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행렬 한국 잼버리
우리만 더운 건 아니었다
“(한국 청소년은) 집에서 금이야 옥이야 귀하게 자란 데다 야영 경험이 부족하다.”
염영선 전북도의원의 발언입니다. 그는 해외 청소년은 열악한 잼버리 환경 속에서 잘 이겨내는데, 한국 청소년은 귀하게 자라면서 불평이 많다고 한 거죠.
이홍영 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단, 전북도의원 발언에 상당한 비판이 제기되는데요. 사실, 맥락을 따져보면 이해할 수도 있는 발언입니다.
잼버리는 야영을 하면서 개척·협동 정신을 키우는 것에 목적이 있습니다. 달리 말해서, 고생하는 것이 기본값입니다.
애초에, 정찰법 등의 내용이 담긴 군인용 서적이 인기를 끌면서 시작된 것이 잼버리죠.
세계 각국의 청소년이 4년마다 모여, 야영을 하면서 각종 문화 행사와 스포츠 등으로 추억을 쌓는 겁니다.
그러니까, ‘관광'이 아닌 겁니다. 그래서 잼버리 참여 청소년은 ‘고생한다'고 생각하면서 참여하게 됩니다. 열악하고 불편한 환경을 감내할 여지가 존재하죠.
그래서 전북도의원의 발언은 ‘고생하려고 왔는데, 고생한다고 불만을 제기한 것이 이상하다'고 꼬집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잼버리 조직위에서도 ‘스카우트 정신’을 언급하면서, 부실한 잼버리 여건을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끄럽다.'
이번 잼버리 문제를 보면서, 이렇게 표현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 나타나는 문제가 꼭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진 게 아닙니다.
8년 전, 일본에서도 약 3만 3천 명의 스카우트 대원이 모였는데요. 여기에서도 더위로 꽤 고생했습니다.
낮 기온이 35~40도에 육박하고 습도는 80%까지 오르게 되면서, 온열질환자가 쏟아졌습니다. 그러자, 우리처럼 군을 동원해 식수를 보급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스웨덴과 스코틀랜드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행사 종료 뒤에 뇌수막염 증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2005년 미국에서 열린 잼버리에도 300명의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기도 했습니다.
이때는 성인 지도자 4명이 송전선 아래에서 텐트를 치다가 감전돼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잼버리가 청소년 여름방학 기간에 열리다 보니까, 매번 더위와 비 등의 문제가 발생한 거죠.
하지만
너무 부실했다
잼버리가 여름철에 열리고, 매번 더위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요. 잼버리 논란 초기에는 논란 제기에 힘을 받지 못했습니다.
특히, 영국 외교당국이 영사를 새만금에 파견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는데요.
이에 대해서, 영국인 부모들의 항의가 제기되면서 외교관 파견 결정이 나왔다는 주장이 거세지만, 영국이 4,500명을 파견한 최대 규모 참가국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규모 자국민이 온만큼, 현지에 있는 외교관이 자국민을 챙기기 위해 파견가는 것은 당연하죠.
하지만
온열질환자가 계속해서 속출하자, 몇몇 국가에서 우려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됩니다. 일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 거죠.
그러면서, 온열질환자가 900명을 넘어서고요. 열악하면서도 위험한 샤워 시설, 위생적이지 않은 화장실, 부족한 식수와 식량, 배수 문제, 벌레가 들끓고 있는 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불거졌습니다.
이에,
4,500명을 파견한 영국 대표단이 가장 먼저 조기 퇴소를 결정합니다. 영국 대표단은 서울 호텔에서 지내기로 했죠.
그리고 1,500명의 미국 대표단도 철수합니다. 미국 청소년은 미군 기지에서 지내기로 했죠.
싱가포르는 인재개발원을 숙소로 두고, 출퇴근 잼버리 참여를 결정했는데요. 영국을 시작으로 잼버리 탈출이 연속해서 발생한 겁니다.
'잼버리 = 고생'이라는 기본값을 감안하더라도, 이제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된 거죠.
어쨌든, 대규모 이탈이 발생하면서 새만금에 남은 인원은 약 3만 7천 명인데요. 파행을 넘어서 사실상 중단 위기가 찾아왔죠.
바가지 요금 논란
GS25 편의점
열악한 시설과 미흡한 행사 운영말고도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지난 3일 넥밴드 휴대용 선풍기가 잼버리 영내 GS25 편의점에서 3만 5천 원에 팔렸습니다.
인터넷에서 1만 5천 원 수준으로 살 수 있는 제품이 2배 이상 책정된 건데요.
오프라인 매장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폭리를 취한다고 지적이 나올 수 있는 가격이었습니다.
<TV조선>에 따르면, GS25 편의점은 10kg짜리 얼음 4포대에 8만 원을 받았는데요. 시중보다 2배 이상 비쌌죠.
이어, 시중에서 700원짜리 얼음컵을 1,500원에 팔고요. 1,800원짜리 아이스크림은 2,000원을 받았습니다.
전반적으로 5~10% 비쌌던 거죠.
문제는 잼버리 새만금 영내에 설치된 편의점은 6곳인데요. 모두 GS25 편의점입니다.
사실상 독점 구조이기에, 잼버리에 참여한 청소년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가격으로 물품을 구매해야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GS25는 물류 투자 비용과 인프라 구축 비용으로, 가격이 높아졌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바가지 논란이 커지자, 상품 가격을 시중 수준으로 모두 내린 것으로 확인됩니다. 아울러, 냉동 생수 5만 개를 무상 지원하고 휴대폰 무료 충전소를 마련하겠다고 했는데요.
그럼에도, 대기업이 해외 청소년을 상대로 바가지를 씌웠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스카우트 대원
얼마 주고 왔나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참가비용이 1인당 900달러(약 120만 원)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것은 잼버리 티켓값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각국에서 한국으로 오기 위한 항공료 등이 빠져있는데요.
그래서 잼버리 참여 학생 1인당 수백만 원이 든 것으로 계산됩니다.
그러니까, 공짜로 잼버리에 참여한 것이 아닌 건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잼버리 행사 관련 메인 건물은 아직 완공도 안 된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미, 잼버리 행사는 대략 절반 정도 진행된 상태인데요.
잼버리 관련 건물은 내년에 완공될 계획입니다.
잼버리 예산
어디에 썼나
이번 잼버리 개최까지 우리가 준비할 수 있었던 시간은 6년입니다.
6년간 우리는 잼버리 개최를 위해 1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죠.
정확하게 따지면, 참가비와 옥외 광고 수입 402억 원을 빼면 약 68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갔습니다.
여기서 전라북도가 398억 원을, 중앙 정부가 282억 원을 부담했죠.
어쨌든 1천억 원의 돈이 투입됐는데, 어떻게 이런 수준의 행사로 운영됐는지 궁금증을 만들어 내는데요.
중앙 정부가 국제 대회 경험이 부족했던 전북도에 업무를 일임하고, 예산만 지원하면서 문제가 커졌다고 지적됩니다.
또한 이번 대회의 컨트롤 타워가 없었습니다.
애초에 잼버리 조직위원장은 2명이었습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과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죠.
그런데 지난 2월 행정안전부 장관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가 또 임명되면서 총 5명의 공동위원장이 생겼습니다.
이러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가지고 해결할 수 없는 구조가 됐죠.
그럼에도 이번 행사 개최지인 전북도지사와 예산 집행 승인을 맡았던 여성가족부는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성범죄 논란도
벌어지다
이런 와중에 성범죄 발생 폭로가 터지면서, 또다시 논란이 됐습니다.
잼버리 여자 샤워실에 태국 남성 지도자가 들어온 것이 발각됐는데, 해당 남성에 ‘경고 조치'로 끝났다는 거죠.
그러니까, 제대로 된 대처가 없었다는 겁니다.
이에, 스카우트 전북연맹은 ‘피해자 분리 조치가 안 됐다’며 조기 퇴소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주최 측과 세계스카우트연맹·경찰은 성범죄 혐의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어쨌든
대책이 나옵니다
정부는 예비비 69억 원을 지원하고 행정안전부도 특별교부세 30억 원을 긴급 지원했습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에어컨을 가동한 버스 230대를 투입하고 참가자 전원에게 냉수 1인당 1일 5병, 쿨링 마스크 등을 지원했습니다.
이에 스페인과 벨기에 출신 스카우트 대원에서 상황이 개선됐다며 긍정적인 평가가 나옵니다. 그리고 독일과 스웨덴 등의 나라에서도 잔류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죠.
그래서 그럭저럭 사태가 수습되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여기에,
정부가 17개 시·도 협조를 받아 총 90개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서울시는 여의도 한강공원에 스카우트 대원들이 야영할 수 있도록 검토 중이고요.
부산시도 1만 명의 스카우트 대원이 머물 숙소와 관광코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조계종은 약 147개의 사찰에서 템플스테이 및 야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죠.
한편, 재계에서도 적극 지원에 나섰습니다.
△삼성그룹은 신입사원 150명 파견, 삼성전자 견학 프로그램 지원, 이온음료 10만 개와 비타민 음료 10만 개, 간이화장실
△삼성서울병원은 의료지원
△LG그룹은 생수 및 이온음료 총 20만 병, 그늘막 300동, 휴대용 선풍기 1만 대, 모기 기피제 5만 개
△한진그룹은 생수 4만 5천 병
△포스코그룹은 쿨스카프 1만 장
△GS건설은 설비직원과 환경미화직원 200명 파견
△이마트는 생수 총 70만 병
△HD현대는 임직원 봉사단 120명 파견
△LG유플러스는 5G 무선 와이파이 라우터, 유선 와이파이 지원
△농협생명&연세대학교의료원은 의료봉사 활동
△전국경제인협회는 냉동 생수 10만 병
△한국무역협회&다이소는 쿨스카프 4만 5천 개
△대한상공회의소는 대형 아이스박스 400개
이홍영 님. 잼버리는 오는 12일 행사가 종료됩니다. 이후, 이번 잼버리 파행에 책임 소재를 본격적으로 가릴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국회의원들의 자료 요청 목록을 보면 알 수 있죠.
책임 소재는 조금만 시간을 두고 기다려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