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글>
오늘은,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고,
끝없이 스치는 바람에 위로받으며
빠르지 않게, 흔들리지 않게 앞만 보며 꾸준히 올라야 하는 산..
가파른 산비탈을 오르고 내려가기를 반복하는, 힘들고 긴 코스,
산의 굴곡을 따라 들고나는 평탄한 오솔길이 있는 반면
깔딱고개 같은 흙먼지 일으키고, 돌 많은 자길길도 올라야 하고
모르는 나무와 소나무가 숲을 이룬 그늘 길이 있는 반면
햇빛에 노출된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길도 있고..
다행인 것은,
짙은 구름이 뜨겁고 눈부신 아침햇살을 가려 주었다는 것과
솔솔 부는 바람에는 아직도 봄의 결이 남아 있어 서늘했다는 것과
졸졸 흐르는 시원한 계곡 물소리가 마음을 편하게 해주어 긴장이 되지 않았다는 것과,
보라색 물감을 뿌려 놓은 듯 예쁘게 피어있는 보라색 꽃 무리가 너무도 아름답게 펼쳐져 있어 봄의 낭만을 물씬 즐겼다는 것과
얼마나 예민하고 자극받았는지 아무리 조심하고 피하고 싶어도 끝까지 쫓아오면서 멈추지 않던 벌들의 집단 공격에 몇 달간 한의원에 가서 침 맞을 수고를 덜었다는 것..(누군 한 군데, 누군 세 군데, 전 다섯 군데를 쏘였습니다)
타박타박 걷다 보니,
어느새,
정상까지 그 먼 길을 오르나 했는데, 벌써 다 올랐고,
뿌듯한 쾌감에 나무 그늘에 앉아 긴 시간 대화와 식사를 즐겼던 듯..
나지막한 능선과 깊은 숲길이 삶의 힘듦을 묵묵히 받아줄 만큼
넉넉한 품을 가졌던 산,
소박하지만, 깊은 매력을 가진 산
능선이 겹겹이 겹치며 구름과 꽃에 고요한 수묵화를 감상하듯이 오른 산,
이곳에서
이 나이 들어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
사랑에 빠질 일을 찾아 나선 길이
마음의 회복과 위로가 단순히 멈춰 서는 것이 아닌,
몸을 꾸준히 움직이고 햇볕을 쬐는 산을 찾는 운동이 최고 중의 최고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날..
Mt. Wilson은
“애쓰지” 않고는, “힘쓰지” 않고는 쉽게 오르지 못할 산,
기를 쓰고 남다르게 힘이 들어야 하고, 묵묵히 걷는 사람만이 오를 수 있는 산,
“참 힘이 든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산,
천천히 살아가자고, 설렁설렁 살아가 보자고 위로를 건네는 산이기에
더더욱 애착이 가는 산..
긴 한숨과 탄식으로
“다 왔어요, 이제 다왔어요, 거의 다왔어요?..”
얼마나 지치고 힘이 들었으면 끊임없이 묻고 짧은 한마디 답을 바라는 초보 중의 초보님이 어렵고 힘든 산행을 해냈다는 용기와 도전에 축하는 보내며..
하산 중에 직접 마주한 어느 산악인의 추락으로 인한 사망사고,
비교적 짧은 바위에 안전 밧줄도 있었는데,
힘차고 밝은 발걸음으로 산을 찾아 나섰을 텐데,
순식간에 발생한 안전사고로
싸늘한 주검을 마주해야 할 가족들의 안타까움과 슬픔을 생각하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시린지..
작은 내 마음과 사랑을 아낌없이 주고도 아깝지 않던
먼저 떠난 후배의 덧없는 짧은 삶에,
쩨쩨하게도 아직도 마음이 먹먹하고 아프고 심난했는데,
오늘의 아픈 현장은
쓰디쓴 술을 연거푸 마시게 하는 듯..
꼭, 꼭
산행 전 자주 말씀드리는
“용기 있는 산행 포기는 안전 산행의 핵심이다”라는 말을 기억하고, 새기시길..
소중한 인연으로 만나 뵌 한 분 한 분과
오래오래 좋은,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픈 작은 소망으로 간곡히 부탁을 드릴 뿐..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래려 김수철 님의 “못다 핀 핀 꽃 한 송이”를 연거푸 들으며 이런저런 인연을 떠올리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