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체류기 13
2012년 9월 14일(금)
오늘은 어제보다 훨씬 많은 수강생들이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 어제는 복습 중심의 강의였지만, 오늘은 새로운 주제를 다루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오전에는 편평상피암(Squamous Cell Carcinoma)과 선상피암(Adenocarcinoma)의 세포학적 진단을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정오를 조금 넘긴 12시 30분, 다섯 차례에 걸쳐 이어진 진단세포학 강의가 모두 끝났다.
짧은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내용을 이해했는지, 또 앞으로 실제 진료 현장에서 얼마나 활용하게 될지는 지금으로서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나는 몽골의 보건의료 발전을 위해 의미 있는 씨앗 하나를 심었다는 것이다.
수강생들과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번 강의를 들은 의과대학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지방 병리의사 대상 조직병리기술(Histotechnology) 교육에도 수강 신청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배움에 대한 그들의 열정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강의를 마친 뒤 국립암센터 병리과장인 Dr. Entzduyaa를 만났다.
이번 몽골 방문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국가 자궁경부암 검진사업이었다. 나는 구체적인 사업 일정이나 규모보다 먼저 한 가지를 묻고 싶었다.
"저는 한국에서 자궁경부암 검진사업과 검진요원 교육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몽골의 국가사업에도 제가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까?"
몽골의 공식적인 국가사업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은 마음에서 드린 질문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검토해 볼 시간이 필요합니다."라는 짧은 말뿐이었다.
물론 신중한 답변일 수도 있었지만, 순간적으로는 함께 일하고 싶었던 기대가 조금은 식는 듯한 아쉬움이 남았다.
한편 이미 준비된 일정은 빽빽하여 더 이상의 강의를 추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병리의사 네 분이 직접 찾아와 갑상선 흡인세포검사(Fine Needle Aspiration Cytology)를 꼭 배우고 싶다고 요청해 왔다.
다행히 그 강의를 위해 준비해 온 교육 자료가 있었고, 토요일 오후 일정이 비어 있었다. 결국 토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특별 강의를 진행하기로 했고, 필요하면 일요일까지 연장하기로 약속했다.
교육을 마친 뒤에는 지방에서 무려 열 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올라온 병리의사들에게 수료증을 전달하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교육 담당자의 자격으로 수료증에 내 이름을 함께 서명하는 순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보람과 책임감을 느꼈다. 내가 흘린 작은 땀방울이 몽골 병리학 발전에 작은 밑거름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이어진 송별연에서는 피자와 함께 고비사막에서 자라는 식물로 빚은 향토주를 나누며 지난 며칠간의 추억을 함께 되새겼다.
송별 인사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앞으로도 여러분을 돕고 싶습니다. 기회가 허락된다면 내년에는 이번처럼 짧은 일정이 아니라 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여러분과 함께 공부하고 싶습니다."
짧았던 강의는 끝났지만, 몽골과의 인연은 그날 새로운 약속과 함께 다시 시작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