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log.naver.com/naiad6/220240680848
1. 엽산은 한 종류가 아니다.
임신을 준비하거나, 임신을 하게되면 꼭 듣는 말이 있다. 적어도 임신 석달 전 부터는 '엽산'을 섭취해야 한다는 말이다. 필자도 그런 말을 들었기 때문에, 알약 1개당 엽산(folic acid) 600mcg가 들어 있는 보조제를 열심히 복용했다. 임신 후에는 임산부용 종합비타민에 엽산 함유량이 겹치는 것 같아서, 단일 엽산제 섭취는 중단했다.
그런데 임산부용 종합비타민의 성분 구성표를 보니, 보통 'folic acid' 라고 표기되는 엽산이 보이지 않았다. 'vitamin B9'이라고 표기하기도 하는데 그것도 없었다. 가만 보니, folate 라는 단어가 있었다. 비슷해 보여 찾아보니, 이것도 엽산이란다. 그렇다면 folic acid, folate, vitamin B9은 다 같은 것일까?
2. 천연 엽산 (folate) vs. 합성 엽산 (folic acid)
결론부터 말하자면, 천연 엽산(folate)과 합성 엽산(folic acid)은 다르다.
합성 엽산은 천연 엽산(folate)이 완전히 산화된 단분자 형태의 엽산으로, 1943년 미국 제약특허 연구소의 한 과학자가 최초로 그 합성법을 발견했다. (vitamin B9은 folate와 같은 것으로 학문명이다.) 합성 엽산은 천연 비타민이 아니라, 산화 비타민(oxidized vitamin), 즉 합성화합물로, 과일이나 야채 같은 자연식품에 존재하지 않는다.
합성 엽산이 체내로 들어오면 천연 엽산 형태로 변화하여 동일한 기능을 하게 되는데, 문제는 인체 내 변환에 제약이 있고, 특히 나이가 들수록 변환이 더 어려워 진다. 이렇게 천연 엽산 형태로 변화되지 못한 합성 엽산은 대사 불가능한 형태로 혈액 속을 떠돌아 다니고, 바로 이것이 대사 저하, 인지 저하, 암 발생 및 촉진과 같은 문제를 일으킨다. (엽산은 부족해도, 과다해도 암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과다 섭취된, 혹은 변환되지 못한 합성 엽산은 부작용을 일으키는데, 가볍게는 대사 저하 (메스꺼움, 구토 등), 알러지(피부발진, 호흡 곤란), 우울증에서부터, (나이가 들 수록) 인지 저하 (혼란, 판단력 장애 등), 암 발생 및 기존 암의 촉진 등과 같은 심각한 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다.
합성 엽산의 섭취는 성인 권장량인 400mcg만으로도 이런 부작용을 나타내기에 충분하다. 임산부 권장량은 600mcg이니, 임산부가 합성 엽산제를 섭취할 경우, 일반인보다도 부작용이 더 쉽게 나타난다. 불행히도 대부분의 임산부용 영양제는 천연 엽산이 아닌 합성 엽산을 사용한다. 제조단가가 훨씬 싸기 때문이다.
필자는 임신 초기에 GNC에서 나온 임산부 비타민제를 복용하다가 메스꺼움과 두통 때문에 복용을 중단했다. 여러차례 복용과 중단을 반복하며 실험해 봤는데, 확실히 그 비타민제 때문이었다. 먹은 날과 먹지 않는 날, 증상이 극명하게 갈렸다.
당시 의사 말로는 비타민제에 포함된 철분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하였다. 브랜드를 바꿔서라도 비타민제를 복용해야 한다는 의사의 강력한 권유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먹지 않았다. 이후 지인의 권유로 천연 비타민제로 구입해서 복용했는데, 다행히 그런 증상은 더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엽산의 종류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으므로, 그냥 전체적으로 천연 비타민이 좋은가 보다 했다. 그런데, 지금와서 확인해 보니, 필자가 복용하던 GNC 제품에는 천연 엽산이 아닌 합성 엽산이 들어 있었다. 물론 여전히 메스꺼움과 두통의 원인이 합성 '엽산' 때문이었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게 철분이든 다른 무엇 때문이든간에, 합성 화합물이 천연 비타민에 비해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이 높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구지 학계 연구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3. 자연식품 >> 천연 엽산 (folate) > 합성 엽산 (folic acid)
가장 좋은 것은 완전식품을 먹는 것이다. 추출, 정제된 것들 말고, 자연 상태 그대로. (양약이 한약보다 부작용이 심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말로는 효험이 있는 핵심물질만 추출하여 복용한다고 하는데, 단일 물질은 독성이 강하고, 이를 보완하는데 필요한 균형을 깨뜨려 갖가지 부작용이 나온다.)
안정성과 흡수율을 놓고, 합성 엽산이 천연 엽산보다 더 좋다고 광고하는 제약회사들이 있다. 이 해괴한 광고는 합성 엽산의 제조법으로 특허를 취득한 제약회사들이 로열티를 받는 것과 연관이 있는데, 한 마디로 '장사 속'이다. 합성 엽산이 안정성과 흡수율이 높을 수는 있지만, 체내 변환률이 떨어지고,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숨긴 것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제약회사가 어련하랴 싶으면서도 한숨이 나온다. 소중한 생명을 잉태한 임산부들에게까지 꼭 그래야 할까.
물론 그들 주장대로, 자연식품에 존재하는 천연 엽산은 매우 불안정한 물질로, 열과 저온, 빛에 쉽게 파괴된다. 반면, 합성 엽산은 천연 엽산 보다 안정된 물질이며, 가공 비용이 저렴하고, 특허권을 가진 제약회사들은 로열티 수익까지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작용'까지 고려한다면, 합성 엽산은 제약사에게 좋은 것이지, 결코 소비자에게 좋은 것이 아니다. 돈과 노력을 들여 병을 얻는다면, 참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의사들이 권장하는 엽산제 복용 때문에, 적지 않은 임산부들이 부작용을 호소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합성 엽산제를 복용한 임산부들이 낳은 아이들은 유아 천식을 앓을 위험이 높다고 한다. 비단 임산부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전문가라면, 임산부에게 엽산제나 비타민제를 먹으라고 권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종류와 효과를 분명하게 구분해 줘야 하지 않을까? 결국 의사들도 배우고 들은 대로 말할 뿐이고, 현대의학은 늘 한계가 있을 뿐이니, 우리 몸은 우리가 스스로 지키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음식만으로 엽산을 충분히 섭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이니, 필요하다면 천연 엽산제를 약간만 곁들여 복용해 주는 것이 좋겠다.
4. 엽산 함유 식품
엽산은 주로 야채와 곡물에 많이 들어 있다. 다음은 우리가 주로 섭취하는 식품들의 100g당 엽산 함유량 (오차 있음)을 표기한 것이다. 100g 당 함유량이기 때문에 실제로 한번에 먹을 수 있는 양을 감안하여 보아야 한다.
일례로 김은 매우 가벼우므로 100g 먹는 것은 불가능하니, 엽산 함유량 1600mcg/ 100g 은 우리를 유혹하는 신화에 불과하다. 반면에 오렌지는 보통 한 개가 200g이니, 오렌지의 경우 한개만 먹어도 100mcg를 섭취할 수 있다.
천연 엽산이 유통기간, 조리방법 등에 따라 손실이 일어나고, 체내로 들어 온 후에도 100% 추출되어 소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체내에 흡수되는 양은 식품에 함유량의 50%정도라고 한다. 따라서 음식으로 섭취한다면, 임산부 권장량(600mcg)을 맞추기 위해, 하루 800 mcg 이상 천연 엽산이 함유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사실 하루 세끼 채소와 과일을 곁들인 건강한 식사를 한다면, 임산부 권장량을 충족시키기는 어려워도 성인 권장량(400mcg)의 엽산을 섭취할 수 있다.
채소
브로콜리(210), 생시금치(196), 생쑥갓(190), 생아스파라거스(190), 토란대(163), 고사리(130), 개량종 상추(115), 생콩나물 (105), 부추(100), 양배추(98), 두릅(89), 로메인, 토마토(51), 방물토마토(35), 연근(22)
[김치류: 갓김치(370), 배추김치(115)]
곡물
대두 (317), 해바라기씨(237), 강남콩(186), 현미(142), 검정/노랑콩 (127), 완두콩 (64), 볶은 땅콩 (57), 호두 (91), 밤(74), 호밀빵 (86), 마늘바게트(95), 찐고구마 (52), 군밤 (106), 메밀 (100), 흰쌀/라면/식빵/소면 (23)
과일
참외 (132), 딸기 (127), 오렌지주스 (57), 오렌지 (50), 아보카도(62), 말린 무화과(38), 키위 (36), 바나나(34), 파인애플(23), 자몽 (16), 수박/참외/메론(16)
해조류
구운 김 (1600), 미역/다시마 (146), 기타 해조류에도 풍부
육/어패류
소/닭/돼지 간 (248), 익힌 메추리알 (228), 익힌 계란(113), 치즈(61), 굴비(50), 익힌 닭가슴살 (16)
기타
시리얼 (142: /일회 제공량 25g: 62.5)
Tip 1. 엽산은 열과 추위, 빛에 약하다. 따라서 고온 조리하거나, 냉동된 식품은 섭취량이 줄어든다. 야채와 과일은 가능한 싱싱한 상태로 (혹은 아주 살짝 데친 상태로) 섭취하자.
Tip 2. 비타민 C는 엽산 흡수를 도와준다. 과일류에 비타민 C가 많으므로 엽산 섭취시 곁들여 먹으면 좋다. 참고로 참외에는 태좌부분(씨가 붙은 희고 단 부분)에 엽산이 참외 다른 부위의 다섯배나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하니, 신선하다면 함께 먹을 것.
5. 평소 식단으로 엽산을 얼마나 섭취할까?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평소에 음식에서 얼마나 엽산을 섭취하고 있을까. 물론 제각각이라 알 수 없겠지만, 필자의 경우를 살짝 들여다 보고, 대충 짐작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예를 들어, 오늘 필자가 먹은 아침/점심/저녁 식단을 살펴 보자.
* 아침 식단
아침에 먹은 식단은 오믈렛과 소시지(40g), 오렌지 주스 한잔 (150g)이었는데. 오믈렛에는 계란 2개 (100g), 토마토(50g), 양파(30g), 빨강/노랑피망(20g), 치즈 (10g)가 들어갔다.
대충 따져보면,
계란 113 + 토마토 25 + 양파 5 + 피망 6 + 치즈 6 = 155
오렌지주스 = 85
소시지 = 거의 없음.
합계 239 mcg.
* 점심 식단
현미잡곡밥 100g
현미 50g(70) + 콩 10g (12) + 흰쌀/수수/퀴노아 40g (9) = 91
=> 익히면 약 30% 엽산 손실 => 91 * 0.7 = 63
소고기 미역국 100g
미역 50g = 73 => 익혔으므로 대략 51
호두 연근 조림 20g
호두 5g(4) + 연근 15g(3) = 7 => 익혔으므로 대략 4
생상추 10g = 11
생적양배추 20g = 19
갓김치 20g = 74
배추김치 20g = 23
숙주나물 15g = 10 (익힌 콩나물과 함유량이 비슷하다고 가정)
합계 = 254
* 간식
귤 1개 (70g) = 20 mcg
마카다미아 = 30 mcg // 543 mcg 을 먹었다.
합계 50 mcg
* 저녁 식단
저녁으로는 '새콤 달콤 닭고기 야채 덮밥'을 만들어 먹었는데, 재료는 아래와 같다.
현미잡곡밥 100g = 63
닭고기 50g (8) + 파프리카 30g (9) + 양파 20g (3) + 당근10g (2) + 줄기콩 30g (10), 파인애플 30g (4) + 양송이버섯 10g (2) = 38 (익힌 줄기콩 33mcg/100g)
합계 101 mcg
확실 저녁 식사는 반찬 없이 덮밥으로 끝내서 그런지 엽산 섭취량이 적다.
* 야식
바게트 빵 40g (23*0.4) = 9
총 합계 653 mcg.
이후 종합 비타민제 한 알 먹어서 300mcg 천연 엽산을 섭취했다. 원래 이 영양제는 하루 3알 먹는 건데, 초반에 잠깐 그렇게 하고 지금은 하루 한 알, 식사가 좀 부실했다 싶으면 두 알 먹고 있다. 워낙 매일 과일을 먹어서 (기본이 바나나 한개, 오렌지 류 1~2개, 옵션으로 사과/딸기/포도 등등 있으면 또 먹음) 비타민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임산부는 대개 과일 섭취를 충분히 하지 않나. 자신의 식습관을 한번 점검해보고, 야채와 과일이 부족하다면 이를 더 보충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천연 비타민 보조제를 섭취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실제로 30년간 자신을 찾아온 환자들의 혈액중 엽산 함유량을 검사해 본 결과, 약 5% 만이 엽산이 부족했다고.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엽산이 부족하지 않다. 이 5%의 환자들 가운데 또다시 일부가 기형아를 출산할 확률이 나머지 95%에 비해 더 높은 것이다.
(2005년 한국영양학회지 38(7):589-604,2005. 한국인 상용식품의 엽산함량 분석에 의한 식품영양표의 보완. 연미영, 현태선. 충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참고 문헌
1. "Is the mainstream still cheating you out of the best health possible with folic acid?!",
http://www.tahomaclinicblog.com/folic-acid/
2. Nutrient Analysis for Green Beans,
http://nutrican.fshn.uiuc.edu/tables/Greenbeans.html
3. "5 Myths About Pregnancy Nutrition - #5: Folic Acid Supplements Are Safe",
http://healthybabycode.com/5-myths-about-pregnancy-nutrition-5-folic-acid-supplements-are-safe
4. "임신기간의 영양관리", 서울대학교병원,
http://www.snuh.org/webzine/food/1177404_3243.jsp?pageNumber=7