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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가족 더하기
일요일 오전이다. 동수는 아침 일찍 연희네 집을 찾았다. 어차피 벌어진 일.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낮다고 했던가?
임신 이야기는 연희가 어머니에게 먼저 이야기를 해 두기로 하고 오늘은 두 사람의 거처에 대하여 의논을 하기위해 찾아가는 것이었다.
대문을 들어서자 동생이 반갑게 맞아 주었으나 어머니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연희도 어머니의 눈치를 보며 동수를 맞이했다. 연희의 여동생이 음료수를 앞에다 놓자 어머니는 동생에게 자기 방에 가서 있으라고 하였다. 잠시 동안 침묵에 빠졌다가 동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머님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잘못했다고 뭘 어쩌자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안서서 그러네.”
“어머님 생각이 따로 있으시면 그대로 따를 것이고, 아니면...”
“아니면 어떻게 좋은 생각이라도...“
“허락만 해 주신다면 연희 씨를 제가 돌보고 가을쯤 식을 올렸으면 합니다만.”
“요즘 젊은 사람들 그리도 많이 한다고들 하긴 하지만 우리 아이가 막상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어야지.”
“어머님! 결코 떳떳한 일은 아닌 줄 압니다만 현재로서는 그것이...연희 씨는 어쩔래요?”
“...엄마가 하고 싶은 대로...“
“자네 집에 가면 몸조리가 제대로 되겠나?”
“엄마! 그건 아직 날자가 많이 남아서 이러나저러나.“
“넌 가고 싶단 말이냐?”
“아니 꼭 그렇다 하기 보다는...“
“그 소리가 그 소리네 뭐. 나도 한 이틀 생각해 보긴 했는데...배불러 오는 자식을 집에다 두기도 그렇고...”
“엄마! 우리 잘할 께.“
“어머님! 걱정 마세요. 가까우니 자주 올게요.”
“그래. 방법이 그것밖에 없겠다. 가을에 식 올리면 남들 보기는 괜찮겠지. 직장은 어쩔래?”
“다녀야지. 다닐 수 있을 때까지.“
“너희들 알아서 해라. 적은 나이도 아니니. 언제 갈래?”
“내일 모레쯤 갈까? 오늘 가면 엄마 서운할 테고.“
“서운키는 자식 키워나도 아무소용 없다는 게 맞네.”
“어머님! 감사합니다. 저희들 잘살게요.“
오후 늦은 시간에 연희와 문현동 시장으로 향했다. 이부자리도 더 장만하고 취사도구도 사야했다. 연희의 동생은 언니가 지내게 될 집을 알아두어야 한다면서 따라나섰다. 더운 여름 날씨라 그런지 시장은 한산하기만 하였다.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한 개씩 나누어 가졌다. 연희의 여동생은 올해 고등하교 2학년이지만 하는 행동은 천진난만한 어린애 같았다.
“언니 인제 내가 뭐라고 불러야 돼. 형부라고 불러도 괜찮아?”
“아니 몰라 애는.“
“그렇게 불러. 아저씨도 아니고 오빠라고 하기도 그러네. 나도 처제라고 부를게.”
‘알았어요. 형부.“
“우리 처제 화통해서 좋다.”
“뭘 살 거야 언니?‘
“응! 이불, 베개, 밥그릇, 숟가락도 사야지.“
“내 밥그릇도 사라. 내가 가면 밥 줘야지.”
“처제 밥 굶길까봐 겁나네.“
“당연 하죠 형부! 밥 안주면 큰일 나지.”
“아이 구 겁나라.“
“날씨 더운데 빨리 사고 가자.”
침구류와 취사도구는 간단하게 사기로 했다. 가을에 결혼을 하게 되면 그때 또 다시 필요한 것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물건을 사서 세 사람이 나누어 들고 집으로 올라갔다. 방이 크지는 않지만 이것저것을 정렬하니 그래도 불편하지만 두 사람이 살기에는 괜찮을 것 같았다. 버스를 타고 대연동으로 가서 연희의 어머니를 모시고 나와 바닷가 식당에서 냉면을 시켜먹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쏘이다 열한시경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부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회사에 출근을 하니 공장의 자재창고 뒤편에 물이 고이기 시작하였다. 아직까지 자재에 피해를 입지 않았으나 그대로 두면 물이 넘쳐 자재가 온통 물에 잠길 판이다.
관리부장은 남자직원들을 모두 동원해서 물길을 터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사장은 아침부터 다른데 신경을 쓰고 있다. 평소와는 다르게 짧은 치마를 입고 상의도 얇은 브라우스 차림이다. 남자 직원들이 민망해서 얼굴을 돌려버리고 말았다.
물길은 자재창고를 둘러서 도로가 쪽으로 내고 있었다. 우의들을 입었지만 비바람이 워낙 세차게 불어서 옷이 거의 다 젖을 지경이다.
“임 기사는 동쪽으로 계속파고 동수야! 너는 바깥쪽으로 파라.”
“알겠습니다.“
“깊이 파야한다. 안 그러면 무너져 버리면 헛일이다.”
관리부장은 삽으로 자재창고 쪽으로 흙을 끌어 모우면서 현장을 지휘한다. 가까스로 물이 자재창고를 넘지 않게 물꼬를 텄다.
“동수야! 너 도로가에 나가서 밑바닥으로 좀 파라. 안쪽에 물이 잘 빠지게 알았지?”
“예! 알았습니다.“
동수는 삽을 메고 정문으로 나갔다. 도로를 따라 위쪽으로 나가던 동수는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보고 말았다. 빗속에 도로가에 사장의 차가 서있었고 그 안에선 웬 젊은 사내가 차에 올라 문을 닫으려는 사장의 다리를 만지며 허리를 끌어안았다. 사장은 누가 볼세라 고개를 돌리는 순간 동수의 눈과 마주쳤다. 순간 동수는 재빨리 고개를 돌리고 머리를 숙였다. 그녀가 동수를 자세히 보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녀는 비가 쏟아지는 도로가에 설마 누가 지나가랴하는 생각에서 남자와 차를 같이 타고 있었나 보다.
동수는 도로가의 물꼬를 파고 회사로 들어왔다. 못 볼 것을 보았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별로였다. 관리부장의 말이 맞았다. 그녀는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회사 일을 팽개치다 하고서.
동수가 집으로 돌아오니 연희가 부엌에서 찌개를 끊이고 있었다. 연희가 자기 집에서 짐을 챙겨 동수가 사는 집으로 온지 벌써 일주일이 되었다. 돼지고기에 콩나물과 김치를 넣는 것. 동수가 제일 좋아하는 국이다. 돈이 적게 들면서도 맛이 나는 메뉴이다. 그녀는 어느 새 동수가 좋아하는 반찬 메뉴를 알고 있었다.
돼지고기는 정육점에서 비계와 물렁뼈가 약간 붙은 것을 달라고 해서 물을 먼저 끓이다 돼지고기와 김치를 넣고 거의 익을 무렵에 콩나물을 넣어 센 불로 끊이는 방법이다. 그리고 동수가 좋아하는 건 파김치다. 부드러운 파를 통째로 양념을 하되 고추장을 약간 많이 하여 버무려 잠을 약간 재우는 방법이다.
오늘은 연희가 두 가지 반찬을 모두 만들었다. 밥솥에서는 밥물이 넘치고 있다. 동수는 옷을 갈아입고 부엌으로 내려왔다.
“뭐하려 내려와 비좁은데.”
“그래도 같이 만들고 싶어서.“
“할 것도 없다. 벌써 다 됐다. 그냥 있어라.”
“우리 아기가 엄마만 부려먹는다고 쳐다보고 욕하면 어쩌려고.“
“내가 괜찮다 했는데 뭘.”
“그런가? 알았다.“
“조금 전에 엄마 왔다 가셨다.”
“어머님이?“
“응! 고기하고 반찬 사 오셨더라.”
‘그래! 죄송해서 어쩌나.“
조촐한 저녁상이 들어왔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지개에다 몇 가지 반찬이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동수는 숟가락으로 찌개를 떠서 그녀의 입가로 가져간다. 연희는 동수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다가 맛있게 받아 먹는다. 동수는 정녕 이것이 행복이 아닌가 여겨졌다.
늦가을이다. 동수는 연희와 그녀의 가족들과 함께 양산 통도사를 갔다.
통도사는 돌래 범어사, 내원사와 함께 부산의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절로서 좋은 휴식공간이다. 동수는 통도사를 몇 번 다녀보았지만 연희네 가족들은 처음인 모양이다. 통도사 주차장에 내려 통도사로 걸어 들어간다. 늦가을 철인데도 통도사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통도사 주변의 울창한 숲과 영축 산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산허리엔 단풍으로 온통 울긋불긋하다.
앞서가는 연희의 동생 정희는 그래도 소녀랍시고 떨어진 단풍잎도 주워 모우고 맑은 하늘을 쳐다보며 감상에 젖어들기도 한다. 주차장에서 통도사까지는 거리가 제법 멀다. 울창하게 우거진 소나무 숲을 한참이나 걸어올라 가서 관문인 일주문을 들어섰다. 경내에는 사람들이 많아도 매우 조용하다.
통도사는 우리나라 삼대 사찰 중 하나이고 신라 때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하며, 석가모니의 진산사리를 모시고 있어 법당에는 부처가 없다. 사찰을 둘러보고 경내를 나와 돌다리를 건너 소나무 숲으로 들어갔다. 개울엔 수량이 많지는 않으나 맑은 물이 흘러가고 있다. 정말 전혀 오염되지 아니한 물을 보니 도회의 찌든 생활 속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과 너무나 대조가 된다.
“형부 저 뒷산 이름이 뭐예요?“
“응! 영축 산이라고 해.”
“형부는 올라 가봤어?“
“언젠가 한번 가 보았어. 매우 가파르다.”
“동수 씨는 산을 좋아해서 가본 데가 많겠네.“
“별로 없어. 시간이 나야지.”
산은 소나무와 각종 잡나무로 어우러져 있다. 소나무는 아직 많이 자라지 않은 것이 6.25때 절과 함께 불이 나서 산림을 모드 태웠었다고 한다. 산허리를 십여 분쯤 오르다 소나무 밑 바위에 걸터앉았다.
통도사와 주변이 내려다 보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밝은 마음과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하여 산사와 숲은 찾고 있는 것이다.
산을 내려와 통도사 아래의 숲속 개울가를 거닐다 보니 점심시간이 가까워졌다. 커다란 바위 아래에 자리를 잡고 준비해간 점심 보따리를 풀었다. 김밥이며 고기전 등 먹을 것이 푸짐했다. 어젯밤 연희가 밤늦도록 준비한 맛 나는 음식들이다. 연희의 어머니도 오랜만의 나들이에 매우 만족스러운 듯 밝은 웃음을 짓는다.
통도사에서 돌아와 연희의 어머니 집에서 저녁을 같이 먹었다. 결혼식은 십일월말 일요일에 하기로 했다. 어차피 동수 쪽이야 고향친구들 그리고 회사동료들 뿐이다. 그렇다고 연희네 쪽에도 하객이 많은 것은 아니다. 원래 아는 친척도 많지 않고 서울에서 살다 왔기 때문에 이웃도 별로 많지 않다. 그래서 조그마한 예식장을 빌려 간단하게 결혼식을 하기로 했다.
살림살이 장만도 별로 할 것이 없었다. 현재 두 사람이 같이 기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따로 들여 놓을 만한 가구나 생활용품도 별로 없을 뿐 아니라 방이 하나라서 놓아 둘 데도 없는 형편이고 이다음에 돈을 조금 벌면 집을 옮기던지 해서 그때 가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더 구입하던지 하기로 했다. 어차피 서로의 처지를 잘 알고 또한 간섭할 사람도 없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서운하니 네 사람의 옷 한 벌씩과 동수의 시계와 금반지, 연희의 반지와 목걸이를 하기로 했다.
결혼을 한다고 따로 마음 설레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이미 아이를 가지고 둘이서 살림을 같이 하고 있으므로 남들에게 부부가 된다는 의식을 갖추는 의미 이외에는 별로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동수는 그래도 형식은 갖추어야 하는 것이므로 청첩장을 만들어 아는 사람들에게 돌리고 친구들에게 사회를 봐줄 것을 부탁했다. 다행이 동수의 친구 중 벌써 두 명이 결혼식을 올렸기 때문에 조금 나이가 이른 것에 대한 것은 별로 말들이 많지 않았다.
드디어 동수의 결혼식은 십일월 삼십일 열두시에 문현동에 있는 문현예식장에서 시작되었다. 동수는 아침 일찍 일어나 목욕탕과 이발소를 다녀왔다. 평소와는 달리 이발소는 조금 고급스러운 데로 갔었는데 요즘 이발소들이 퇴폐행위를 한다고 하여 사회적으로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오전 시간이라 이발은 하는 손님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집에도 그런 행위를 하는 곳인가 호기심어린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낌새를 챌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겨서 열한시경 예식장으로 갔다. 연희네 식구들도 벌써 와서 결혼식 준비에 여념이 없다.
신부대기실을 들여다보니 연희가 화장을 하고 있다. 동수는 연희에게 농담을 건넸다.
“연희 씨! 오늘 무슨 일 있어?“
“동수 씨! 놀리지 말고 자기나 잘해.”
“오늘 따라 더 예쁜데.“
“신랑이 예쁜 신부 데려간다고 기분이 보네.”
“아니 그냥 지나가다가 농담 좀 합니다. 하는 일 계속하세요.“
삼십분쯤 지나자 경수와 인식이가 나타났다. 동수 측에서는 접수는 경수가 맡고 안내는 인식이가 하도록 의논이 되어 있었다.
“경수야! 인식아! 왔구나. 밥은 먹었니?”
“자식! 미남이네 그래놓으니까.“
“오늘 잘 챙겨주라. 미안하다.”
“걱정 말고 실수나 하지마라. 인식이 같이.“
“내가 뭘 어쨌다고?”
“너 식장에서 실수해서 얼마나 웃었다고...“
“뭘 그런 걸 다 기억하니 쓸데없이. 너 할 때 두고 보자.”
“식 끝나고 예단 드리고 나면 바로 신혼여행 떠나니까 이따 식당에서 보자.”
‘알았다. 빨리 준비해서 챙겨줄게 걱정 붙들어 매라.“
동수의 고향친구들과 동네 사람들 그리고 직장에서 사람들이 와 주었다. 사장은 오지 않았지만 관리부장을 포함한 많은 직원들이 동수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서 참석했다. 동수는 일일이 그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드디어 ‘신랑입장’하고 사회자인 친구 경준의 진행이 시작되었다. 동수는 허리를 펴고 자신감 있게 단상을 향하여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예식장 안의 사람들이 커다란 소리로 축하박수를 치고 있다. 동수는 정면을 주시했다. 한복판엔 주례와 그 오른쪽 앞엔 연희의 어머니가 안자있고 건너편 신랑 측 부모좌석엔 아무도 없이 썰렁하게 비어있다.
순간 동수의 눈엔 눈물이 글썽했다. 살아계시면 아버지 어머니가 나란히 앉아 동수를 쳐다보며 기뻐하셔야할 모습이 선하다. 그러나 빈 의자만 놓여있는 신랑 측 부모좌석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외로움을 더하게 했다.
부모를 모두 잃은 여섯 살배기의 동수자신이 수많은 외로움과 어려움을 격고 이젠 평생의 반려자를 맞이하기 위하여 결혼식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동수는 짙게 낀 안개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신랑 똑바로 올라오세요.’하는 주례선생님의 목소리에 동수는 정신이 확 들었다. 주례선생님 앞에서 돌아서서 예식장 안을 보았다. 홀을 가득 메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다리가 후들거린다. 난생 이처럼 많은 사람들 앞에 서 보기는 처음이었다.
이어 ‘신부 입장’이라는 구호와 함께 연희가 집안 아저씨의 손을 잡고 걸어오고 있다. 하얀 면사포를 쓴 연희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예뻐 보였다. 동수는 결혼식 과정 내내 다리가 후들거리고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다. 주례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움직였지만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연희와 팔짱을 끼고 걸으며 우레와 같은 환호를 받고서야 비로소 예식이 끝나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간단하게 예단을 마치고 식장으로 옮겨갔다. 예단이래야 동수 측의 사람들이 없다보니 신부 측에 인사를 하는 정도였다. 식당에는 경수와 인식이 등 고향친구들과 고향 사람들 그리고 직장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인식이가 다가오며 말했다.
“수고 했다. 정신없지?“
“응!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동수야! 정리다 됐다. 나중에 끝날 때 이야기할게.“
“그래. 수고했다.”
동수는 친구들과 고향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직장사람들에게로 다가갔다.
“부장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러분들도 감사하고요.”
“동수야! 아니 새 신랑. 이젠 어른이 되네.“
“동수총각! 안에서 구할 것이지. 밖에서 구해가나 서운타.”
“그래 회사 처녀귀신 하나 안 구제하고 배신자다.“
“죄송합니다. 곱게 봐 주세요. 이 사람을 봐서 라도요.”
“아무튼 축하해요. 각시도 너무 예쁘네.“
“고맙습니다. 많이 드세요.”
동수는 자신의 결혼식에 참석해 준 사람들에게 진신어린 마음으로 인사를 했다. 이 세상에 피붙이 하나 남지 않은 자신에게 이처럼 따뜻하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없으면 이러한 결혼식인들 하루 수 있을까. 아마도 옷 빌려 입고 사진관에 가서 기념사진 한 장 찍고 말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을 먹고 하객들의 배웅을 받으며 신혼여행을 떠난다. 신혼여행은 경주로 가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떠나려는 순간 연희의 어머니가 동수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우리 연희 잘 부탁해.“
“어머님! 걱정 마세요. 잘 다녀올게요.”
“엄마! 다녀올게. 안녕히 들 계세요.“
“그래! 잘 다녀와.”
“잘 다녀오겠습니다.“
“잘들 다녀와.”
택시는 시외버스 주차장을 향하여 달리고 있다. 동수와 연희는 서로의 손을 꽉 잡고 있다. 이젠 두 사람은 부부가 된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신혼여행은 이박 삼일을 하되 결혼식 당일 경주에 도착하여 호텔에서 잠을 자고, 이튿날은 석굴암과 첨성대 등 유적지와 관광지를 둘러보고 다음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 경주남산을 등반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
경주에 도착하니 아직 시간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보문단지를 구경했다. 경주는 부산에서 가까워 예전에 두 사람이 한번 같이 놀러 왔던 곳이라 특별히 보고 싶은 곳은 없었다. 그러나 명색이 신혼여행이니 사진이라도 좀 찍을까 해서 나들이를 하였다. 이튿날도 버스를 타고 느긋하게 관광을 하였다.
3일째 되는 날 아침 동수는 연희에게 산행이 무리하지 않겠느냐고 하였더니 아직까지 배도 별로 부르지 않는데 걱정 안 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나 동수는 미리 그 점을 충분히 생각하지 못하고 계획을 세웠구나 하고 생각했다. 어째든 연희의 생각이 중요하니 그녀가 원하는 대로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가져온 짐은 여관 주인에게 갈 때 가져갈 테니 잘 보관해 달라고 부탁을 하고 맡겼다.
여관을 나와 가까운 곳에서 빵과 김밥 그리고 음료수를 사서 택시를 타고 삼릉 골로 갔다. 삼릉은 신라의 아달라왕,․신덕왕․경명왕 세 사람의 왕의 무덤이 있는 곳이라 하여 삼릉 골이라 하는데 이곳에서부터 계곡이 시작되었다. 이 코스는 상선암-사선 암-금오산-용장사 터-용장 골을 거쳐 내려오면 네 시간이 채 안 걸린단다. 동수는 되도록 연희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제일 짧은 코스를 선택하였다. 삼릉을 거쳐 작은 솔숲을 지나니 바윗길이 시작되었다. 동수는 연희의 손을 꽉 잡고 조심스레 산을 오르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기는 했지만 등산로가 정비된 것은 아니었다. 얼마간을 오르니 목 없는 불상인 좌상석불이 나타났다. 어떻게 해서 얼굴부분이 훼손되었는지를 알 수는 없으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산을 오르니 마애관음 보살상과 마애선각 육존 불상도 보인다. 동수는 연희가 숨차지 않을까 염려를 하며 가지만 연희는 오히려 기분이 매우 상쾌해 보인다. 그 후에도 석가여래 좌상, 석불좌상, 마애석가여래 대불좌상 등 문화재가 많이 있다. 정말 경주의 남산은 보물창고 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예전엔 화랑들이 심신을 수련했었다고 전하였으나 오히려 각종 문화재(보물)들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단다. 경주사람들은 흔히 ‘남산을 오르지 않고 경주를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아마도 이러한 것들을 두고 말하는 것 같다.
상사 암에서 금오산 정상에 올랐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늦가을 이지만 그래도 바람은 그리 차지 않다.
산 정상에 오르니 경주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멀리 보문단지며, 첨성대 그리고 불국사와 석굴암 방향이 보인다. 동수는 연희의 손을 잡고 바위에 걸터앉았다.
“안 힘들어?”
“응! 재미있어.“
“우리 애한테 무리 갈라?”
“경주의 좋은 기를 다 받고 갈건 데.“
“그런가? 꿈도 야무지다.”
“동수 씨는...우리 애 듣는데 그런 섭섭한 말을...“
“아니야. 나도 그러고 싶어.”
“아〜너무 좋다. 춥지도 않고.“
“자기도 보기보단 산 잘 탄다.”
“시내가 너무 아름답다 그지?“
“응! 그러네...내 무릎 베고 좀 눕지 그래.”
“그럴까. 우리 아가야도 좀 쉬고.“
용장 골을 내려와 시골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경주시내와는 달리 시골이라 그런지 점심값도 싸고 반찬도 구수한 시골 인심만큼이나 알차다. 주인아주머니는 신혼부부들이 무슨 등산을 하느냐고 하면서도 정말로 남산에는 볼거리가 많은데 사람들이 경주 시내 관광만 하고 떠난다고 하였다. 동수도 정말 짧은 산행이지만 산에서 본 각종 유적들을 생각하며 신라 사람들의 뛰어난 손재주에 감명을 받았다.
버스를 타고 여관으로 돌아와 짐을 찾았다. 이젠 부산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타고 경주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평일이라 승객들은 별로 없었다. 사람들이 저마다 무슨 기념품을 들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 무언가 빠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희와 의논을 한 끝에 가급적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선물들을 골라서 샀다.
버스는 울산을 거쳐 부산으로 향하고 있다. 길가의 나뭇잎들도 이젠 하난 둘 낙엽이 지고 있다. 머지않아 찬 서리가 내리고 바람이 세차게 불면 나머지 한입마저 가져가 버릴 것이다.
집이 가까워지자 이젠 현실이 눈앞에 점차 펼쳐진다. 연희는 어느 새 잠이 들었는지 머리를 동수의 어깨에 기대고 있다. 이젠 이 여인과 그녀가 잉태한 생명까지도 동수의 울타리 안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부산에 도착하여 연희의 집으로 향했다. 신혼여행을 마치면 처가에 먼저 들리는 것이 관습이라지만 그렇다고 달리 갈 데가 없는 동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당연한 순서였다. 그녀의 어머니와 동생이 미리 기다리고 있다 반갑게 맞아 주었다.
“잘 다녀왔어?”
“예! 어머님. 염려 덕분에 잘 쉬다 왔습니다.“
“언니! 선물도 있어?”
“애는 형부한테 제대로 인사도 안하고.“
“좀 전에 대문간에서 인사했는데 뭘 그래. 안 그래 처제.”
“그 봐 언니.“
“여행에 피곤할 텐데.”
“아닙니다. 어머님!. 전혀 안 피곤합니다.“
“엄마 난 좀 기댈게.”
“그래라. 홀몸도 아닌데.“
저녁상은 정말 이제까지 받아보지 못한 진수성찬 이었다. 육 고기와 생선 종류 그리고 각종 채소를 정성들여 요리를 해주셨다. 평소 요리 솜씨가 좋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보기 좋고 맛있게 요리상을 차리실 줄은 몰랐었다.
동수는 정말 이젠 모두가 가족이 된 것을 실감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이젠 동수의 인생에서 한 과정이 지나 가고 있는 중이었다.
이틀을 더 쉬고 직장에 출근을 하였다. 사람들은 새신랑이 왔다고 반겨주었고, 신혼 재미에 깨소금이 쏟아지겠다느니 잠을 못자서 피곤하겠다느니 하면서 동수를 놀려댄다. 아줌마들이 많다 보니 그 놈의 입담들은 얼마나 좋은지 동수로서는 도저히 말대꾸를 할 수가 없다.
관리부장은 그동안 동수의 일은 자기와 트럭기사가 도맡아 해왔단다. 일일이 인사를 하고 김해에 있는 공장으로 자재를 가지려갔다. 그곳에도 몇몇 사람이 결혼식 때 축의금을 보내와서 인사를 하고 자재를 싣고 회사로 돌아오니 사장이 동수를 찾았다.
동수가 사장실로 들어서자 사장은 동수를 자리에 앉히더니 신혼여행은 잘 다녀왔느냐고 묻고 서는 재미가 있느냐면서 말을 할 듯 말 듯 망설이더니 이윽고 묻는 것이었다.
“저어...김동수 씨! 그전에 혹시...”
“무슨 말씀이세요. 사장님?“
“혹시 나 본적 있어요?”
“무슨 말씀인신지?“
“아니 밖에서 나 본적 있느냐고?”
“글쎄요. 제가 잘...“
“저어〜그 전 때 비오는 날...”
“잘 모르겠는데요.“
“비와서 작업할 때 도로가에서 나 못 봤어요?”
“예! 저는???“
“그래요? 그럼 됐고. 아무튼 축하해요. 가보세요.”
동수는 보았으면서도 못 보았다고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만약에 보았다고 하면 또 무슨 이야기가 이어질지 모르고 서로가 매우 불편할 것 같았다.
사장실을 나오자 관리부장은 동수더러 요즘 사장의 심기가 매우 불편하니 조심하라는 말과 아울러 아무튼 사장을 가까이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가까이해서 득이 되는 것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날 저녁 동수는 시간이 다능한 회사직원들을 모아 식당에서 저녁을 겸한 회식을 가졌다. 사장은 바쁜 일이 있다면서 참석하지 않았다.
초겨울이 되어서 회사는 사장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일거리가 늘어만 갔다. 그래서 관리부장의 일이 많아지게 되었고 관리부장이 하던 일 일부를 동수더러 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일이 많이 밀리기 시작하자 여직원들도 몇 명 더 고용하게 되었고 관리부에도 사람을 한명 더 고용을 하게 되었는데 동수보다는 두 살이나 아래여서 동수가 일하기는 여건이 좋아졌다. 사장은 툭하면 자리를 비우면서도 그래도 지은 죄가 있는지 동수에게는 각별히 대하며 동수가 그래도 중학교만 나왔지만 계산에 밝은 점을 이야기하며 관리부장 더러 동수에게 일을 좀 더 맡기라고 한다. 그래서 결국 총무과장이 하던 자재의 주문과 납품 건을 동수가 직접 하게 되었고, 동수가 하던 일을 새로 온 직원이 맡게 되었다.
동수는 새로 들어 온 직원에게 업무를 인계하였다. 그는 고향이 밀양이라고 했고 이름은 서종준이다. 그는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시키는 일은 아주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학교는 국민학교를 다니고 말아 사무실일은 맡길 수 없었다. 그래도 동수에게는 형님이라 부르며 잘 따르고 있어 동수는 여간 마음이 든든한 게 아니었다.
회사에서도 서 씨가 입사하자 동수에게는 김 대리라는 호칭을 불렀고, 새로 입사한 서 씨는 서군이라고 불렀다.
연희는 벌써 임신 육 개월이 되어서 배가 조금씩 불러져 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의상실에는 여전히 출근을 하고 있다. 주인의 말에 의하면 재단을 하는 솜씨가 좋아서 애기를 낳고도 계속해서 자기네 일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한다지만 동수로서는 연희에게 가게를 차려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겨울이 지나고 오월이 다가왔다. 동수의 처는 사월에 아들을 낳았다. 동수는 물론이거니와 동수의 처가에서도 무척이나 기뻐했다. 동수의 장모는 이제 자신이 하던 가계를 다른 사람에게 위탁관리하게 하고서는 동수의 아들인 성원을 안고 동네방네 다니신다.
연희는 출산 후에도 의상실에서 일을 같이 하자고 해서 의상실을 계속해서 다니고 있다.
동수는 아들 성원이가 보고 싶어 회사가 끝나면 부리나케 달려가곤 한다. 아직 조그만 생명체에 불과 하지만 자신의 핏줄이라 생각하니 소중하기 그지없었다. 연희와의 약속은 서로가 손이 귀하니 자녀를 세 명 정도는 가지자고 하였었다. 그 중 한명이 태어난 것이다.
“성원이 코는 아빠 닮았다 그지.“
“글쎄 당신 닮지 않았나?”
“아니야 눈은 나를 닮았지. 봐! 안 그래?“
“그런가? 하여간 우리 애라 그런지 잘도 생겼네.”
“우리 의상실에 미스 정 알지?“
“응! 그 키 크고 깡마른 애?”
“맞아 그 애도 다음 달에 결혼한다.“
“그래 직장은?”
“몰라! 언니가 개 별로로 생각하거든 그래서 어쩔 런지 몰라.“
“하긴 게으르게 생겼더라.”
봄철이라 연희네 의상실은 일감이 많아지고 있는지 퇴근 시간이 늦어지고 있었다. 그럴 때면 동수가 아들의 외가에 가서 애를 데려오기가 일수였다. 그래도 외가가 가까워서 다행이었고, 장모님이 애를 봐 주시니 마음이 든든했다. 그래서 연희와 상의 끝에 매달 생활비라도 조금 보태기로 했다.
동수네 회사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관리부장은 매일 이리저리 회사 안과 바깥을 돌면서 사장의 몫까지 일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런데도 사장은 도무지 회사에 붙어있지를 않는다. 관리부장은 화가 나서 투덜댄다.
“이 놈의 여편네 오늘은 또 어데 가서 사내놈하고 붙어 있나?”
“부장님! 사내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아요.“
“야 이마! 동수 너는 척 보면 모르나? 사장 마빡에 사내 만난다고 써 붙어 있다 아이가.”
“조심하세요. 그러다가 귀에 들어가요.“
“귀에 들어가면...이 회사가 누구 땜에 굴러가는데.”
“그건 그래요.“
“애는 잘 크나?”
“예! 재미있어요. 힘들어도.“
“좋을 때다. 나중에 마치고 술 한 잔 할래? 서군도 같이 가자해라.”
“예! 그럴게요.“
동수는 처가에다 저녁에 회식이 있어서 늦겠다고 미리 전화를 하였다.
퇴근시간이 되자 동수는 서 씨를 챙기고 트럭 임 기사 더러 같이 가자고 했다. 부장이 기사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세 사람만 따라 가기도 좀 그런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의 술값은 창수자신이 부담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회사근처는 보는 누도 있고 그래서 주례 삼거리 방면으로 자리를 잡았다. 닭똥집을 전문으로 하는 선술집이다.
세 사람이 먼저 나오고 부장은 따로 나왔다.
“어이 임기사도 챙겨왔네. 동수 네가 나보다 났다.”
“대신 오늘 술값은 제가 냅니다.“
“안 그렇지 내가 가자고 했는데.”
“아닙니다. 제가 아들도 낳고 해서요. 제가 한턱내야죠.“
“꼭 그러면 다음엔 내가 한번 사지.”
“동수 형님! 이젠 어른 되셨네요.“
“그렇게 되나? 그래도 총각들 놀 때는 끼워주라.”
“안되지 그럼. 형수님한테 이른다.“
“자! 술 한 잔 받고 좀 잘 봐주라.”
오랜만에 사내들끼리 한데 모이니 의기투합해서인지 술도 많이들 먹어댄다. 닭똥집과 부대찌개를 안주로 소주를 벌써 대여섯 병이나 비웠다.
관리부장은 성격이 급하여 남들이 한잠 먹을 때면 벌써 두 잔을 마셔댄다. 동수는 어째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마음이 푸근하고 기분이 좋았다. 술을 마시고 잔을 내리던 부장이 사장의 이야기를 꺼낸다.
“우리 사장 이 여자 이러다가 큰일 내는 거 아닌지 몰라.”
“부장님! 사장님이 왜요?“
“여편네가 날마다 외간 남자와 싸돌아다니니까 그렇지.”
“사장님 남편이 있잖아요?“
“있지! 있는 데 그게 혼인신고를 한 사이는 아닌가 봐. 나이 차이도 많고 그리고 아이도 없는가 봐.”
“몇 살인데요?“
“환갑이 다됐지 아마.”
“그래요? 한 이십년 아니 그까지는 안 되나. 십 칠팔년 차이는 나겠네요. 아마도...”
“그 정도 될 걸.“
“본 처도 있다면서요?”
“정확한 건 몰라. 아마 자식들도 있다고 그러지. 그래서 우리 공장을 준 거 아닌지 몰라.“
“그러면 세컨드이네요.”
“몰라. 본부인하고 이혼신고를 했는지. 하여간 세컨드는 맞아.“
“돈은 있고, 나이도 젊고 문제가 발생할 것도 같네요.“
“이러다 어느 날 남자사장 들어앉는 거 아닌가?”
“그렇지는 않아. 회사 명의는 남편 앞으로 되어 있거든.“
“그래도 우리 사장님 보면 볼수록 멋지더라. 얼굴도 미인이고 피부도 탱탱하고 볼륨도 크고 완전한 글래머잖아요.”
“그건 그래. 하룻밤 같이 자면 원도 없겠더라.“
“사장님을 두고 무슨 그런 소리들 해요. 그만해요.”
“그래 술이나 마시자 그림의 떡인걸.“
“그 여자도 알고 보면 불행한 여자야. 전남편 먼저 죽고 애도 없이...”동수는 사장이 다른 남자와 같이 차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 까지는 보았었지만 왠지 그렇게 방탕하거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고 뭔가 서글퍼 보이는 것이었다. 네 사람은 소주를 열병이나 비우고 나서야 집을 향하여 헤어졌다.
유월로 접어들자 날씨가 제법 무더워졌다. 성원인 이제 제법 사람도 알아보는 척하여 주변 사람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있다. 동수는 다른 건 다 좋은데 애가 있으니 밖에 나가지 못한 것이 다소 갑갑하였다. 연희는 휴일에도 자기가 애를 볼 테니 바깥에 볼일이 있으면 보라고 하였지만 그래도 연희 혼자 맡기기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래도 성원이 외가가 가까워 나들이들 할 수 있고 바닷가가 가까워 아이를 안고 바닷가에서 바람을 씌울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여름이 깊어질수록 바닷가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낮에는 해수욕을 즐기고 밤이면 바닷가에 나와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동수는 이젠 모든 것이 제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았다. 직장세도 그렇고 가정에 와서도 사는 재미가 솔솔 하였다.
이를 즈음 연희는 자신의 의상실을 내어 보겠다고 계획을 세운단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 남의 밑에서 일을 하는 것도 그렇고 또한 자신의 솜씨도 남들이 제법 인정을 받는 탓에 주변에서도 독립해서 나가기를 바라고, 사무실에 같이 근무하는 직원이 같이 나갔으면 한단다.
동수는 주인과 상의해서 기분 나쁘지 않게 처리하라고 하였더니 주인여자도 연희도 이젠 자기사업을 할 때도 되었다고 하면서 흔쾌히 받아 주더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서로 바쁠 땐 일을 도와주면서 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제안이란다.
동수는 자신이 먼저 번 주인에게서 받은 돈과 이제껏 저축을 해 두었던 돈을 찾아 연희에게 주었다.
연희는 의상실을 남천동에다 열었다. 먼저 번에 의상실을 하던 사람이 나가고 잠시 가게가 비었다가 연희가 다시 들어와서 별로 고칠 곳은 없었고 간판이며, 미싱과 작업대 등 필요한 것을 사들였다. 연희가 그동안 그 분야에 오래 근무를 해서인지 별로 준비를 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의상실 이름은 「모던 의상실」이라고 이름 지었다. 제법 번화가 주변은 아니었지만 근처 주민들의 소득수준이 높고 주택지가 많아 나름대로 기대를 하고 개업을 한 것이다. 개업식은 조촐하게 하였다. 가까운 곳에 떡을 돌리고 전단지를 만들어 돌렸다. 나름대로 분위기가 괜찮은 편이었다.
처음엔 아무래도 낮선 곳이라 손님이 별로 없었다. 처음부터 예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주변에서 제법 호응이 일어났다. 기왕 변두리에다 개업을 시작한 김에 주문생산도 하였지만 기술적으로 간단한 수선도 해주었다. 아무래도 간단한 것을 가지고 시내에 가느니 집 근처에서 해결하는 것이 그들에게도 도움이 되었다.
“손님이 점차 많아지네. 괜찮은 거야 이정도면?”
“아직은 멀었어. 자기 내 부자될까봐 겁나?“
“왜 내가 겁이나?”
“돈 많이 벌어 도망갈까 봐서.“
“별 웃기는 소린...”
동수는 때로는 자기 직장에서 사용하는 재단의 유행부분을 연희에게 알려주기도 하여 도움이 되었다.
동수의 장모님은 성원을 데리고 가게에 와서 살다시피 하였다. 성원이도 엄마가 옆에 있어 좋아했다.
동수는 성공한 인생은 못 되어도 금전적으로 풍요롭지는 않았지만 정신적으로는 안정된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
계절은 초가을로 접어들었다. 한동안 직장을 이탈해서 생활하던 사장이 요즘은 자리를 잘 지킨다. 그러나 뭔가 홀린 듯 아무 생각도 없이 허공을 쳐다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부장은 아무래도 사장이 사내에게서 차인 것 같다고 말을 하였다. 그래서인지 사소한 일에도 신경질을 잘 내고 일을 간섭한다.
어째든 사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결재는 빠르게 진행되었지만 그래도 눈치를 보아야 하니 한 가지 부담은 더 있다.
그러던 중 사고가 한 건 발생하였다. 야근을 하던 중 전기합선으로 여자 직원 중 한명이 화상을 입은 것이었다. 그 것으로 인하여 직원들은 전기시설 공사와 아울러 근로환경 개선을 요구 하였고, 사장은 직원들의 부주의로 발생한 것이니 들어 줄 수 없다고 버티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사장이 직원들에게 대하는 태도에 직원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던 터에 자신들의 정당한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생산부 직원 거의가 불만을 토로하며 표면적인 행동을 취하기 시작했다.
사십대 초반인 관리부 심 여사가 대표가 되어 전체 직원회의를 개최한다면서 부장들과 총무과장을 제외한 전 직원들이 퇴근 후에 근처 식당에서 회합을 갖자는 것이었다. 동수에게도 꼭 참석을 하라고 하였었다.
생산부장은 어쩔 줄 몰라 하고 관리부장은 사장에게 직원들의 건의를 들어주자고 이야기를 하였다가 퇴자를 맞았는지 시무룩해져 있었다. 퇴근시간이 가까워지자 관리부장이 동수에게 이야기 하였다.
“동수야! 내가 못가는 자리니까 하는 말인데 사장이 저래도 어쩌니 회사는 살아야 안 되겠나? 서로 감정적으로만 해서는 안 되니까 네가 잘 지켜보고 서로가 좋은 쪽으로 나서 보거라.”
“부장님!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네 눈치를 조금 보긴 볼 거다.”
“예!“
식당에는 삼십 여명이 넘게 모였다. 심 여사는 다들 알고 있는 일이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경과되어 온 내용을 공지한다면서 직원의 부상내용과 불편한 근무환경 및 근로조건 개선요구 내용을 설명했다.
회의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열기가 오르자 처음에는 가만히 있던 직원들이 너도 나도 발언을 쏟아내며 점차 분위기가 험악해 보였다.
동수와 임 기사 그리고 서 씨는 한쪽 구석에 앉아 말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당연히 자신들도 직원의 입장이지만 그래도 관리부장이나 사장의 지시를 직접 받는 그들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형편이었다.
그러자 누군가가 말했다.
“거기 김동수 씨 하고 다른 남자 분들의 의견은 어떤지 이야기 좀 해봐요.”
드디어 올 것이 왔다. 그렇다고 입을 다물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동수가 대표로 나서서 말했다.
“제가 나서서 말씀 드리기는 좀 뭐한데요. 하라고 하니 말씀 드리겠습니다. 사실대로 이야기 하면 우리도 불편한 점은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이야기를 하면 사장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지 모르니 대표자를 정해서 서로 이야기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또 사장에게서 회사의 경영사정도 좀 들어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입니다.”
“좋은 생각인긴 한데 누가 대표로 나서며, 안 된다고 잘라버리면 어떻게 할 건데.”
“제가 알기로는 관리부장님이 한번 말씀을 드렸었는데 관리부장님이 말씀드리는 것하고 직원들이 직접이야기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를 거라고 생각되네요.”
“그럼 심 여사님이 일단 대표를 해 주시고, 우리 중 몇 명이 같이 가는 것이 좋겠네요. 심 여사님 어떠세요?”
“어차피 나 선 입장인데 제가 대표로 할 게요. 그러면 각 파트별로 한명씩 선출해서 내일까지 제한테 알려 주세요.”
일단 회의내용의 흐름이 정해지자 빠르게 결론이 모아지고 있다. 동수더러는 입장이 곤란할 것이니 중간에서 앙 쪽의 의견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해 달라고 해서 흔쾌히 승낙했다.
그날은 그렇게 결론을 맺고 술잔을 기우리며 그들의 근로조건이 개선될 것을 기대했다.
다음 날 출근을 하자 관리부장이 동수를 조용한 곳으로 불렀다.
“어제 어떻게 됐어?“
“어제 예 회의가 참으로 진지했었습니다.”
“뭐가 어찌 됐는데?“
“일단 심 여사님을 대표자로 하고 파트별로 한명씩 해서 사장님 면담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 그러면 골치가 더 아픈 거 아이가?“
“괜찮을 겁니다. 회사 사정도 좀 들어보면 어떻겠나 하고 이야기를 해서 너무 심하게는 안 할 겁니다.”
“그건 잘했다. 그러면 사장에게 이야기를 해 두어야 하겠네.“
“그러세요. 미리 준비하시게.”
“알았다. 수고했다.“
열시경 사장이 출근을 하자 관리부장이 사장실로 들어가더니 한참동안 의논을 하고 나왔다. 동수는 내용이 궁금했지만 물어보기는 싫었다. 그리고 높은 분들의 이야기를 알려고 해서도 안 된다는 걸 잘 알았다.
오후 늦은 시간이 되자 임 여사가 동수를 찾았다. 사장을 면담할 대표자들의 명단이 다 정해졌으니 관리부장에게 이야기를 해서 내일 중으로 사장과의 면담시간을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동수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고 관리부장을 찾았으나 관리부장은 보이지 않았고 사장도 어디를 가려는지 손수 자가용을 몰고 사라진다.
한참이 지나서야 관리부장이 돌아왔다. 동수가 직원들의 면담신청 내용을 이야기 하였더니 사장이 나가고 없으니 내일 아침에 시간을 정해 주겠다고 양해를 구하란다.
심 여사는 조금 못마땅해 하였으나 동수더러는 자기에게 불만이 잇는 것이 아니니 이해하라고 한다.
퇴근길에 관리부장은 동수와 소주를 한잔하자며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술이 취하자 관리부장은 동수에게 자신의 심정을 이야기 했다.
“동수야! 너만 알고 있어라. 사실은 사장이 내 먼 조카뻘 되거든 그래서 나도 손이 좀 아파. 그러니 네가 좀 나서서 좋은 방향으로 해결해 주라.”
“부장님! 그러셨군요.“
“응! 그래 사실은 나도 불만이 많아. 계집애가 제가 사장이면 사장이지 너무 버릇이 없어,”
“어른 대접도 안하데요.“
“그러게 말이야. 이릴 때 보고 커서는 잘 몰라. 회사 들어오기 전에는.”
”어째든 회사는 살려야지요. 제가 중간에 나서 볼게요.”
“그래 고맙다. 자! 한잔 하자.“
“예! 부장님!”
다음 날 사장은 아침 일찍 출근을 했다. 관리부장과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더니 동수를 불렀다.
“김 대리가 내용을 잘 안다면서.”
“예! 사장님!“
“오늘 꼭 만나자고?”
“예!“
“그렇담 나중...오후에 한 다섯 시쯤 해서 부장님도 같이 참석하세요.”
“저도요?“
“저 혼자서 감당하기가...이런 일 처음이고 해서.”
“예! 알겠습니다.“
“그럼 다섯 시에 사장님 실에서 면담을 하기로 이야기 전하겠습니다.”
동수는 심 여사를 만나 사장에게서 지시받은 내용을 전달했다. 심 여사는 알겠다며 급히 생상라인으로 돌아갔다. 사무실에서는 총무과장과 미스 김이 회사 경영 자료를 만드느라 부산하다. 오후에 직원들과 사장이 면담을 위해서는 현재의 경영 상태를 어느 정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할 것이었다.
점심을 먹고 동수, 임 기사, 서 씨가 나란히 양지 녘에 서서 햇볕을 쏘이고 있다.
“동수형님! 형님이 중간 역할을 맡았다면서.“
“서군아! 동수가 하기로 한 거 전번에 이야기 됐다 아이가.”
“아〜그날 저녁에...“
“그래.”
“형님!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저〜머더라 조일견직에는 데모 한번 했다면서요.”
“데모까지 가면 되겠니. 그러면 서로가 손해다.“
“그래도 모르잖아요. 생산부 아줌마들 분위기가 심상치 않던데.”
“하긴 아줌마들 뭉치면 급난 다더라.“
“잘 해야 되겠지 뭐. 사장도 양보를 좀 하고.”
“그러면야 좋죠. 형님이 신경 많이 쓰이소. 이참에 사장님에게 점수도 많이 따고.”
“그래〜애 사실 동수 네가 총무과장 보다 못한 거 뭐 있니 쓸데없이 가방끈만 길었지.”
“그 건 그래요.“
“뭘 쓸데없는 소리들 하고는...시간 됐다. 들어가자.”
면담은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그 과정에 서로 간 고성이 새어 나오기도 하였다. 아마도 관리부장이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것 같았다.
총무과장을 비롯한 관리부서 직원들은 숨을 죽인 채 분위기를 지켜보고 있다.
직원들의 요구사항이 많아 협상이 난항에 빠진 모양이다. 아무래도 여자들의 의견을 모우다 보니 다양한 형태의 요구사항들이 나온 것 같다.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가 진행되더니 이윽고 사장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한 모습으로 급히 나오더니 아무 말도 없이 승용차를 몰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그 뒤를 이어 관리부장과 직원대표들도 사장실에서 나오는데 무슨 내용인지는 몰라도 잔뜩 불만 섞인 표정들이다.
“아니! 우리가 무슨 심한 요구도 아니고 그걸 못 들어 줘요. 안 그래요? 관리부장님!”
“제가 딱히 드릴 말은 아닌데 사로가 좀 더 이야기를 해야 오해가 풀릴 것 같은데...”
“부장님! 오해가 아니죠. 보셨잖아요. 사장님이 무조건 못해 준다고 하잖아요. 안 그래요?”
“그래 그걸 우리가 서로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이제 보니 부장님도 한통속이시네요.”
“한통속은? 그런 소리는 하면 안 되고...나도 내 입장도 이해를 좀 해 주어야지.”
“무슨 애긴지 모르지만 앉아서 하시지요.“
“동수 씨 됐어요. 우리 일이나 하려 갑시다.”
“그리 말고 심 여사님! 내일 사장님이랑 이야기 한 번 더해보고 또 만나 봅시다.”
“뭔가 통하는 이야기를 준비하고 연락을 주세요. 부장님!“
“알았습니다.”
결국 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관리부장은 뭔가 아쉬운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머리를 싸맨다.
“동수야! 이 나이에 이게 뭐고. 내가.”
“부장님! 이해하세요. 부장님 보고 하는 소리가 아니잖아요.“
“그래도 중간에서 입장이 더럽다 아니가.”
“그렇기는 하네요.“
동수는 심 여사를 불러내어 따로 건물 뒤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사님! 잘 안돼요?”
“응! 별것 아니 거 가지고. 뭐가 이야기가 안 통해. 정리를 못해요.“
“그래요? 사장이 막무가내는 아니고요?”
“그런 건 아닌데 대화를 못해.“
“서로 간 양보의 여지는 있어 보여요?”
“나 혼자 결정할 것은 아니지만 못할 게 뭐 있겠나?“
“그랬군요. 좀 더 이야기 해 보세요. 사장이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
“알았다. 우리도 좀 더 이야기를 해야 하겠다.“
“갈게요. 일 하세요.”
“그래! 고마워 동수 씨!”
퇴근시간이 가까워질 무렵에 관리부장이 동수를 불렀다.
“동수야! 너 오늘 저녁 나하고 같이 가야한다.”
“아니! 부장님 갑자기 어디로요?“
“응! 사장이 관리부 직원들과 술 한 잔 하자고 하네.”
“누구누구요?“
“총무과장은 못 먹으니까 빼고 나머지 남자들 점부다.”
“그래요? 가야지 뭐. 다른 직원들 이야기 할까요?“
“하지마라! 그리고 눈치 안채게 해라.”
“아 예! 걱정 마세요.“
두 사람은 택시를 타고 서면으로 향했다. 사장이 오라고 했던 술집은 서면의 조그만 호텔에 위치한 곳으로서 겉보기에는 별로였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가니 각각의 홀로 나누어져 있어 밖에서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분간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홀 안에는 벌써 사장이 와 있었고 그녀의 앞에는 값비싼 안주와 양주가 놓여있었다.
“어〜 부장님! 그리고 동수 씨 어서 와요.”
“사장님! 벌써 혼자서 한잔 드셨네요.“
“예! 부장님! 오늘 저 땜에 수고하시고...”
“아닙니다. 수고는요. 별로.“
“김 대리도 이리 앉아요.”
“예! 사장님!“
“자 한잔 받으세요.”
사장은 혼자서 양주를 두어 잔 마신 후였다. 사장의 오른쪽엔 부장이 앉았고, 왼쪽엔 동수가 앉았다.
“여기 있는 두 분들은 내 마음을 조금은 이해해 주시라고 믿습니다. 저 오늘 정말 당황했습니다. 지금까지 거저 회사에 출근해서 도장만 찍으면 되는 줄 알았지 직원들과 얼굴 맞대고 고함질러 보기는 처음이거든요.”
“그러시겠네요,“
“사실을 회사경영을 한다지만 부장님이 거의 다 처리해 주시고 또 굿은 일은 동수 씨가 거의 다 처리하니 쉬운 줄만 알았어요. 저도 사실은 강해 보여도 오늘 직원들 앞에 앉으니 다리가 후들거리데요.”
“그래도 잘 하신 겁니다. 사장님!“
“오기 전에 심 여사 하고 이야기를 해 보았는데 사장님께 크게 서운해 하지는 않는 것 같던데요.”
“동수 씨가 만나 보았어요?“
“예! 사장님과 면담 끝나고 나서요.”
“그래도 역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부장님과 동수 씨네요.“
“이번 일은 동수 이 친구가 많이 나서야 잘 풀릴 겁니다.”
“제가 뭘요.“
“자! 술들 마시세요. 여기 분위기 괜찮죠.”
“예! 그러네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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