참여가 가능하다. 또 공동이행제도가 2008년부터의 온실가스 감축분만이 인정되는 것과는 달리 청정개발제도는 교토 의정서 1차 의무이행기간(2008~2012년) 이전인 2000~2007년에 발생한 온실가스 감축분에 대해서 조기감축활동(Early Action)으로 인정하여 크레딧을 소급하여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청정개발체제 유치국에 머물러 있는 한국
청정개발체제는 이와 같이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제도이면서도 그동안의 논의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여 왔다.
청정개발체제는 애초에 선진국이 투자자로서 개도국, 즉 (사업)유치국(host country)에 온실가스 저감사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고안되었다. 이 체제를 통해 선진국, 혹은 선진국의 투자회사는 투자에 대한 반대급부로 이 사업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량의 일부를 자신의 감축량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저렴한 비용으로 감축목표를 달성하고, 개도국은 외자유치 및 기술이전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청정개발체제는 교토 메카니즘 내에서도 Win-Win 전략으로 평가받는 제도이다. 실제로 이러한 청정개발사업을 통해 유치국과 투자국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아래 <표>와 같다.
우리나라는 현재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지 않고 있는 비부속서 I국으로서 청정개발체제 사업에서 주요 유치국(Point Carbon 사의 유치국별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유치국 국가 신용도(Country Rating)는 BB등급으로 매우 높다)으로 분류되고 있다.
예를 들면 울산화학의 수불화탄소(HFC23) 분해 산업의 경우 일본의 이오네스사의 기술을 받아들여 사업을 등록하였고, 온산의 한국 로디아 폴리아마이드가 프랑스 본사의 투자를 통해 아산화질소 열분해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 외에도 우리나라는 국가단위로는 캐나다와 양해각서 (MOU)를 체결하여 청정개발체제에 대한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등, 주요 청정개발사업 유치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개도국을 위한 또 다른 기회 일국 청정개발체제
청정개발체제 사업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선진국에서 사업을 개발하고 이를 후진국에서 유치하는 ‘양국간 청정개발체제 (Bilateral CDM)’로 구상되었다. 이는 후에 사업개발에서의 위험을 분담하는 의미에서 다수의 선진국들이 공동으로 사업을 개발하여 후진국에서 이를 유치하는 구상(다국간 청정개발체제(Multilateral CDM))으로 확장되었다.
하지만 개도국들이 반드시 선진국 사업자가 개발하는 사업의 유치국이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개도국 또한 단독으로 프로젝트 디자인에서 크레딧 발생에 이르는 청정개발체제 전 과정을 개발해 낼 수 있다. 기후변화협약 6차 당사국 총회 이후 선진국이 후진국의 이산화탄소 감축사업을 설계 및 추진하는 것만이 아니라 개도국 단독으로도 CDM 사업 개발하여 의무부담국에 크레딧을 판매하는 ‘일국 청정개발체제(Unilateral CDM)’가 가능해졌다. 몇몇 국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일국 청정개발체제를 통한 거래비용(transaction cost) 감소로 인한 경제적 이점과 개도국들도 청정개발체제를 직접 경험하며 교토 메카니즘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취지로 일국 청정개발체제 사업이 확정되었다.
일국 청정개발체제로 개도국은 다음과 같은 이익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선·후진국간의 청정개발체제에서는 온실가스의 시장가격이 크레딧을 개발하는 개발비용을 초과할 경우 선진국의 사업개발자에게 그 이익이 돌아가지만 일국 청정개발체제로 개발을 완료할 경우, 온실가스 시장에서의 크레딧 판매로 인한 이익은 개발도상국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국간 혹은 다자간 청정개발체제에서는 사업개발국들이 개도국인 투자유치국의 국가위험도(country risk) 등의 거래비용을 고려하여 한계비용 만큼의 투자를 하고 크레딧을 확보한다. 하지만 개도국이 일국 청정개발체제를 통해 사업을 개발하여 최종적인 크레딧을 국제탄소시장에서 판매할 경우 더 큰 경제적 이익이 예상된다(보통 50%이상 더 비싼 가격에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 PCFplus Report 19(2004)).
이스라엘의 예를 들어보자. 이스라엘은 그동안 가입해 오지 않던 교토 협약에 2004년 2월 가입한 이후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일국 청정개발체제(Unilateral CDM) 인증에 필요한 제반 기구설립을 모두 마쳤다. 그리고 2006년부터는 자국의 Ramla 매립지 가스 재활용 사업으로 독자적인 크레딧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선진국이 사업투자를 통해 크레딧을 얻어가고 개도국은 투자유치를 받는 데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들의 크레딧을 저축(Banking)하여 1차 의무이행기간 후반기에 유럽의 (배출권거래제에서의) 가격과 같은 가격을 받고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기적인 CDM 개발능력 확보를
우리나라도 이스라엘의 예처럼 1차 의무이행기간까지 크레딧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판매하는 것이 일본이나 캐나다 등 CDM 개발국의 사업계획에 유치국으로 참가하는 것 보다 더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독자적인 크레딧 판매를 통한 단기적 이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사업을 통해 장기적으로 CDM 개발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2차 의무이행기간에는 우리나라가 감축의무를 지게 될 경우 우리도 외국에서 상당량의 배출권, 혹은 크레딧을 구매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추세로는 우리는 사업개발 경험이 없는 반면, 선진국들은 청정개발체제 사업을 많이 경험하였고 잠재 시장을 양해각서 등 다양한 형태로 선점하게 될 우려가 크다. 실제로 아르헨티나는 오스트리아, 캐나다 등과 콜롬비아와 우루과이는 스페인, 브라질과 중국은 네덜란드, 볼리비아는 오스트리아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시장선점 경쟁이 이미 시작되었다. 그 외에도 청정개발체제는 사업당 10년 혹은 최대 2회 연장 가능한 7년짜리 (21년) 인증기한으로 장기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후발주자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Unilateral CDM 사업의 개발을 통해 경험을 축적할 경우,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선진국 기업들과 어깨를 겨누며 외국에서의 CDM 사업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기업이 CDM 사업을 중국이나 인도, 혹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직접 개발할 경우 일차적으로 배출권거래제 시장의 가격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적인 배출권의 확보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경험부족 등의 이유로 다른 개도국에서의 청정개발체제를 통한 크레딧 개발에 실패할 경우, 국내 온실가스 실제 감축량을 넘어서는 의무감축분은 국제온실가스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오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유럽 배출권 거래제에서 감축의무를 다하지 못할 경우 벌금이 톤당 2005~2007년에 40유로, 2008~2012년에 100유로인 것을 고려하고, 앞서 말했듯이 배출권시장에서의 배출권가격이 청정개발체제에 의한 크레딧 가격의 두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다면 이 경우 우리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에 큰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에너지 절약 시범사업 및 배출권거래제와의 비교
정부는 기후변화협약과 관련해 온실가스 저감등록사업 실시 (2006년), 기업의 조기행동 보상실시(2007년), 국내 배출권거래제 실시(2007년) 등을 계획하고 있다. 물론 온실가스 저감에 대한 등록 및 조기 행동에 대한 보상이라는 틀에서 자발적 협약(VA)사업, 에너지절약 전문기업(ESCO) 사업 등과 같은 에너지 절약 시범사업을 통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에너지를 절감하도록 유도하고, 이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도 온실가스 저감이라는 당위적인 목표만을 놓고 생각한다면 유효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여러 가지 단점이 있다. 먼저 실재 온실가스 시장에서는 적용이 불가능 할 만큼 고비용이 든다. 에너지관리공단의 2004년 보고서를 기준으로 계산해 본 결과 이 사업의 단위에너지 저감비용은 천 TOE(석유환산톤)를 감축하는 데에 6천백4십만원 정도로, 이산화탄소 1톤을 감축하는 데에 대략 54유로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번째로 이 사업은 국제시장에서의 판매라는 시장 메카니즘이 아니라 정부 보조금을 활용한 인위적인 유인체계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이 사업으로는 국내의 기업들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국내에서만의 제도로 교토 메카니즘을 학습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국내에서의 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은 추후 적용될 국제배출권거래제에 대비하여 경험을 축적해 둔다는 의미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우리나라가 비부속서 I국으로 배출권거래제의 실거래당사자가 아닌 관계로 실제로 경험을 쌓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실제로 2차 의무이행기간 중 우리 기업들이 온실가스 저감의무를 지게 될 경우에는 국내의 거래시장이 외국의 거래시장보다 더 저렴한 가격을 보장하지 못할 경우 국내의 수요자들이 국내 시장에 남아있게 할 뾰족한 방안도 없는 상황이다.
청정개발체제 구축을 위한 정부의 지원 필요
우리에게 곧바로 적용되는 교토 메카니즘이면서도 저렴한 온실가스 크레딧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훈련을 포괄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은 일국 청정개발체제이다.
정부에서는 청정개발체제의 개발에 3~7년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고려하여 우리 기업들만으로 청정개발체제 사업을 프로젝트 디자인에서 크레딧 발생까지 마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 바로 준비를 시작하여도 1차 의무이행기간 중에 크레딧 판매가 겨우 이루어 질 수 있고, 이러한 경험이 축적되어야 우리나라가 감축의무를 질 것으로 예상되는 2차 의무이행기간에는 해외로 진출하여 우리 기업에 필요한 청정개발체제 사업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위험분산을 위한 청정개발체제 사업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지원, 국제 기구에 크레딧을 등록하기 위해 필수적인 검증 및 인증사업지원 및 모니터링 사업 지원 그리고 기업이 자신의 크레딧을 추후에 이용하거나 그 이익을 현금화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크레딧 뱅킹 등의 제도적 지원이 요구된다. 그 외에도 청정개발체제 등 교토 메카니즘 전반에 대한 기업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홍보작업 등도 필요하다. 다른 한편 기업 측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지원을 기반으로 온실가스 저감에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화학, 발전, 시멘트, 철강관련 기업 등만이 아니라, 프로젝트 파이낸싱, 인증사업등의 관련한 모든 기업이 참여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경험을 축적해 나갈 필요가 있다. -끝-
교토의정서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의무는 기업과 정부 모두에게 위기로 다가온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들이 청정개발체제를 능동적으로 활용한다면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효율적으로 이행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는 2월 16일부터 최초로 구속력을 지닌 국제적 기후협약인 교토의정서가 발효된다. 교토 의정서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의무는 기본적으로는 각 국가별로 기준년 대비 온실가스배출 몇 % 감축이라는 형태로 주어진다. 우리나라도 지금은 감축의무를 지고 있지 않지만 2차 의무이행기간(2013~2017년)부터는 일정한 저감의무를 지게 될 전망이다.
2004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전망에 따르면 한국은 2015년에는 최선의 시나리오에서도 온실가스를 우리나라 총 배출 예상량의 3.31%는 자체적으로 감축해야하고 4.32%는 이른바 ‘교토 메카니즘’을 통해 구매하여 감축을 대신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경우 우리 기업들의 예상 온실가스 구매량은 2천 9백만톤에 이르고 이를 현재 유럽 배출권 시장에서의 구매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2억2천만 유로에 이르는 액수를 배출권 구매에 지출하여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산업계가 과연 이 부담을 안고도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 의문시된다.
전반적으로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지 않게 될 중국 등 다른 개도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뿐 아니라, 감축의무를 위한 준비를 꾸준히 진행하여 우리보다 더 효율적으로 그 의무를 이행될 준비가 되어있는 일부 선진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도 어려운 처지에 직면할 수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절약형 산업구조로 전환하고,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힘쓰는 등의 거시적인 노력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로선 막상 기업들이 당면한 부담을 어떻게 해야 가장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토론조차 부족한 상태이다.
교토 메카니즘이란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는 국가가 감축의무 이행을 위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각종 규제나 세금 등에 의한 방법으로서 현재 독일에서 시행되고 있는 환경세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환경세 제도를 시행하면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은 환경세에 의해 더 많은 부담을 갖게 되므로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방식을 개발하게 되고, 이를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게 된다. 다른 하나는 시장원리에 따른 교토 메카니즘으로 시장이라는 유연한 기구를 이용한 제도이므로 ‘유연성 체제’라고도 불리운다. 교토 메카니즘은 배출권거래제(Emissions Trading: ET), 공동이행제도(Joint Implementation: JI), 그리고 청정개발체제(Clean Development Mechanism: CDM)의 세 가지 방안을 포괄하고 있다.
먼저 배출권거래제를 살펴보자. 기업들은 할당된 배출권을 가지며 감축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기업은 배출권 거래시장을 통해 초과 달성에 따른 잉여배출권을 판매하고,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는 기업은 배출권을 구매하게 된다. 유럽연합은 2005년부터 이미 공식적으로 각국의 할당량을 정하고, 각국별로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확정하여 오는 2월부터는 에너지 사용량이 20MWh 이상인 15,000개의 기업들이 EEX(European Energy Exchange), ECX(European Climate Exchange)등을 통해 온실가스를 거래하는 공식적인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공동이행제도와 청정개발체제는 프로젝트에 기반을 둔 메카니즘(project-based mechanism)으로 불리운다. 이 두 제도는 각각 선진국 사이, 그리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시행되는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하고, 이 프로젝트를 통해 구체적으로 감축되는 온실가스에 대해 크레딧을 받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선진국이 개도국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프로젝트를 시행하면, 개도국에서 줄어든 온실가스에 대해 선진국이 크레딧을 받아 자국의 감축분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추후에 이 크레딧은 온실가스시장에서 배출권과 함께 거래될 수 있다.
이 사업들 가운데에서 청정개발체제에 논의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 먼저 배출권 거래제와 공동이행제도는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선언한 ‘부속서 I국’들만 참여가 가능한 반면 청정개발체제는 우리나라와 같이 온실가스 감축에 의무를 지지않는 ‘비(非)부속서 I국’도 참여가 가능하다. 또 공동이행제도가 2008년부터의 온실가스 감축분만이 인정되는 것과는 달리 청정개발제도는 교토 의정서 1차 의무이행기간(2008~2012년) 이전인 2000~2007년에 발생한 온실가스 감축분에 대해서 조기감축활동(Early Action)으로 인정하여 크레딧을 소급하여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청정개발체제 유치국에 머물러 있는 한국
청정개발체제는 이와 같이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제도이면서도 그동안의 논의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여 왔다.
청정개발체제는 애초에 선진국이 투자자로서 개도국, 즉 (사업)유치국(host country)에 온실가스 저감사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고안되었다. 이 체제를 통해 선진국, 혹은 선진국의 투자회사는 투자에 대한 반대급부로 이 사업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량의 일부를 자신의 감축량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저렴한 비용으로 감축목표를 달성하고, 개도국은 외자유치 및 기술이전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청정개발체제는 교토 메카니즘 내에서도 Win-Win 전략으로 평가받는 제도이다. 실제로 이러한 청정개발사업을 통해 유치국과 투자국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아래 <표>와 같다.
우리나라는 현재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지 않고 있는 비부속서 I국으로서 청정개발체제 사업에서 주요 유치국(Point Carbon 사의 유치국별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유치국 국가 신용도(Country Rating)는 BB등급으로 매우 높다)으로 분류되고 있다.
예를 들면 울산화학의 수불화탄소(HFC23) 분해 산업의 경우 일본의 이오네스사의 기술을 받아들여 사업을 등록하였고, 온산의 한국 로디아 폴리아마이드가 프랑스 본사의 투자를 통해 아산화질소 열분해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 외에도 우리나라는 국가단위로는 캐나다와 양해각서 (MOU)를 체결하여 청정개발체제에 대한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등, 주요 청정개발사업 유치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개도국을 위한 또 다른 기회 일국 청정개발체제
청정개발체제 사업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선진국에서 사업을 개발하고 이를 후진국에서 유치하는 ‘양국간 청정개발체제 (Bilateral CDM)’로 구상되었다. 이는 후에 사업개발에서의 위험을 분담하는 의미에서 다수의 선진국들이 공동으로 사업을 개발하여 후진국에서 이를 유치하는 구상(다국간 청정개발체제(Multilateral CDM))으로 확장되었다.
하지만 개도국들이 반드시 선진국 사업자가 개발하는 사업의 유치국이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개도국 또한 단독으로 프로젝트 디자인에서 크레딧 발생에 이르는 청정개발체제 전 과정을 개발해 낼 수 있다. 기후변화협약 6차 당사국 총회 이후 선진국이 후진국의 이산화탄소 감축사업을 설계 및 추진하는 것만이 아니라 개도국 단독으로도 CDM 사업 개발하여 의무부담국에 크레딧을 판매하는 ‘일국 청정개발체제(Unilateral CDM)’가 가능해졌다. 몇몇 국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일국 청정개발체제를 통한 거래비용(transaction cost) 감소로 인한 경제적 이점과 개도국들도 청정개발체제를 직접 경험하며 교토 메카니즘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취지로 일국 청정개발체제 사업이 확정되었다.
일국 청정개발체제로 개도국은 다음과 같은 이익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선·후진국간의 청정개발체제에서는 온실가스의 시장가격이 크레딧을 개발하는 개발비용을 초과할 경우 선진국의 사업개발자에게 그 이익이 돌아가지만 일국 청정개발체제로 개발을 완료할 경우, 온실가스 시장에서의 크레딧 판매로 인한 이익은 개발도상국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국간 혹은 다자간 청정개발체제에서는 사업개발국들이 개도국인 투자유치국의 국가위험도(country risk) 등의 거래비용을 고려하여 한계비용 만큼의 투자를 하고 크레딧을 확보한다. 하지만 개도국이 일국 청정개발체제를 통해 사업을 개발하여 최종적인 크레딧을 국제탄소시장에서 판매할 경우 더 큰 경제적 이익이 예상된다(보통 50%이상 더 비싼 가격에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 PCFplus Report 19(2004)).
이스라엘의 예를 들어보자. 이스라엘은 그동안 가입해 오지 않던 교토 협약에 2004년 2월 가입한 이후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일국 청정개발체제(Unilateral CDM) 인증에 필요한 제반 기구설립을 모두 마쳤다. 그리고 2006년부터는 자국의 Ramla 매립지 가스 재활용 사업으로 독자적인 크레딧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선진국이 사업투자를 통해 크레딧을 얻어가고 개도국은 투자유치를 받는 데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들의 크레딧을 저축(Banking)하여 1차 의무이행기간 후반기에 유럽의 (배출권거래제에서의) 가격과 같은 가격을 받고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기적인 CDM 개발능력 확보를
우리나라도 이스라엘의 예처럼 1차 의무이행기간까지 크레딧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판매하는 것이 일본이나 캐나다 등 CDM 개발국의 사업계획에 유치국으로 참가하는 것 보다 더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독자적인 크레딧 판매를 통한 단기적 이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사업을 통해 장기적으로 CDM 개발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2차 의무이행기간에는 우리나라가 감축의무를 지게 될 경우 우리도 외국에서 상당량의 배출권, 혹은 크레딧을 구매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추세로는 우리는 사업개발 경험이 없는 반면, 선진국들은 청정개발체제 사업을 많이 경험하였고 잠재 시장을 양해각서 등 다양한 형태로 선점하게 될 우려가 크다. 실제로 아르헨티나는 오스트리아, 캐나다 등과 콜롬비아와 우루과이는 스페인, 브라질과 중국은 네덜란드, 볼리비아는 오스트리아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시장선점 경쟁이 이미 시작되었다. 그 외에도 청정개발체제는 사업당 10년 혹은 최대 2회 연장 가능한 7년짜리 (21년) 인증기한으로 장기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후발주자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Unilateral CDM 사업의 개발을 통해 경험을 축적할 경우,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선진국 기업들과 어깨를 겨누며 외국에서의 CDM 사업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기업이 CDM 사업을 중국이나 인도, 혹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직접 개발할 경우 일차적으로 배출권거래제 시장의 가격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적인 배출권의 확보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경험부족 등의 이유로 다른 개도국에서의 청정개발체제를 통한 크레딧 개발에 실패할 경우, 국내 온실가스 실제 감축량을 넘어서는 의무감축분은 국제온실가스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오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유럽 배출권 거래제에서 감축의무를 다하지 못할 경우 벌금이 톤당 2005~2007년에 40유로, 2008~2012년에 100유로인 것을 고려하고, 앞서 말했듯이 배출권시장에서의 배출권가격이 청정개발체제에 의한 크레딧 가격의 두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다면 이 경우 우리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에 큰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에너지 절약 시범사업 및 배출권거래제와의 비교
정부는 기후변화협약과 관련해 온실가스 저감등록사업 실시 (2006년), 기업의 조기행동 보상실시(2007년), 국내 배출권거래제 실시(2007년) 등을 계획하고 있다. 물론 온실가스 저감에 대한 등록 및 조기 행동에 대한 보상이라는 틀에서 자발적 협약(VA)사업, 에너지절약 전문기업(ESCO) 사업 등과 같은 에너지 절약 시범사업을 통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에너지를 절감하도록 유도하고, 이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도 온실가스 저감이라는 당위적인 목표만을 놓고 생각한다면 유효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여러 가지 단점이 있다. 먼저 실재 온실가스 시장에서는 적용이 불가능 할 만큼 고비용이 든다. 에너지관리공단의 2004년 보고서를 기준으로 계산해 본 결과 이 사업의 단위에너지 저감비용은 천 TOE(석유환산톤)를 감축하는 데에 6천백4십만원 정도로, 이산화탄소 1톤을 감축하는 데에 대략 54유로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번째로 이 사업은 국제시장에서의 판매라는 시장 메카니즘이 아니라 정부 보조금을 활용한 인위적인 유인체계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이 사업으로는 국내의 기업들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국내에서만의 제도로 교토 메카니즘을 학습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국내에서의 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은 추후 적용될 국제배출권거래제에 대비하여 경험을 축적해 둔다는 의미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우리나라가 비부속서 I국으로 배출권거래제의 실거래당사자가 아닌 관계로 실제로 경험을 쌓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실제로 2차 의무이행기간 중 우리 기업들이 온실가스 저감의무를 지게 될 경우에는 국내의 거래시장이 외국의 거래시장보다 더 저렴한 가격을 보장하지 못할 경우 국내의 수요자들이 국내 시장에 남아있게 할 뾰족한 방안도 없는 상황이다.
청정개발체제 구축을 위한 정부의 지원 필요
우리에게 곧바로 적용되는 교토 메카니즘이면서도 저렴한 온실가스 크레딧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훈련을 포괄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은 일국 청정개발체제이다.
정부에서는 청정개발체제의 개발에 3~7년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고려하여 우리 기업들만으로 청정개발체제 사업을 프로젝트 디자인에서 크레딧 발생까지 마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 바로 준비를 시작하여도 1차 의무이행기간 중에 크레딧 판매가 겨우 이루어 질 수 있고, 이러한 경험이 축적되어야 우리나라가 감축의무를 질 것으로 예상되는 2차 의무이행기간에는 해외로 진출하여 우리 기업에 필요한 청정개발체제 사업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위험분산을 위한 청정개발체제 사업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지원, 국제 기구에 크레딧을 등록하기 위해 필수적인 검증 및 인증사업지원 및 모니터링 사업 지원 그리고 기업이 자신의 크레딧을 추후에 이용하거나 그 이익을 현금화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크레딧 뱅킹 등의 제도적 지원이 요구된다. 그 외에도 청정개발체제 등 교토 메카니즘 전반에 대한 기업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홍보작업 등도 필요하다. 다른 한편 기업 측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지원을 기반으로 온실가스 저감에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화학, 발전, 시멘트, 철강관련 기업 등만이 아니라, 프로젝트 파이낸싱, 인증사업등의 관련한 모든 기업이 참여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경험을 축적해 나갈 필요가 있다. -끝-
교토의정서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의무는 기업과 정부 모두에게 위기로 다가온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들이 청정개발체제를 능동적으로 활용한다면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효율적으로 이행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는 2월 16일부터 최초로 구속력을 지닌 국제적 기후협약인 교토의정서가 발효된다. 교토 의정서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의무는 기본적으로는 각 국가별로 기준년 대비 온실가스배출 몇 % 감축이라는 형태로 주어진다. 우리나라도 지금은 감축의무를 지고 있지 않지만 2차 의무이행기간(2013~2017년)부터는 일정한 저감의무를 지게 될 전망이다.
2004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전망에 따르면 한국은 2015년에는 최선의 시나리오에서도 온실가스를 우리나라 총 배출 예상량의 3.31%는 자체적으로 감축해야하고 4.32%는 이른바 ‘교토 메카니즘’을 통해 구매하여 감축을 대신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경우 우리 기업들의 예상 온실가스 구매량은 2천 9백만톤에 이르고 이를 현재 유럽 배출권 시장에서의 구매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2억2천만 유로에 이르는 액수를 배출권 구매에 지출하여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산업계가 과연 이 부담을 안고도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 의문시된다.
전반적으로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지 않게 될 중국 등 다른 개도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뿐 아니라, 감축의무를 위한 준비를 꾸준히 진행하여 우리보다 더 효율적으로 그 의무를 이행될 준비가 되어있는 일부 선진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도 어려운 처지에 직면할 수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절약형 산업구조로 전환하고,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힘쓰는 등의 거시적인 노력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로선 막상 기업들이 당면한 부담을 어떻게 해야 가장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토론조차 부족한 상태이다.
교토 메카니즘이란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는 국가가 감축의무 이행을 위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각종 규제나 세금 등에 의한 방법으로서 현재 독일에서 시행되고 있는 환경세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환경세 제도를 시행하면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은 환경세에 의해 더 많은 부담을 갖게 되므로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방식을 개발하게 되고, 이를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게 된다. 다른 하나는 시장원리에 따른 교토 메카니즘으로 시장이라는 유연한 기구를 이용한 제도이므로 ‘유연성 체제’라고도 불리운다. 교토 메카니즘은 배출권거래제(Emissions Trading: ET), 공동이행제도(Joint Implementation: JI), 그리고 청정개발체제(Clean Development Mechanism: CDM)의 세 가지 방안을 포괄하고 있다.
먼저 배출권거래제를 살펴보자. 기업들은 할당된 배출권을 가지며 감축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기업은 배출권 거래시장을 통해 초과 달성에 따른 잉여배출권을 판매하고,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는 기업은 배출권을 구매하게 된다. 유럽연합은 2005년부터 이미 공식적으로 각국의 할당량을 정하고, 각국별로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확정하여 오는 2월부터는 에너지 사용량이 20MWh 이상인 15,000개의 기업들이 EEX(European Energy Exchange), ECX(European Climate Exchange)등을 통해 온실가스를 거래하는 공식적인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공동이행제도와 청정개발체제는 프로젝트에 기반을 둔 메카니즘(project-based mechanism)으로 불리운다. 이 두 제도는 각각 선진국 사이, 그리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시행되는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하고, 이 프로젝트를 통해 구체적으로 감축되는 온실가스에 대해 크레딧을 받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선진국이 개도국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프로젝트를 시행하면, 개도국에서 줄어든 온실가스에 대해 선진국이 크레딧을 받아 자국의 감축분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추후에 이 크레딧은 온실가스시장에서 배출권과 함께 거래될 수 있다.
이 사업들 가운데에서 청정개발체제에 논의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 먼저 배출권 거래제와 공동이행제도는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선언한 ‘부속서 I국’들만 참여가 가능한 반면 청정개발체제는 우리나라와 같이 온실가스 감축에 의무를 지지않는 ‘비(非)부속서 I국’도 참여가 가능하다. 또 공동이행제도가 2008년부터의 온실가스 감축분만이 인정되는 것과는 달리 청정개발제도는 교토 의정서 1차 의무이행기간(2008~2012년) 이전인 2000~2007년에 발생한 온실가스 감축분에 대해서 조기감축활동(Early Action)으로 인정하여 크레딧을 소급하여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청정개발체제 유치국에 머물러 있는 한국
청정개발체제는 이와 같이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제도이면서도 그동안의 논의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여 왔다.
청정개발체제는 애초에 선진국이 투자자로서 개도국, 즉 (사업)유치국(host country)에 온실가스 저감사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고안되었다. 이 체제를 통해 선진국, 혹은 선진국의 투자회사는 투자에 대한 반대급부로 이 사업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량의 일부를 자신의 감축량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저렴한 비용으로 감축목표를 달성하고, 개도국은 외자유치 및 기술이전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청정개발체제는 교토 메카니즘 내에서도 Win-Win 전략으로 평가받는 제도이다. 실제로 이러한 청정개발사업을 통해 유치국과 투자국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아래 <표>와 같다.
우리나라는 현재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지 않고 있는 비부속서 I국으로서 청정개발체제 사업에서 주요 유치국(Point Carbon 사의 유치국별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유치국 국가 신용도(Country Rating)는 BB등급으로 매우 높다)으로 분류되고 있다.
예를 들면 울산화학의 수불화탄소(HFC23) 분해 산업의 경우 일본의 이오네스사의 기술을 받아들여 사업을 등록하였고, 온산의 한국 로디아 폴리아마이드가 프랑스 본사의 투자를 통해 아산화질소 열분해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 외에도 우리나라는 국가단위로는 캐나다와 양해각서 (MOU)를 체결하여 청정개발체제에 대한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등, 주요 청정개발사업 유치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개도국을 위한 또 다른 기회 일국 청정개발체제
청정개발체제 사업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선진국에서 사업을 개발하고 이를 후진국에서 유치하는 ‘양국간 청정개발체제 (Bilateral CDM)’로 구상되었다. 이는 후에 사업개발에서의 위험을 분담하는 의미에서 다수의 선진국들이 공동으로 사업을 개발하여 후진국에서 이를 유치하는 구상(다국간 청정개발체제(Multilateral CDM))으로 확장되었다.
하지만 개도국들이 반드시 선진국 사업자가 개발하는 사업의 유치국이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개도국 또한 단독으로 프로젝트 디자인에서 크레딧 발생에 이르는 청정개발체제 전 과정을 개발해 낼 수 있다. 기후변화협약 6차 당사국 총회 이후 선진국이 후진국의 이산화탄소 감축사업을 설계 및 추진하는 것만이 아니라 개도국 단독으로도 CDM 사업 개발하여 의무부담국에 크레딧을 판매하는 ‘일국 청정개발체제(Unilateral CDM)’가 가능해졌다. 몇몇 국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일국 청정개발체제를 통한 거래비용(transaction cost) 감소로 인한 경제적 이점과 개도국들도 청정개발체제를 직접 경험하며 교토 메카니즘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취지로 일국 청정개발체제 사업이 확정되었다.
일국 청정개발체제로 개도국은 다음과 같은 이익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선·후진국간의 청정개발체제에서는 온실가스의 시장가격이 크레딧을 개발하는 개발비용을 초과할 경우 선진국의 사업개발자에게 그 이익이 돌아가지만 일국 청정개발체제로 개발을 완료할 경우, 온실가스 시장에서의 크레딧 판매로 인한 이익은 개발도상국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국간 혹은 다자간 청정개발체제에서는 사업개발국들이 개도국인 투자유치국의 국가위험도(country risk) 등의 거래비용을 고려하여 한계비용 만큼의 투자를 하고 크레딧을 확보한다. 하지만 개도국이 일국 청정개발체제를 통해 사업을 개발하여 최종적인 크레딧을 국제탄소시장에서 판매할 경우 더 큰 경제적 이익이 예상된다(보통 50%이상 더 비싼 가격에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 PCFplus Report 19(2004)).
이스라엘의 예를 들어보자. 이스라엘은 그동안 가입해 오지 않던 교토 협약에 2004년 2월 가입한 이후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일국 청정개발체제(Unilateral CDM) 인증에 필요한 제반 기구설립을 모두 마쳤다. 그리고 2006년부터는 자국의 Ramla 매립지 가스 재활용 사업으로 독자적인 크레딧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선진국이 사업투자를 통해 크레딧을 얻어가고 개도국은 투자유치를 받는 데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들의 크레딧을 저축(Banking)하여 1차 의무이행기간 후반기에 유럽의 (배출권거래제에서의) 가격과 같은 가격을 받고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기적인 CDM 개발능력 확보를
우리나라도 이스라엘의 예처럼 1차 의무이행기간까지 크레딧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판매하는 것이 일본이나 캐나다 등 CDM 개발국의 사업계획에 유치국으로 참가하는 것 보다 더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독자적인 크레딧 판매를 통한 단기적 이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사업을 통해 장기적으로 CDM 개발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2차 의무이행기간에는 우리나라가 감축의무를 지게 될 경우 우리도 외국에서 상당량의 배출권, 혹은 크레딧을 구매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추세로는 우리는 사업개발 경험이 없는 반면, 선진국들은 청정개발체제 사업을 많이 경험하였고 잠재 시장을 양해각서 등 다양한 형태로 선점하게 될 우려가 크다. 실제로 아르헨티나는 오스트리아, 캐나다 등과 콜롬비아와 우루과이는 스페인, 브라질과 중국은 네덜란드, 볼리비아는 오스트리아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시장선점 경쟁이 이미 시작되었다. 그 외에도 청정개발체제는 사업당 10년 혹은 최대 2회 연장 가능한 7년짜리 (21년) 인증기한으로 장기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후발주자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Unilateral CDM 사업의 개발을 통해 경험을 축적할 경우,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선진국 기업들과 어깨를 겨누며 외국에서의 CDM 사업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기업이 CDM 사업을 중국이나 인도, 혹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직접 개발할 경우 일차적으로 배출권거래제 시장의 가격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적인 배출권의 확보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경험부족 등의 이유로 다른 개도국에서의 청정개발체제를 통한 크레딧 개발에 실패할 경우, 국내 온실가스 실제 감축량을 넘어서는 의무감축분은 국제온실가스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오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유럽 배출권 거래제에서 감축의무를 다하지 못할 경우 벌금이 톤당 2005~2007년에 40유로, 2008~2012년에 100유로인 것을 고려하고, 앞서 말했듯이 배출권시장에서의 배출권가격이 청정개발체제에 의한 크레딧 가격의 두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다면 이 경우 우리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에 큰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에너지 절약 시범사업 및 배출권거래제와의 비교
정부는 기후변화협약과 관련해 온실가스 저감등록사업 실시 (2006년), 기업의 조기행동 보상실시(2007년), 국내 배출권거래제 실시(2007년) 등을 계획하고 있다. 물론 온실가스 저감에 대한 등록 및 조기 행동에 대한 보상이라는 틀에서 자발적 협약(VA)사업, 에너지절약 전문기업(ESCO) 사업 등과 같은 에너지 절약 시범사업을 통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에너지를 절감하도록 유도하고, 이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도 온실가스 저감이라는 당위적인 목표만을 놓고 생각한다면 유효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여러 가지 단점이 있다. 먼저 실재 온실가스 시장에서는 적용이 불가능 할 만큼 고비용이 든다. 에너지관리공단의 2004년 보고서를 기준으로 계산해 본 결과 이 사업의 단위에너지 저감비용은 천 TOE(석유환산톤)를 감축하는 데에 6천백4십만원 정도로, 이산화탄소 1톤을 감축하는 데에 대략 54유로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번째로 이 사업은 국제시장에서의 판매라는 시장 메카니즘이 아니라 정부 보조금을 활용한 인위적인 유인체계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이 사업으로는 국내의 기업들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국내에서만의 제도로 교토 메카니즘을 학습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국내에서의 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은 추후 적용될 국제배출권거래제에 대비하여 경험을 축적해 둔다는 의미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우리나라가 비부속서 I국으로 배출권거래제의 실거래당사자가 아닌 관계로 실제로 경험을 쌓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실제로 2차 의무이행기간 중 우리 기업들이 온실가스 저감의무를 지게 될 경우에는 국내의 거래시장이 외국의 거래시장보다 더 저렴한 가격을 보장하지 못할 경우 국내의 수요자들이 국내 시장에 남아있게 할 뾰족한 방안도 없는 상황이다.
청정개발체제 구축을 위한 정부의 지원 필요
우리에게 곧바로 적용되는 교토 메카니즘이면서도 저렴한 온실가스 크레딧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훈련을 포괄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은 일국 청정개발체제이다.
정부에서는 청정개발체제의 개발에 3~7년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고려하여 우리 기업들만으로 청정개발체제 사업을 프로젝트 디자인에서 크레딧 발생까지 마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 바로 준비를 시작하여도 1차 의무이행기간 중에 크레딧 판매가 겨우 이루어 질 수 있고, 이러한 경험이 축적되어야 우리나라가 감축의무를 질 것으로 예상되는 2차 의무이행기간에는 해외로 진출하여 우리 기업에 필요한 청정개발체제 사업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위험분산을 위한 청정개발체제 사업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지원, 국제 기구에 크레딧을 등록하기 위해 필수적인 검증 및 인증사업지원 및 모니터링 사업 지원 그리고 기업이 자신의 크레딧을 추후에 이용하거나 그 이익을 현금화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크레딧 뱅킹 등의 제도적 지원이 요구된다. 그 외에도 청정개발체제 등 교토 메카니즘 전반에 대한 기업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홍보작업 등도 필요하다. 다른 한편 기업 측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지원을 기반으로 온실가스 저감에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화학, 발전, 시멘트, 철강관련 기업 등만이 아니라, 프로젝트 파이낸싱, 인증사업등의 관련한 모든 기업이 참여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경험을 축적해 나갈 필요가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