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릅령에서 서쪽으로 10리를 가면 황지가 있고 서남쪽으로 5리를 가면 백석평이다. 또 서남쪽으로 20리를 가면 천천(뚜르내, 구문소)이다. 돈각사는 느릅령에서 북쪽 깊은 골짜기로 10리를 더 들어간다.
自楡峴西十里黃池 西南五里 百石坪 又西南二十里穿川 頓覺寺 自楡峴北入絶壑十里.
라는 기록이 있다.
「월돈각사」라고도 하고 「돈각사」라고도 했으니, 한문으로는 자기 내면의 불성을 한순간에 깨달았다는 돈오각성頓悟覺性의 뜻이고, 선종禪宗계열의 사찰임을 알겠지만,
월둔동굴이니 월돈각사니 하는 단어로 봤을 때는, 우리말의 음역音譯이 아닐까 생각되며, 「돈」자는 「둔, 달」의 음音과 통한다고 보면, 「높은 산高山」중턱의 쓸만한 터라는 뜻이다.
그래서「월돈」이라고 할 때는, 「달이 잘 비치는 산 아래 집터」라고 세겨야 할 지, 또는 「월둔동굴」의 「월둔」과 같이 그냥 어떤 뜻을 가졌을 고유명사로서의 「월돈」이라고 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일단 현지답사를 해보면서 해답을 찾기로 했다.
키워드가 되는 쌍정폭포雙井瀑布는 찾기가 쉬웠다. 바로 미인폭포다. 오십천의 발원지이면서, 삼척에서 도계(とうげ=고개길)를 넘어 태백 느릅령을 올라오기까지 경로주변에 있는 폭포는, 미인폭포 밖에 없기 때문이다.
폭포 중간에 우물처럼 솟는 물이 있다고 하여 쌍정이라고 불려진 것 같은데, 7~8층 건물 높이 정도의 폭포에서 우물은 중간 어디쯤에 있으리라 짐작될 뿐 올라가 볼 수는 없었다.
〈미인폭포로 불리는 쌍정폭포〉
미인폭포에서 월돈각사까지는 중이 물을 길어 부처를 공양했다 운운(寺僧汲於雙井而供佛云) 하였으니 폭포옆 혜성사는 너무 지척이라 월돈각사로 볼 수가 없어서 폭포에서 내려오면서 심포리 일대를 찾아봤다.
〈미인폭포옆 혜성사에서 심포리 주차장을 바라본 사진〉
통리 시경계에서 심포리 주차장까지 내려가면서 보니, 길 형태 그대로 나무가 자라 통행이 불가한 상태였다. 터널 앞쪽에서 삼척방향 기차길을 12시방향이라고 가정할 때, 3시방향의 섬처럼 솟은 야산으로 개울건너 찾아들어가니 그곳은 옛날 광산이 있었던지, 광산폐시설과 건물이 잡목 속에 음산하게 숨어 있었다.
앞에 우뚝 솟은 바위산을 안산으로 보고 이곳 폐광시설이 있는 곳을 절터로 보기에는 너무 북향이고, 안산이 진산鎭山보다 턱없이 높아 벽면대좌壁面對坐한 꼴이기 때문에 이곳을 월돈각사 절터라고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귀가하여, 척주지에서 「돈각사는 느릅령에서 북쪽 깊은 골짜기로 10리를 더 들어간다(頓覺寺 自楡峴北入絶壑十里)」라는 기록을 되새겨 보면서 다음에는 느릅령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느릅령은 삼척에서 태백으로 들어오던 옛 관문이다. 지금은 태백에서 느릅령 정상까지 자동차로 올라갈 수는 있어도 철길에 막혀 삼척으로 내려갈 수 있는 도로가 없다. 느릅령 정상에는 유령산영당楡嶺山靈堂이라는 전각을 건립해놓고 매년 주민들이 「느릎제」라는 제사를 지내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쌍정폭포는 동쪽이지 북쪽이 아니였다. 북쪽으로는 산봉우리들 밖에 보이지 않았다. 절앞에는 안산案山도 있어야 하고 배산임수背山臨水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고 보면, 물이 있는 곳이어야 할 것이니, 느릅령에서 더 북쪽으로 가서 계곡이 흐르고 안산이 될 만한 곳을 찾아야 했다.
〈낙타봉 또는 코뿔소봉〉
날을 잡아, 낙타봉 또는 코뿔소봉이라는 곳을 향해 계곡을 찾아들어갔다. 이곳은 심포리 철길건널목에서 북쪽을 향해보면, 「하늘기둥 같은」 거대한 절벽이 있는 곳이며, 이곳에 가까이 갈수록 낙타봉 또는 코풀소 뿔 부분으로 보이는 곳이다.
나중에 다음지도에서 입구 주소를 찾아보니 도계읍 흥전리 산92-45번지라고 나와 있다. 태백에서 내려가다가 나한정역 가기 전에 곧은 신도로가 굽은 구도로를 가로 질러 반달모양을 만든 곳이여서 삼척 태백간을 운전하다가 쉬어가기도 하던 곳이다.
계곡을 따라 들어가니 인가는 없고 전에 광산하던 곳 같았다. 계곡 안에는 새로 만든 땜인가 했더니 그 상류쪽을 보니 사토장이였다. 이곳에 옛 절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다 훼손되었을 것이라 판단되어 탐색을 포기했다.
그곳을 다시 빠져나와서 38국도를 따라 삼척방향으로 더 내려가다가 왼쪽으로 난 계곡을 찾아 들어갔다. 흥전광업소 쪽이다. 계곡으로 올라가니 흥전광업소 위쪽에도 인가人家가 있었다. 이 날의 수확은 낙타봉 또는 코뿔소봉을 남쪽안산으로 삼을 만한 높이의 북쪽산만 확인했다.
2010년7월의 어느 날, 이번에는 적각에서 흥전리로 찾아내려가는 길을 택했다.
삼수령고개 정상 못 미쳐서 오른쪽으로 낙동정맥 등산안내도가 있고 「강원환경」표지판이 있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적각이다.
입구에
경 고
이 마을은 가축방역 및 사유재산 보호를 위해 외부인 및 차량출입을 전면금지하며 무단 출입시 민형사상 고발조치함
태백시장 ․ 마을주민 대표
라는 입간판이 있어 이곳 전부가 사유재산이란 말인가? 라고 생각하면서 포기하고 돌아갈까 하는 마음의 갈등이 있었지만, 돌아 나가라는 사람이 없으니 그냥 운행을 계속했다.
길은 시멘트 농로이고 마주 오는 차라도 있으면 비킬 곳이 없다. 길가로 축산농가가 있었다. 경고판은 구제역 때문인 것 같았다. 천천히 십여분 가니 3~4호의 인가가 있고 더 이상 자동차가 갈 수 있는 도로는 없었다.
〈된각길에서 뒤돌아 서쪽으로 매봉산을 바라보고 촬영한 사진〉
새주소 된각길 209번지(적각동97번지) 주변에 주차하고 집주인에게 물으니, 옛날에는 판문리 조탄리까지 하장 9개리 주민들이 다 이 길로 삼척도계장을 보러 다녔다고 한다.
옛날 도보나 당나귀로 이동할 때야 이런 지름길을 이용했겠지만, 시대가 바뀌어 자동차로 이용하게 되니 편리하긴 하겠지만 바퀴는 고저차를 극복할 수 없어 도계에서 태백까지 통리를 경유하여 빙빙 돌아서 다닐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근래 태풍 루사와 매미 때 길이 다 쓸려가고 이제는 내려갈 때 약간 우회하여 내려간다고 한다. 알려주는 데로 내려갔다. 조금 내려가니 도계읍 흥전계곡의 상류다. 주차한 곳에서 지도상의 직선거리로 1㎞도 안되는 거리다. 드문드문 공가가 있었고 더 내려가니 인가도 몇 채 보였다.
〈왼쪽 강원환경에서 된각길을 따라 흥전탄광계곡으로 내려간후 다시 지그재그길로 절터로 올라감〉
절터는 계곡따라 동남쪽으로 내려가던 주도로에서 갈라져서 동북쪽으로 난 지그재그식 산길을 올라가야 했다.
등산하듯 한참을 올라가니 농가(삼척도계읍흥전리 290-3, 새주소 흥전서길276-66)가 하나 보이고, 아까 올라오던 계곡 옆으로 난 길은 가맣게 보인다. 높이는 수직으로 150미터는 올라온 듯하다. 그곳에서 다시 과수밭을 지나 숲으로 들어가니 절터다. 나중에 주소를 확인하니 흥전리 산92-1번지다. 이곳에 들어와 수목이 없다고 가정하고 상상해 보니 엄청 넓은 곳이다.
나무는 고목이 없다.
소나무를 보니 수령은 20년도 안될 것 같다.
오래전에 벌목작업을 했거나 아니면 산불이 났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본래 이 사찰도 혹 화재로 소실되지 않았나 싶다.
〈월돈각사 절터 석탑부재〉
스틱과 등산화로 흙을 벗겨보자 곳곳에서 옥개석 같은 석탑재와 잘 다듬은 주춧돌이 나온다. 석탑재로 짐작컨대, 봉화군 춘양정보고등학교 운동장의 람화사 쌍탑 수준은 되는 것 같았다.
이곳에 기와를 올리고 탑을 세우고 불사를 벌릴려면 엄청난 인력과 재원이 필요했을 것이고, 지금처럼 한산한 산속이 아니라 위치로 봐서는 조선시대 정선군 내륙지역으로 들어가는 소금길이라고 짐작되는 곳이니, 이곳을 지나는 통행량과 시주인구의 규모는 상상외로 엄청났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봉화춘양면서동리 삼층석탑〉
삼척시 자료를 찾아보니, 「흥전리사지興田里寺址」라 하기도 하고 「한산사지寒山寺址」라고도 하는데, 아마 돈각사가 폐사된 이후 한산사가 다시 중창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