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의 유일한 중등리그. 작지만 치열하다
제주 중등리그는 6팀만이 참여하는 단일리그다. 적은 팀이 매주 돌아가며 리그를 진행해 어쩌면 느슨해질 수도 있겠지만, 실력 편차가 적은 탓에 오히려 더 치열하다.
- 현재 제주도에는 중등리그가 1개 리그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주말리그가 시작된 첫 해에는 울산리그와 합쳐서 진행이 되었습니다만, 지금은 제주도의 6개 학교가 하나의 리그에서 실력을 겨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물론 동계훈련 때 저희 제주도로 다른 팀들이 전지훈련을 많이 와서 다양한 상대를 접해볼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적다보니 그런 부분에서 조금 아쉽습니다.
- 제주도 리그만의 특징이라고 하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항상 같은 팀들과 시합을 하기 때문에 감독들끼리 친하고 경쟁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제주리그에 참여하는 6개 팀이 실력차가 크게 나지 않기 때문에 경기에 있어서는 거의 전쟁입니다.(웃음)
말씀드렸다시피 우리가 너무 우리들끼리 경쟁을 하는 것 같아서 아쉬울 때도 있지만, 시합장에 들어가면 다 필요 없습니다. 남들은 소위 '그들만의 리그'라고 하는데, 저희들끼리는 피터지게 싸우고 있습니다.(웃음)
- 현재 제주 중등리그에는 클럽 팀이 없지만, 초등리그에는 서귀포 유소년클럽이라는 클럽 팀이 있습니다. 주말리그의 클럽 팀 참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클럽 팀이 리그에 참여하면서 학원 팀들이 불편한 점들이 생겨났습니다. 예를 들면 클럽 팀은 훈련시간이 부족한 점은 있으나 취미생활로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접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주도 학원 팀들 같은 경우에는 5, 6학년 학생들을 중심으로 급하게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다보니 운동을 하는 기간이나 양은 거의 비슷합니다.
하지만 사람들 인식은 학원 팀이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경우에 학원 팀이 클럽 팀에게 지거나 경기력이 밀리는 경우에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학원 팀들은 클럽 팀들에게 지지 않기 위해서 뭔가를 해야 하거든요. 이기기 위한 전술적인 훈련을 연습하면서 어릴 때에 익혀 둬야할 기본기를 연마할 시간을 잃어버리게 된다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지도자들도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클럽 팀과 경기에서는 이야기가 또 달라지거든요. 그러한 상황으로 인해 계획했던 훈련 계획에 차질을 겪는 팀들을 보면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그러한 경우를 실제로 본 적도 있고요. 그렇지만 더 많은 팀이 참여해서 다양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긍정적입니다.
- 2002년 월드컵 이후에 제주도에도 축구전용경기장이 생겼습니다. 그 이후에 제주도민들의 축구열기는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2002년 월드컵 이후, 그리고 제주 유나이티드가 생기고 나서 축구열기가 더 뜨거워 졌습니다. 사실 제주도에서는 축구열기가 대단하거든요. 직접 자녀를 운동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민감하게 받아들이지만, 운동을 보는 것 자체는 참 좋아합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경험한 길거리 응원 등으로 느낀 것들이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지동원이나 홍정호, 과거의 최진철, 신병호 선수 등 제주 출신 유명 선수들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과거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이천수가 있던 울산 현대가 제주도에 왔었습니다. 하지만 울산 현대의 경기가 있는 날, 백호기 결승전 시합이 잡힌 겁니다. 그런데 그날 프로 경기에 1,700명 정도의 관중이 간 반면 백호기는 3만명 가까이 들어왔습니다. 제주 오현고와 제주제일고가 결승을 하는 날이면 제주도 내의 축제입니다. 이렇게 축구 열기만큼은 제주도가 다른 지역에 안 뒤집니다.(웃음) 그런데 이상하게 프로경기에는 관중이 많이 안 모이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 그러한 열기 때문인지 거의 대부분의 학교에 인조잔디구장이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변화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입니까?
제주도 인조잔디구장 보급은 2003년도부터 활성화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축구경기장만 바뀌었지만, 2006년도 이후에는 모든 학교의 운동장을 인조잔디구장으로 바꾸면서 어디가도 인조잔디구장을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활성화 되었습니다.
- 오현중이 주말리그 이외에 참여하는 대회는 무엇입니까?
주말리그 이외에는 방학기간에 진행되는 대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7월 달에는 제주도에서 개최되는 탐라기 대회가 있고요. 그 대회 끝나고 나면 8월 중순에 영덕에서 추계중등연맹전에 참가합니다. 또 봄에는 춘계중등연맹전도 열리고요.
- 그런 대회에 참여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보통 2~3일 전부터 컨디션 조절에 들어갑니다. 다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의 팀들이 비행기를 타는 것은 비용 부담이 커서 배를 많이 타거든요. 하지만 사실 배를 탄다는게 굉장히 힘든 일이에요. 그래서 다른 팀들보다 하루정도 먼저 가서 컨디션 회복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비용 부담이 육지 팀들보다 배 이상 들어갑니다.
- 현재 제주도 중등리그 4위를 차지하고 계십니다. 2위부터 5위까지는 거의 승점 차가 없는데요.
이것은 여담이지만, 리그가 시작되는 학기 초에 우리 학교 학부모님들께 "리그 성적에 크게 연연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성적에 연연하다보면 분명히 아이들이 발전하는데 손해를 보는 경우가 올 것이거든요.
부모님들께서 경기장에서 경기를 즐기시지 못하고, 아이들의 경기 내용에 일희일비 하실 것이라면 가급적이면 경기장에 오지 말아달라고 말씀드립니다. 선수들에게도 스코어는 뒤질 수 있지만, 항상 경기는 지배해야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지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좋지 않다고도 말합니다.
사실 제주도 지역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4~5학년부터 운동을 시키는데 중학교에 올라온 선수들의 기본기를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이 있습니다. 만약 리그 성적에 신경을 쓴다면 목, 금요일은 경기에 대한 훈련을 해야 합니다. 또 경기 당일과 일요일은 쉬고, 월요일에는 회복훈련을 하면 정작 기본기를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화, 수요일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성적에 연연하는 것보다는 선수가 갖추어야 하는 능력을 갖고자 노력하고 그것을 시험해보는 장소로 리그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리그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축구선수로서 배울 수 있는 시기를 놓칠까봐 이러한 부분에 더욱 더 신경 쓰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에 했던 인터뷰에서 '지동원 선수는 기본기 훈련을 하루에 6시간 했다'고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또 실질적으로 그랬거든요. 그래야만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원이가 참가했던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일본에게 진 뒤 일본과 우리나라의 공을 다루는 기량 차이를 보고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기본기 훈련에 더욱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작년에 졸업한 선수 11명 중에 1학년인데도 불구하고 베스트 멤버로 경기에 뛰는 선수가 8명이라는 것에서 저는 상당한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중학교에서 전술적 호흡을 맞춘 선수들도 고교로 진학하면서 결국 나뉘어야 하고 다른 감독 선생님들을 만나야 되는데, 특정 팀을 위한 승리 전략은 현재 선수들이 발전하는데는 아무런 도움을 못 주는 거죠.
인터뷰=박영훈(KFA리그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