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 POP! POP! - 한일현대미술의 단면 ● 팝 아트 POP Art _ This is Tomorrow ● 막대사탕을 든 근육질의 바디빌더. 아름다운 몸매의 매력 있는 여성. 자동차 브랜드 로고. 기능성 진공청소기. 통조림 햄. 영화관, TV와 라디오, 신문, 포스터 등 광고와 매스미디어의 상징들..... 1956년 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 White Chapel Art Gallery에서 열린 TIT(This is Tomorrow)전을 위해 제작한 리차드 해밀턴 Richard Hamilton 의 콜라주 「무엇이 오늘날 우리 가정을 이토록 색다르고 매력적인 것으로 만드는가? Just what is it that makes today's home so different, so appealing?, collage, 26x25cm, 1956」에 담긴 이미지들이다. 당시 생활과 소비문화를 환기시키는 이미지들로 이 작품은 팝 아트의 시작을 알렸다.
강영민_랠리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196×156_2005
김준_We-Adidas_디지탈 프린트, 3D Max, poser_240×150_2005
한일 현대 팝 아트 POP Art _ This is Today ● 지금으로부터 근 50년 전, 영국과 미국에서 팝 아트가 발생했던 1950~60년대의 사회는 산업화와 함께 대중문화와 인공적인 이미지들이 넘쳐나는 이미지 홍수의 시대. 이 시대에 팝 아트는 당시 외부 세계를 지배하는 물질문명에 의한 대중문화의 이미지들을 일차재로 포괄하며 대중의 문화와 이미지를 다루는 미술로 출발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여전한 이미지의 공세 속에서 더욱 빠르게 변화하는 문화를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이용/차용하는 미술의 양상도 더욱 다양해진다.
낸시 랭_타부 요기니_다스 배이더, PVC에 혼합매체, 홀로그램, 크리스탈_2005
무라카미 다카시_팬더, 루이 뷔통트렁크, FRP, 아크릴, 나무_270×165×110cm
외부 환경을 재료로 현재를 비추는 작업을 보이는 한국과 일본 현대작가들. 그 가운데 TV 모니터라는 하드웨어와 영상을 재료로 매체와 방법에 있어 전적으로 팝 적인 대표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작업에 대해서는 굳이 별도의 언급이 불필요할 것 같다. 보편적인 기호로 대중에 친숙하게 다가가는 캐릭터를 이용한 팝 아트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강영민의 「조는 하트 Sleeping Heart」, 아톰과 미키마우스라는, 어린 시절 열중했던 외국 만화 캐릭터들을 교묘하게 섞어 일면 친숙하면서도 일면 낯선 신종 캐릭터를 창조하고 그가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회화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이동기의 「아토마우스 Atomaus」는 친숙한 형태와 화려한 색채에 기반하고 있어 이미 팝 적이다. 그 뿐 아니라 강영민의 경우 팝 아트의 아이콘 앤디 워홀 Andy Warhol을 연상시키는 다량 인쇄방식의 사용과, 타 장르를 통한 또 다른 만남 등 보여주고 대중에 다가가는 방식에 있어서도 팝 적이다.
박윤영_경계미인 I_인사동서 구입한 족자위에 글과 드로잉_110×65cm_2003
사와 히라키_집_DVD_00:09:20_2002
유년시절부터 비롯된 애니메이션과 만화에 대한 열정으로 만화 그림에서부터 대형 풍선, 공장 생산된 시계나 티셔츠에 이르기까지 여러 형태의 작업들을 선보이는 무라카미 다카시 Murakami Takashi 역시 일본 문화에 바탕을 둔 대표적 팝 작가. 한편, 워홀을 꿈꾸는 퍼포먼스 아티스트이자 작가인 낸시 랭은 「타부 요기니 Taboo Yogini」 시리즈에서 모형 로봇이나 미니카, 인형 등 각종 레디메이드 오브제와 크리스탈 같은 반짝이 재료들, 잡지에서 잘라낸 명품 이미지 등 주변을 둘러싼 다양한 재료들을 조합하여 오브제와 회화 사이 어디쯤 위치하는 작품을 만들어낸다. 또한 김 준은 그래픽 툴과 사진을 이용, 일상을 지배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온 몸에 새긴 아이콘에 우리 모습에 대한 담론을 담아낸다.
사와다 도모코_School Days E_컬러 인화_13×18cm_2004
안성하_캔버스에 유채_72.2×116.7_2005
박윤영의 까르띠에 미인도에서는 우리 옛 미인들이 명품 브랜드 카타로그에서 고가의 시계와 보석들 사이로 불쑥불쑥 튀어나와 현재의 우리 소비문화와 만나고 있으며, 우리의 전통 대중예술인 민화도 홍지연의 Stuffed Flower 시리즈와 홍경택의 책가도 작업에서 팝 적인 화려한 색채로 한 꺼풀 옷을 갈아입고 새로운 21세기형 민화로 다시 태어나 현대 팝 아트의 한국적 일면을 보여준다.
오자와 쓰요시_야채 무기-트룹 핫 팟 서울_컬러 인화_156×113cm_2001
이동기_국수먹는 아토마우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5×90.5_2002
한편 일본의 젊은 사진작가 사와다 도모코 Sawada Tomoko 는 스스로 모델이 되어 다양한 역할 놀이를 하는 사진을 통해 10대 소녀들의 화장법, 고교생들의 집단생활 등 일본 문화의 집단적 현상을 특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출발, 서로 다른 두 문화를 오가며 체화한 경험을 전후 팝 아트의 경향, 대중적 매체와 혼합하여 개인적이면서도 대중적인, 복합적 작업을 선보이는 일본의 대표적 팝 아트 작가 쿠사마 야요이 Kusama Yayoi, 그리고 사와 히라키 Sawa Hiraki 의 작업도 선보인다. 더불어 유리 그릇 안에 버려진 담배꽁초, 형형색색의 사탕 등 일상의 미미한 존재들, 사소한 것들의 회화적 복권을 노리는 안성하, 야채 무기 Vegetable Weapon 연작으로 사진이라는 대중적 매체와 특정 지역의 보편적인 음식재료를 통해 문화적 편견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는 쓰요시 오자와의 작품도 전시한다.
쿠사마 야요이_호박_혼합매체_1998
홍경택_4개의 방(서재4)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21.2×145.4cm_2003
Power of Pop _ POP! POP! POP! ● “외적인 세계가 현실이다. 팝 아트는 현실을 보려고 하는 것이다.(로이 리히텐슈타인 Roy Lichtenstein)”환경을 받아들이고 환경에 적극적인 태도로 솔직하게 반응하며 외부로 시선을 돌려 현실세계를 바라보는 팝 아트는 지난 50년간 평범한 일상에 아름다움을 부여하고 대량 생산품에도 하나뿐인 것 못지않은 중요성을 부여하며, 고급과 저급 문화 사이의 간극도 사라져버리게 했다. 그리고 지금도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반응하며 그로부터 끊임없는 자양분을 얻는다. 그러므로 팝 아트는 끊임없이 현재진행형이다. “팝 아트는 대중적이고, 일시적이며, 재치 있고, 교묘하면서 또한 섹시하고, 젊다 POP Art is popular, transient, witty, gimmicky, sexy, young" 는 리차드 해밀턴 Richard Hamilton 의 말은 50년이 지났지만 아시아의 한국과 일본 현대미술에도 적용된다. 바로 팝 아트의 힘이다. ■ 윤옥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