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젖은 편지

“말 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 손 가슴 속 울려주는 눈물 젖은 편지.....너의 진실 알아내곤 난 그만 울어버렸네. 구멍 뚫린 내 가슴에 서러움이 물 흐르면 떠나버린 너에게 사랑 노래 보낸다.”
(1974년 발표된 어니언스의 ‘편지’ 가사)
오랜만에 노래 이야기 하나 할까 합니다. 편지라는 노래인데 제가 중학교 다닐 때 정말 좋아했던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은 이별의 편지를 받은 그 마음을 노래한 것이지요. 그런데 요 며칠 계속해서 이 노랫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며칠 전 안양 우체국 앞에서 21년 동안 집배원으로 일했던 40대 가장이 자신이 다니던 그 우체국 앞에서 분신하여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올해만 12명이 과로, 자살, 교통사고로 집배원들이 사망했는데, 모두 살인적 노동 환경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받은 편지는 실은 집배원들의 ‘눈물 젖은 편지’였고, 그런 진실을 알고서는 속으로 그만 ‘울어’버렸습니다.
편지라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정겨운 마음들을 주고 받는 추억 아닌가요? 아마도 모두 그런 추억을 간직하고 사시겠지요. 저희 집은 앨범 속에 사진 뿐만 아니라 오래 전에 주고 받았던 편지들도 함께 있습니다. 대학에 다니면서 같은 시내에 살았지만 아내와 꽤 많은 편지로 사랑을 나누었지요. 그 많은 편지들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대학원에 다닐 때 어머니가 보내주신 편지, 큰 아이 태어났을 때 아버지가 이름을 지어주시면서 보내주셨던 편지, 두 아들이 군에 가 있을 때 늘 저랑 주고 받았던 편지, 저나 아내 생일 때 아들들이 보내온 편지, 아들이 회사에 합격했다고 보내온 사장님의 편지, 참 많이도 써서 보냈고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편지가 집배원들의 ‘눈물 젖은 편지’였다니 마음이 아프고 화가 치밉니다. 우표 값을 조금 올리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전해주는 편지가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한 주간 동안 너무 오랜 시간 운전에 시달리다가 사고를 내서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 버스 기사 이야기, 학교에서 급식을 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그냥 밥하는 아줌마’들이라고 비하한 어느 국회의원의 말 또한 마음이 아프고 화나게 하는 일들입니다. 우리 어린 학생들이 혹은 직장인들이 먹는 밥이 ‘눈물 젖은 밥’이라니요. 그래서는 안되겠지요.
오래 전 인도의 정치인이 이런 말을 했다지요. “정치란 백성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다” 제발 그런 정치가, 그런 나라가,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그렇게 되도록 지켜보고 살아야겠지요. 오늘 편지는 여기까지입니다.
김정식 곡
비2.7.mp3
첫댓글 제가 살던 지역엔 택시 협동조합이 있었습니다.기사님들의 노랑 택시 타면 같이 편안했습니다. 요즘은 버스 기사님들과 인사합니다.삐에로님 생각이나서요 . 우편물과 소화물을 받고 보내면 맘이 아립니다. 3천원 정도로도 전국을 다 보내고 그 분들의 노동의 댓가는 착취수준입니다. 협동조합이 작은 첫 걸음일듯합니다.
IT 강국에서는...
참한글 고맙습니다.
구구절절 ..
마음에 와 닿네요.
누군가를 위해 수고하는 마음이
눈물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가슴이 울컥해 집니다. ^^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누군가의 눈물을 흘리게 하는 저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