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와 까치
인간은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한다. 나도 인간이라 만물의 영장에 속한다. 속 좁은 만물의 영장. 일주일 전에 텃밭에 왔을 때 약간의 충격이었다. 내 옥수수에 상처투성이었다. 까치가 쪼아 먹었다. 어처구니가 없기도 했지만 내심 하찮은 날짐승이 해 놓은짓이라 괴심했기 때문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새대가리' 취급을 받았다. 한 번 가르쳐 주고, 두 번 가르쳐 줘도 이해하지 못하면 "너! 새대가리냐?" 라고 핀잔받은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 물리 교과목에서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 열에너지의 상관관계와 에너지 단위의 표기가 몹시 어려웠다. 주울(J), 뉴튼( N), 에르그(erg ), 칼로리(cal ), 다인(dyn) 등 등. 계산 도중에 길을 잃는 경우가 잦았던 탓에 어지간히 속앓이 했다. 지금이야 내 생활에 거의 활용될 일이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고마울 따름이다.
그 새대가리의 새때문에 내가 한숨을 들이 쉬고 있다. 어찌 알고 잘 여물은 것들만 골라서 해코지를 해 놓았다. 영악한 새, 까치를 어찌할까? 아무리 생각하고 되집어 봐도 어찌할 도리가 없음에 더 속 상하다. 쫓으면 퍼더덕거리고 날아가 근처 은행나무에 앉아서 멀뚱거린다. 화를 삭히며 되돌아서면 지네들끼리 뭔 이야기를 하고 신호를 보내는지 몰라도 한 놈이 소리없이 허공을 날아 오른다. 쫓으면 도망가고 돌아서면 다시 오기를 반복한다. 새대가리가 결코 모자람이 없음을 확인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차라리 져 줄껄. 몇 개를 먹어라 던져주고 나도 몇 개를 멀쩡하게 건져야 했었는데 내 생각이 짧았다. 일주일만에 다시 들린 텃밭에는 상처입은 옥수수가 널려있다. 지난번 7개에서 이번에도 6개를 까치 놈들이 쪼아 먹고 있는 중이다. 까치들에게는 생존의 먹거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기 위해서 먹는 옥수수라면 던져줬어야 했었는데 내 욕심이 과했다.
만물의 영장이라면 그 만큼의 품위가 있어야 한다. 배려는 기본이고 생각해서 챙겨줬어야 했는데 참으로 모자란 인간이라 스스로 부끄럽다.
첫댓글 에잇 이 새대가리같은 까치놈들
많이 먹고 장수해라 그래야 우리오빠 천당가지
아~~ 하하하...
옥수수 허빵이더라.
까치 좋은일 시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