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 1. 10(월) 디기 추움.
* 코스 : 죽전 대지마을 ~ 죽전, 분당 경계지점 동물 이동통로 구름다리 ~ 불곡산 ~ 태재고개 ~맹산 ~ 이배재고개 ~ 망덕산(왕기봉) ~ 남한산성 남문
* 집 앞 오전 9시 30분 ~ 남한산성 남문 앞 오후 4시 52분 (총 7시간 22분 소요)
1. 야탑에서 맹산을 올라 다시 남한산성까지 3명이 갔던 기록 : 6시간 소요(인섭, 길래 둘 다 디기 빠르다. 2년 전 11월 초)
2. 야탑에서 맹산을 거쳐 태재고개, 다시 불곡산, 죽전까지 왔던 두 번의 기록 : 5시간 30분 소요(재작년 여름과 가을, 간첩들이 많아 좀 지체했을 끼다.)
이 두 기록을 감안해 죽전에서 불곡산 - 태재고개 - 맹산 - 왕기봉 - 남한산성 남문까지의 성남시계산행 종주를 한 번은 해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적이 있다.
우리들의 산행기를 뒤져보고 계산을 해보았다.
1)야탑에서 맹산 정상까지 부지런한 걸음 : 1시간 10분 ~ 1시간 20분
2)맹산 정상에서 남한산성 남문까지 : 4시간 40분 소요. (점심 40분 잡으면, 4시간 걸음)
3)맹산 정상에서 죽전까지 4시간 10분에서 20분 소요(점심시간 50분 ~ 1시간 빼면 3시간 10분에서 20분 정도 걸음)
그러면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7시간 10분에서 20분. 식사 및 휴식을 치면 7시간 4,50분.
여러 명 가는 것보다 단독산행은 30분~40분 정도 단축 가능, 반면 추운 날씨에 눈길에 아이젠 찼다 벗었다.... 요게 좀 변수긴 한데... 늦어도 8시간이면 충분 할 것 같고.
도시락과 컵 라면 하나, 1회용 커피를 2개 탄 보온물통, 또 다른 물통엔 컵라면 끓일 요량으로 뜨거운 물. 귤 두 개에 깎은 사과 반 알을 배낭에 챙겨 아침 9시 30분 집을 나섰다.
날은 몹시 차다.
떠나기 전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똑같은 코스를 5시간 30분만에 혼자 주파했다는 기록이 보이나 이것은 사람이 아니고 괴물(?) 이야기라서 무시하고, 또 다른 사람의 글은 역시 단독산행인데 12월 초, 7시간 30분 걸렸단다. 혼자 종주산행을 할 정도면 어느 정도 산행실력은 갖추었을 테고. 내가 9시 30분에 출발할 수 있다면 오후 5시 도착 예정이다.
추운 날씨에 눈길에 아이젠을 차면 속도가 좀 떨어질 게 걱정이다만 좀 지체한다 하더라도 오후 5시 30분. 그 무렵이면 산속에서가 아니라 차가 다니는 큰 도로변에 있을 것이고, 게다가 음력 12월 7일이라 하늘엔 반달이 있을 것. 그냥 가자!
출발, 순조롭다.
집에서 나와 신호등 두 개 건너고 불곡산 들머리에 선 게 9시 43분.
운동기구 있는 곳 : 9시 52분
첫 송전탑아래 : 10시 4분.
불곡산, 두 번째 송전탑 갈림길 : 10시 20분
불곡산 정상 : 10시 46분
불곡산에서 태재고개 다 내려간 곳 안내판 : 11시 13분
태재고개 건널목 : 11시 18분
친구들과 산행하면서 늘 쉬던 곳 한산이씨 산소있는 곳에서 잠시 앉아 쉬면서 커피 한 모금에 사과 한 조각, 10분 쉬고.
맹산 정상 : 13시 06분
식사 및 휴식(15분) : 13시 30분 ~ 13시 45분
연리지 나무 : 14시 39분
망덕산(왕기봉) : 15시 51분
남한산성 남문 : 16시 52분
골프장 곁에서 내려가는 급경사, 한번 미끄러진다. 서둘러 아이젠을 다시 찬다. 맹산 정상엔 아무도 없다.
정상석에 얼굴을 갖다 대었으나 폰카를 셀카로 찍으니 얼굴도 반도막, 글자는 겨우 한자 영자의 윗부분만. 혼자 피식 웃는다.
내리막길이 미끄럽다. 또 한 번 자빠지고,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다. 배가 고프다. 1시 30분이 되면 밥을 먹기로 작정, 딱 그 시간, 의자를 꺼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컵라면을 꺼냈다. 시간 절약하려고 반찬은 꺼내지도 않고 컵라면에 밥을 두 숟가락 말아먹고, 커피 한잔에 귤 두 조각, 사과 한 조각, 구름과자. 총 15분 소요.
이배재 가는 길이 멀다. 평지에서는 반 구보, 오르막은 슬슬 기고.
왕기봉 올라가는 길은 가파르다. 호흡이 가쁜데 은수에게서 전화가 온다.
“어, 은수야, 헥헥.”
“니는 머하는데 대낮부터 그리 숨이 가뿌노?”
“어, 지금 남한산성에 가는 중이다. 비탈이라 숨이, 헥헥.”
“죽전에서 남한산성? 겨울 산행은 좀 여유를 가지고 해야지, 산사람 될라카나, 너무 빡세다. 조심해라. 내는 3시간짜리 산행을 2시간 10분 만에 끝내고 50분 동안 녹두전에 막걸리 비우고 있는 중이다. 크크 ”
가는 길에 연리지 나무에 보호펜스를 쳐두었다. 사진을 찍고, 사랑의 자물쇠를 채워둘 수 있게 안내판을 해두었더라만 정작 달린 것은 달랑 한 개의 조그만 자물쇠... 요즘 한참 사랑에 빠져 정신없이 지내는 아들놈 생각이 난다.
왕기봉 이름은 없어지고 망덕산으로 되어있다. 커피 한 모금하고 잠시 숨을 돌린다. 여기서부터는 거의 평지길이라 어렵지 않다. 5시면 남문에 닿을 수 있을 것 같다.
폰카에 찍힌 남한산성 남문 사진. 정확히 4시 52분.
아파트 수위실 앞에서 시계를 본 지 꼭 7시간 20분. 성공이다. 다리가 묵직하다.
해물김치전을 놓고 막걸리 한 통. 안주가 남아서 또 한 통. 배가 부르다. 어둠이 내렸다. 버스는 돌고 돌아 모란역에 나를 내려준다. 지하철을 타고 죽전역에 내려 내친 김에 집까지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