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되고 나니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기후변화동아리, 생물자원보전 활동을 하면서
인간과 자연이 모두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꾸준히 작은 노력부터 기울이겠다고 다짐을 하곤 했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나몰라라 할 수 있는 환경 변화에 더욱 관심을 갖고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 예컨데 쓰레기 분리 수거, 전기, 수돗물 아껴쓰기에서부터
시작하자고 마음 먹고 나름 열심히 노력해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다짐은 어디로 가고 고등학교 입학후부터 빡빡한 하루 일정과
반복되는 야간 자율학습에 잠시 자신만 생각하는 바보가 되어 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30일 우리 반디 누리 친구들과 함께 송사리둠벙을 찾게 되었고,
저는 그저 학교를 벗어나 자연으로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처음 우리가 갔던 송사리 둠벙은
고속도로 옆 그 어떤 생물도 살지 못할 것 같았던 더러운 물웅덩이에 불과했습니다.
생태보전 시민모임 선생님께서 송사리 둠벙은 대전-당진간 고속도로를 건설할 당시
없어져 버릴 위기에 처해 있었던 작은 둠벙인데
초록가족이 앞장서 지켜낸 우리의 소중한 습지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3월 30일 일찍부터 모여
둠벙 주변 환경 정화 활동을 하고 나무 심기를 하니
이제 냄새 나고 지저분한 물웅덩이가 아닌
우리 모두에게 의미가 있는 둠벙이 되었습니다.
4월에 제가 심은 대봉감나무에 물을 주려고 부모님과 함께 찾아온 후
이번이 세번째인데 그사이 둠벙 주변에 많은 식물이 자라나 있었습니다.

저는 우선 대봉감나무에 시원하게 물을 주고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는 친구들을 맞이했습니다.


우리가 오늘 송사리 둠벙에서 하기로 한 활동은
노랑꽃창포 심기, EM 황토볼 만들기와
곰팡이가 알맞게 핀 황토볼을 둠벙에 던져주는 일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습지를 정화시키는 환경정화 식물들에 대해 말씀해주셨고,
국립중앙과학관에서 분양 받아온 노랑꽃창포를
둠벙 가장자리에 예쁘게 심어보자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모두 포트에 심겨져 있는 노랑꽃창포 상자와 삽을 들고 둠벙으로 향했습니다.


지난번 나무심기 이후 처음 해보는 서툰 삽질이지만
둠벙 가장자리에 작은 구멍을 파고 노랑꽃창포를 심었습니다.
혹시 비가 와서 물이 불어나면 떠내려 갈지도 몰라
계속해서 뿌리 부분을 흙으로 덮어 주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하니 어느새 100포기의 꽃창포를
둠벙 가장자리에 나란히, 예쁘게 심을 수 있었습니다.







꽃창포를 심고 나서 우리는 둠벙을 정화시킬 EM 황토볼을 만들었습니다.
붉은 황토에 음식 발효제와 활성제, 효소액을 넣고
환경에 이로운 미생물이 자랄 수 있도록 황토볼을 만들었습니다.
황토볼을 만들면서 환경을 생각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담아
정성껏 꾹꾹 누르고 다지면서
좋은 미생물만 자랄 수 있도록 기도도 해주었습니다.



우리가 오늘 만든 황토볼은 수 주간의 숙성 기간을 거쳐
알맞게 발효가 되기를 기다려야 이용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전에 이미 만들어져 잘 발효된 황토볼을
하나 둘 송사리 둠벙에 투척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둠벙아, 사랑해~!!'를 큰 소리로 외치면서
다음 번에 왔을 때는 더욱 깨끗해진 습지로 탈바꿈 되어 있기를 바래보았습니다.
28도가 넘는 기온에 구슬 땀이 나고 목이 말랐지만
우리가 오늘 움직인 작은 활동으로
둠벙이 건강해지고 정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보람있는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첫댓글 뭐든 처음 하면 서툽니다. 공부든 운동이든 사랑이든 봉사든....
삽질 또한 그렇죠. 서툴지만 대상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그 누군가를 위해 하는 서툰 삽질 참!! 보기 좋았습니다.
작은 물웅덩이가 이젠 가꾸고 보살펴줘야 할 "송사리둠벙"이 되었다는 지현이의 글을 읽고 또 한번 김춘수의 "꽃"이 떠올랐습니다.
매번 최선을 다해 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