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강좌 31강
'이시향, 박해경, 박동환' 세 분 시인의 디카시 감상 평설을 소개한다.
석화를 포착한 날시의 달콤한 유혹, 복을 상징하는 호박을 통해 출산의 의미를, 놓칠 수 있는 삶의 존재적 자각을 주제로 담고 있다.
#디카시
돌꽃을 두드리다 / 조영래
이 엄동설한에도
젖과 꿀이 흐르는 언덕이 있구나
큰 벌침으로 두드리면
석화 안에서 굴이 나오네
돌꽃 속에서 꿀이 흐르네
-감상-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꽃들은 시들고 사라지지만, 돌에 피는 꽃 석화는 이제 제철을 맞아 사람들의 입맛을 즐겁게 하지요. 저도 아이들이 어릴 때 겨울 방학이면 친구 가족과 하동 시장에서 커다란 망태기 가득 사서 구워 먹고 찜으로 쪄 먹기도 했던 오동통한 굴의 맛이 그리워집니다.
굴 까러 가는 것을 꿀 까러 간다고도 한다는 것을 알고 다시 한번 시를 읽어보니 굴과 꿀 사이에 피어난 석화가 더 향기롭고 맛있을 것 같습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언덕에서 돌꽃을 두드리며 생계를 위해 종일 굴을 까고 있을 분들의 노곤함도 이 디카시를 읽으면 달콤한 꿀로 아름답게 채색될 것 같습니다.
글=이시향 시인
#디카시
임산부 / 성환희
이쁘기도 해라!
어느 새 만삭이 되었구나
어린 것들 품어 키우느라 애쓴다
이른 아침 텃밭에 나온 할머니
호박에게 의자 하나 놓아 줍니다
-감상-
성환희 시인의 '임산부'를 읽고 나면 평소 내가 아는 성환희 시인에 대한 느낌을 그대로 디카시에 담아내고 있는 거 같아 좋다.
따뜻하다. 충분한 배려심도 느낄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태는 생명을 잉태하고 있는 임산부의 자태가 아닐까 하는 나의 생각이다. 나도 그때가 제일 아름다웠고 태어날 아기와 교감도 가장 많았던 거 같다.
노랗게 잘 익은 호박을 임산부로 표현함으로써 풍요로움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임산부가 염려되어 의자 하나 내어주는 할머니의 마음씨에서 임산부에 대한 정확한 사회적 배려를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순풍순풍 아이를 많이 낳아 기를 수 있도록 단단한 정부 정책 마련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가져본다.
늦가을 노란 호박이 품고 있을 달달한 향내가 나는 것 같아 좋았다.
글=박해경 시인
#디카시
아와 어 사이 / 양성수
빈 깡통이 요란하다며
발로
콱 밟아 버린 이여
누군가의 눈에는 모두가 보석이었다
-감상-
양성수 시인의 <아와 어 사이> 디카시를 보면 우리가 우연히 놓치고 지나버린 것들이 어쩌면 정말 아름다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제목이 주는 묘미 또한 디카시의 느낌에 포인트를 주고 있다. 우리가 무심코 하는 행동에서 “아”라는 감탄사를 내뱉고는 돌아서며 “어”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다 먹고 거리 귀퉁이에 버려진 깡통을 무심코 발로 걷어찬 경험을 누구나 한 번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용물이 꽉 찬 음료수를 버릴 사람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 하지만 다 먹고 쓸모 없어진 빈 깡통은 그저 쓰레기에 지나지 않다.
이런 보잘것없는 빈 깡통이 하나의 이름으로 태어나는 순간이 바로 예술인 것이다.
김춘수 시인의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의 시구처럼 버려지고 쓸모없는 물건일지라도 누군가 애정을 쏟는다면 “어”라는 감탄사로 꽃피울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글=박동환 시인
'이시향, 박해경, 박동환' 시인 세 분의 평설을 통해 젖과 꿀이 흐르는 돌꽃의 세계, 노란 호박이 빚어내는 달달한 향기, 존재적 가치의 의미를 깡통의 예술적 재창조 속에서 찾아내고 있다.
삶의 성찰이란 테두리 속에서 디카시를 낚아올리는 치열한 작업 속에 디지털문학의 미래가 담겨있다.
"디카시는 디지털 세상을 유영하는 디지털 우주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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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디카시]에 도유정 님의 <시작 2>를 선정한다.
#금주의디카시
시작 2 / 도유정
도유정 님의 '시작 2' 는 제2의 인생을 꿈꾸는 도전의 시작이다. 암울했던 IMF 시대 속에서 박세리는 희망을 쏘아올리는 샷의 주인공이 되었던 것처럼 희망 하나 올려놓고 뛰는 심장 내려놓고 인생 샷을 날리고 있다.
또한 디지털 영상, 디지털 글쓰기, 디지털 제목 3종 세트가 어울려 하모니로 전해진다. 디카시 소재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속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생활문학을 실천하고 있다.
한때 특정 계층의 고급 스포츠였던 골프가 겨울철 실내 대중 스포츠인 스크린골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생활속으로 다가온 것이다.
"디카시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유영하는 우주선이다. 스마트폰이 켜져있을 때 디카시 기적소리 즉, 디카, 디카, 디카 소리가 들리면 디카시 우주 유영에 동참하는 디카시 우주인이다.“
정유지(부산디카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