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25. 무면허 의료행위 조장
L원장은 피부과 전문의이다. 통상적인 피부과 진료로 의원 경영이 여의치 않자 L원장은 피부질환 치료 외에 피부관리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의원내에 피부관리실을 차린 다음 피부관리사 2인을 고용하였다. 이들은 피부미용과 마사지 등 기본적인 피부 관리 업무 외에도 크리스탈 필링기를 사용하여 환자 얼굴의 각질을 제거해 주는 피부박피술을 시행하였다. L원장은 피부박피술에 대한 일은 전적으로 피부관리사들에게 맡겨 두고 필요한 환자에 대해서는 처방과 지시만을 할 뿐이었다. L원장의 피부과가 피부관리실로 인기를 끌자 인근의 피부관리전문업소에서 L원장을 검찰에 고발하였다. 무면허인 피부관리사들이 크리스탈 필링기를 사용한 피부박피술까지 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라는 취지였다.
<윤리적 고찰>
이 사례에서는 우선 두 가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하나는 크리스탈 필링기를 사용한 피부박피술이 의사가 위임할 수 있는 종류의 행위인가 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피부박피술에 대한 의사의 관리감독이 어느 범위까지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례에 의하면 피부박피술은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이 이를 행할 때는 사람의 생명, 신체상의 위해를 발생시킬 수 있어 단순 미용술이 아닌 의료행위에 해당된다.
의사가 어떠한 시술을 다른 보조인력에게 위임할 때는 그것이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인지, 의사의 감독 하에 일부를 맡길 수 있는 행위인지, 아니면 전반적인 감독 하에 대부분을 할 수 있는 행위인지를 판별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침습
적이거나, 위험이 뒤따르거나, 부작용이 예상되거나,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거나 하는 시술은 의사가 직접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피부박피술이 이러한 시술에 해당한다면 L원장은 직접 시술을 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시술 전후에 있어서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고 피부관리사들에 대한 감독을 했어야 한다. 위 사례에 의하면 피부관리실의 운영은 거의 L원장과 독립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는데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L원장은 피부관리실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서 피부과의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도록 했을 뿐이라는 비난을 피해가기 어렵다. 피부과 의원이 미용목적의 피부관리실을 개설한 데 대해서는 여러 가지 시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하고 사람들의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미용, 피부 관리 등의 시술이 의료영역 내로 편입해 들어오는 것은 일반적인 추세라고 볼 수 있다. L원장이 이러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결심하였다면 일반적인 피부관리실과 구별되는 의료적인 측면에서 시술을 하여야 하며, 그 과정에서 피부관리사들에 대한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법률적 고찰>
의료행위에는 질병의 예방과 치료행위뿐만 아니라 의학적 전문지식이 있는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사람의 생명, 신체나 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까지 포함된다. 사례에서 피부관리사 2인이 행한 피부 박피술은 산화알루미늄 성분의 연마제가 든 크리스탈 필링기를 사용하여 얼굴의 각질을 제거하는 것으로 인체의 생리구조에 대한 전문지식이없는 사람이 이를 행할 때에는 사람의 생명, 신체나 공중위생상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것이므로, 이는 단순한 미용술이 아닌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03. 9. 5. 선고 2003도2903 판결)
의료행위는 의료인만이 할 수 있음을 원칙으로 하되,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에 의한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치과기공사, 치과위생사의 면허를 가진 자에 대하여 의사, 치과의사의 지도하에 진료 또는 의학적 검사에 종사하는 행위만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피부관리사는 의사의 지도하에서도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나아가 의사의 전체 시술과정 중 일부의 행위라 하더라도 그 행위만으로도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피부 박피술은 비의료인은 시행할 수 없다. 피부관리사가 피부미용에 관하여는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의료 전반에 관한 체계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므로 이는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한다.(위 판결 등)
따라서 이 사례에서 L원장은 영리의 목적으로 비의료인과 공모하여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였으므로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 제5조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