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찌무라 간조의 사상-- 김남식 목사(서울일본인선교교회 담임목사)
우리는 우찌무라 간조(內村鑑三)라고 하면 `무교회주의'를 생각한다. 그의 생애나 사상을 전폭적으로 이해하기 보다 그의 `무교회주의'만 강조되는 연구의 불균형을 쉽게 볼 수 있다.
세계 각지에서 그의 사상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중 1965년에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우찌무라 간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존 하우즈(John F. Howes)는 그를 가리켜 `일본의 수수께끼'(Japan's Enigma)라고 불렀다.
한국의 경우에는 김교신, 함석헌 등 그의 직계 제자들을 통하여 그의 사상이 전파되고 이른바 `무교회운동'이 전개되어 오늘날까지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의 사상을 깊이 연구한 한국인의 연구서는 거의없고 그의 사상의 실체를 연구하기 보다 `무교회주의의 창설자' 정도로 치부되었다. 그는 극히 소수의 그룹에게는 `전설적 존재'인가 하면, 많은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별난 일본인'으로 대우받고 있다.
그는 평생을 가르치고 집필하는데 보냈으며, 그의 저술서들은 그의 사상을 집대성한 것으로서 연구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의 사상과 저작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간략한 서술을 하려고 한다.
우찌무라의 사상
그의 사상은 성경강해만 해도 20여권, 사상전집이 20여권의 방대한 저술에 농축되어 있다. 그의 관심 영역은 성경, 신학, 역사,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여서 어쩌면 `전천후 사상가'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광범위하다. 그의 사상의 바닥에는 두 가지 큰 흐름이 있음을 보아야 한다.
첫째, `일본적 기독교'이다. 우찌무라는 1861년에 태어났다. 그의 생애는 메이지 유신의 시대와 궤를 같이 했고 일본 정부는 1873년에 기독교를 승인하였다. 그가 기독교를 처음 접한 것은 삿포로 농업대학에 입학하고서이다.
미국 유학의 과정을 통하여 기독교를 더욱 알게 되었다는 그는 그렇게 신앙의 특성을 구체화 하면서 “나는 두 개의 J만을 사랑한다. 하나는 예수(Jesus)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Japan)이다”라고 썼다. 우찌무라는 기독교가 일본과 일본 민족을 구원하리라고 믿었다. 문제는 `그 기독교가 어떤 것이냐'이다. 그는 주장하기를 일본을 구원할 기독교는 일본인에게서 나올 것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그의 특성과 약점이 있다. 일본인에 의하여 형성된 신앙을 강조함으로써 토착적 특성을 강조하였지만 일본의 국수주의와 연결되어 해석되는 약점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그의 제자들인 한국의 `김교신 그룹'역시 `한국적 기독교'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둘째, `무교회주의'이다. 그는 제도적 교회의 약점을 공격하고 무교회주의를 주창하였다. 그는 제도적 교회의 형태를 서양 기독교의 산물로 보고 `선교사의 종교'를 배척하였다. 1893년 그의 저서 『크리스챤의 위로』에서 처음으로 `무교회'라는 단어를 사용하였고, `무교회주의'는 『성서연구』 1907년 3월호에 “무교회주의의 발전”이란 글에 처음 등장한다.
그가 이와같은 주장을 하게 된 배경에는 기성 교회들의 부정적 측면과 자신의 교회에서의 불쾌한 경험(이혼에 대한 책벌)이 작용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는 기독교 역사에 하나의 중요한 운동으로 인식되는 `무교회주의'를 제창하고 확산시켰다. 이것 역시 그의 장점이면서도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경 해석의 왜곡에서 오는 균형있는 신학사상의 여파이다.
그의 저작들
우찌무라 간조의 저작들은 방대하다. 일본어로 간행된 대표적 전집은 1980년부터 84년까지 발행된 『우찌무라 간조 전집』 40권이 있다(도쿄, 이와나미 쇼텐). 한 사람의 저작이 40권 전집으로 엮어져 나온 것 자체가 경이롭다고 하겠다.
우찌무라의 사상은 한국의 무교회주의자 그룹을 통하여 소개되었고, 일어에 능통한 세대들이 그의 강해나 사상 전집을 애독하였다. 1970년대에 혜문사에서 우찌무라의 성경강해전집이 번역출판되었고, 1974년에 설우사에서 사상전집이 번역 간행되었으나 근간에는 절판되어 그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이러한 여건에서 크리스챤 서적(대표 임만호)에서 설우사 판을 개정하여 새로운 『우찌무라 간조 전집』을 지난 여름부터 간행하기 시작하였다. 전 10권으로 기획된 본 전집은 한국 기독교 출판계에서 하나의 모험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저작들은 대중성을 띤 것도 아니고 신학적 전문성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러면 무엇인가라는 반문이 나오는데 필자는 “우찌무라 식”이라고 이름붙인다. 그의 문장은 우리에게 감동과 비판을 아울러 하게 한다. 또 수용과 거부가 함께 오는 모순 개념의 연속이다.
우리는 그의 저작들을 통하여 서양의 다이나믹한 사고가 아니라 동양의 사색을 배우게 된다. 필자는 그의 전집과 그에 관한 연구서 (일어, 영어 등)들을 수집하여 연구하기에 오랜 시간을 보냈었다. 그 열매로 『우찌무라 간조 연구』라는 저서가 불원간 빛을 보게 되는 점에서 그를 새롭게 조명하여 보고 있다.
우찌무라 간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적 탐구를 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가 다루는 영역이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이 많은 저작들을 통하여 성경과 일본에 대한 그의 사랑을 배울 수 있고, 사색하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그릴 수 있다. 어쨌든 그의 전집이 다시 출간됨은 감사한 일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찌무라의 사상의 바다에서 헤엄을 칠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가 염려된다. 그의 사상에 대한 입체적 조명이 이루어졌으면 더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