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영화 ‘KT’주연 김갑수 “미묘한 시점 악역맡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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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납치사건’을 다루는 일본영화 ‘KT’에서 납치극을 주도하는 한국대사관 일등서기관역을 맡은 김갑수(44).“현직 대통령의 얘기를 다루는데다 역사교과서 왜곡과 일본 총리의 신사참배로 한·일 관계가 미묘한 시점에서 ‘악역’을 맡아 부담된다”고 털어놓는다.최근 일본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다녀온 그를 KBS2TV 드라마 ‘동양극장’의 촬영장에서 만났다.
△제작발표회 분위기는 어땠나.
―일본에선 굉장한 관심을 나타냈다.거의 모든 언론매체가 관련 기사를 다루었다.정작 국내에선 무관심할 정도로 조용하다.두 나라간의 외교관계 등 여러 상황 때문에 좀 더 주시하고 있는 것 같다.
△배역은 마음에 드나.
―현직 대통령의 납치를 사주했으니 지금 시각으로 보면 ‘역사의 죄인’이다.하지만 당시로서는 ‘국수주의적 애국자’로 그 또한 정치적 희생자였다.명령에 죽고사는 냉혹한 인물 김차운의 고뇌를 보여주겠다.
△스토리는 어떻게 전개되나.
―73년 8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 후보가 도쿄에서 돌연 자취를 감춘 사건에서 출발한다.DJ의 비중이 큰 것은 아니고 그때 한·일 양국 관련인물들의 심리와 행동을 증언과 조사를 통해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그럼 실질적인 주인공이네?
―(웃음)그런 셈이지 뭐.‘KT’(일본에서 불리는 DJ의 별칭)는 연극배우 최일화(김갑수가 이끄는 극단 ‘배우세상’의 단원)가 맡는데,외모보다는 이미지가 그럴싸하다.김병세와 양은용도 가세한다.
△영화적 재미는 어떠한가.
―정치성을 띤 다큐멘터리로 여길 수도 있겠으나 국가간의 이해관계에 휘말려 파멸해가는 인간의 비극과 우정,로맨스 등을 다루고 있다.폭력과 음모,진실과 허구,사랑과 배신이 골고루 섞여 있다.
△새로 규명된 사실은 없나.
―대부분 언론 등을 통해 밝혀진 사실들이고,DJ를 납치해 바다에 던지기 직전 미군 비행기가 출몰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일본군 비행기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일본도 이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셈이다.
△가장 어려운 점은.
―대사의 50% 정도를 일본말로 해야 하므로 머리가 아프다. 일본어를 배운 적도 없고해서 한마디로 죽겠다. 호흡을 맞추는 사토 고히치, 하라다 요시오 등 일본 배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할 것같다.
△요즘 영화쪽에 재미붙인 모양이다.
―‘세기말’과 ‘지독한 사랑’ 이후 좀 뜸했다.‘KT’외에 ‘이것이 법이다’‘형사’‘선택’ 등이 예정돼 있어 바빠졌다.드라마 ‘태조왕건’에서도 빠지고 8월말에 ‘동양극장’마저 끝내고나면 영화에 매달릴 생각이다.
△어떤 분야가 가장 적성에 맞나.
―방송은 재치와 순발력을 필요로 하고 영화는 느긋함이 좋고 연극은 관객과의 교감이 우선이다.어떤 장르든 연기력을 살찌우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다(그런중에 그는 오는 11월 올릴 ‘고 김상열 추모공연’을 홍보한다).
이광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