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17)
2017-06-15 21:57:24
제 650차 기념 산행기 (청계산)
1. 일시 및 장소 : 2017. 6. 10(토). 청계산
2. 참석 : 또3공 가오리, 또2공 세우, 30공 민영. 상국. 은수, 병욱, 뽈, 상용, 유, 경호. 길래, 해정, 영인 + 뒷풀이(박상국, 펭귄, 정호, 유전, 성호. 해균, 대권, 영효, 일기, 석모)
또3공 가오리의 기가 찬 영도력으로 30산우회 기념 산행이 서울 명산 청계산 당일치기로 정해졌다. 죄다 환갑을 넘어가니 바로 내일 우찌 될 지 모르는 인생, 일단 좀 쉬어가자는 취지로 받아들인다.
월드컵 경기장역에서 오다가 불광역에서 환승, 뭐가 이상해 보니 전철을 거꾸로 타고 가고 있다. 급히 내려 계단을 올라 비상 호출 버턴을 눌러가며 다시 반대 방향으로 갈아타니 좀 늦었다.
의리의 5공 은수가 기다리고 섰다. 멀리 보령에서 온 경호는 담배 한 대 피우려고 주춤대다가 얼떨결에 의리팀에 낑겼는데 환승이 안 된다며 나에게 야료를 부린다. 크크, 우야겠노? 은수가 담에 환승비 손해본만큼 차 태아주란다.
(왜 경호랑 가오리를 헷갈렸는지 모르겠다. 산행기 써달라는 가오리 전활받고 토닥거리다보니 그랬던 것 같다. 사실 치매끼도 없잖아 있고... 두 분, 혜량해 주이소)
화물터미널에서 만나 기념사진 한 방 찍고 천천히 산을 오른다. 호젓한 길에 엊저녁과 오늘 아침에 내린 단비로 공기까지 쾌적하고 무엇보다 먼지가 일지 않아 좋다. 아니 그보다 더 좋은 것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친구들의 잡담이다.
중간에 쉬어갈 때 허유가 비아그라 먹고 부작용으로 여자한테 퇴짜를 맞았다는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모두들 배를 잡았다. 약을 먹고 물건이 커지길 기다리는데 막상 그건 누에처럼 잠을 자고 있고, 갑자기 얼굴이 벌개지면서 엄청 커지더라나? 부작용 원인은... 얼굴이 x같이 생겨 그랬단다. 술 담배 전혀 안 하는 깔끔떼기 신사 허유 절마는 여자 이야기만 나오면 조디에 220볼트 발전기가 자동으로 돌아간다.
산행 중간, 적당한 그늘을 찾아 빙 둘러앉아 간식을 먹는다. 이 시간은 언제나 초딩들 소풍 나온 듯 깔깔대며 즐거운 시간이다. 막걸리에 뽕을 넣은 전, 김밥 등등... 민영이가 발렌타인 21년산을 가져왔다. 조금씩 따라주는데 그 옛날 참기름 병 사건이 떠올라 한바탕 웃는다. 망각이 인간에게 주어진 큰 선물이라지만 기억도 좋은 추억이자 멋진 안주가 된다.
여자는 자기를 존중해 주는 남자에게 무너져 내린다는 某 카사노바의 명언도 있었고, 오늘 30 산우회 산행에 처음 참가한 영인이가 백바지 입고 온 사연을 구구절절 설명하며 나름 폼을 잡지만, 허윤지 어휴인지 쓰레기 봉다리를 영인이 배낭에 묶어주며 일갈한다.
“얌마, 나는 3년 동안 내 밑에 쫄따구가 안 들어와서 내가 맨날 쓰레기 달고 다녔다!”
하산하다가 길이 미끄러운 곳을 만났다. 다들 조심해서 무사히 내려왔는데 유독 국제신사 싱가포르노 민영이만 세 번이나 미끄러져 바지를 왕창 버렸다.
뒤따르던 누가 중얼거리던 말은 화자(話者)의 의도와 무관하게 고요한 숲속에 메아리친다.
“자~가 저랄 아~가 아닌데... 고기리에 가더니 자꾸 미끄러지네?”
그 말 들은 친구들 왈가왈부, 메아리는 돌아오며 소문을 확대재생산한다는 불변의 진리가 확인된다.
“그래, 그래.... 고기리가 터가 세나? 아~를 다 배리놨네?”
“아이다, 터가 문제가 아이고... 이해해줘야지. 많이 굶었다 아이가? 하체가 부실해졌네?”
“역시 싱가폴보다 고기리가 더 살기 좋은 동네... 맞제?”
회식장소 정한 것 말고는 아는 것 없던 단순무지 또3공 가오리와 같이 내려온 죄로 좋은 길 두고 빙 둘러 맨 늦게 도착한 우리는 불평을 쏟아냈지만 본래 이 식당에 없는 수육을 정한 가오리의 탁월한 선택에 갈채를 보냈다.
- 약 먹으면 부작용으로 얼굴 커질거라고 주의를 받았던 누구누구는 그게 아니라며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고....
이 자리를 빛내주려고 땡볕 마다하지 않고 뒷풀이에 참석해준 30기우회 친구들 덕분에 650차 기념산행은 오고가는 술잔에 화기애애... 모두들 웃고, 떠들고, 또 하루를 이렇게 멋지고 재미나게 살아간다.
양재역에서 놀다가 삼삼오오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