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그대 있음에
내 맘에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잡게 해
그대의 사랑 문을 열 때 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
사는 것의 외롭고 고단함 그대, 그대 있음에
사람의 뜻을 배우니 오 그리움이여,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그 빛에 살게 해
이 노래는 김남조 시에 김순애 작곡인데, 내가 37년전 부터 불렀던 한국가곡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내가 여기, 이곳에 있기까지 그 누군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깨달음이 오늘 유난히 강하게 나를 감쌌다.
눈부신 아침 햇살을 받은 나무들이 힘차게 푸른 싹들을 뿜어내는 생명의 신비를 묵상하면서,나는 오랫만에
나의 부모님에 대해 깊은 생각에 빠질 수 있었다. 아버님은 35년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나셨고 어머니는 86세의
고령에도 건강히 살아 계신다.10년이란 긴 세월을 나와 함께 양지의 전원생활을 하시다가 이집을 팔아야 떠날
수 있기에 남동생 집으로 모셔다 드렸다.요즘도 양지를 그리워하시는 모습을 보며 안쓰럽고 죄송한 마음이다.
우리 5남매는 55년전에 영세를 받으신 어머니 덕택에 모두 캐톨릭 신자가 될 수 있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또 아버님은 농림부 산하기관인 영림소라는 곳에서 일하셨기 때문에 산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셨다.
그런 아버지 등에 엎혀 산속으로 놀러간 나는 일찍 자연에 대한 경의로움과 사랑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이다.
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두 기둥이 된, "하느님"과 "자연"을 나는 나의 부모님을 통해 받은 것이다.
음악을 하는 많은 사람들은 부모님의 정신적, 물질적인 지원을 받으며 자신들의 꿈을 키워 나가는데,
나는 그런 부분에서는 참 외롭고 힘들게 나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그것이 때로는 나를 비틀거리게
했지만, 나는 이제서야 나의 삶에 관여하신 하느님의 큰 뜻을 알수 있으니 감사, 감사할 뿐이다.
사랑하는 아버지,어머니, 그대들이 계셨기에 제가 이런 모습으로 있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
분명 나는 오늘 독일에 있는 아들로부터 "엄마 감사해요" 라는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하느님을 경외하고 사람들을 사랑하며 자신의 일을 소명으로 알고 최선을 다하는 아들의 엄마로 만들어준,
사랑하는 아들아, 네가 있기에 내가 이렇게 행복할 수 있으니 감사하다!
나의 형제들을 어린 시절부터 돌봐야했던 맏 딸인 나는 즐거웠던 기억보다 책임감에 짓눌렸던 기억들을
더 많이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나의 삶에 얼마나 많은 활력과 도전을 가져다 주었는지 이제는 알고 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다. 형제들은 하느님께서 서로 위로와 힘을 주고 받으라 묶어 주신 사람들이다.
사랑하는 형제들이여, 그대들이 있어서 힘이 되고 멀리 떠나가도 마음 든든하니 감사해!
사랑하는 나의 친구들, 나의 제자들, 나의 후원자님들이여 !
그대들이 있음에 내가 이곳에 있음을 알기에 감사하노라.
나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사랑을 가슴에 깊이, 깊이 품고 떠날 수 있는 나는 진정 축복받은 사람이다.
오늘은 이 모든이들을 위해 오랫동안 덮어 두었던 악보를 꺼내 "그대 있음에"를 힘껒 불러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