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3년이면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의무 감축국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일본을 필두로 한 주요 선진국의 압박과 우리나라 정부의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 등으로 우리나라는 어떠한 형태로든 감축의무를 지게 될 것이 자명하다. 이는 화력발전의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전력 생산단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쉽게 말해 화석연료로 전력을 생산하다보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담을 발전원가에 전가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경제적으로 줄이느냐가 앞으로는 발전소 운영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를 저감하기에 앞서 무엇보다 현재 해당 발전소의 이산화탄소 한계저감비용이 얼마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대비해 발전원가에 이산화탄소 저감 비용이나 탄소배출권 구입비용을 고려해야 함으로, 한계저감비용에 대한 정확한 산정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한국동서발전 기획처 최기호 차장이 출력물 기준 방향성 거리함수를 이용해 개발한 쉐도우 프라이싱 모델(Shadow Pricing Model), ‘e-Zeroco’가 이러한 고민을 한 번에 해결했다.
정확한 비용 파악이 우선
훌륭한 의사는 병을 잘 고치는 것보다 진단을 잘 해야 한다. 이는 병을 고치기에 앞서 정확한 병명을 알아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서발전의 e-Zeroco는 환경오염물질과 같이 전력 생산 시 발생하는 오염물질의 한계저감비용을 구하는 모델로 정확한 이산화탄소 한계저감비용을 산출해낸다. 한계저감비용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한 단위 줄이는데 소요되는 기업의 내부비용으로 직접적인 측정은 감축에 필요한 설비비 및 운영비를 말하며, 간접적인 측정은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기 위해 전기생산을 줄일 경우 발생하는 전기판매 손실에 대한 기회비용이다. 따라서 한계저감비용이 낮은 발전소가 우선적으로 가동되고, 가동률이 높아짐에 따라 비용부담도 상대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여기서 한계저감비용이 낮다는 의미는 이산화탄소 감축에 따른 비용이 적게 들어 같은 돈으로 더 많이 저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한계저감비용 산출 방식은 에너지경제연구원이 2005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활용을 위한 발전부문 기반구축 모델 개발 용역을 수행, 개발해낸 바 있다. 이 모델에 따르면 전체 평균이 1만3368원/CO2톤이며, 발전회사별로 보면 남동발전이 3만6270원/CO2톤으로 가장 많았고, 동서발전이 6791원/CO2로 가장 적었다. 하지만 이 방식은 고정비와 경비만을 변수로 활용, 연료비 부문을 적절히 계상하지 않아 오차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e-Zeroco 방식을 활용해 산출하면 전체 평균 비용은 7만6371원/CO2톤으로 무려 6배 가까이 늘어난다. 이러한 오차는 자칫 비용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발전소 운영으로 전체적인 사회적 후생을 감소시킬 수도 있게 된다. 한편, 이러한 문제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도 나타나 있다. 지난해 발표한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시 우리나라 평균 한계저감비용을 CO2톤당 5000원으로 잡았다. 이는 2007년 기준으로 EU가 15~30유로선인데 반해 너무 낮은 수치임을 알 수 있다.
손쉽고 저렴해 보급 확대 기대
최 차장에 따르면 e-Zeroco는 탄소배출권 거래 등으로 이산화탄소를 감축해야하는 경우 정확한 비용산출로 발전회사의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쉽게 말해 정확한 비용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기후변화 관련 규제에 대해 미리 대처할 수 있고, 향후 투자 계획도 세울 수 있다. 정확한 비용은 앞으로 탄소배출권을 구입해야 할 경우 구입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도 활용된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 의무감축 시 영업위험성을 최소화할 수 있고, 한계저감비용을 발전회사 자체로 발전소 단위별로 산출할 수 있다. 또 발전소별 한계저감비용 파악이 가능해 개선점을 도출하는 것은 물론 국가 인벤토리 구축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고가의 프로그램 대신 ‘Scillab’이라는 공용 프로그램을 사용,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고, 비용부담도 적다. 현재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남동발전 등 발전회사에 보급 중이며, 향후에는 발전기별 한계저감비용 산출은 물론 원자력발전소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최 차장은 “e-Zeroco는 누구나 손쉽게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져 타 발전사에서도 어렵지 않게 활용할 수 있고, 이는 한계저감비용이 낮은 발전소부터 가동되도록 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사회 전체적인 후생 증가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발전소별로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