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이인근
Date: 2010-09-30 03:14오후
Subject: 이인근[퇴직인사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저에게 너무나 고마운 화성부 코크스 직원 여러분 !
그리고, 업무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시고 격려해 주신
화성정비과, 선강설비팀, 플랜텍, 그린산업 직원 여러분 !
1978년 '종철'에 입사하여,
32년 5개월여의 '포항제철' 근무를 마치고,
이제 (주)POSCO를 떠나려 합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첫번째의 삶이 태어나 학교 교육을 받고, 육군하사 제대까지 라면,
두번째의 제 삶은 화성인으로 지내온 지난 32년, 이 속에 모두 녹아 있었습니다.
코크스공장 코크스계로 첫발을 디딘후,
2코크스공장 발족과 함께 3A,B Heating Up을 거쳐 정상조업 달성후,
현재 3코크스공장의 모태가 된 4코크스공장 발족과 함께
창립요원으로 공사를 시작하여
5B 건설과 Heating Up을 하고, 다시 야드반, 선탄반에서 각각 7년여를 지내고
지금 심정은 졸업식 날 개근상 밖에 못 타본 기분입니다만.
1989년경 OA경진대회 최우수상 2회에 조금 기여하였고, 그때 벽시계 받으셨죠?
금년 ‘제철기술상 창의상’에 일조 한 것을 졸업우수상으로 생각하고,
오늘 이렇게 정년퇴직 자리에 섰습니다.
PAMS공사를 하며 영화 ‘콰이강의 다리’ 주인공
니콜슨 대령의 흐뭇한 미소가 생각나더군요.
PAMS를 생각하면 아찔한 순간이 많습니다만,
열악한 조건에서의 조업을 더 기억합니다.
Nozzle Plate 밀림 원인을 확인한다며
가마솥 뚜껑보다 뜨거운 폐기변 위에서의 작업을 묵묵히 따라준 환씨,
벨트를 돌리기 위해 흘러내리는 죽탄과 싸우며,
정상조업을 위하여 흘린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그 순간들
직무와 관련하여 선배,후배들과 목소리를 높이고,
설비 사고후 복구를 위한 구슬땀뒤, 원인과 대책을 위하여 마셨던 소주들... ...
이 모든 애환과 즐거움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조용히 떠나갑니다.
청춘을 바쳐, 여기 굳세어라-금순씨도 얻고,
딸둘, 큰쫑-작은쫑 종자가 술잔종자라 술잔이 둘입니다.
제 앞가림하고 믿음을 주고 있는 아들, 올해는 듬직한 사위까지 얻었네요.
그리고 많은 친구들을 얻었습니다.
나이만 먹었지, 이렇게 사지 멀쩡하여 나서는 저는 복 받았습니다.
안전 !
한밤중에 어두침침한 조명 속에서, Belt 소리뿐인, 배합조 Triper Car위,
홀로, 그곳 H-Beam 위에 올라 앉아 Air Hose, Cable을 설치할 때
성실하게 근무하다 돌아가신 2코크스 홍모 반장을 떠올리며,
'나도 다칠 수 있다' [안전 최우선]이라는 생각을 항상 했습니다.
이럴 때,
'혹시, 다치면 119 불러줄 사람이 있어야 된다'며
도와 주러 온 서-후배 고마웠습니다.
안전은 남의 일이 아니죠.
여러분들도 항상 조심하여, 안전사고 없는 조업을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
근무중 화재를 몇번 격었습니다.
집진기 화재, Cable Duct위 Dust화재,
그리고, 잊지 못하는 벨트화재
2005년 4월17일 일요일 아침 !
야근 근무 후 샤워까지 마친 저는 콧노래 부르며
차를 몰고 공장을 빠져 나가는 순간
꽝! 소리와 함께 백미러에 비치는 불꽃 !! 아니 저것은?
많은 화재를 경험해 왔지만,
검은 연기, 경사진 가마 속에 고무가 타며 내는 화염의 속도에 질려버렸고,
복구작업이 시작되어, 모든 분들의 도움으로 Line이 돌아가기 시작했을 때
일일이 감사의 말씀을 드리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때 안 짤리고, 지금까지 왔으니
이 또한 여러분께 감사 드려야 할 부분입니다.
제 경험으로 화재는 정비 작업 후 잔화 확인이 필수입니다.
분진 정도에 따라 틀리지만,
짧게는 몇시간, 3일 후, 일주일 후 발화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 교육 !
얼마전 가슴이 울컥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성님 덕에 밥 먹고 삶니다." 이 얼마나 듣기 좋은 말 입니까?
'나 아니면 안돼'라는 생각은 1981년 반장이 되면서,
솔직히는 특휴가 생기면서 버렸습니다.
제가 휴가를 가면 남아 있는 우리반원들이 잘해 줘야 되잖아요?
하루 1,2시간씩 교육을 했습니다. 그분 중에 부공장장 되신 분이 있더군요.
지금은 모든 자료가 오픈되어 있으니,
특히 신입사원 여러분들 직무다기능, 6계통, IT등 열공 하시기 바랍니다. ]
즐거움 !
이번에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미친넘들이 있더군요.
보경사 주차장에서 주왕산 까지
밥 해먹지도 못하고 탈진상태로 16시간을 걸었나요?
또, 밤11시 퇴근 후 치악산으로 직행하여 10시간 이상 종주하고,
운전하여 포항에 그날 밤 12시에 도착한 기억들
그때 단합을 보여주었던 도,황,남,주,강... ... 무한한 열정이 좋았습니다.
아침에 퇴근하며 공장 입구에서 효자역까지
1시간에 뛰니,못 뛰니 하며, 맥주1박스 내기에...
그때 나이가 29 갓 30 이었군요. 그때 같이 뛰었던 호. 즐거운 근무였습니다.
열정 !
QSS활동이 거듭될수록 '이처럼 기발한 아이디어가!'라고 놀라며
여러분 속에 숨어있는 열정이 뿜어져 나오는 것에 놀라고 있습니다.
QSS활동 할 때 만이 아닌,
남은 근무기간 동안 여러분의 열정을 다시 한번 부탁 드리며,
투자사업을 할 때
누군가 이 같은 열정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도면 한번 더 검토하면,
투자대비 효과가 확연히 달라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회사의 발전이 나의 발전이라 생각하시어,
영업이익이 일취월장하여 성과급이 너무 많아, 제 배가 아프도록 해주시고,
아니, POSCO 주식이 많이 오르도록 열심히 해 주시기 바랍니다.
화성부 특히, 3코크스공장 그리고, 팔우회, 콜맨회 발전을 축원합니다.
그간 저의 불찰로 마음에 상처로 남아 있는 부분은
넓은 아량으로 용서를 바랍니다.
저는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많은 혜택을 받았습니다.
대소사에 문자 한번 주시고,
어느 모임이던 불러 주시면 기꺼이 참석토록 하겠습니다.
이제, 제3의 인생은 금순씨와 좀 여유롭게 즐기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2010년 9월 말 퇴직인사에 가름하며... ... 여러분 사랑합니다.
이인근 드림
이후 10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