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KS규격 사후관리 및 재검토 시급
“도대체 이 나라 산업용가스 용기밸브와 압력조정기에 KS규격이 있기나 한 겁니까. 가스배달 후 거래처에서 용기밸브와 압력조정기 측 플로어너트의 규격이 서로 달라 체결이 안 되니 용기를 다시 배달해달라는 전화가 걸려올 때마다 울화통이 터집니다”
이 같은 중복업무가 사흘이 멀다 하고 일어나 짜증난다는 한 산업용가스 공급사업자의 불만 섞인 말이다.
지난 2004년 6월 본보(제691호 6면) ‘질소용기에 웬 산소밸브’란 제하의 보도 이후, 가스안전공사에서 가스의 종류에 따른 밸브 부착을 계도함으로써 부적합한 밸브부착이 점차 개선되고 있으나 산업현장에서 사용하는 압력조정기 측 플로어너트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규격 안맞아 반품 잇따라
실제로 배관의 기밀시험 등에는 12㎫ 내외의 고압으로 충전된 질소용기의 압력을 이용하는데 질소용기에 부착된 밸브는 22㎜ 수나사인데 반해 압력조정기 측 플로어너트는 23㎜ 암나사를 그대로 체결해 쓴다고 한다. 당연히 헐거워 완전한 체결이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용기밸브 측 충전구인 수나사에 테이프를 돌려 체결한다는 것이다.
연결부 이탈사고 속출
인천의 한 설비업체 관계자는 “용기밸브 충전구에 테이프를 돌려 압력조정기와 체결한 다음, 배관의 기밀을 시험하던 중 고압이 걸려 있는 용기밸브의 연결부가 갑자기 이탈되는 아찔한 사고를 경험했다”며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용기밸브와 압력조정기의 경우 기술표준원에서 KS규격을 관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형태가 천양지차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재 용기밸브에 대한 KS규격이 있지만 보다 명쾌하게 정해져 있지 않아 제조사에서도 갖가지 형태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KS규격에 대한 재검토와 함께 철저한 사후관리가 병행해야 하며 사용자 또한 규격에 맞는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압력조정기 연결부의 규격은 더욱 엉터리다. 최근엔 중국산도 국내에 많이 유통되는 등 제조사마다 규격이 제각각이다. 연결부의 끝 모양이 긴 것, 짧은 것은 물론이고 지름의 길이가 너무 커 용기밸브 충전구와 체결이 안 되는 것까지 있을 정도다.
현재 국내 산업현장에서는 산소용 압력조정기가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다. 이는 산업용가스 중 소비량이 가장 많은 산소의 특성상 산소용 압력조정기가 널리 퍼져 있어 질소든, 탄산이든 산소용 압력조정기(플로어너트 23㎜)를 범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서울 청계천 일대 부품상가에서는 산소용 압력조정기가 1만3000원 내외로 거래되는 등 저렴하게 판매돼 더욱 많이 찾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서는 압력만 맞으면 별 문제 없다고 보고 있어 산소용 압력조정기를 질소용기에 부착해 쓰고 이를 다시 산소용기에 부착하는 등 산소용 압력조정기가 통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압력조정기에 유분이 묻어 있을 경우 고압의 산소와 결합하면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가적 손실도 막대
보호캡을 씌우지 않는 등 용기관리를 소홀히하는 경우 용기가 넘어지면서 밸브의 핸들이 깨지거나 달아나는 사례가 속출하는데 현재 국내 산업용가스현장에는 핸들이 없는 용기밸브가 많아 무슨 밸브가 부착돼 있는지 식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용기가 넘어지면서 밸브 충전구의 나사산이 망가져 압력조정기와의 체결이 잘 안될 때도 많다.
산업용가스 용기밸브와 압력조정기의 체결불량으로 인한 국가적인 손실은 엄청나다. 고압용기 제조 및 유통업체, 고압용기 재검기관, 고압가스공급업체 등 전국에서 잘못된 밸브부착으로 반품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등 서로 규격이 맞지 않아 시간, 물류비, 인건비에 대한 추가 리스크가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가스공급업체 한 관계자는 “기술표준원, 가스안전공사, 용기밸브 및 압력조정기 제조·유통업체, 가스공급업체 등이 모이면 충분히 개선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정부나 관련기관은 법과 제도에 얽매이지 말고 하루 속히 문제를 해결하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