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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화장실에 자주 가는 사람들이 있다. 회의 중에도 화장실에 다녀오는 바람에 분위기를 깨고, 외출을 하려해도 화장실 걱정에 선뜻 나서지도 못한다. 회식 때 술이라도 한잔 마시면 화장실 들락거리다 모임이 다 끝나버리곤 한다. 이러니 사회생활이 원만할 리 없다. 배뇨는 체내의 노폐물을 체외로 배출하는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현상이라지만, 過猶不及이라하지 않았던가. 하루에 4-5번 화장실을 가는 게 정상이지만, 8번 이상 화장실에 가야하고 일상생활에 불편을 야기하며 대인관계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심각한 일이 아닌가? 과민성방광이란 방광이 너무 민감한 상태로서 소변이 방광에 조금만 차도 요의를 느끼는 것으로 방광의 본연의 기능인 저장기능에 문제가 생긴 비뇨기과 질환이다. 시도 때도 없이 소변이 마렵고 요의를 참기 어려운 과민성방광 환자에게는 30분도 긴 시간이며 증상이 심해지면 10분 간격으로 화장실에 가기도 하고, 허리춤을 내리기도 전에 속옷을 적시는 ‘절박성요실금’을 동반하기도 한다. 과민성방광은 18세 이상 성인 인구의 16.5%에서 나타나며, 전 세계적으로 5천만 명이 겪고 있는 흔한 질환이다. 예전엔 항생제투여가 필요한 방광염과 항생제가 필요 없는 과민성방광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방광자극증상이 생기면 ‘오줌소태’라 하여 약국에서 마이신 사먹거나 가물치를 삶아 먹는 엉터리 처방으로 방광기능은 갈수록 엉망이 되고 증상은 악화되어 결국 병만 키우는 사례가 허다했다. 과민성방광은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 이유는 치료에 사용되는 방광의 민감도를 낮추는 약물이 방광의 기능 중 저장기능을 높이는 데에는 더없이 좋은 약이나 배출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병, 의원에서 환자의 증상만 듣고 정확한 진단 없이 약물을 남용하는 사례가 있어 주의를 요한다. 일단 과민성방광으로 진단되면 방광기능이 정상화되고 배뇨습관을 바로잡는데 지속적인 치료와 노력이 요구되므로 대게 3~6개월간의 기간이 소요되며 적절히 방광의 기능변화를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겠다. 배뇨습관을 바꿔가는 행동치료로는 배뇨간격을 늘려가는 방광훈련, 골반근육을 강화해 배뇨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하는 케겔운동, 골반기능재활치료법인 바이오피드백 등이 있다. 비만도 원인을 제공하므로 수영이나 걷기 등의 유산소운동이 도움이 되며 알코올이나 카페인이 함유된 식품이나 매운 음식, 탄산음료 등의 방광을 자극하는 음식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예전 어머니들은 명절만 지내면 ‘오줌소태’라는 훈장을 달고 살았더랬다. 며느리 힘들어하는 게 안쓰러워 시어머니가 장에서 사다 끓여주시는 ‘가물치’가 묘약이었던 것은 시어머니의 사랑이 담겨있었기 때문이지 미미한 이뇨작용 때문이 아닌 것이다. 그 시절과는 비교도 못하게 의학이 발달한 요즘에도 그때 그 시절 처방을 믿고 병을 키워서야 되겠는가? 이제 자랑스럽지 않은 그 ‘훈장’도 떼어버릴 때가 되었다. 광주씨티병원 비뇨기과 최동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